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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화. 사랑의 맹세

مؤلف: 서이화
last update تاريخ النشر: 2026-06-04 22:27:11

그의 품에서 난 그저 평범한 여인이었다.

보호받고 싶은 유일한 사람.

내게 카일은 그런 사람이었다.

작은 틈도 허락지 않은 우리.

원했던 만큼 더 간절히 서로를 품었다.

“마리안….”

“네?”

망설이던 그가 어렵게 말을 이었다.

“저…. 그게…. 한 가지만 약속해 줄래요?”

“어떤…. 약속이요?”

“루미엘님이 왕국을 안정적으로 통치하게 된 후엔.”

“네.”

“저와 함께….”

‘어서 말해요. 카일.’

말끝을 흐리는 그.

이번엔 내가 먼저 용기를 내었다.

“네! 그렇게 할게요.”

그의 눈망울에 작은 물방울이 맺혔다.

나 또한 그랬다.

“저도 당신을 원해요. 그날이 오면 당신 여자로만 살고 싶어요.”

“마리안….”

그의 입술이 내 것에 닿았다.

처음 느끼는 편안함과 은은한 격정이 날 휘감았다.

서로 호흡이 닿는 순간.

느껴지는 전율이 내 온몸을 타고 심장까지 흔들어 놓았다.

그의 눈물을 닦아주자, 내 속 더 깊숙한 곳까지 카일이 들어왔다.

우리는 그날 몸짓으로 약속을 대신했다.

그를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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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빛 눈의 아이를 낳았다   93화. 검은 산맥

    바위에 새겨진 붉은 문자가 경고하고 있었다.신을 버린 자들의 영토.“버려진 것이 아니라, 잊힌 거겠죠. 제가 기억해 주러 왔습니다.”루미엘의 속삭임이었다.마주한 곳은 하늘조차 먹구름으로 뒤덮인 불모지였다.공중에 머물러 있는 물기둥.땅은 날카로운 수정 조각들이 솟아난 곳이었다.“이곳은 대륙 마력 흐름이 완전히 끊긴 곳입니다. 제 성검조차 힘을 쓸 수 없습니다.”카일이 성검 자루를 꽉 쥐며 경계했다.실제로 성검의 찬란한 빛도 흐릿해져 있었다.이곳에서 빛을 발하는 유일한 것.루미엘 은빛 눈동자뿐이었다.어둠만이 지배하는 낯선 곳.“사부님, 신이 이들을 버린 게 아니라, 이들이 자신을 스스로 가둔 곳이에요. 누구도 들어오지 못하게 문을 걸어 잠근 아이 방 같아요.”거대한 수정 성채와 수십 명의 로브를 쓴 자들이 우릴 가로막았다.공허의 현자라 불리는 자가 공중에 있었다.소용돌이치는 눈을 한 그자.“신의 아들. 은빛 아이! 너의 그 가식적인 빛은 절대적 허무 앞에서 한낱 촛불에 불과하다.”우리 앞에 나타난 커다란 검은 구멍.모든 걸 빨아들이는 공허의 늪이었다.아라의 새벽과 붉은 돌이 굉음과 함께 우리를 호위하며 주위를 맴돌았다.존재 자체를 지워버리는 무(無)의 힘을 다루는 공허의 현자.그가 만든 거대 구멍 또한 파도를 만들어 신물에 대항했다.거센 대항앞에 그 자신 또한 흔들리고 있었다.그를 향해 루미엘이 조용히 걸어 나갔다.“공허의 현자, 멈추세요. 당신은 허무 뒤에 숨은 것뿐이에요. 당신 심장은 크게 울고 있어요. 무섭다고, 외롭다고….”“닥쳐라! 신은 우리가 학살당할 때 침묵했다. 우리는 그 침묵 속에서 공허를 발견했고, 그것이 세상의 진리임을 깨달았다. 빛은 결국 꺼지지만, 어둠은 영원하다.”외침과 함께 생명력을 갈아 넣은 공허의 현자.폭풍을 소환했다.“루미엘, 안 돼. 공허의 구멍으로 그림자라도 들어간다면, 너의 존재는 무(無)로 돌아가게 돼.”나는 루미엘을 감싸 안으며 폭풍을 견뎠다.그런 나를 보호한 것은

