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축하고 비린내가 진동하는 지하 수로를 빠져나오자, 익숙하면서도 지독한 왕궁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화려한 향료와 값비싼 술 냄새.바닥에 깔린 썩어가는 권력의 악취였다.“이곳이군요. 어머니가 고통받으셨던 곳이.”루시앙이 주변을 둘러보며 나직히 말했다.아이가 신성을 억누르고 있음에도 딛는 걸음마다 지하 곰팡이가 정화되며 사라졌다.“마리안 사제님, 이쪽입니다.”비밀 문이 열리며 한 여인이 나타났다.낡은 시녀 복을 입었지만, 눈매만큼은 날카로운 나의 옛 동료, 로사였다.그녀는 나를 보자마자 떨리는 손으로 내 얼굴을 어루만졌다.“정말…. 정말 살아있었군요. 탈출하셨단 소식 듣고 매일 밤 기도드렸는데…. 이런 기적이….”“로사,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죠. 지금은 시간이 없어요. 비올렛의 움직임은 어때요?”나의 냉정한 물음에 로사는 정신을 차린 듯 우리를 지하 창고 안쪽.비밀 회합 장소로 안내했다.그곳엔 비올렛 폭정에 가문이 멸문당하거나, 부당하게 권력을 빼앗긴 귀족들과 하급 관리들이 모여 있었다.그들 중 가장 적극적인 사람들은 루미엘과 같은 해 태어난 아들을 잃은 자들이었다.“예언의 그분입니까?”모여 있던 이들이 루미엘 은빛 눈동자를 신기한 듯 바라봤다.그들 시선을 피하지 않고 고결한 위엄으로 마주한 루미엘.뒤늦게 도착한 카일이 루미엘 뒤로 검을 쥐고 서자,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그렇습니다. 이분은 앙리 왕의 혈통이자, 반신반인(半神半人)이신 루미엘님입니다.”나는 지팡이를 내리치며 선언했다.“우리는 단순히 복수를 하러 온 것이 아닙니다. 흑마법으로 오염된 이 왕궁을 정화하고, 정당한 주인을 왕좌에 앉히기 위해 돌아왔습니다. 여러분, 나를 돕겠습니까?”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하나둘씩 무릎을 꿇기 시작했다.피와 권력이 얽힌 복종의 표시였다.***왕궁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비올렛 침소.자기애가 충만한 그녀는 거울 앞에 앉아 얼굴을 쓰다듬고 있었다.거울에 비친 그녀 피부 위로 뱀처럼 꿈틀대는 검은 혈관.흑마법의 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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