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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이지만 너는 인질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141 - チャプター 150

195 チャプター

EPISODE 140

반사조건처럼.류 요스케, 그 남자의 잔상이 뇌리를 사정없이 스치고 지나갔다.그리고 언제나처럼, 제 심장 가장 깊숙한 곳이 바늘로 후벼 파이듯 잔인하게 아려왔다.머릿 속에서 잔인하게 울리는 이명 속에서.자신의 앞에 서서 절박하게 매달리는 에구치의 목소리는…… 서서히 아득해지며 차가운 공기 중으로 흐릿하게 흩어졌다.“그때 난 너무 한심했으니까… 그래도 내게 힘들다고 투정이라도 좀 부려주지. 그랬다면 난 널 지켰을 거야. 널 너무 사랑해서 사랑한다는 말조차 너에게 해 줄 수 없을 만큼 그 말을 꺼내는 순간 네가 날 더 이상 바라보지 않을까 봐. 날 필요로 하지 않을 까봐. 마치 깨버린 퀘스트처럼, 내가 그때 얼마나 두려웠는데…… 조금만 내게 내가 쓸모 있는 놈이라는 거 알려줬다면 얼마나 좋았을 까……”사내의 절박함이 섞인 뒤늦은 원망을 들으며, 유진은 이미 영혼이 통째로 빠져나가 버린 텅 빈 황금빛 눈동자로 그저 허공을 멍하니 응시할 뿐이었다.쓸모……또다시 에구치가 무심코 뱉어낸 그 날카로운 단어 하나가,유진의 가슴 깊은 곳에 숨죽여 웅크리고 있던, 진짜 상처의 핵심을 정면으로 찔렀다.하지만 비정하게도.그 곪아 터진 상처의 끝에, 피를 흘리며 매달려 있는 사내는 눈앞의 에구치가 아니었다.이번에도 류였다. 오직 그 한 사람뿐이었다.[나야 말로 얼마나 쓸모가 없는 존재였는데. 처음부터 내가 날 사달라고 당신에게 조를 때부터…… 난 당신에게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귀찮기만 한 존재였는데.]순간, 기억 속에 스며든 류의 서늘하고 오만한 눈동자가 그녀의 온 신경을 지배하고 흔들었다.[그 긴 12년의 세월 동안, 난 단 한 순간도 당신에게 쓸모 있던 존재가 아니였는데. 늘 그저 당신이라는 사람에게 기대고 늘 당신을 필요로 하기만 하고. 그래서 결국 버리지 못했나요? 내가 불쌍해서…… 당신이라는 쓸모가 없으면, 난 안되니까.]유진은 터져 나오려는 눈물을 삼키기 위해 속으로 입술 안쪽을 깨물었다.[그럼 내가 애초에 당신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면,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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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41

[세상의…… 전부였다고……!]에구치의 처절한 고백을 들은 바로 그 순간, 유진의 뇌리 속에서 잔인한 깨달음의 섬광이 번쩍였다.과거의 자신은 왜 그토록 아무런 주저함도 없이, 손쉽게 에구치와의 아이를 지워내고 포기할 수 있었던 건지.오직 자신들의 가난한 현실과 미래가 더 중요하다는 이기적인 명분 하에.망설임도 없이 죽여 없앴던 그 배 속의 핏덩이가 어떤 의미였는지.유진은 비로소 알게 되었다.자신의 전부를 걸고 목숨 바쳐 사랑했다고 굳게 믿었다.그런데 자신을 바라보는 이 남자를 사실은 온전히 사랑한 게 아니었다는 서늘한 진실이 척추를 타고 온몸에 퍼져 소름을 돋게 만들었다.지난 7년간, 자신의 영혼을 가짜의 속죄로 감싸고 있던 지독한 위선의 껍데기가 마침내 이제야 벗겨져 나갔다.그리고 더 이상 그를 탓할 수 없었다.이별의 책임을 더 이상 그에게 물을 수 없었다.“배신감 들었겠죠. 이해해요.”분노로 잠시 격앙됐던 그녀의 목소리가 다시 차분해졌다.“아니, 무능함. 내가 널 지킬 수 없겠구나 하는 그리고 두려움 네가 날 버릴 것 같은 그 상처가 날 죽일 것 같았어.”그의 고백이 어느 때보다 유진의 가슴을 칼로 난도질하며 시리게 헸다.그리고 이제는 자신이 그와 이별하고 보내 주어야 한다는 결심이 섰다.그를 자신에게서 풀어 주어야 자신도 그를 정리할 테니까.“그때 난 당신을 사랑했고 난 그때 내 전부를 걸었어요. 아이까지 희생하면서까지 당신만을 생각했어요. 그리고 지난 7년동안 당신과의 추억이 가끔 나를 흔들었던 것도 사실이에요. 하지만 오늘 당신을 만나고 알았어요. 우리의 타이밍이 언제나 어긋나 있었다는 것을.” “유진아…….”“당신에게 왜 기대지 않았냐고요? 아니 기대고 있었어요. 그런 날 당신이 못 본 거예요. 당신만 바라보던 날 일부러 보려하지 않은 거라고요. 그리고 내가 당신이 가장 필요했을 그때. 나의 아버지가 친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던 그 날…… 내가 당신에게 달려 가던 그 날, 당신은 날 포기했어요.”카페의 공기가 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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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42

