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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이지만 너는 인질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171 - チャプター 180

195 チャプター

EPISODE 169

“당신 마음 내게 조금만 알려줬다면……”유진의 목소리가 바르르 떨렸다.“유정 언니 말이 맞아요. 나 그때 힘들었어요. 정말 너무 비참했어요. 내가 당신에게 아무 것도 아닌데. 아버지는 계속 당신과 육체적 관계까지 가지라고 날 계속 압박했으니까.”요스케의 몸이 일순간 굳어버렸다.“심지어… 고등학교를 졸업도 안했는데 임신까지 하라는 말을 듣고 하버드 입학까지 못 하게 하니까. 미래도 꿈도 아무 것도 못하고 내 인생은 끝나는 구나 싶었어요.”그의 시선이 지독한 아픔으로 내려앉았다.“그래서 바보 같이 창녀 같다는 생각까지 한 거야?”그의 손가락이 유진의 뺨을 타고 내려와 가늘게 떨리는 그녀의 입술을 힘겹게 매만졌다.“스위스에서 날 만난 거 후회했겠네. 내가 아니고 다른 놈이었다면, 서회장이 그렇게까지 욕심을 안 부렸을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니까 왜 아무 남자나 붙잡고 사달라고 한 거야? 사춘기였는데 그 흔한 반항이라도 좀 해 보지.”유진은 눈물이 가득 고인 눈으로 류의 깊고 짙은 눈동자를 똑바로 마주 보았다.그 안에는 원망이 아니라 오랜 시간 묵혀둔 애틋한 첫사랑의 잔상이 빛나고 있었다.“다른 사람을 만났더라면 날 사달라고 조르지 않았을 거예요. 당신이어서. 당신이라면 내 첫사랑이 될 것 같아서. 당신 붙잡았던 거에요.”요스케의 숨결이 순간 멎었다.“물론 당신도 아버지처럼 날 사랑해 주지 않아서 그 기대가 오래 가지는 못했지만.”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한 표정으로 그는 유진을 바라보았다.그리고 이내 허탈한 미소를 지었다.“내가 잘못 했네. 아무 것도 모르는 꼬맹이를 데리고 밀당을 했으니…”“맞아요. 나 눈치 없어서 누가 밀당만 하면 바로 나 싫어하는 줄 안다고 언니가 맨 날 나 보고 바보라고 했거든요.”유진이 억울하다는 듯 그의 가슴을 주먹으로 콩 쳤다.요스케는 그 작은 주먹을 움켜쥐며 입을 맞추며 부드럽게 웃었다.“눈치도 없고 말도 안 듣고. 내가 너 때문에 진짜 고생했다. 알지?”유진이 그의 목에 두 팔을 감아올리며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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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70

“저희 오늘 혼인 신고 마쳤습니다.”요스케는 본가를 찾았다.제 발로 이 문턱을 넘어선 것은 정확히 3년 만이었다.그의 어머니……. 가문의 수문장과도 같은 여인은 미동도 없이 그를 맞이했다.“여기는 발도 들이지 않겠다고 선언하더니…… 고작 그 여자와의 혼인 신고서를 내 면전에 대고 자랑하려고 왔니?”어머니의 목소리에는 서늘한 명문가의 오만함이 배어 있었다.요스케는 소파에 깊숙이 몸을 묻으며 자신의 어머니 앞에서 매끄러운 미소를 지었다.“이번 주말 저희 바로 옆 집으로 이사 올 예정입니다.”“뭐? 너 무슨 변덕이니?”“저는 싫다고 했습니다. 유진이 원합니다. 어머니 곁에서 살고 싶다고.”어머니의 눈썹이 사납게 치켜 올라갔다.“걔는 무슨 생각인 거니? 너희 단독으로 결혼 좀 했다고 받아 줄 거라고 쉽게 착각하나 본데, 네가 막아줘라. 꿈 깨라고…!”“알겠습니다. 암튼 이번 주말에 이사는 올 겁니다. 유진이 고집이 세서.”그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자, 그의 어머니는 기가 찬다는 듯 자조적인 한숨을 내뱉었다.“아주 잘 한다. 그 천박한 어린 여자애 하나를 제대로 처리를 못해서 무슨 큰 일을 하겠다고.”어머니의 조롱이 떨어짐과 동시에, 순식간에 그의 눈동자가 잔혹한 맹수처럼 사납게 날카로워졌다.일순간 공기에 한기가 느껴졌다.아무리 지금 잠시 그룹의 회장직을 놓고 있다고 해도, 그는 렉스 그룹의 실질적인 제왕이었다.그리고 이제 그는 다시 자신의 자리를 되찾아 올 것이었다.유진을 지키기 위해.자신의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요스케는 천천히 상체를 앞으로 숙이며 자신의 어머니에게 무시무시한 경고를 아무렇지 않게 내뱉었다.“다시는 유진이 괴롭히지 마세요. 혹시라도 유진에게 이혼하라고 말 한 마디라도 하시면, 저 평생 어머니 안 봅니다. 어머니 장례식도 안 올 겁니다.”“그래. 나도 아들 없는 셈 치겠다. 다시는 내 앞에. 렉스 그룹으로 돌아오지 말아라.”그는 순간 잔인한 실소를 터트렸다.“어머니 맘대로 안될 겁니다. 렉스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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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71