  • 은빛 눈의 아이를 낳았다   92화. 성검 아라의 새벽과 통곡의 계곡

    루미엘 신성이 카일 육체를 타고 흘러 거룩한 형체를 완성했다.“시험해 보시겠습니까?”카일이 검을 휘두르자, 은빛 잔상이 남았다.만족스러운 듯 미소 짓는 루미엘.“아름다워요, 카일 사부님. 이 검의 이름을 아라의 새벽이라 부릅시다. 가장 어두운 밤을 끝내고 아침을 불러오는 검이죠.”완성된 아라의 새벽.긴 여정의 길잡이였다.자치령 백성들은 성문 앞에 모여 떠나는 우리를 위해 기도했다.“루미엘님, 가셔야만 합니까?”백성들 애원과 흐느낌으로 가득 찬 성문.루미엘은 자애로운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여러분, 제가 떠나는 것은 여러분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모두 맞이할 내일에서 어둠을 걷어내기 위함입니다. 제가 돌아올 때까지 이곳을 지켜주세요.”루미엘 축복과 함께 성문이 열렸다.성검 아라의 새벽을 등에 멘 카일.루미엘 한 걸음 앞에서 길을 열었다.“어머니, 이제 시작이에요.”“그래, 우린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동쪽 검은 구름이 괴수 형상으로 우리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유난히 빛나는 아라의 새벽.어떤 어둠도 침범할 수 없는 선명한 이정표였다.자치령 푸른 숲의 끝자락.눈앞에 펼쳐진 것은 생명이 거부당한 통곡의 계곡이었다.검게 타버린 채 갈라진 대지.이름 모를 짐승 뼛가루가 먼지처럼 떠다녔다.수백 년 전 대전쟁 당시 학살당한 원혼이 떠도는….대륙에서 가장 불길한 곳이었다.“루미엘, 이곳은 지독한 원한으로 가득 차 있구나.”“...”조용히 주위를 살피는 루미엘.카일이 다시 앞장섰다.“성검이 인도하는 길 뒤에서 따라오십시오.”카일이 성검 아라의 새벽을 뽑아 들었다.그 어느 때보다 날카롭게 주위를 살피는 카일.원혼 울음소리가 바람결에 섞여 들려왔기 때문이었다.“저들은 적이 아니에요. 그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길 잃은 아이일 뿐이에요.”루미엘은 가슴 아픈 표정으로 잿빛 먼지를 바라보았다.계곡 깊은 곳.검은 연기가 솟구치며 형체를 갖추기 시작했다.과거 왕국 정예병이었으나 지금은.그림자 기사단이었다.육체는

  • 은빛 눈의 아이를 낳았다   91화. 가면 쓴 자들의 성소

    “두 분께서 너무 예민하시다. 저들은 귀한 선물도 가져왔는데….”광장에 모인 자들의 웅성거림.현자 우두머리를 응시하는 은빛 눈동자.루미엘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심장에서 뽑아낸 검은 씨앗이구나.”루미엘 시선이 그곳에 머물자 열린 상자.잿빛 씨앗에서 검은 연기가 솟구쳤다.영혼 파괴자.악의 심장 한 조각이 공중에 떠올랐다.두려움에 휩싸인 백성들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고, 꽃들이 순식간에 검게 타들어 갔다.“신의 아들 성역을 더럽힌 죄, 영혼으로 갚아라!”분노 섞인 사제의 선언.신물인 붉은 돌이 악의 심장을 조각내 버렸다.악령의 본질을 소멸시키는 천계의 단죄였다.현자로 위장했던 자들은 본모습을 드러냈다.살점 없이 뼈와 그림자로만 이루어진 악의 사도들.최후 발악으로 루미엘에게 저주를 퍼부으려 다가왔다.“빛의 사도들이여! 깨어나라.”선포와 함께 자치령 전체에 진동이 일어났다.악의 사도들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하얀 재가 되어 흩어졌다.정화의 빛은 검은 독기를 모두 거두어 루미엘 손바닥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손바닥에 모인 독기.대륙에서 오고 있는 어둠의 파편이었다.“저들은 시작일 뿐이에요. 동쪽 검은 산맥이 깨어나고 있어요.”소동이 가라앉은 후.카일은 루미엘 앞에 자신의 무력함을 자책했다.“저들의 간계를 미리 막지 못한 저의 불찰입니다.”“아니요, 어머니 붉은 돌과 사부님 검이 없었다면 정원은 이미 무덤이 되었을 거예요.”루미엘 맑은 눈을 보며 뜨거운 불꽃이 가슴에 타오른 카일이었다.다가올 대전쟁.미래의 눈이 그곳으로 날 데려갔다.끔찍한 형상들이 모두 일어난 형국이었다.피할 수 없는 그날.전의를 다지며 동쪽 하늘을 주시했다.불길한 보랏빛 번개가 소리 없이 번뜩이고 있었다.“어머니, 그들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우리가 어둠의 심장으로 가야 할 때가 왔어요.”자치령은 겉보기에 평화로웠으나, 루미엘 눈에 비친 세상은 달랐다.백성들은 루미엘과 카일 그리고 내 위엄 앞에 더욱 깊은 신뢰를 보내게 되었다.동쪽

