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국 추격대를 뿌리친 우리 눈앞에 나타난 것.거대한 절벽이었다.생명이 살 수 없을 만큼 신의 손길이 멈춘 장소였다.몸은 갈수록 위태로워졌다.피부 아래를 기어다니는 보랏빛 혈관.이제 목덜미까지 차올랐고, 내뱉는 호흡마저 힘에 겨웠다.“마리안, 여기서 더 가면 다시는 이곳에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정말 괜찮겠습니까?”카일이 걱정스럽게 물었지만, 등에 업힌 루미엘 온기를 느끼며 입술을 깨물었다.“카일, 저는 이미 돌아갈 길을 잃었어요. 왕국은 저를 마녀라 부르고, 제국은 저를 원수라 부르죠. 지금 제가 갈 수 있는 곳은 아들의 영혼을 구할 수 있는 곳 뿐이에요. 그것이 지옥이라 할지라도요.”계곡 안으로 발을 들이자마자, 중력이 수십 배로 무거워진 듯한 압박감이 전신을 짓눌렀다.그때, 바위 뒤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자가 모습을 드러냈다.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었으나 온몸이 낡은 붕대로 감겨 있었고, 눈 대신 푸른 안광만이 감도는 자였다.“신성을 품은 아이와, 독을 흡수한 여자 그리고 명예를 버린 천사장인가?”소름 끼치는 음색이었다.카일이 검을 뽑자, 그가 비웃듯 손가락 하나를 까닥였다.그러자 카일 발밑에서 돌덩이들이 솟아올라 그의 사지를 결박했다.“이곳은 무력으로 통과할 수 있는 문이 아니다. 이곳은 신이 버린 곳이자,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진실이 잠든 무덤이니까.”비틀거리며 앞으로 다가갔다.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보랏빛 안개.푸른 안광과 충돌하며 소리를 냈다.“우리는 싸우러 온 게 아니에요. 내 아들 안에 있는 이 거대한 빛을 잠재울 방법을 찾으러 왔어요. 이 아이가 신으로 타 죽기 전에, 인간으로 살 수 있게 도와주세요.”그자가 나를 뚫어지게 응시했다.심장 근처에서 소용돌이치는 어둠과, 그것을 억누르는 처절한 모성을 읽어냈다.“신의 아들을 인간으로 되돌리겠다니…. 그것은 신에 대한 반역이다. 하지만 재미있군. 마력을 품고도 이성과 신성을 유지하는 인간이라니.”손을 뻗어 내 이마를 짚은 그.순간 내 전신에,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