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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이지만 너는 인질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151 - チャプター 160

195 チャプター

EPISODE 150

유진은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로, 마치 미친 사람처럼 자신의 집을 닥치는 대로 정리하기 시작했다.그렇게 꼬박 이틀을 단 한 숨도 자지 않은 채.그녀는 손끝이 터져라 모든 가구와 세간의 짐을 기계적으로 정리해 나갔다.12년 동안 자신의 심장을 거칠고 잔인하게 헤집어놓았던 류 요스케,그의 숨결과 잔상을 완벽하게 정리하는 처절한 몸부림이었다.그를 더 이상 힘들게 하지 않기 위해서.그의 시야에서 영원히 비켜 떠나주기 위해서.온통 피비린내 나는 파국으로 점철된 이 비극의 끝에서.지금 자신이 그를 위해 할 수 있는 마지막으로 남은 유일한 사랑은 오직 그것뿐이었다.온몸에 겨우 남아있던 미약한 에너지가 그리고 영혼을 지탱하던 실낱 같은 정신이 전부 송두리째 먼지처럼 날아가 버린 것만 같았다.지난 12년의 모진 세월 동안.그 오만한 남자가 자신의 유일한 숨통이자 운명이었음에도그를 그토록 뼛속 깊이 사랑하고 있었으면서도.정작 자신은 단 한 순간도 그를 온전하게 사랑한 적이 없었다.그리고 그 뒤틀린 관계의 종착지에 남은 것은.서로의 살점을 도려내어 진물과 선혈이 낭자한 처절하고 비참한 상처뿐이었다.*같은 시각, 도쿄 맨션의 침실.류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몸으로 다시 자신에게 울며 안겨 오던 유진을 생각했다.다시는 그녀를 안을 수 없었다.그것은 유진을 향한 잔인한 거부나 환멸이 아니었다.자신의 지독한 질투와 배신감의 독약 속에서.사나운 이빨을 드러내며 깨어나기 시작한 자신 안의 괴물.그런 자신에게서 그녀를 지키기 위한 남자의 마지막 발악이었다.만약 다시 그녀를 안게 된다면. 다시 그녀를 미치도록 원하게 된다면.이번에는 유진을 그저 망가뜨리는 것 정도로는 자신 안의 굶주린 허기를 결코 만족시키지 못할 것을 알았다.그는 두려웠다.제어장치가 완전히 파괴된 자신의 뒤틀린 손가락이 기어이 그녀의 가느다란 목덜미를 부러뜨려 죽이게 될 거라는 직감했다.그래서 그는 마지막 남은 이성을 겨우 붙잡고 그녀를 놓아주었다.하지만 도망쳐 나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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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51

스으윽, 툭――.마지막 종이상자의 누런 테이프를 거칠게 끊어냈다.먼지 한 톨 남지 않고 육중한 가구마저 죄다 치워져 버린 텅 빈 공간.마치 영혼과 심장이 완벽하게 소멸해 버린 채, 외형만 남은 자신의 쓸쓸한 껍데기처럼 보였다.숨이 턱턱 막히는 서늘한 적막 속에서.유진은 날것의 풍경이 드러난 잿빛 작은 방 안을 찬찬히 둘러보았다.얼룩진 벽지 위에 남은 가구의 잔상 하나.스산한 창틀에 눈물처럼 맺힌 잿빛 빗물 하나에도.류 요스케라는 남자와 함께했던 그 아린 기억들이 유령처럼 피어올라 그녀의 가녀린 전신을 사정없이 휘감아 내렸다.[이 기억들이 당신과의 마지막이였다는 걸 알았다면, 조금만 더 당신을 사랑할 걸. 당신에게 더 많이 사랑한다고 말해 줄 걸. 내 온 마음을 다해 날 바라보는 당신을 마주보며 말해 줄 걸. 당신 때문에 나 행복하다고. 당신 곁에 있고 싶다고……]터져 나오지 못한 고백들이 목구멍을 찔렀다.[미안하고 또 미안하다고 말했어야 했는데……. 내가 너무 한심해서 당신 곁이 아프다고 말했어야 했는데.]그에게 한번도 솔직하지 못했던 자신이 너무도 후회가 됐다.하지만 아무리 후회한다고 해도 아무 것도 되돌릴 수 없었다.유진은 맥이 완벽하게 빠져나간 끈 떨어진 마리오네트 인형처럼 축 처져 버렸다.그리고 마지막 캐리어를 들고 힘겹게 현관문을 열었다.스륵ㅡ.문이 열린 그 찰나.새벽의 안갯속에 류가 망령처럼 우뚝 서 있었다.젖은 머리카락과 핏발 선 눈동자.그가 자신에게 돌아왔다.온 몸의 뼈 마디 마디를 타고 소름이 돋아났다.유진은 벼랑 끝에 선 그를 아픔으로 아려진 황금빛 눈동자에 담았다.두 사람의 시선이 자욱한 안개 속에서 처절하게 충돌했다.“겨우…… 일주일이었니? 나에 대한 너의 진심이?”‘내가 당신에게 겨우 그 의대 한 학기밖에 안되는 거였나요?’과거 자신이 에구치 앞에서 마지막으로 울부짖던 그 잔인한 질문을.류가 똑같이 물었다.그 질문에 담긴 애증과 배신감의 크기가 얼마나 큰 것인지 유진은 누구보다 잘 알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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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52

