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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로맨스를 새로고침.: Chapter 21 - Chapter 30

105 Chapters

21화. 나 제대로 너에게 빠진 것 같다

"안녕… 모스 문에서 기다리는 줄 알았는데."순간 멈칫한 이수의 얼굴은 은은하게 달아오른 분홍빛이었다. 현준은 그 얼굴이 마음에 들었다."시간이 남아서 걸어왔어. 가자.""근데 우리 어디 가?""중앙 공원 갈 거야. 5시에 야외 공연장에서 영화 상영하거든."현준은 손에 들고 있던 따뜻한 커피를 이수에게 건넸다."그리고 이건 어제 말한 커피. 내가 좋아하는 향의 커피야. 좀 덥겠지만, 마셔 봐.""고마워."이수가 마실 때까지 현준은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긴장된 표정으로 얼굴을 살폈다. 몸을 아예 이수 쪽으로 돌려 뒤로 걸었다. "어때?""와! 나 사실 미각이 좋은 편은 아닌데, 뭐랄까… 깊고 풍부해. 맛이 단순하지 않아. 너무 좋다!"이수가 후후 불며 한 모금을 들이켠 후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기분 최곤데? 좋게 봐줘서 고마워, 홍이수 씨." "말투 약간… 킹 받는데?"부드럽게 휘어지던 현준의 눈매가 갑자기 동그랗게 커졌다."뭐? 하하하, 홍이수! 너 드디어 내가 좀 편해졌구나! 기분 좋은데?"이수는 손으로 입을 가리며 수줍게 웃었다. 현준도 덩달아 웃음을 터트렸다. "자, 이제 맛봤으니까 그 커피는 나한테 넘기고, 아아 마셔."강한 햇살에 오전부터 살갗이 타들어가는 것 같았다. 땡볕 아래에서 뜨거운 커피를 마시는 건 그야말로 사약과 같았다. 기호는 살인적 날씨를 뛰어넘을 수 없었다. 현준이 그녀의 손에 들린 커피를 집으려 하자 이수는 그의 손을 피해 옆으로 걸었다. "아니, 이거 마실래. 향이 너무 좋아.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아.""아... 고마워."현준의 가슴이 두근대기 시작했다. 이수의 이런 반응은 예상을 못했다. 아무리 향이 좋다 하더라도 따뜻한 커피를 마시기엔 날이 잔인하게 더웠다.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났으니 말이다. "야외 공연장에선 무슨 영화 보여주는 거야?""어바웃 X임. 봤어? 아, 근데 너무 더울까?""좋다, 나 그 영화 엄청 좋아해. 그리고 거기 그늘져서 바람도 잘 통하고 좋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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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고백

