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고의 공기는 점차 산소가 희박해지는 것처럼 탁해졌다.내 손에 들린 금서(禁書)에서 검은 실 가닥이 내 손목을 타고 기어올랐다.타인의 고통을 내 것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영혼의 서약.“마리안 님, 제발 멈추세요. 몸이 버티지 못할 겁니다.”로사가 울며 내 옷자락을 붙잡았다.“루미엘의 가녀린 신음이 심장을 난도질하는 것보단. 훨씬 참을 수 있을 거야.”“마리안 님….”“로사, 나는 처음부터 이 아이를 위해 다시 태어난 거야. 내게 남은 삶을 모두 내 아들에게 준다 해도 아까울 게 없어.”주문의 마지막 구절을 읊었다.순간, 붉은 돌이 미친 듯이 튀어 오르며 열기를 내뿜었다.“으악!”루미엘 몸속에 흑마법 독이 내 심장으로 쏟아져 들어왔다.수천 개 달궈진 바늘이 혈관을 타고 흐르는 듯한 감각.눈앞이 붉게 물들며 누군가의 기억 조각이 파편처럼 스쳐 갔다.차가운 단두대의 감촉.나를 조롱하던 군중의 외침.그리고 비올렛의 비웃음 소리.저주는 내 가장 약한 부분을 파고들며 무너뜨리려 했다.‘포기해, 마리안. 네가 죽어야 이 아이가 진정한 신이 된다.’환청 속, 비올렛 목소리.입술을 깨물어 정신을 다잡았다.붉은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 금서 위로 떨어졌다.그때였다.붉은 돌이 흑마법 독을 거칠게 집어삼키기 시작했다.어미의 의지가 돌의 권능과 저주를 결합시켜 몸 안에 봉인했다.루미엘 몸에서 빠져나온 흑마법 독은 내 왼쪽 쇄골 아래.불길한 문양으로 자리를 잡자, 바닥에 쓰러진 나.거친 숨을 몰아쉬었다.“신이시여, 내 영혼을 부탁하나이다.”그때.신의 부름을 받아 천계로 올림 받는 착각이 일었다.정신을 차렸을 때.루미엘 침대 옆 의자에 앉아 있었다.아이는 몰라보게 좋아졌고 평온한 호흡으로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마리안 사제님, 다행입니다. 루미엘님은 위기를 넘기셨어요.”로사가 수건을 적셔 내 이마를 닦아주었다.하지만 그녀 눈은 여전히 퉁퉁 부어 있었다.무언가 숨기는 것이 분명했다.“로사, 무슨 일이야? 국경에서 소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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