‘쾅!’먼지 한 톨 남기지 않고 가구마저 죄다 치워버린 어두운 나무 바닥만이 서늘하게 드러난 아사쿠사의 작은 거실.현관문이 부서질 듯 닫히는 육중한 파열음과 함께.두 사람은 이성을 잃은 굶주린 맹수처럼 미친 듯이 서로를 갈구하며 엉겨 붙었다.서로의 옷가지를 거칠게 찢듯이 벗겨내며, 단 한 순간도 서로의 살결을 떨어뜨리지 못했다.그리고 비로소 완벽한 하나가 되었다.12년이라는 모진 세월 동안.서로를 죽일 듯이 밀어내고 증오했던 그 가혹한 시간을 단 한 번의 몸짓으로 전부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그들의 결합은 지독할 정도로 격정적이었고 숨이 막힐 만큼 탐미적이었다.그 육체적인 욕정의 폭풍 한가운데서.유진은 마침내 자신의 이기적인 사랑의 민낯을 마주했다.그를 온전히 사랑하지 않으려고.자신이 그에게 얼마나 잔인하고 인색하게 굴어왔었는지.류와 함께 했던 지난 5년의 연애 기간 동안.마음의 빗장을 단단히 걸어 잠근 채 그에게 정신적인 사랑은 주지 못 했다고는 해도.최소한 그에게 육체적인 교감만큼은 온전히 내어주고 있다고 오만하게 착각하고 있었다.하지만 온몸이 불타오르는 오늘에서야 깊이 깨달았다.그녀는 몸도 마음도, 그 어떤 흔적도 그에게 내어주지 않으려고 그토록 안간힘을 쓰며 온 힘으로 발악하고 있었다는 것을.그 단단했던 가식이라는 방어벽이 처참하게 허물어진 지금.오직 류 요스케라는 절대자에게 사랑받고 싶어 안달이 난 유진의 육체가 세상 최고의 요부가 되어 사내의 이성을 사정없이 뒤흔들고 미치게 만들었다.“더… 더 세게 날 부셔줘요… 아… 윽… 당신을 원해. 미치도록… 더 깊게. 제발… 더… 내 전부를 정복해 줘요… 더… 가까이…”그녀는 그의 허리를 부서질 듯 감싸 안으며 류가 자신을 향해 사정없이 퍼붓는 광포한 거친 파도를 단 한 번의 어김도 없이 기쁘게 받아냈다.그리고 미친 듯이 그의 살점을 탐하며 그 이상의 깊이를 원했다.그녀의 몸은 강한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남자를 더 탐욕하기 위해 춤을 추듯 남자의 거친 몸짓에 허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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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53