이수가 일을 시작한 7월이 어느새 끝나가고 있었다. 소라의 부탁으로 현준이 한 달간 모스 문의 평일을 맡아 일을 해왔었다. 이수의 적응을 위해서였다. 그 덕분에 현준과 이수는 자연스럽게 가까워질 수 있었다. 하지만 8월부터는 두 사람이 함께 일하는 날은 일주일에 단 한 번, 금요일로 변경되었다.모스 문 마감이 끝내면 현준은 어김없이 이수를 슈퍼 평상까지 바래다주었다."이제... 다음 주부터는 금요일만 같이 일하게 되겠다."옅은 한숨을 내쉬는 현준의 목소리에는 어딘가 묵직한 서운함이 묻어 있었다. "그러게."그가 데려다주는 날이면 항상 평상에 앉아 맥주 한 캔을 땄다. 시원한 보리 음료 한 모금에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곤 했는데, 오늘도 역시 두 사람은 평상에 자리를 잡았다."이수야, 잠깐만 있어 봐."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난 그가 슈퍼에 들어가더니, 한 손에 김부각을 들고 돌아왔다."김부각?"현준은 씩 웃으며 메고 온 백팩에서 호주산 레드 와인 한 병을 꺼냈다."짠! 성준이 형이 입문용으로 추천한 건데, 과일향이 진하고 바디감이 강해서 김부각이랑 먹으면 완전 킥이래! 한 달 동안 일 배우고 적응하느라 수고했는데, 적응기 졸업주 마셔야지!""와, 좋아!"이수는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 아이처럼 웃는 이수의 얼굴이 현준은 좋았다. 심장이 묵직하게 뛰기 시작했다. 오늘은 아침에 한 결심을 꼭 이룰 것이다.현준이 잔에 와인을 따르고 이수 앞에 내려놨다. 와인과 김부각, 그리고 현준. 늘 보던 평범한 평상이 요즘 읽고 있는 로맨스 소설 속 배경처럼 느껴지는 것은, 순전히 그 때문이리라. 현준의 얼굴을 힐끔 쳐다봤다. 그의 수려한 얼굴은 언제나 진리이지만 달빛에 비치는 그의 외모는 오늘따라 더욱 매혹적이었다. 이수는 와인 마시기 앞서 그의 눈, 코, 입에 취할 지경이었다. 또, 또 가슴이 간지럽다. "아, 보여줄 거 있어."그가 백팩 앞주머니에서 낡은 이어버드 케이스를 꺼내 보였다. 한 쪽이 분실된, 딱 봐도 사용감이 느껴지는 꽤 오래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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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첫키스

"홍이수. 널, 좋아해."이수의 심장이 미친 듯이 날뛰었다. 어찌나 세차게 뛰던지 심장이 가슴을 뚫고 튀어나갈 정도였다. 진정시키고 싶지만 방법을 찾지 못했다.슈퍼 사장님이 셔터를 내리며 이수에게 한마디 하셨다."이수, 늦었는데 집에 안 가냐- 언넝 들어가!" 사장님의 호령에 몹쓸 짓을 하다 걸린 아이처럼 흠칫 놀랐다. 당황한 이수가 급히 대답했다."네, 네! 그럼요, 그, 금방 들어갈 거예요! 조심히 들어가세요!"현준이 일어나 자신을 위아래로 훑어보는 사장님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후우..."찰나였지만 강도 높은 긴장감이었다. 그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손바닥이 축축해졌던 현준은 긴장이 풀리자 평상에 털썩 누워버렸다. 잠시 숨을 고르던 그가 고개를 돌려 이수를 응시했다."홍이수 남자친구 되려면 동네 어른들을 포섭해야겠네."'남자 친구'라니... 이수는 달아오른 고개를 숙인 채, 발만 바닥에 콩콩거렸다. 이럴 땐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동안 읽었던 수많은 로맨스 소설 속 대사가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다. 평상을 밝히던 가로등 불빛이 이수에게 쏟아졌다. 까만 밤하늘과 대비되는 그녀의 말간 얼굴은 유난히 밝게 빛나고 있었다. 한밤중이었지만 눈이 부셨다.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예뻤다.자신을 응시하는 현준을 이수가 힐끔 쳐다보았다. 눈이 마주친 그는 흔들림 없이 진득하게 이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가슴이 너무 떨려 숨이 멎을 것 같았다. 짙은 초콜릿색 눈동자에 갇혀 버린 듯 출구를 찾을 수가 없었다. "이수야."현준이 손을 뻗었다. 망설이던 이수가 그의 손위에 자신의 손을 얹었다. 맞닿은 곳이 간지러웠다. 그가 엄지로 이수의 손등을 어루만졌다. 깃털이 문지르는 것처럼 보드라웠다."나… 너의 남자친구가 되고 싶어. 받아줄래…?"현준의 두 눈동자가 잔잔하게 떨렸다. 항상 여유 넘치던 그였지만 지금 순간만큼은 심장이 꽉 조여 오는 듯 긴장됐다. 오한이 오는 것처럼 뼛속까지 떨렸다.처음 받아보는 고백이었다. 더구나 상대가 현준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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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내 여자