  • 은빛 눈의 아이를 낳았다   90화. 왕좌 없는 왕국

    “보세요. 당신들이 던진 것은 돌이 아니라, 당신들 형제와 이웃이 살아야 조각들입니다.”루미엘 목소리가 온 광장에 울려 퍼졌다.공중에서 멈췄던 돌덩이들은 가루가 되어 흩날렸다.닿는 곳마다 병사들 마음속 자리 잡았던 살의와 탐욕이 사라졌다.그때.공작이 고용한 암살자들이 튀어나와 루미엘 심장을 향해 날아들었다.무방비 상태인 루미엘.하지만.그들이 루미엘에게 닿기 전.그림자가 솟구쳐 세 명의 최정예 암살자를 무력화했다.“루미엘님께 손을 대는 자, 영혼조차 남지 않으리라.”카일은 대검을 높이 들고 선언했다.“이곳은 루미엘님의 성역이다. 감히 세속의 날로 신성을 더럽히려는 자가 있다면, 내가 대륙의 끝까지 쫓아 멸하겠다.”병사들은 카일 기백 앞에 무기를 버리고 엎드렸다.나는.성벽 아래 부상한 병사들과 굶주린 시민들 사이로 들어갔다.왕궁 창고를 열어 곡식을 나누어 주었고, 아들이 정화한 물로 사람들의 상처를 닦아주었다.“루미엘은 백성을 억압하려 온 왕이 아닙니다. 함께 신의 나라를 만들기 위해 온 것입니다.”날 통해 보여준 신의 따뜻한 손길은 루미엘 기적만큼이나 강력했다.공포에 떨던 백성들은 하나둘씩 횃불을 끄고 무릎을 꿇었다.전장(戰場)이었던 광장.순식간에 통곡과 참회의 현장으로 변했다.사람들은 깨달았다.자신들에게 필요한 것은 강력한 통치자가 아닌.고통에서 일으켜 줄 마음 따듯한 왕이었음을.햇빛 찬란한 다음 날.루미엘은 왕관을 거부했다.왕궁의 높은 담장을 허물고 누구나 들어와 쉴 수 있는 치유의 정원을 만들 것을 선포했다.“오늘부터 이곳에는 왕이 없습니다. 오직 서로를 돌보는 이웃들만이 있을 뿐입니다. 왕궁을 신의 정원이라 부를 것입니다.”루미엘의 선언과 함께 왕국의 국호는 사라졌다.혈연과 권력이 아닌….은빛 신성 중심으로 모인 새로운 공동체가 형성됐다.우리는 모두 알고 있었다.루미엘은 한 나라의 왕이 아닌 대륙의 등불 같은 존대가 되었음을….“루미엘님, 이제 대륙의 모든 절망도 이곳을 향해 몰려올 것입니다.