커다란 저택의 거실 한복판에 홀로 앉아 있던 요스케의 어머니는 예고도 없이 단신으로 들이닥친 유진을 보면서 차가운 안색을 숨기지 않았다.“요스케는 어디 가고 네가 왔니?”유진은 주눅 들기는커녕 단정하고 매끄러운 미소를 지으며 무릎 위에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았다.“제가 이삿짐 풀어 달라고 부탁했어요. 그리고 요스케와 같이 여기 오면, 어머니와 말도 못 섞게 하실 것 같고. 매일 얼굴 뵐 텐데 계속 어머님 불편하게 해 드릴 수는 없어서 요.”이제 그의 어머니는 그녀의 시어머니가 되었다.유진은 정중하고도 당당하게 그녀를 어머님이라는 호칭으로 모셨다.그때 어머니가 들고 있던 도자기 찻잔을 테이블 위로 신경질적으로 탁 소리가 나게 내려놓았다.찻잔 위의 차가 아슬아슬하게 출렁였다.“나 불편 안하게 한다는 애가 옆 집으로 이사를 오니?”유진은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그리고 솔직하고 담담하게 자신의 잘못을 그녀에게 고백했다.“잘못 했습니다. 제가 미우신 거 알아요. 제가 어머니와의 오랜 약속을 저버리고 신뢰를 드리지 못했으니, 어머님께서 저를 미워하시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런데 제가 살고 싶어서요. 제가 어머님의 소중한 아들 없이는 살아갈 수가 없어서 염치 불구하고 붙잡았습니다. 평생 남편과 이 가문을 위해 속죄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아주 너 같이 여우 같은 애는 처음이다. 내가 너 이런다고 다 잊고 받아줄 거라고 쉽게 착각한 모양인데…… 어림없다.”“알고 있습니다. 제가 무리하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부모 사랑을 못 받고 자라서…… 어머님 정이 그리워서요.”순간 어머니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날카로워졌다.유진은 도망치지 않고 그 매서운 시선을 똑바로 받아냈다.“이런 처량한 신파극을 늘어놓으면, 네가 널 불쌍하게라도 여길 거라고 생각하나 본데, 착각하지 마라.”그 서슬 퍼런 조롱에도, 유진은 오히려 더 우아한 미소를 지어보였다.대범하다 못해 오만한 유진의 여유로움에, 냉정함으로 무장했던 어머니의 눈가에 기분 나쁜 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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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72