류의 아픈 시선에 어김없이 서늘한 살기와 핏빛 의혹이 다시금 피어올랐다.그는 이빨을 악물며 심장을 찌르는 고통을 참아내려 애를 썼다.“알아…! 그러니까 그 이름…… 더는 내뱉지 마. 그만해…!”하지만 잔인하게도…… 유진은 멈추지 않았다.그녀는 그의 뺨을 두 손으로 감싸 쥐며 그의 눈을 똑바로 마주 보았다.“아니… 말하고 싶어요. 나 이제는 당신에게 그 어떤 것도 숨기는 거 안 할래. 안 하고 싶어졌어요. 이제 다시는 당신을 속이기 싫어……!”“네 맘 편하겠다고…… 그 남자에게 가려고 우리 아이까지 죽였다는 말을 기어이 나에게 하고 싶다고…?! 너 진짜 내가 널 죽이기를 바라는 거야?!!!”“무슨 소리예요? 당신 도대체 무슨 오해를 하고 있는 거에요?”유진의 당황한 다그침에, 류의 서스퍼런 살기가 품어져 나왔다.“무슨 오해? 너 미국에 있을 때…… 그 자식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에 있었잖아.”유진의 눈에서 왈칵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그런 오해까지 했으면서… 어떻게 그런 나에게… 어떻게 날 아직도 원할 수가 있어요?”억울함과 슬픔 그리고 자신을 향한 류의 그 지독하고 뒤틀린 사랑의 실체가 너무도 가슴이 아팠다.유진은 비명을 지르듯 외쳤다.“아니에요. 아니야. 몰랐어요. 그 사람이 같은 도시에 있었던 건.”“그럼 왜…… 우리 아이를 너…… 왜…?!!!”류의 목소리가 갈라지며 흔들렸다.“이미…… 당신 어머니와 약속했어요. 당신과 헤어지겠다고. 최소한 당신 결혼하는데 방해는 되지 않겠다고. 그렇게 5년을 내내 약속 드리고 겨우 당신 곁에 있는 것을 허락 받았는데……”“뭐라고?”류의 뇌리가 순식간에 하얗게 번개를 맞은 듯 얼어붙었다.“그런데 무슨 염치로…… 내가 당신을 어떻게 배신했는데. 그 현장까지 당신 어머니께 들킨 주제에 도저히…… 당신 아이를 갖고 싶다고는 말할 수가 없었어요.”그녀의 피 섞인 통곡이 그의 마음을 잔인하게 할퀴며 메아리쳤다.순간 자신의 어머니가 이 비극의 시초였다는 사실에 류는 넋이 나가고 말았다.그리고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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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54

“요스케…”유진이 가늘게 떨리는 입술로 마침내 그 문제의 이름을 똑바로 부르자, 류의 조각 같은 안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려 들어갔다.그의 죽을 듯이 겁 먹은 표정을 바라보며, 유진은 잠시 숨을 고르고 굳게 마음을 먹었다.“그 날…… 때문에 나 힘들지 않아요. 이젠 다 괜찮아졌어요.”그녀의 입술에서 흘러나온 면죄부.그는 처참하게 사시나무처럼 바들바들 떨리기만 했다.“난…… 솔직히 그 날에 대해 아무런 생각도 증오도 느낄 수 없었어요.”류의 안색은 더욱더 창백해져 사색이 됐다.“그래도 당신 앞에서 죽지는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만 했어요”순간 류는 심장이 통째로 쪼개지는 듯한 극심한 괴로움에 그의 영혼이 엉망진창으로 짓겨 나갔다.자신의 원죄의 민낯을 마주한 남자는 품에 안고 있던 그녀를 허겁지겁 놓아버렸다.도저히 자신을 향해 원망 없이 반짝이는 그녀의 황금빛 눈동자를 바라볼 수가 없었다.그는 가만히 웅크린 채 고개를 푹 숙여 그녀의 시선을 피했다.유진은 깊은 죄책감과 오해의 늪에 갇혀 스스로를 망가뜨린 남자를 뒤에서 꽉 끌어안았다.이내 들썩이는 그의 넓은 어깨.유진은 핏기가 가신 그의 얼굴에 눈물겹게 입술을 맞추어 나갔다.이내 그가 죽을힘을 다해 그녀를 힘겹게 바라보았다.실핏줄이 모조리 터져 붉게 충혈된 그의 눈동자.“나…… 정말로 아무렇지 않아요. 솔직히 기억도 없어. 그러니까 힘들어 하지 말아요. 그리고 당신 잘못 아닌 거 알아요. 그저 사고였을 뿐이에요.”순간 류의 수척해진 표정이 더욱 서늘하게 굳어 들었다.“혹시……… 그 동영상…… 본 건 아니지?”“나…… 당신이 나 믿지 못하는 거 알아요. 당신이 날 믿었다면, 내가 당신 죽이고 싶다는 그 말에 그 동영상을 줬을 리 없으니까. 그리고 그 날…… 당신에게 내가 무슨 짓 했는지도 알아요.”“그래서……… 그 동영상을 봤다고…?! 아니지? 제발 아니라고 말해. 제발…!!!”유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절규하는 남자를 그저 꼭 안아주었다.그리고 그 잔인한 단어를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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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55