  • 은빛 눈의 아이를 낳았다   89화. 황금 옥좌의 몰락

    알현실의 황금 문이 천천히 열렸다.어두컴컴한 실내.루미엘 은빛으로 인해 정오의 태양보다 더욱 눈부시게 변했다.왕은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비명을 질렀다.“멈춰라! 그 천한 발로 어디를 밟으려 하느냐?”대검을 바닥에 꽂은 카일.묵직한 진동이 알현실 전체를 울렸다.“무례하다, 찬탈자여. 옥좌에 앉아 빛을 가려온 대가를 치를 시간이다. 널 향한 마지막 기회다. 무릎 꿇고 네 죄를 직시하라.”루미엘의 호령.심판관의 무게를 지니고 있었다.권위에 압도된 왕은 옥좌 뒤로 몸을 숨겼다.왕좌 계단 바로 밑까지 다가간 루미엘.은빛 눈동자.왕을 공포에 몰아넣기에 충분했다.“황금 옷을 입고도 왜 떨고 있느냐. 많은 병사는 어디 가고 너 홀로 이곳에 있느냐.”“닥쳐라! 너는 마녀의 자식일 뿐이다. 네가 가진 그 빛은 속임수다.”루미엘은 슬픈 미소를 지었다.왕이 입고 있던 화려한 비단옷과 보석들이 하나둘씩 빛을 잃고 길가에 뒹구는 돌과 낡은 천으로 변해갔다.그토록 집착하던 권력의 상징들.루미엘의 신성 앞에 보잘것없는 모습으로 돌아갔다.“네가 지키려던 것이 이처럼 차가운 돌무더기였느냐.”루미엘 손바닥에 새겨진 문양이 눈부시게 박동했다.그 빛이 왕의 가슴을 꿰뚫자, 왕은 비로소 자신이 지은 죄악을 보기 시작했다.굶주려 죽어간 아이들.억울하게 처형된 충신들.그리고 자기 탐욕 때문에 불타버린 마을들.왕은 구토하며 바닥에 쓰러졌다.검을 뽑은 카일이 왕의 목을 겨눴다.“사부님, 검을 거두세요. 죽음은 너무 쉬운 도피처입니다.”“하오나 이 자의 죄는 대지를 적시고도 남습니다.”왕의 머리 위에 손을 얹은 루미엘.머리카락이 하얗게 세어갔고, 그의 눈에 눈물이 흘러내렸다.끝도 없이….루미엘은 그를 죽이는 대신.그가 지은 모든 죄를 평생토록 생생하게 기억하고 속죄하는 기억의 낙인을 찍었다.“자금, 이 시각. 왕의 지위를 박탈한다. 성 밖으로 나가 짓밟았던 사람들의 발을 닦아라. 그들의 용서를 받는 날, 영혼에 깃든 어둠도 걷힐 것이다.”왕이

  • 은빛 눈의 아이를 낳았다   88화. 철의 눈물

    툰 요새를 통과한 루미엘 일행 앞을 가로막은 자.왕국의 마지막 자존심이라 불리는 침묵의 마법기사단이었다.인간 감정이 삭제되고 오직 왕의 명령과 마력의 효율만을 따르도록 개조된 인형들이었다.수백 명의 기사단이 뿜어내는 서늘한 기운에 뒤따르던 백성들은 겁에 질려 뒷걸음질 쳤다.루미엘 한 걸음 앞에서 검을 고쳐 잡은 카일.그의 시선은 기사단의 선두에 선 자들에게 고정되어 있었다.“루미엘님, 여기서부터는 이전의 병사들과 다를 것입니다. 저들은 마음이 비어 있어 빛이 스며들 틈조차 허용하지 않을 테니까요.”카일 목소리에는 루미엘을 향한 깊은 예우가 서려 있었다.그는 15년 전 갓난아기였던 루미엘을 품에 안았을 때부터.자신의 주군이자 지켜야 할 유일한 가치임을 알고 있었다.아니….천계부터 이어진 루미엘을 지키는 자로 인간계에 파견된 천사장.각성한 그가 신의 아들을 수호하려 앞으로 다가갔다.기사단이 기계적인 움직임으로 돌진해 오자, 카일이 번개처럼 몸을 날렸다.루미엘의 축복을 받은 대검이 휘둘러지자,기사들의 마력 방패가 유리 조각처럼 부서져 내렸다.“루미엘님, 뒤로 물러나 계십시오. 저들의 차가운 강철이 당신의 옷깃 하나라도 스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습니다.”폭풍처럼 공격을 몰아치는 카일.그의 검술은 기사단 갑옷 마디마디를 정확히 타격해 그들 움직임을 봉쇄했다.마력의 흐름을 끊어 놓는 정교함이었다.천계의 검술 앞에 마력은 무력화되고 있었다.카일이 길을 트는 동안.루미엘은 나의 손을 잡고 조용히 걸었다.은빛 눈동자는 감정이 거세된 채 인형처럼 휘둘러지는 기사들을 가엽게 바라보고 있었다.“카일 사부님, 잠시만 멈추세요. 저들도 누군가의 아들이고, 누군가의 친구잖아요.”루미엘의 요청에 카일은 즉시 검을 멈췄다.“이미 영혼이 마력에 침식되어 소통할 수 없을 것입니다.”루미엘이 기사들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갔다.그들이 일제히 검을 치켜들었지만, 루미엘이 가볍게 발을 그루자 지면에서부터 은빛 진동이 파도처럼 퍼져나갔다.기사들 머릿속