흡… 숨은 언제... 쉬는 거지…?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입력된 데이터가 하나도 없었다. 매체를 통해서 간접적으로만 경험했다. 학창 시절 친구도 별로 없어 경험담을 들을 기회조차 없었다. 이수는 그저 눈을 감고 그가 이끄는 대로 몸을 맡겼다. 멀쩡히 붙어 있는 코는 기능을 상실했나 보다. 이수의 얼굴이 점점 퍼렇게 변해가고 있었다.그의 목을 두르고 있던 이수의 팔이 부르르 떨렸다. 현준이 눈을 슬쩍 뜨고 이수를 바라보았다. 이수의 낯빛이 심상치 않았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에 현준이 급히 입술을 뗐다. "이수야, 괜찮아??" "헉... 헉… 이거… 숨은 언제... 쉬는 거야…?"이수의 표정을 보니 진짜였다. 정말 궁금해서 물어보는 게 확실했다. 무해하다, 무해해. 현준이 고개를 숙이고 절레절레 흔들었다. 잇새로 웃음이 새어 나왔다. 큭큭대며 현준의 어깨가 들썩였다."왜, 왜…!" 이수는 두 번째 키스에도 똑같은 상황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키스 도중 질식사하면 어떡해. 하지만, 그의 반응을 보니 묘한 수치심이 올라왔다. 밀착되었던 몸을 황급히 뒤로 뺀 뒤, 화르르 달아오른 얼굴을 손등으로 가렸다. 찌르르 울리는 밤의 정적과 웃음을 겨우 삼켜내는 큭큭 소리가 공간을 가득 채웠다. 하… 홍이수. 너 정말…사랑스러웠다. 무해한 그녀의 질문에 눈가가 촉촉해졌다. 현준은 손가락으로 고인 눈물을 닦아냈다. 한 번 터진 웃음은 좀처럼 끝날 줄을 몰랐다. 이수는 민망했지만 멈추지 않는 그의 웃음에 덩달아 미소가 번졌다. 결국 가볍게 쥔 주먹으로 현준의 가슴팍을 내리쳤다."아, 아!" 현준은 이수의 손을 낚아채 품으로 끌어당겼다. 그녀의 어깨에 살며시 얼굴을 얹었다. 자꾸만 이수의 질문이 떠올랐다. 다문 입을 비집고 새어 나오는 소리를 삼키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쿡쿡 소리가 연신 흘러나왔다. "너어!" 이수가 아랫입술을 말아물며 그의 등허리를 찰싹 내리쳤다. "큭, 알았어, 알았어." 현준이 이수의 허리를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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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캠핑_ 출발

