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바위에 새겨진 붉은 문자가 경고하고 있었다.신을 버린 자들의 영토.“버려진 것이 아니라, 잊힌 거겠죠. 제가 기억해 주러 왔습니다.”루미엘의 속삭임이었다.마주한 곳은 하늘조차 먹구름으로 뒤덮인 불모지였다.공중에 머물러 있는 물기둥.땅은 날카로운 수정 조각들이 솟아난 곳이었다.“이곳은 대륙 마력 흐름이 완전히 끊긴 곳입니다. 제 성검조차 힘을 쓸 수 없습니다.”카일이 성검 자루를 꽉 쥐며 경계했다.실제로 성검의 찬란한 빛도 흐릿해져 있었다.이곳에서 빛을 발하는 유일한 것.루미엘 은빛 눈동자뿐이었다.어둠만이 지배하는 낯선 곳.“사부님, 신이 이들을 버린 게 아니라, 이들이 자신을 스스로 가둔 곳이에요. 누구도 들어오지 못하게 문을 걸어 잠근 아이 방 같아요.”거대한 수정 성채와 수십 명의 로브를 쓴 자들이 우릴 가로막았다.공허의 현자라 불리는 자가 공중에 있었다.소용돌이치는 눈을 한 그자.“신의 아들. 은빛 아이! 너의 그 가식적인 빛은 절대적 허무 앞에서 한낱 촛불에 불과하다.”우리 앞에 나타난 커다란 검은 구멍.모든 걸 빨아들이는 공허의 늪이었다.아라의 새벽과 붉은 돌이 굉음과 함께 우리를 호위하며 주위를 맴돌았다.존재 자체를 지워버리는 무(無)의 힘을 다루는 공허의 현자.그가 만든 거대 구멍 또한 파도를 만들어 신물에 대항했다.거센 대항앞에 그 자신 또한 흔들리고 있었다.그를 향해 루미엘이 조용히 걸어 나갔다.“공허의 현자, 멈추세요. 당신은 허무 뒤에 숨은 것뿐이에요. 당신 심장은 크게 울고 있어요. 무섭다고, 외롭다고….”“닥쳐라! 신은 우리가 학살당할 때 침묵했다. 우리는 그 침묵 속에서 공허를 발견했고, 그것이 세상의 진리임을 깨달았다. 빛은 결국 꺼지지만, 어둠은 영원하다.”외침과 함께 생명력을 갈아 넣은 공허의 현자.폭풍을 소환했다.“루미엘, 안 돼. 공허의 구멍으로 그림자라도 들어간다면, 너의 존재는 무(無)로 돌아가게 돼.”나는 루미엘을 감싸 안으며 폭풍을 견뎠다.그런 나를 보호한 것은
루미엘 신성이 카일 육체를 타고 흘러 거룩한 형체를 완성했다.“시험해 보시겠습니까?”카일이 검을 휘두르자, 은빛 잔상이 남았다.만족스러운 듯 미소 짓는 루미엘.“아름다워요, 카일 사부님. 이 검의 이름을 아라의 새벽이라 부릅시다. 가장 어두운 밤을 끝내고 아침을 불러오는 검이죠.”완성된 아라의 새벽.긴 여정의 길잡이였다.자치령 백성들은 성문 앞에 모여 떠나는 우리를 위해 기도했다.“루미엘님, 가셔야만 합니까?”백성들 애원과 흐느낌으로 가득 찬 성문.루미엘은 자애로운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여러분, 제가 떠나는 것은 여러분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모두 맞이할 내일에서 어둠을 걷어내기 위함입니다. 제가 돌아올 때까지 이곳을 지켜주세요.”루미엘 축복과 함께 성문이 열렸다.성검 아라의 새벽을 등에 멘 카일.루미엘 한 걸음 앞에서 길을 열었다.“어머니, 이제 시작이에요.”“그래, 우린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동쪽 검은 구름이 괴수 형상으로 우리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유난히 빛나는 아라의 새벽.어떤 어둠도 침범할 수 없는 선명한 이정표였다.자치령 푸른 숲의 끝자락.눈앞에 펼쳐진 것은 생명이 거부당한 통곡의 계곡이었다.검게 타버린 채 갈라진 대지.이름 모를 짐승 뼛가루가 먼지처럼 떠다녔다.수백 년 전 대전쟁 당시 학살당한 원혼이 떠도는….대륙에서 가장 불길한 곳이었다.“루미엘, 이곳은 지독한 원한으로 가득 차 있구나.”“...”조용히 주위를 살피는 루미엘.카일이 다시 앞장섰다.“성검이 인도하는 길 뒤에서 따라오십시오.”카일이 성검 아라의 새벽을 뽑아 들었다.그 어느 때보다 날카롭게 주위를 살피는 카일.원혼 울음소리가 바람결에 섞여 들려왔기 때문이었다.“저들은 적이 아니에요. 그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길 잃은 아이일 뿐이에요.”루미엘은 가슴 아픈 표정으로 잿빛 먼지를 바라보았다.계곡 깊은 곳.검은 연기가 솟구치며 형체를 갖추기 시작했다.과거 왕국 정예병이었으나 지금은.그림자 기사단이었다.육체는