  • 은빛 눈의 아이를 낳았다   53화. 거부할 수 없는 계약

    53화. 거부할 수 없는 계약“비올렛!”돌아본 그곳에 서 있는 자.유일하게 자신을 여자로 봐주었던 외모가 수려한 청년이었다.비올렛이 처음 사랑에 빠졌던 그 모습.그녀의 메마른 가슴을 뛰게 했던 어린 시절 모르가나였다.심연의 마석이 그의 육체를 가장 찬란했던 때로 돌려놓은 것이다.“당…. 당신은.”비올렛은 떨리는 손으로 그의 얼굴을 어루만졌다.“내가 뭐 달라졌습니까?”“네.”“당신 눈빛…. 오랜만에 날 그렇게 보는군요.”밀려오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모르가나에게 안긴 그녀.억눌러왔던 비극의 기억들이 해일처럼

  • 은빛 눈의 아이를 낳았다   52화. 악마의 돌

    북쪽 경계 탈리온 요새.차가운 칼바람이 몰아치는 절벽 끝에서, 심연의 마석을 받아 든 비올렛은 의기양양했다.손끝에서부터 흘러드는 압도적인 마력이 그녀를 기괴한 흥분으로 물들였다.모르가나에게 투영됐던 탈리온.그 거대하고도 파괴적인 어둠의 존재를 마주했을 때.그녀는 흑마(黑魔)인 그에게서 희망을 봤다.자신을 옭아맨 비참한 운명의 사슬을 끊어낼 유일한 구원의 빛.그것을 잔혹한 어둠 속에서 발견한 것이다.하녀 몸에서 태어난 비올렛.그녀에게 평생을 따라다닌 낙인이자 저주였다.아버지 크로센 공작은 천한 신분인 하녀에게 태어

  • 은빛 눈의 아이를 낳았다   51화. 바람조차 얼어붙은 절벽

    왕국의 북쪽 경계.끝없이 이어진 설원 넘어.바람조차 얼어붙은 절벽 위에 두 개의 그림자가 서 있었다.무릎 꿇은 비올렛.찢어진 드레스 자락이 바위 위로 길게 흩어져 있었다.왕비의 자리도.명예도.권력도.모두 잃었지만.오직 그녀 눈동자에 증오만은 그대로였다.더욱 짙어진 그림자.불씨를 품은 숯처럼 자신을 내어 주고 있었다.“고개를 들어라.”심연에 가라앉은 목소리.검은 갑옷을 걸친 사내가 서 있었다.붉은 눈동자.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으나 인간이라 부를 수 없는 존재.흑마(黑魔) 탈리온.재앙의 이름이었다.“

  • 은빛 눈의 아이를 낳았다   49화. 열린 진실의 문

    “이것이 폐하의 옥새입니다. 그동안 폐하로 둔갑해 왕국을 폐허와 혼란으로 몰아넣은 자는 모르가나 저 자입니다. ”“짐이 흑마법 독에 중독되어 정신을 잃어가던 중에도, 오직 이 순간만을 기다리며 마리안에게 진실을 맡겼다. 왕국의 유일한 적통 승계자는 오직 루미엘 뿐이다.”“폐, 폐하…! 어찌 저에게 이러십니까! 제가 이 왕국을 위해 얼마나….”“네가 한 짓은 왕국을 위한 것이 아니라, 네 탐욕을 위해 나와 내 아들을 죽이려 한 것이다.”앙리의 포효에 연회장 전체가 조용해졌다.상황이 불리함을 직감한 모르가나.붉은 눈동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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