“어머니, 다음 주부터 매일 아침 8시에 저희 집으로 오세요.”혼인신고를 마치고 바로 옆집으로 이사를 끝마치기가 무섭게 요스케는 본가의 어머니를 향해 명령에 가까운 제안을 던졌다.전화를 받은 어머니는 귀를 의심하며 실소를 터뜨렸다.한평생 가문의 절대 권력자로 군림해 온 자신에게 감히 아침 문안인사를 오라니…해괴망간한 하극상에 그녀의 냉정함이 깨졌다.“왜? 아침 문안인사를 내가 직접 가서 챙겨 받으라는 거냐?”“네. 두 사람이 움직이는 것보다 그게 낫잖아요. 애들 나오면 네 식구가 움직여야 하는데 어머니가 오세요.”요스케의 목소리는 너무도 당당해서 오히려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어머니는 기가 막혀 테이블을 탁 쳤다.“미친 놈. 아주 이런 머저리가 따로 없어.”“네. 저 머저리 맞고요. 그러니까 주중에만 오셔서 아침식사 하시고 가세요. 주말은 유진이 아침잠 자야 해서 오시지 마시고요.”“아주…… 너 이렇게 나 골탕 먹이는 걸로 복수하는 거지?”“맘대로 생각하세요. 그럼 월요일 아침 8시에 뵐 게요.”뚝 하고 끊기는 통화. 어머니는 분통이 터져 가슴을 쳤다.하지만 약속된 월요일 아침 8시가 되자, 마치 자석에 이끌리듯 결국 유진과 요스케의 신혼집 현관문을 열고 걸어 들어왔다.“저희 출근해야 하니까, 식사 바로 하시죠.”요스케가 어머니를 보자마자, 예의도 없이 아침 문안 인사도 건너뛰고 일처리하듯 본론부터 들이밀었다.“밥 먹으러 왔으니, 밥 먹고 가라는 거니?”“네.”차려진 아침 상 위로 맑고 깊은 향을 풍기는 도미탕이 올랐다.한 숟가락 국물을 떠먹은 어머니는 순간 눈동자가 크게 확장되며 살짝 놀라는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진짜 맛있죠?”그 오만한 어머니의 숟가락이 멈칫하는 것을 포착한 요스케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슬쩍 물었다.어머니는 애써 태연한 척 목을 가다듬으며 칭찬을 아꼈다.“요리하시는 분을 잘 골랐구나”“유진이 만든 거에요. 오늘 새벽에 수산시장 가서 재료 직접 사다가……”요스케의 은근한 자랑에 어머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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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73

요스케의 결혼 소식에 하루가 멀다하고 류의 본가에 친지들이 찾아왔다.밀려드는 손님치례에 어머니는 눈코뜰새 없이 시간을 보냈다.“아유~ 축하드립니다. 드디어 류 회장이 가정을 꾸리네요.”“아이를 가졌다는 소문이 있던데…… 참으로 축하드립니다.”“류 회장이 렉스에 복귀하고 렉스 그룹 주가가 많이 뛰었습니다. 역시 류 회장입니다.”대부분 축하를 건넸다.하지만 그들의 시선 끝은 언제나 그녀의 눈치를 살피느라 정신이 없었다.“네. 이렇게 찾아주시고 축하까지 직접 해주시러 왕래까지 오셔서 감사합니다. 요스케에게 정식으로 인사드리라 전하겠습니다.”어머니는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미소를 지으며, 그들에게 속내를 보이지 않았다.형식적인 인사치례가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던 그때.그녀의 하나뿐인 여동생이 드디어 그녀를 찾아왔다.“언니, 나 왔수다. 그동안 정신 없을 것 같아, 전화도 일부러 안했는데 괜찮은 거지?”유일하게 편한 자신의 편을 만나자 어머니의 표정에서 우아한 미소 대신 짜증난 표정이 얼굴에 걸렸다.“아주 난리도 아니었다. 아주 지맘대로 결혼식까지 해버려서. 하루면 끝날 난리를 석달을 이러고 있었으니…… 아주 이 놈의 새끼가 원수다.”“그럼 결혼식을 한번 더 시키지 왜 고생을 사서 했어?”“유진이가 임신 중이라 절대 안된다고 못을 박으니…… 거기다 내가 뭐라고 한다고 걔가 말을 듣니?”“호호호. 암튼 언니는 생긴 거에 비해 독하지를 못한다니까. 내 뭐랬어? 언니 요스케한테 질 거라고 그렇게 말해도 인정안하더니, 암튼 고생했어.”그때 도우미가 다과를 내왔다.어머니는 도우미가 내온 다기에 알맞게 알맞게 찻잎가루를 넣고 차센(대나무거품기)로 빠르게 저어 차를 준비했다.다기와 함께 나온 다과 접시를 본 여동생이 차도 준비하기 전에 다과 하나를 집어 입에 넣었다.“어머… 이거 맛있네. 안에 고구마필링인가? 산 건 아닌 것 같고…”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전통 한과를 맛본 여동생이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어머니는 짐짓 별 거 아니라는 표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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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74