“두 분께서 너무 예민하시다. 저들은 귀한 선물도 가져왔는데….”광장에 모인 자들의 웅성거림.현자 우두머리를 응시하는 은빛 눈동자.루미엘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심장에서 뽑아낸 검은 씨앗이구나.”루미엘 시선이 그곳에 머물자 열린 상자.잿빛 씨앗에서 검은 연기가 솟구쳤다.영혼 파괴자.악의 심장 한 조각이 공중에 떠올랐다.두려움에 휩싸인 백성들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고, 꽃들이 순식간에 검게 타들어 갔다.“신의 아들 성역을 더럽힌 죄, 영혼으로 갚아라!”분노 섞인 사제의 선언.신물인 붉은 돌이 악의 심장을 조각내 버렸다.악령의 본질을 소멸시키는 천계의 단죄였다.현자로 위장했던 자들은 본모습을 드러냈다.살점 없이 뼈와 그림자로만 이루어진 악의 사도들.최후 발악으로 루미엘에게 저주를 퍼부으려 다가왔다.“빛의 사도들이여! 깨어나라.”선포와 함께 자치령 전체에 진동이 일어났다.악의 사도들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하얀 재가 되어 흩어졌다.정화의 빛은 검은 독기를 모두 거두어 루미엘 손바닥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손바닥에 모인 독기.대륙에서 오고 있는 어둠의 파편이었다.“저들은 시작일 뿐이에요. 동쪽 검은 산맥이 깨어나고 있어요.”소동이 가라앉은 후.카일은 루미엘 앞에 자신의 무력함을 자책했다.“저들의 간계를 미리 막지 못한 저의 불찰입니다.”“아니요, 어머니 붉은 돌과 사부님 검이 없었다면 정원은 이미 무덤이 되었을 거예요.”루미엘 맑은 눈을 보며 뜨거운 불꽃이 가슴에 타오른 카일이었다.다가올 대전쟁.미래의 눈이 그곳으로 날 데려갔다.끔찍한 형상들이 모두 일어난 형국이었다.피할 수 없는 그날.전의를 다지며 동쪽 하늘을 주시했다.불길한 보랏빛 번개가 소리 없이 번뜩이고 있었다.“어머니, 그들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우리가 어둠의 심장으로 가야 할 때가 왔어요.”자치령은 겉보기에 평화로웠으나, 루미엘 눈에 비친 세상은 달랐다.백성들은 루미엘과 카일 그리고 내 위엄 앞에 더욱 깊은 신뢰를 보내게 되었다.동쪽
“보세요. 당신들이 던진 것은 돌이 아니라, 당신들 형제와 이웃이 살아야 조각들입니다.”루미엘 목소리가 온 광장에 울려 퍼졌다.공중에서 멈췄던 돌덩이들은 가루가 되어 흩날렸다.닿는 곳마다 병사들 마음속 자리 잡았던 살의와 탐욕이 사라졌다.그때.공작이 고용한 암살자들이 튀어나와 루미엘 심장을 향해 날아들었다.무방비 상태인 루미엘.하지만.그들이 루미엘에게 닿기 전.그림자가 솟구쳐 세 명의 최정예 암살자를 무력화했다.“루미엘님께 손을 대는 자, 영혼조차 남지 않으리라.”카일은 대검을 높이 들고 선언했다.“이곳은 루미엘님의 성역이다. 감히 세속의 날로 신성을 더럽히려는 자가 있다면, 내가 대륙의 끝까지 쫓아 멸하겠다.”병사들은 카일 기백 앞에 무기를 버리고 엎드렸다.나는.성벽 아래 부상한 병사들과 굶주린 시민들 사이로 들어갔다.왕궁 창고를 열어 곡식을 나누어 주었고, 아들이 정화한 물로 사람들의 상처를 닦아주었다.“루미엘은 백성을 억압하려 온 왕이 아닙니다. 함께 신의 나라를 만들기 위해 온 것입니다.”날 통해 보여준 신의 따뜻한 손길은 루미엘 기적만큼이나 강력했다.공포에 떨던 백성들은 하나둘씩 횃불을 끄고 무릎을 꿇었다.전장(戰場)이었던 광장.순식간에 통곡과 참회의 현장으로 변했다.사람들은 깨달았다.자신들에게 필요한 것은 강력한 통치자가 아닌.고통에서 일으켜 줄 마음 따듯한 왕이었음을.햇빛 찬란한 다음 날.루미엘은 왕관을 거부했다.왕궁의 높은 담장을 허물고 누구나 들어와 쉴 수 있는 치유의 정원을 만들 것을 선포했다.“오늘부터 이곳에는 왕이 없습니다. 오직 서로를 돌보는 이웃들만이 있을 뿐입니다. 왕궁을 신의 정원이라 부를 것입니다.”루미엘의 선언과 함께 왕국의 국호는 사라졌다.혈연과 권력이 아닌….은빛 신성 중심으로 모인 새로운 공동체가 형성됐다.우리는 모두 알고 있었다.루미엘은 한 나라의 왕이 아닌 대륙의 등불 같은 존대가 되었음을….“루미엘님, 이제 대륙의 모든 절망도 이곳을 향해 몰려올 것입니다.