바이퍼 클럽의 핏빛 아수라장을 헤치고 유진이 이송된 병원으로 달려왔다.류의 온몸은 이미 차갑게 식어 있었다.초조하게 흘러나온 의료진의 입술은 류에게 사형 선고를 내렸다.“환자분, 현재 심각한 약물 중독과 두부 타박상으로 인해…… 코마(coma·혼수) 상태입니다.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할 수도 있습니다.”코마…!그 날카로운 단어가 류의 세계를 단숨에 송두리째 무너뜨렸다.당장이라도 숨통이 끊어질 것 같은 극심한 절망이 그의 가슴 깊숙한 곳을 무참히 난도질했다.그는 하얗게 질린 채 굳게 닫힌 중환자실 문을 바라보며 시뻘건 피눈물을 삼켰다.[유진, 네가 잘못되면 난………]류는 주먹을 너무 세게 쥐어 손톱이 살점을 파고들어 피가 배어 나왔지만 고통조차 느끼지 못했다.그리고 그는 그녀의 병실 앞에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도저히 만신창이로 부서진 유진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결국 그는 그녀의 곁을 지키지 못했다.대신 인천 부두 창고로 달려가 그녀의 복수를 끝내는 비겁한 선택을 했다.[미안해. 널 이렇게 만든 놈들부터 처리한 뒤에 난 지옥에 떨어질게. 이제는 더 이상 너에게 사랑한다는 말조차 할 수 없다는 걸 아는데. 나 지옥에서도 널 놓지 못할 것 같아. 그러니까 버텨 줘. 내가 대신 저 세상에 갈 테니까. 내가 널 더 이상 붙잡지 않게 넌 이 곳에서 살아 줘.]비가 쏟아지는 인천 부두.피의 처형이 끝나고, 김비서가 서류 봉투 하나를 그에게 무겁게 건넸다.유진이 그날 밤 어떻게 발견되어 병원으로 실려 오게 되었는지.그녀의 행적이 시간대별로 샅샅이 담긴 서류.그 서류의 첫 장.최초 신고자이자 구조자의 인적 사항 란에서 류의 시선이 거칠게 흔들렸다.한남대병원 심장외과 과장, 에구치 요스케.순간 류의 머릿속에 암전이 일어났다.이성이 난도질당해 하얗게 바스라지는 감각에 숨이 가쁘게 턱밑까지 차 올랐다.[그 클럽 룸에서 약물에 취해 정신이 들자마자…… 네가 가장 먼저 떠올리고 애타게 찾은 게 기어이 이 남자였니?! 그래서 이 새끼에게 직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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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43