도쿄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고층 빌딩.황금빛 도쿄역의 붉은 벽돌 지붕과 거미줄처럼 얽힌 철로너머로 푸른 황궁의 공원이 내려다 보였다.KL의 본사 대표이사 사무실로 출근을 하자마자, 비서가 정성스럽게 포장된 작은 가죽 상자와 싱그러운 초록빛 허브 꽃바구니를 들고 들어와 유진의 데스크 위에 올려놓았다.“이거 뭐예요?”유진이 서류를 검토하던 시선을 들어 올리며 물었다.“류 회장님께서 보내신 선물입니다.”“아, 네. 알겠습니다.”비서가 깍듯하게 인사를 올리고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유진은 제일 먼저 상자의 실크 끈을 풀어 안을 확인했다.상자 안에는 프랑스 파리의 최고급 베이커리의 에클레어와 영롱한 보석처럼 빛나는 수제 과일 캔디가 크리스탈 용기에 담겨 있었다.평소 단 음식을 싫어하는 자신의 입맛을 모를 리 없는데.요스케가 보낸 뜬금없는 디저트 폭탄에 유진은 잠시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이내 휴대폰을 집어 들어 그에게 바로 통화버튼을 눌렀다.“이거 뭐예요?”“너 먹으라고.”휴대폰 너머로 들려오는 들려오는 요스케의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에 기분 좋은 다정함이 가득히 배어 있었다.“아는데. 혹시 딴 여자한테 보내려다 나한테 실수로 보내진 건 아니죠?”“뭐?”아내의 앙큼한 도발에 그의 어조가 순식간에 서늘하게 가라앉았다.그런 그를 골려 먹으려는 듯 유진이 말을 이어갔다.“그럼 나 디저트 별로 안좋아하는 것도 모를 만큼 나한테 관심이 없나?”“확실히 아침이라 예민해.”“ㅎㅎㅎ. 근데 나 좋아하지도 않는 걸 파리에서 직접 공수해서 보냈다고요?”휴대폰 너머, 그가 어조를 확 낮추며 조용히 속삭였다.“너 오늘부터 그날이잖아.”“응? 아…… 그걸 어떻게 알았어요?”“내가 너에 대해 모르는 게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아…… 당신 그 병.”“불치병이야. 근데 오늘부터 5일 너 없이 나 또 독수공방이지? 난 진짜 괜찮은데…… 그냥 같이 있어주면 안돼? 나 너 없음 못 자는 거 알잖아.”요스케의 징징거림에, 유진은 터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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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75

“어? 여기 내가 이미 팔았는데……”두 사람의 지독한 과거가 묻힌 곳.유진의 아사쿠사의 한적한 골목에 있는 예전 유진의 주택이 개조되어 있었다.세련되게 뻗어 올라간 3층 규모의 현대적인 건물이 요새처럼 버티고 서 있었다.요스케는 대형 SUV차량을 1층 주차장에 매끄럽게 밀어 넣으며 픽 웃었다.“여기를 어떻게 정리해? 우리가 다시 시작한 곳인데.”그가 차 시동을 끄고 유진 쪽으로 상체를 스르륵 기울였다.그의 짙은 눈동자에 위험하고도 노골적인 열기가 차올랐다.“그 날 우리가 얼마나 뜨거웠는지 기억하지? 너…… 그 날 완전히 달아올라서 나 죽일 뻔 했던 거?”순간 유진의 귓바퀴부터 목덜미까지 발갛게 물들었다.요스케의 낮게 울리는 유쾌한 웃음소리가 차 안을 가득 채웠다.“아, 근데…… 완전히 달라졌는데요?”“내려. 구경 시켜 줄 테니까.”2층에 위치한 주택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드레스룸과 파우더 룸이 있었다.그리고 드레스 룸에서 연결된 문을 열자 바로 침대가 놓여져 있고 작은 소파 라운지가 도쿄스카이트리가 보이는 큰 통창 앞에 놓여져 있었다.“레이아웃이 좀 특이하네요. 그럼 키친은? 이 키친렛 바가 전부는 아니죠?”“일단 3층 올라가 봐.”요스케가 유진의 가녀린 허리를 뒤에서 부드럽게 감싸 안으며 3층을 향해 계단 위로 등을 밀었다.3층 전체가 최고급 호텔 스파를 옮겨 놓은 듯한 욕실이었다.큰 욕조와 샤워, 화장실. 그리고 야외테라스에는 파이어플레이스와 작은 야외 다이닝공간이 있었다.“어? 진짜 주방이 없는데?”“응. 너 여기서 밥 할 일 없으니까.”요스케의 커다란 두 손이 유진의 어깨를 강하게 낚아채 자신에게로 바짝 당겼다.단단한 가슴에 살갗이 밀착되는 순간, 뜨거운 숨결이 유진의 목선 아래로 쏟아졌다.그는 참지 못하겠다는 듯 유진의 블라우스 단추를 거칠게 풀어내며 그녀의 옷을 급하게 벗겨 내기 시작했다.얇은 천이 기운 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황금빛 도쿄의 야경 아래, 유진의 새하얀 나신이 그대로 그의 눈 앞에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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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76