알현실의 황금 문이 천천히 열렸다.어두컴컴한 실내.루미엘 은빛으로 인해 정오의 태양보다 더욱 눈부시게 변했다.왕은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비명을 질렀다.“멈춰라! 그 천한 발로 어디를 밟으려 하느냐?”대검을 바닥에 꽂은 카일.묵직한 진동이 알현실 전체를 울렸다.“무례하다, 찬탈자여. 옥좌에 앉아 빛을 가려온 대가를 치를 시간이다. 널 향한 마지막 기회다. 무릎 꿇고 네 죄를 직시하라.”루미엘의 호령.심판관의 무게를 지니고 있었다.권위에 압도된 왕은 옥좌 뒤로 몸을 숨겼다.왕좌 계단 바로 밑까지 다가간 루미엘.은빛 눈동자.왕을 공포에 몰아넣기에 충분했다.“황금 옷을 입고도 왜 떨고 있느냐. 많은 병사는 어디 가고 너 홀로 이곳에 있느냐.”“닥쳐라! 너는 마녀의 자식일 뿐이다. 네가 가진 그 빛은 속임수다.”루미엘은 슬픈 미소를 지었다.왕이 입고 있던 화려한 비단옷과 보석들이 하나둘씩 빛을 잃고 길가에 뒹구는 돌과 낡은 천으로 변해갔다.그토록 집착하던 권력의 상징들.루미엘의 신성 앞에 보잘것없는 모습으로 돌아갔다.“네가 지키려던 것이 이처럼 차가운 돌무더기였느냐.”루미엘 손바닥에 새겨진 문양이 눈부시게 박동했다.그 빛이 왕의 가슴을 꿰뚫자, 왕은 비로소 자신이 지은 죄악을 보기 시작했다.굶주려 죽어간 아이들.억울하게 처형된 충신들.그리고 자기 탐욕 때문에 불타버린 마을들.왕은 구토하며 바닥에 쓰러졌다.검을 뽑은 카일이 왕의 목을 겨눴다.“사부님, 검을 거두세요. 죽음은 너무 쉬운 도피처입니다.”“하오나 이 자의 죄는 대지를 적시고도 남습니다.”왕의 머리 위에 손을 얹은 루미엘.머리카락이 하얗게 세어갔고, 그의 눈에 눈물이 흘러내렸다.끝도 없이….루미엘은 그를 죽이는 대신.그가 지은 모든 죄를 평생토록 생생하게 기억하고 속죄하는 기억의 낙인을 찍었다.“자금, 이 시각. 왕의 지위를 박탈한다. 성 밖으로 나가 짓밟았던 사람들의 발을 닦아라. 그들의 용서를 받는 날, 영혼에 깃든 어둠도 걷힐 것이다.”왕이
툰 요새를 통과한 루미엘 일행 앞을 가로막은 자.왕국의 마지막 자존심이라 불리는 침묵의 마법기사단이었다.인간 감정이 삭제되고 오직 왕의 명령과 마력의 효율만을 따르도록 개조된 인형들이었다.수백 명의 기사단이 뿜어내는 서늘한 기운에 뒤따르던 백성들은 겁에 질려 뒷걸음질 쳤다.루미엘 한 걸음 앞에서 검을 고쳐 잡은 카일.그의 시선은 기사단의 선두에 선 자들에게 고정되어 있었다.“루미엘님, 여기서부터는 이전의 병사들과 다를 것입니다. 저들은 마음이 비어 있어 빛이 스며들 틈조차 허용하지 않을 테니까요.”카일 목소리에는 루미엘을 향한 깊은 예우가 서려 있었다.그는 15년 전 갓난아기였던 루미엘을 품에 안았을 때부터.자신의 주군이자 지켜야 할 유일한 가치임을 알고 있었다.아니….천계부터 이어진 루미엘을 지키는 자로 인간계에 파견된 천사장.각성한 그가 신의 아들을 수호하려 앞으로 다가갔다.기사단이 기계적인 움직임으로 돌진해 오자, 카일이 번개처럼 몸을 날렸다.루미엘의 축복을 받은 대검이 휘둘러지자,기사들의 마력 방패가 유리 조각처럼 부서져 내렸다.“루미엘님, 뒤로 물러나 계십시오. 저들의 차가운 강철이 당신의 옷깃 하나라도 스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습니다.”폭풍처럼 공격을 몰아치는 카일.그의 검술은 기사단 갑옷 마디마디를 정확히 타격해 그들 움직임을 봉쇄했다.마력의 흐름을 끊어 놓는 정교함이었다.