대리석 바닥에 사정없이 팽개쳐진 휴대폰 화면 속에서 흘러나오는 야쿠자 조직원들의 음성은 사막의 밤바람처럼 서늘하고 기괴했다.저질스러운 그들의 목소리가 류가 홀로 서 있는 거실의 서늘한 공기를 단숨에 얼려버렸다.“어떻게 처리할까요, 부장님? 이 여자…….”“류 회장이 알아서 하라잖아. 에잇, 이 여자가 류 회장 쥐어틀 미끼가 될 줄 알았는데… 뭐 이리 쉽게 버려. 씨… 골치 아프게 생겼네.”“그럼…… 어떻게…….”“바보 새끼. 그냥 깨끗하게 풀어줬다간 나중에 백 퍼센트 대가리 깨지는 문제가 생겨. 이 여자, 대한민국 바닥에서 알아주는 거물이라고 했지?”“네. 대기업 KL그룹의 최대 주주이자 실소유주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돈에 법조계라… 아무리 류 회장 지시라고 거짓 자백을 한다쳐도… 류 회장이 발뺌하면 그만이야. 섹스비디오는 두 사람 창피는 줄 수 있어도 두 사람이 원래 연인관계였으니, 당연히 법적으로 피할 수 있는 문제고…”비디오 속 거구의 사내들이 내뱉는 극악무도한 정략적 음모의 실체가 스피커를 뚫고 나왔다.“그럼…… 방법은 애초에 하나네요.”“그렇지. 약에 취해서, 지들끼리 쾌락 때문에 과도하게 마약을 투약하다가 약물 과다 복용 쇼크로 응급실 실려 가 사망 처리되는 게 가장 깔끔하고 뒷말이 없지.”“그럼 바로 세팅시키겠습니다.”그 추악한 무리들은 유진이 인사불성으로 쓰러져 있는 VIP 룸 안으로 무겁게 들이닥쳤다.그리고 테이블 위에 투명 비닐 시트를 거칠게 씌웠다.그리고 그녀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바로 그 찰나, 의식을 잃었던 유진이 가느다랗게 정신이 들어, 자신의 전신을 장악하려는 짐승들을 향해 미친 듯이 반항하며 발작하기 시작했다.그 격렬한 몸부림 속에서 그녀의 드레스 자락이 쩍 소리를 내며 처참하게 찢겨 나갔다. “야… 살살해. 옷 다시 입혀서 길가에 버려야 하니까… 옷 망가트리지 말고…”“안되겠다. 이 년… 정신 돌아오나 보다. 약 더 가져와”그들은 휘청거리는 유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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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44

그를 처음 만났던 마테호른의 그 철없던 시절부터…… 유진은 언제나 오만하게도 그가 먼저 자신에게 낮춰 와 주기만을 바랐다. 그가 먼저 자신을 사랑해 주면 자신도 그를 사랑해 주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가 자신에게 왔을 때는 자신은 더 이상을 사랑을 원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아니, 자신에게 남은 온전한 감정 따윈 없다고, 다시는 상처받기 싫어 누구도 사랑하지 않겠노라며 그를 매섭게 밀어내기만 했다. 지난 12년 동안, 흩어져 파편이 되었던 기억의 조각들이 마침내 하나의 거대한 지옥도를 완성하며 잔인하게 짜 맞추어지기 시작했다. 얼마 전, 잔인한 납치와 마약 사건… 2년 전 하얀 병동에서의 유산… 7년 전 에구치와의 이별 그리고 류와의 재회 그리고 KL 그룹 복귀… 8년 전 KL 그룹 상속권 포기… 9년 전 하룻방의 실수와 류와의 파혼… 10년 전 제주도에서의 류가 건넨 비참했던 청혼의 밤… 11년 전 스토킹 사건과 인질이라 명명했던 밤… 12년 전 스위스와 파리에서의 설렘만 가득했던 류와의 첫 만남… 그 모든 12년의 세월 동안, 그녀는 단 한 순간도 빠짐없이 류를 사랑하고 있었다. 바보같이, 영혼이 갈가리 찢기고 나서야, 자신의 마음에 깊숙이 박힌 진짜를 깨달았다. 이제서야 자신의 사랑이 지금껏 누구를 바라보고 있었는지를 알았다. 도쿄 나리타 공항에 내리자마자. 자욱한 안개를 뚫고 도쿄 시내를 질주하는 택시 안. 유진은 온몸의 피가 바싹 타들어 가는 듯한 공포감과 초조함에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제발…… 너무 늦지 않았기를……] 그를 목숨보다 사랑하고 있다는 진실을 너무 늦게 알아버렸다. 그가 자신처럼 자신의 모든 것을 잔인하게 태워버리고 사랑을 영영 끝내기 전에. 그가 자신처럼 텅 비어 껍데기만 남은 유령이 되기 전에. 유진은 제 영혼을 쏟아서라도 그의 무너진 심장을 채워내야만 했다. 상처받는 것이 두려워 그의 지독한 사랑을 자신의 헛헛한 마음에 채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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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45