문이 벌컥 열리며 모스 문 안으로 현준이 성큼 들어왔다."안녕, 이수! 남 사장은?"모스 문 안을 이리저리 살피던 현준이 물었다."점심 드시러 나가셨어. 오실 때 됐어. 그나저나, 너..."현준이 이수의 손목을 잡고 스태프 룸으로 끌고 갔다."왜, 무슨 일 있어?"놀란 이수의 얼굴을 감싸 쥐고 다짜고짜 그녀의 입술을 진득하게 삼켰다. 쪽- 소리가 스태프 룸에 조용히 울렸다. 얼굴이 화르르 달아오른 이수가 작게 소리 내었다."미쳤나 봐, 손님 있잖아!""다들 자기 폰만 보고 있는데?"현준의 가슴을 한 번 내리친 뒤, 슬쩍 홀 쪽을 살폈다. 손님들 눈치를 보는 이수를 품에 꽉 끌어안았다. 그녀의 귀에 대고 현준이 나직이 속삭였다."너무 좋다."그의 가슴팍에 안겨 한 번 숨을 돌렸다. 쿵쿵 그의 심장 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이수가 아쉬운 듯 속삭였다."나… 일해야 해.""그래."품에서 멀어지는 이수의 손끝을 한 번 꾹 잡은 뒤, 놓아줬다. 어차피 손님 앞에서는 마음껏 표현하지 못하겠지만, 아쉬웠다. 언제쯤 그녀를 하루 종일 품 안에 가둬놓을 수 있을까.그때, 점심 식사를 마치고 돌아온 소라가 현준을 찾았다."이수야, 현준이 아직 안 왔어?""나 여기 있어." 현준이 스태프 룸에서 걸어 나오며 손을 들었다. "그래서, 네가 예고한 중대 발표가 대체 뭔데?"이수는 현준을 보며 미세하게 눈썹을 찌푸렸다.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비밀을 지켜달라는 간절한 눈빛을 보냈다. 현준은 씨익 웃으며 입을 열었다."광복절에 핀과 모스 문 합동 캠핑하기로 했어!! 둘 다 일정 꼭 빼놔! 성준이 형도 재은 누나(*김재은:박성준 부인)도 무조건 오기로 했어. 그냥 옷하고 수영복만 챙겨와. 내가 지석이 형이랑(*공지석: 핀 매니저) 다 준비할게!”하얘졌던 이수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안도와 설렘이 동시에 일었다.첫 알바, 첫 연애.그리고 남자친구와의 첫 캠핑.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가는 건 좀 불편하지만,모스 문과 현준이 있으니까.물론 우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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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 캠핑_ 준호의 등장

목적지에 도착한 모스 문 팀이 예약한 데크로 짐을 옮기는 사이, 지석이 점심으로 먹을 음식들을 픽업해 도착했다. 어느덧 12시 반을 넘은 정오 시간. 먼저 도착한 사람들이 캠핑용 가구와 텐트를 설치하기 시작했다.내리쬐는 강한 햇살 아래, 타들어가는 갈증을 뒤로하고 현준과 지석이 장비를 들었다. 모자를 뒤로 쓴 현준의 관자놀이를 타고 굵은 땀방울이 주룩 흘렀다. 아직 설치는 시작도 하기 전이었다. 턱 끝으로 흐른 땀이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더위를 잘 타지 않는 지석도 더운 건 마찬가지였다.두 사람은 폴대를 텐트 슬리브에 끼워 넣고 빠르게 진행시켜나갔다. 슬리브리스 티셔츠 아래로 드러난 어깨가 망치를 팩에 내리칠 때마다 들썩였다. 팔에 힘줄이 선명하게 도드라졌다. 땀으로 촉촉해진 근육이 햇볕 아래 반짝이며 매끈한 자태를 뽐냈다. 자꾸만 이수의 시선이 현준의 몸으로 향했다. 남자를 잘 모르는 이수가 봐도 그의 외모는 너무나 완벽했다. 고개를 숙인 채 손에 든 음식들을 테이블 위에 꺼냈다. 무언가에 몰두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얼굴이 금방이라도 붉게 달아오를 것이 분명했으니까. 이대로는 바로 의심을 받을 테니까. 사람들의 이목을 받는 건 아직 힘들었다.때마침 나머지 일행이 도착했고, 모두 점심을 위해 자리에 앉았다. 테이블 위에는 각종 치킨들과 분식들이 즐비했다. 사람들은 환호성을 부르며 젓가락을 들고 먹기 시작했다. 현준은 떡볶이를 그릇에 듬뿍 담아 옆에 앉은 이수에게 건네주었다. 현준은 본래 친절하고 예의가 바른 성정이었지만, 그 다정함이 모두에게 향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와 조금만 가까운 사람이라면 그의 친절이 오직 가족과 자기 여자에게만 제한한다는 걸 쉽게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고마워."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는 이수에게 입가를 부드럽게 휘어 보였다. 시트러스 향기처럼 그의 미소는 상큼했다. 수줍은 웃음이 이수의 얼굴에 번졌다. 가슴이 간질간질했다."많이 먹어."이수가 끄덕였다. 떡볶이를 사랑하는 이수가 ‘으음~’ 소리를 내며 현준을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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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 캠핑_ 의외의 볼륨