유진은 꼿꼿하게 허리를 펴고 그의 하복부 위에 올라앉았다.오만한 표정으로 차갑게 내려다보는 그녀의 시선에 요스케는 숨을 훅 들이켰다.“말해요. 당신이 원하는 게 뭔지.”아…… 그 나른하면서도 당돌한 모습만으로도 그대로 절정이 터질 것만 같았다.얇은 레이스 팬티 아래로 묵직하게 부풀어 오른 그의 남성이 뜨거운 존재감을 드러냈다.요스케는 자기도 모르게 허리를 달싹이며 더 가깝게 마찰해 들었다.“키스…… 키스해줘.”그의 간절한 주문에 유진이 유연하게 상체를 숙였다.닿을 듯 말 듯 그늘을 드리운 그녀는 그의 아랫입술을 살짝 베어 물더니, 이내 가차 없이 입술을 떼어냈다.급작스러운 갈증에 안달 난 요스케가 머리 위로 묶인 두 손을 끌어내려 유진의 목덜미를 감싸 안으려 했다.“회장님, 반칙 하시면 안돼죠.”유진은 한 손에 체중을 실어 그의 손목을 다시 머리 위 바닥으로 가차 없이 눌러 결박했다.그러고는 다시 그의 눈동자를 지그시 바라보며 속삭였다.“다음은 뭘 해 드릴까요? 구체적으로 말해요.”[구체적으로? 말로 먼저 상상을 시키겠다는 건가. 아…… 오늘 밤은 작정하고 날 말려 죽일 셈이구나.]요스케의 눈빛이 깊은 욕정으로 시뻘개졌다.“아…… 깊게 키스해 줘. 아랫입술을 강하게 머금다가 내 혀뿌리까지 깊숙이 빨아줘.”유진의 촉촉한 입술이 포개졌을 때, 이미 이미지로 뜨겁게 달아오른 그의 입 안에는 타는 듯한 침이 가득 고여 있었다.유진은 그가 지시한 주문을 정확하고 세밀하게 이행했다.질척하고 축축하게 얽히는 마찰음이 밀폐된 욕실 공기를 타고 잔인하게 귓가를 자극했다.“손으로도 만지면서 키스해 줘. 이번에는 네 혀를 더 깊게 밀어 넣고.”“손으로 어떻게 만질까요? 손가락으로 링을 만들까요? 아님 손바닥으로 부드럽게 쓰다듬어 드릴까요?”“손바닥으로 문지르다가…… 손 안에 꽉 쥐어줘.”이번에도 그녀는 그가 원하는 대로 정확히 움직였다.그러나 손길이 이어지던 순간, 유진이 은근하게 고개를 숙여 그의 귓가로 향했다.탐스러운 입술로 귓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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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77

