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숲의 밤은 지독하리만치 고요했다.은신처를 옮긴 뒤, 숲 사람들은 활기를 되찾았다.외부의 위협으로부터 멀어졌다는 안도감과 루미엘이라는 신성한 존재가 자신들을 지켜주고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하지만 모두 잠든 시간.형용할 수 없는 공허가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숲 중앙, 사제 처소.거꾸로 자란 고목 뿌리가 천장을 이룬 그럴싸한 요새였다.잠든 루시앙.아니, 루미엘….아이는 더 이상 내 아들 루시앙이 아니었다.사람들 고민을 듣고, 숲의 흐름을 정하며, 소금쟁이 요정을 한 마디로 제압하는 아이.은빛 눈동자에 서린 자애로움은 따뜻했지만, 그 온기는 만인을 향한 평등한 빛일 뿐.어미를 향한 특별한 애정은 희미해져 있었다.손을 뻗어 아이 뺨을 만지려다 멈칫했다.아이 주변 은빛 광채가 내 손끝을 밀어내는 착각이 스몄다.‘루시앙, 너 내 아들 맞는 거지?’입 밖으로 내뱉지 못한 질문이 목구멍을 타고 쓰게 넘어갔다.그때였다.“마리안 사제님.”처소 입구, 그림자가 짙은 곳에 카일이 서 있었다.그는 갑옷을 벗지 않은 채였다.언제든 검을 뽑을 수 있도록 긴장을 늦추지 않는 그의 모습이 애처로웠다.“카일, 이 시간에 어쩐 일이세요?”“순찰하던 중 사제님 처소에 불이 꺼지지 않아 들렀습니다. 표정이…. 좋지 않으시군요.”카일은 천천히 다가와 침상 곁에 섰다.그는 잠든 루시앙을 한참 내려다보았다.그의 눈에도 아이의 변화가 낯설게 느껴지는 걸까…?“아이 숨소리가 너무 고요하죠?”침묵을 깬 것은 나였다.“예전엔 자면서 칭얼거리기도 하고, 내 옷자락을 꼭 쥐기도 했는데…. 이젠 조각상처럼 누워 있어요. 꿈조차 꾸지 않는 신의 현신처럼요.”“...루미엘 님 신성이 깨어났기 때문이겠지요. 그것은 축복입니다, 사제님.”“알아요. 축복인 거. 하지만 카일, 나는 나쁜 어미인가 봐요. 세상이 구원받는 것보다 내 품에서 투정 부리던 루시앙이 그리워요. 아이가 완전한 신이 되어버리면….”억눌렀던 감정이 터져 나왔다.사제라는 직함.숲의 결정권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