척…..!약와 위스키 악취로 오염된 사내의 차가운 품을 힘껏 끌어안았다.유진은 그의 무너진 어깨에 얼굴을 묻은 채 왈칵 눈물을 쏟아냈다.다시 12년 전, 그의 앞에 섰던 아이가 되어 펑펑 울기만 했다.“뭐…… 야?”유진은 아무런 대꾸도 없이 손가락 마디가 하옇게 질릴 정도로 그의 단단한 허리를 더 꽉 끌어안았다.그녀의 이해할 수 없는 돌발 행동에 류의 매서운 표정이 사납게 일그러졌다.“서유진! 뭐냐고? 뭔데…… 너 갑자기 이러는 거야? 뭐냐고?”“사랑해요. 나 너무 늦었나요?”순간 류의 거대한 몸이 돌처럼 어색하게 굳어버렸다.지난 12년 동안.오직 이 단어 하나만을 위해 자신을 갈아넣을만큼 갈구했던 그녀의 고백이었다.하지만 오해의 독약에 절여진 류에게 지금 이 고백은 달콤한 구원이 아니었다.자신의 손으로 그녀를 더럽혔다는 자책감 위로 내리꽂히는 가장 잔인한 저주이자.그런 자신에게 그녀가 던지는 가장 추악한 기만일 뿐이었다.류는 차갑게 가라앉은 핏빛 한숨을 훅 내쉬며 자신을 붙들고 있는 유진의 가녀린 손목을 가차 없이 뿌리쳤다.“방법을 바꿨니? 나를 질리게 만들 생각인가 본데…… 됐으니까 가. 나 이제 너에게 기대하는 거 없으니까.”그의 낮게 긁히는 목소리가 소름끼치도록 차가웠다.류의 악력에 밀려 침대 밑 차가운 바닥에 주저앉은 유진이 붉게 짓물러 터진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며 물었다.“나…… 이제 필요없는 건가요?”그녀의 물음에 그는 모든 것을 포기한 사람처럼 차갑고 모질게 말을 뱉어냈다.“이미 너라는 여자에게 뼈속까지 질려 버렸어.”“그럼 내가 당신이 너무도 절실하다고 해도…… 안 되는 건가요?”류의 매서운 시선이 찰나의 순간 걷잡을 수 없이 흔들렸다.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낼 새도 없이, 유진은 그에게 잔인한 마지막 보루를 던졌다.“내가…… 망가져 버려서… 난 이제 당신에게…… 안되는 건가요?”유진의 입술 사이로 결국 ‘망가졌다’는 그 단어가 튀어나온 바로 그 순간.류의 심장도 잔인하게 망가져버렸다.처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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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46

‘쾅!!!’귀를 찢는 듯한 육중한 파열음과 함께 침실 문이 무자비하게 닫혔다.사방이 가로막힌 도쿄 맨션의 어둠 속에서.유진은 얼음장처럼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무참히 무너진 채, 온몸을 발작하듯 바들바들 떨었다.그가 진짜로 자신을 포기하려 했다.12년이라는 모진 세월 동안.단 한 번도 본 적 없던 류의 거대하고 서늘한 등.[나를 피하는 당신을 처음 보는데도, 난 이렇게 힘이 드는데…… 죽을 것 같은데…… 어떻게 12년을 매번 당신에게 그런 모습만 보인 나를 어떻게 붙잡고 있었어요?]누군가를 자신의 목숨보다 더 사랑한다는 것이…이토록 영혼이 찢어지게 힘들고 두려운 일이라는 것을 온실 속 화초였던 그녀는 미처 알지 못했다.그런 잔인하고도 거룩한 사랑을 류가 자신의 등 뒤에서 묵묵히 피눈물을 흘리며 아낌없이 쏟아부어 주고 있었다..이제 유진은 결코 그를 포기할 수 없었다.자신의 찬란함도 처참함도, 자신의 모든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할 유일한 운명이었다.그가 자신에게 숨을 불어넣어 주었기에 이 가혹한 세상에서 살아낼 수 있었다.그 없이는 살 수 없었다.순간 뼈가 시리도록 비참한 허무를 느꼈다.[생각해 보니… 지난 12년동안 난 당신에게 그 어떤 노력도 한 적이 없어. 심지어 당신에게 따뜻한 밥 한번 해 준 적도 없으니까…]허탈하다 못해 피가 마르는 자학적인 실소가 유진의 입술 사이로 새어 나왔다.[10년 전 당신과의 결혼 때문에 배운 요리였는데…… 너무 한심하고 초라한 내 자신이 싫어서 구차하게 바쁘다는 핑계만 대며 아무 것도 못 했어.]뒤늦게 밀려든 지독한 참회의 눈물이 끊임없이 번져나갔다에구치와의 하룻밤 실수로.그와의 파혼을 결정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한 채 도망쳤던 그때처럼.유진은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무너져 내렸다.하지만 이번만큼은.죽는 한이 있어도 두 번 다시 도망치지 않겠노라 심장에 못을 박았다.유진은 마침내 처음으로 도망치지 않겠다는 용기를 냈다.아무리 제 가슴이 불타올라 파멸한다 해도 이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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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47