천계의 검술 앞에 마력은 무력화되고 있었다.카일이 길을 트는 동안.루미엘은 나의 손을 잡고 조용히 걸었다.은빛 눈동자는 감정이 거세된 채 인형처럼 휘둘러지는 기사들을 가엽게 바라보고 있었다.“카일 사부님, 잠시만 멈추세요. 저들도 누군가의 아들이고, 누군가의 친구잖아요.”루미엘의 요청에 카일은 즉시 검을 멈췄다.“이미 영혼이 마력에 침식되어 소통할 수 없을 것입니다.”루미엘이 기사들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갔다.그들이 일제히 검을 치켜들었지만, 루미엘이 가볍게 발을 그루자 지면에서부터 은빛 진동이 파도처럼 퍼져나갔다.기사들 머릿속
그것은 엄숙한 주문이자 역사를 바꿀 선언이었다.오른손을 가볍게 뻗자, 그를 감싸고 있던 은빛 날개가 다시 한번 크게 요동쳤다.수만 개 깃털이 날아올라 각각 거대한 창의 형상을 갖추기 시작했다.하늘을 가득 메운 은빛 투창들이 적들을 향해 일제히 겨냥되었다.“빛이여, 깨어나라.”루미엘 명령과 함께.하늘을 메웠던 빛의 창들이 일제히 쏟아져 내렸다.대지를 정화하는 신성한 비.어둠을 몰아내는 벌이었다.귀를 찢는 굉음과 함께.탈리온의 마른 뼈들이 빛의 창에 뚫려 한 줌 재로 변해갔다.단 한 번의 몸짓으로….압도적인 광경
왕국의 가장 높은 곳.성벽의 끝자락에서 홀로 전장을 보는 자가 있었다.국왕 루미엘이었다.머나먼 국경의 지평선은 이미 참혹한 아비규환의 불길에 휩싸여 있었다.인명을 앗아간 죽음의 악취.인간 내면에 잠식된 절망과 공포.금단의 흑마법과 태고의 신물이 격돌하며 뿜어나온 비명이었다.탈리온의 파멸적인 힘으로 비대해진 그의 수하들.마를 줄 모르는 군세처럼 밀려들고 있었다.대지를 가득 채운 흑마(黑)의 진격.그 자체로 재앙이었다.참상을 마주한 루미엘 얼굴이 굳어갔다.그의 은빛 눈동자는 미동조차 없었다.“인간계에 파멸만이
카일 외침에도 불구하고, 공포에 질린 병사들은 도망치고 있었다.균열이 생긴 전장.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둑과 같았다.왕국군의 패색이 짙어 있을 때.절망이 전장을 집어삼키기 직전.지원군인 우리가 도착했다.피로 얼룩진 갑옷을 입고 거친 숨을 몰아쉬는 카일.처절하게 단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는 그가 보였다.“...카일!”전장의 소음 속으로 그의 이름을 흘려보냈다.카일이 기적처럼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아주 먼 거리였으나 오직 서로만이 선명하게 보였다.그의 흔들리는 눈동자에 내 모습이 담겼다.나는 말없이 지팡
집무실 문이 거칠게 열리며 피로 뒤엉킨 자가 뛰어들었다.처참한 몰골의 그.카일이 검을 뽑아 전령 앞을 가로막았다.혹시 모를 위협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기 위함이었다.“무슨 일인가?”카일의 엄숙한 목소리가 방 안 가득 퍼졌다.“변란입니다. 국경 수비대가…. 국경 수비대가 전멸했습니다.”“뭐라고?”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카일 눈동자 역시 크게 흔들렸다.공포에 질린 전령은 붉은 봉인이 찍힌 서신을 꺼내 들었다.그의 손에서 피에 젖은 양판지가 사정없이 흔들렸다.“탈리온 요새, 수십만 대군이 왕국 본토로 진격하고 있습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