서로에게 얽힌 두 팔은 풀릴 줄을 몰랐다.살결과 살결이 밀착된 피부 사이로 가쁜 호흡이 끊임없이 오갔다.오직 서로의 체온에 의지한 채, 두 사람은 타오르는 눈빛으로 상대를 담아냈다.지독했던 상처의 흔적이 남아 있어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아리도록 무거웠다.마침내 하나의 마음으로 맞닿았다는 사실이 여전히 아득한 꿈처럼 현실감을 흩트렸다.아직 넘어야 할 험난한 산들이 수두룩했지만, 이 순간만큼은 서로가 전부였다.“나…… 배고파요.”자신을 품에 꼭 끌어안고 자신의 머리카락을 끊임없이 쓰다듬는 류를 올려다보며, 유진이 속삭였다.류는 가만히 미소를 지으며, 상체을 일으켰다.그리고 바닥에 흩어진 유진의 옷가지부터 챙겨서 그녀에게 다정하게 입혀주었다.그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미세한 전율이 그녀의 살갗을 타고 올랐다.“뭐…… 먹으러 갈래?”“우리 지금 꼴이 말이 아닌데…… 어딜 나가서 먹어요.”“그럼…… 호텔로 갈래?”“아니, 당신 집으로 가요. 내가 밥 해줄게요.”“너 피곤할텐데……”“네. 피곤해요. 근데 당신 내가 해준 밥 아직 못 먹었을 테니까. 당신에게 첫끼는 내가 해준 밥 먹이고 싶어요.”류는 살짝 시선을 비껴가며 낮게 읊조렸다. 목소리에 깊은 자책이 묻어났다.“미안해. 내가 그때는… 제 정신이 아니라서……”“나도 미안해요. 그동안 밥 한번 제대로 못 해줘서. 당신 꼬실려고 배운 요리인데.”유진은 그의 단단한 허리를 두 팔로 감싸 안고 환하게 웃어 보였다.그토록 갈망했던 반짝이는 황금빛 미소가 눈앞에서 쏟아지자, 류는 그제야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그럼 오늘 제대로 날 꼬시는 건가? 나 기대한다.”“첫 날부터 너무 잘해 주면 안되는데…… 그럼 기대치가 너무 높아져서 뒷감당이 안되니까. 오늘은 살살만 꼬실게요.”류는 살짝 헝클어진 유진의 옆머리를 가만히 쓸어 넘겼다.그의 다정한 손길에 유진이 다시 한번 눈부시게 미소지었다.쿵, 심장이 떨어져 내렸다.이 미소를 다시 보지 못했다면. 죽을 것 같았다.그는 참지 못하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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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한마디

지금까지 ‘운명이지만 너는 인질’의 유진과 요스케의 긴 여정을 함께 해 주신 독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아픈 유년시기를 보낸 유진과 오만했던 나쁜 남자 요스케, 그리고 유진과 비슷한 처지였던 어쩌면 더 외로웠을 또 다른 요스케의 사랑과 아픔 그리고 그들의 선택이 독자 여러분들을 설득했기를 조심히 바라봅니다.이제 세 사람의 가슴 아픈 피폐 로맨스는 여기서 막을 내립니다.보시다시피 꽉 막힌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를 지어서 이제는 이번 세계관 속에서는 잘 살거라 바라며 마음 편하게 보내 주려고 합니다.*아시는 독자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제 소설들 모두 같은 주인공, 유진과 요스케의 이야기입니다.혹시라도 두 사람의 다른 세계관의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제 다른 작품들 속에서 이 두 사람을 다시 만나실 수 있습니다.그리고 혹시라도 ‘운명이지만 너는 인질’과 비슷한 느낌의 애절 피폐 후회남 로맨스를 찾으신다면, 무조건 ‘혈향연화: 핏빛 운명의 낙인’을 추천 드립니다.장담컨대, ‘운명이지만 너는 인질’보다 조금 더 많이 애절 맴찟 피폐물이 될 겁니다.또한 새 소설도 11월 초에 공개되오니, 기대해 주세요.*다시 한번 제 작품을 즐겨주신 독자 여러분께 큰 절 드리며 끝내겠습니다.다른 작품에서도 만나뵙고 소통하기를 손꼽아 기다리겠습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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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56