“내가 너 왜 처음부터 반대 했는지 아니?”며칠 뒤, 본가의 정갈한 다도실.차분하게 끓어오르는 찻물 소리만이 가득한 공간에서 류의 어머니가 나직하게 물었다.결혼 후 제법 사이가 다정해졌다고 생각했던 시어머니의 입에서 다시금 흘러나온 서늘한 질문에 유진은 찻잔을 쥐고 있던 손가락에 은근한 힘을 주었다.“제가 부족해서 그러셨겠죠. 저 알아요, 어머니.”유진이 고개를 숙이며 담담하게 대답하자 어머니는 찻잔을 내려놓으며 깊고 쓸쓸한 한숨을 내쉬었다.“아니. 처음 요스케가 널 소개할 때 그 얘 말대로 내가 요구하는 며느리 조건에 하나도 빠짐없는 게 너였다. 근데도 난 네가 싫었다.”유진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녀는 조심스럽게 시어머니의 매서운 눈동자를 바라보았다.“어머니…… 혹시 저 요즘 뭐 잘못한 거 있어요? 말씀해 주시면 고치겠습니다.”“너 잘못한 거 없다. 근데 가끔 화는 난다. 너 내 아들 힘들게 하는 것 같아서.”“네? 제가요?”유진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눈을 크게 뜨자 어머니는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유진을 똑바로 응시했다.“너 처음부터 요스케 좋아했니?”유진은 과거 스위스 시절부터 마음속 깊이 숨겨두었던 짝사랑과 상처의 기억들이 떠올라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다.“아, 존경하고 있었습니다.”어머니가 코웃음을 쳤다.“존경? 넌 참…… 난 너 처음 만나기 전부터 너와 요스케 사이 이미 알고 있었다. 어떻게 모를 수가 있니? 내 아들 여자들이랑 길어야 3달이면 질리는 놈이었는데. 너와 3년을 넘게. 거기다 너무 어리고, 솔직히 그때부터 너랑 보통 사이로 끝나지는 못하겠구나 싶었다.”“아…… 네.”“그래서 내가 사람을 시켜서 너희 두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을 전부 조사하고 사진을 찍어오라고 시켰지. 근데…… 내 손에 들어온 수백 장이 넘는 파파라치 사진들마다, 아주 특이한 점이 한 가지 있더구나.”어머니의 목소리가 낮아지며 자식을 둔 어미의 근원적인 짜증이 묻어났다.“그 수백 장의 사진 속에서, 너는…… 내 아들 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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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78

“유정 언니…… 창현 씨랑 결혼한다네요.”침대에서 서류를 정리하던 유진이 넌지시 흘린 말에, 요스케는 침대의 헤드보드에 상반신을 깊숙이 기댄 채 미소를 지었다.“결국 그렇게 되는구나. 사랑이 없다, 열정이 없다 그렇게 혼자 세상 고고한 척 헛소리를 해대더니… 결국 가장 계산적이고 안전한 실리를 따라가네. 역시 오유정답다.”“두 사람… 그래도 잘 살겠죠?”유진이 조금은 걱정스러운 듯 묻자, 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유진의 머리카락을 만졌다.“아마도? 둘 다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이잖아. 연애 기간은 짧았어도 둘이 오랜 시간 좋은 친구 관계로 지내왔고 무엇보다 둘 다 겁이 많고 소심해서 인생에 큰 사고는 못 칠 테니까.”“유정 언니가 소심하다고요? 나한텐 세상 무서울 것 없는 깡패 언니인데?”“몰랐어? 오유정이 절대 모험 같은 건 못 할 성격인 거? 너처럼 모든 걸 내던지는 독종이 아니야. 그래서 걔 인생은 항상 무난하고 평탄하잖아. 사고 치기 딱 직전. 아슬아슬한 선까지만 가고 절대 선은 안 넘으니까.”그의 날카로운 분석에 유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그렇게 생각해 보니까 진짜 그러네요.”유진은 마른침을 한번 삼키고는 이 대화의 진짜 본론인 폭탄을 조심스럽게 꺼내 들었다.“근데…… 언니 결혼식에 그 사람 올 것 같아요. 창현 씨 베프라…… 안 올 수가 없는 자리라서요.”그 사람.이름 석 자를 굳이 입에 담지 않아도 두 사람이 동시에 떠올릴 수밖에 없는 존재.에구치 요스케.요스케의 매끄러운 턱관절이 순간 단단하게 굳어졌다.실내의 공기가 일순간 서늘하게 내려앉았다.유진이 그의 눈치를 살피며 나직하게 물었다.“괜찮아요, 당신?”“안 괜찮으면 어쩌려고.”그가 자조적으로 웃으며 유진을 바라보았다.“그렇다고 네가 하나뿐인 사촌언니 결혼식에 안 갈 수도 없잖아. 너한테 세상에 남은 유일한 진짜 가족인데. 내가 안 괜찮다고 하면 안 가기라도 할 건가, 서유진?”“그러니까 당신 괜히 혼자 속으로 스트레스받지 마요. 걱정 안 해도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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