“……오카에리”유진은 굳게 닫힌 침실 문을 향해 차마 전하지 못한 인사를 작게 속삭였다.자신을 철저히 무시하는 그의 매정함 앞에서, 조용히 눈물을 삼켰다.더 이상 그에게 매달리거나 그를 재촉하지 않았다.그녀는 곧바로 정성스레 저녁 식사를 테이블 위에 보기 좋게 차렸다.그리고 조용히 그의 아파트를 빠져나왔다.철컥ㅡ.현관문이 닫히는 서늘한 소리가 들렸다.그제야 류는 굳게 닫혀 있던 침실 방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거실로 걸어 나왔다.이내 코끝에 스치는 온기 가득한 음식 냄새.그의 시선이 다이닝 테이블에 차려진 정갈한 저녁식사에 꽃혔다.그는 잠시 그 음식들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순간 류의 미간이 무섭도록 일그러졌다.가슴 안쪽 저 밑바닥에서부터 왈칵 치밀어 오르는 통증이 독약처럼 그의 뇌리를 마비시켰다.[이딴 싸구려 정성으로…… 이제 와서 날 사육이라도 하겠다는 건가, 서유진?]류는 테이블 위에 놓인 접시들을 두 손으로 그대로 들어 쓰레기통을 향해 거칠게 처박아버렸다.와장창! 쨍그랑――!도자기가 깨져나가는 포악한 굉음이 적막한 맨션의 벽면을 잔인하게 난도질했다.다음 날 저녁.유진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장을 봐 그의 집 주방에 섰다.어제 차려둔 음식들이 쓰레기통에 처참하게 버려져 있는 것을 보았지만 유진의 손길은 멈추지 않았다.다시 마주친 류.그날 밤도 그는 늦게 돌아와 이번에는 아예 유진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그리고 그녀를 비웃듯, 그는 곧장 발길을 돌려 밖으로 나가버렸다.이제 류는 유진의 존재 자체를 자신의 인생에서 완벽하게 소거하려 기를 썼다.그렇게 서로의 피를 말려 죽일 것 같은 지옥 같은 일주일이 흘렀다.류는 결국 유진을 자신의 곁에서 도려내기 위해, 또다시 예전 악랄한 방식을 선택했다.독한 술에 잔뜩 취한 채, 그는 의도적으로 유진과 정반대의 매력을 가진 화려한 외모의 여자를 품에 안은 채 맨션으로 돌아왔다.그리고 유진을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봤다.흔들리는 유진의 시선.“오늘은…… 그만 가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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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48