두 사람은 다정하게 손을 잡고 밤산책을 나섰다.가로등 불빛 아래로 겹쳐지는 두 사람의 그림자는 더 이상 위태롭지 않고 단단했다.자욱한 밤안개가 걷힌 낯익은 도쿄 골목 모퉁이 앞에서.유진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며 고개를 갸웃거렸다.“어, 여기? 근데 주인이 바뀌었나 봐요.”그녀의 시선이 머문 곳은 다름 아닌 10년 전.철없고 오만했던 열아홉 그녀가 요스케와 처음으로 경호원도 없이 지하철 인파를 뚫고 찾아와 평범하지만 그래서 너무도 특별한 데이트를 했던……바로 그 아사쿠사의 작은 이자카야 건물이었다.“그러네. 우리 오늘은 저녁 여기서 먹고 들어갈래?”잔잔한 스미다강 강변을 따라 시원한 밤바람이 밀려왔다.은은한 편백나무 향이 감도는 스시집 다찌에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은 오랜만에 찾아온 평화를 음미했다.도쿄의 밤은 고요히 깊어갔고 정갈한 스시와 사케가 그들의 앞에 놓였다.유진은 평소와 달리 겨우 한 병의 도쿠리만 비운 요스케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눈을 맞추며 물었다.,“오늘은 별로 안 마시네요? 사케 별로에요?”“혼자 마시려니 진도가 잘 안 나가네.”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평소 술이라면 입에도 대지 않던 유진이 요스케의 잔을 향해 자신의 작은 잔을 쓱 내밀었다.“그럼 나 한잔만 줘요.”요스케의 짙은 눈썹이 툭 올라갔다.“너 술 절대 안 마시잖아.”“안 마시는 게 아니라 못 마시니까 그 동안 안 먹으려고 노력했는데, 이제는 안 그래도 될 것 같아서.”“왜?”요스케가 다정하게 묻자, 유진은 사케 잔을 두 손으로 감싸 쥐며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당신 앞에서 이제는 편해져도 될 것 같아서…… 전에는 당신 앞에서 술 먹고 실수 할까 봐 아예 안 먹은 거니까.”“실수?”“유정 언니 말이…… 나 술도 약한데 술만 취하면 애정결핍이 튀어나온데요. 그래서 술 취해 이성 잃고 당신 사랑하게 될까 봐. 근데 이미 그렇게 되어 버렸으니까…… 이젠 마셔도 될 것 같아요.”유진의 너무도 사랑스러운 고백에 그의 가슴 안쪽이 간지러워졌다.요스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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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57

찬란한 햇살이 도쿄 펜트하우스의 통창을 하얗게 부수며 눈부시게 쏟아졌다.하얀 순면의 시트가 엉망으로 널브러진 침대 위.두 사람은 여전히 조금의 틈새조차 허락하지 않은 채 굳건하게 한 몸으로 얽혀 있었다.어젯밤.두 사람을 옥죄던 ‘요스케’ 라는 이름의 잔혹한 오해마저 완전히 씻어낸 그의 움직임은 그 어느 때보다 깊고 단단했다.밤새 유진의 깊고 따뜻한 안벽에 완벽하게 결착된 상태 그대로.요스케는 그녀의 가녀린 체구를 등 뒤에서 빈틈없이 꼭 끌어안았다.여전히 잠결의 나릇함이 남은 그녀의 붉어진 귓볼을 젖은 입술로 부드럽게 자극하며, 낮게 으르렁거리듯 속삭였다.“너 다른 남자 앞에서 술 마시면 죽는다.”9년 전 도쿄의 아침, 휴대폰 화면 너머로 내리꽂았던 그의 강압적인 명령이, 이제는 지독한 애정이 듬뿍 절여진 다정한 소유욕으로 변모해 있었다.유진은 나른하게 눈을 깜빡이며 요스케의 잘생긴 얼굴을 올려다보았다.“왜? 나 어제 무슨 짓 했어요? 혹시 개 진상 피웠어요?”“하하하…… 개진상이면 다행이지.”그의 붉어진 목젖이 섹시하게 요동치며 낮은 웃음소리를 터뜨렸다.“그 정도 였어요?”“응. 너 때문에 미치는 줄 알았다니까. 한숨도 못 잤어. 네가 자꾸 안아달라고 보채서…… 유정이 말이 맞더라고. 너 술 취하면 애정결핍 폭발하는 거.”유진은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을 느끼며 그의 단단한 팔뚝에 이마를 묻었다.“아…… 그렇구나. 그럼 술을 아예 끊어야 겠다.”요스케가 유진의 하얗고 가녀린 어깨에 뜨거운 입술을 깊숙이 파묻으며 그녀를 탐하듯 끌어안았다.“아니, 내 앞에서만 마셔. 그리고 바보 같이 이제야 생각 났어. 네가 처음 내 앞에서 술에 취한 날, 내가 널 사랑하는 손길에 네가 날 원하면서, 날 내 이름으로 불렀었는데.”유진의 황금빛 눈동자가 순간 크게 흔들렸다.“응? 처음 취한 날? 아…… 상견례. 그럼 그 날, 나 다 벗은 채로 다음 날 깨어난 이유가……”요스케가 유진의 예민한 귓볼을 살짝 깨물며 나직하게 속삭였다.“미안.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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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58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에 애틋함이 일렁였다. 서로가 너무도 간절한 두 사람의 입술이 하나로 겹쳐졌다. 서로의 뜨거운 타액이 섞여 하나가 되고 가쁜 숨결을 서로의 영혼을 찾아 깊어졌다. 다시 마주보는 두 사람. “그때 나에게 조금만 빨리 와주지. 나 당신 기다리고 있었는데…” “네가 말했듯이 나에게는 너에 대한 법적인 권리 없었으니까. 그 권리 빨리 만들어서 널 내 곁에 안전하게 데려오면, 그땐 널 맘껏 사랑하고 싶었어.” “그 법적권리 운운했던 건…… 나도 당신한테 꿈틀할 수 있다는 거 보여주고 싶어서 그냥 질러 본 거였는데… 사실 생각해보면… 고등학교까지 잘 버티다가 늦게 사춘기가 온 건지, 막 반항이라고 해보고 싶었어요.” “알아. 그래서 마음이 급했어. 너 그 알 깨고 날아가버릴 것 같아서. 빨리 결혼해서 시간을 벌고 싶었어. 내가 너에게 내 사랑을 보여줄 수 있는 시간. 결혼하게 되면 너 최소한 나한테서 쉽게 도망치지 못할 테니까. 그래서 결혼 서두르려고 매일 밤샘 하면서 애를 썼는데…… 결국 내가 한 발 늦고 말았어.” “미안해요. 내가 그때…… 흔들려서.” “아니, 내 실수야. 카린이 널 찾아갔는데도 내가 너에게 변명조차 안했던 내 오만한 실수. 미안해. 내 과거가 널 찌르게 만들어서. 카린 말만 듣고 네가 정말로 신경쓰지 않는다고 생각했어. 아니 욱 했어. 네가 괜찮다는 말에. 미안해.” “나…… 사실 카린이랑 당신…… 하나도 괜찮지 않았어요. 아니. 당신의 모든 스캔들마다 내 영혼이 찢겨 나갔어요. 그런데 내가 그 마음을 들키면 너무 비참할 것 같아서. 당신 피할 수 밖에 없었어요.” “미안해. 네가 너무 어려서 널 여자로 보지 않으려고 일부러 너에게 상처줘서. 조금만 커서 오지. 그랬음 매일 밤 너만 붙잡고 너만 사랑했을텐데. 아니, 다른 여자를 안으면서도 난 널 떠올렸어. 널 안고 싶어서.” 금새 눈물이 가득 고인 흐려진 유진의 눈동자에 그가 가만히 입을 맞췄다. 그의 키스에 작은 눈물 방울이 또르륵 그녀의 하얀 뺨을 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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