[제발…… 내 곁에서 사라져. 네가 여기 있음…… 난 죽지도 못하잖아. 제발 날 죽게라도 해줘.]거칠고 무겁게 들썩이는 그의 넓은 어깨가 더없이 초라하고 위태로워 보였다.유진은 자신을 애써 외면하며 바라보지 않으려는 남자에게로 천천히 다가갔다.그리고 차가운 대리석 바닥 위에 무릎을 꿇고 그와 시선을 맞췄다.그녀는 가녀린 두 손을 뻗어 차갑게 굳어버린 그의 얼굴을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손끝으로 전해지는 그의 오한에 심장이 아려왔다.“나…… 괜찮아요.”그 짧고도 처절한 위로의 한마디가, 류의 심장 가장 깊숙한 곳에 송곳처럼 박혀 들었다.그 순간.그를 지탱하던 거대했던 방어벽이 일순간 모래성처럼 처참하게 허물어졌다.류는 그대로 무너지듯 유진의 품을 향해 거대한 상체를 기울여 그녀의 가녀린 품 안에 자신의 얼굴을 깊숙이 파묻었다.그리고 터져 나오는 짐승 같은 울음을 어떻게든 참으려는 듯 유진의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유진은 말없이 그를 가슴 안쪽으로 더 깊이 끌어안았다.땀과 빗물…… 그리고 지독한 약물 냄새가 섞인 그의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쓸어내렸다.그렇게 두 사람은 차가운 침실 한가운데서 서로의 상처가 진물 나도록 서로의 몸을 비비며 한참 동안 서로를 안고 있었다.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유진은 가만히 그를 품에서 놓아주었다.그리고 그의 앞에 선 채로 찢어지고 더러워진 옷들을 벗어 천천히 바닥에 떨어트렸다.스륵……날 것 그대로의 무방비한 진심을 보여주듯.유진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태초의 전라의 몸으로 가만히 그에게 다시 안겨들었다.오직 그의 사랑으로 자신을 채워달라는 무언의 애원이었다.류는 자신의 품에 다시 안겨 오는 유진을 미칠 것 같은 애절함이 서린 눈으로 바라보았다.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이 가녀리고 여전히 시리도록 아름다운 그녀를 커다란 손으로 쓸어내리던 류의 눈동자가 이내 차갑게 가라앉았다.그의 머릿속에 다시금 그날 밤 유린당하던 유진의 나체와 지금 자신의 품에 안겨 있는 유진의 실루엣이 기괴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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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49

유진은 엉망인 채 차가운 방바닥에 대자로 뻗어 누웠다.초점을 잃은 황금빛 눈동자는 아무런 생기도 없이 허공의 어둠만을 응시하고 있었다.자신이 그날 밤 얼마나 철저하게 짐승에게 당했는지 얼마나 추악하게 짓밟히고 망가졌는지 제 눈으로 똑똑히 확인했다.인간으로서, 여성으로서 평생을 안고 가야 할 가장 가혹하고 치명적인 트라우마.하지만 기이하게도 유진의 안에서는 그 어떤 분노도 슬픔도 자신을 향한 수치심도 느껴지지 않았다.영혼이 치명적으로 파괴되면, 살기 위해 감정마저 소멸해 버리는 법이었다.그 더러운 짐승의 어떤 얼굴도 머릿속에 남지 않았다.그 추악한 대사도 연기처럼 날아갔다.완벽하게 넋이 나간 비현실적인 공백 속에서, 유진의 의식이 단 한 가지의 생각만 지독하게 집중했다.그 끔찍한 비극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유일한 자각이었다.[요스케]그녀의 입술이 그 이름을 작게 부르며 파르르 떨렸다.영상 속 류는 납치된 자신을 보고도 자신을 알아보지 못할 만큼 무언가에 취해 있었다.그리고 그가 아무 감정도 없이 무언가에 철저히 조종당하듯 아무런 감정도 이성도 사라진 눈으로 유진의 몸을 난도질하듯 유린하고 있었다.뒤이어 화면 속 강제 투약당한 약물에 취해 의식을 잃어가던 자신의 나체가 말초적인 쾌락에 짓눌려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했다.그리고 쾌락의 정점에서 절대 나와서는 안 되는 파멸의 단어가 유진의 무의식 저 밑바닥에서 더러운 타액과 함께 흘러나왔다.유진은 쥐고 있던 휴대폰을 마치 불덩이라도 만진 것처럼 바닥으로 떨어뜨렸다.온 전신의 뼈마디가 사시나무 떨듯 격렬하게 떨려왔다.두 눈의 초점이 완벽하게 풀려버린 채, 유진은 그대로 차가운 다다미 맨바닥 위에 넋이 완전히 나가버린 빈 껍데기가 되어 돌처럼 굳어버렸다.자신들의 아이까지 참혹하게 희생시켜 가면서라도 평생 막고 싶었던 파멸의 단추.에구치 요스케와 과거에 대한 미련과 죄책감.그 잔인한 킬버튼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이미 눌러져 버렸다..이제는 그녀 역시 모든 것이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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