캠핑장은 2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바다와 맞닿아 있었다. 해변에 가까이 갈수록 코끝을 스치는 바다 내음이 한층 짙어졌다. 바닷가에는 피서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모래사장을 가득 매운 파라솔 아래 모래놀이를 하는 아이들, 태닝을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였다.현준과 지은, 그리고 정현(*이정현: 핀 주방팀)은 지체 없이 튜브를 들고 바다로 돌진했다. 나머지 사람들은 맡아둔 파라솔 자리 아래 돗자리를 깔았다. 사정없이 물을 서로 끼얹으며 장난을 치던 현준과 정현은 눈짓을 주고받았다. 곧바로 지은을 들쳐 업고 파도가 넘실대는 푸른 바다 한가운데로 내동댕이쳤다. 다음 타깃으로 서로를 노려보며 힘겨루기를 하던 중, 미끄러진 현준이 물속에 풍덩 자빠졌다. 현준 주위로 거품 같은 하얀 물보라가 일었다. 그를 조롱하던 정현의 목을 지은이 감아 매달린 뒤, 물속에 밀어버렸다. 서로 물 먹이느라 정신없던 세 사람은 어린아이들처럼 배가 찢어져라 웃어댔다.이수는 바다에 홀딱 젖은 채 웃음을 터뜨리는 세 사람을 바라보았다. 세 명의 악동을 둔 엄마처럼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뒷짐을 지고 걸어오는 이수를 발견하자, 현준이 뛰쳐나와 번쩍 들어 올렸다. 버둥대는 이수를 꽉 끌어안고 바다를 향해 달렸다."꺄아!"순식간이었다. 이수가 떠난 자리에 모자가 힘없이 나뒹굴었다. 조용히 뒤따르던 준호가 모자를 주운 뒤, 묻어 있는 모래를 툭툭 털어냈다. 사실 준호는 이수와 단둘이 대화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현준이 곁에 있는 바람에 좀처럼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이수는 그대로 바다에 고꾸라졌다. 비명을 지르던 찰나, 입을 다물 새도 없이 바닷물이 입안 가득 들이쳤다. 눈도 뜨지 못한 채 발버둥 치는 이수를 현준이 서둘러 끌어올렸다."이수야, 괜찮아? 미안해!"물에 젖은 머리칼이 이수의 얼굴을 뒤덮었다. 현준이 몸을 낮춘 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이수를 살폈다. 그러고는 그녀의 머리칼을 귀 뒤로 다정하게 넘겨주었다."으읍… 하아, 하아- 괜찮아."이수는 눈을 깜빡이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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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캠핑_ 친구 사이?

물놀이의 재미가 한창 깊어갈 무렵, 지친 이수가 밖으로 나가려 하자 현준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나가게?"대답할 기운조차 없었던 이수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수건, 저기 있어."현준은 수건을 걸치라는 의미로 어깨 언저리를 가리켰다. 이수의 속살이 비치는 게 아무래도 신경이 쓰였다. 바다에 어디 수영복 입은 여자들이 한둘뿐이겠냐마는 현준은 싫었다. 순진한 건지, 눈치가 없는 건지. 이수는 해맑게 웃고는 수건을 들고 자리로 걸어갔다. 하… 어깨에 두르고 가지. 그래도 가슴은 가렸으니 됐다.걸어가는 이수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현준은 이내 옅은 한숨을 내뱉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뒤쫓아가 수건을 어깨에 둘러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비밀 연애 중이니까."으~ 사장님… 저들은...인간계가 아닌가 봐요..."이수는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몸을 수건으로 말아 감싸고는 소라 옆에 그대로 쓰려졌다. 잠시 눈을 감고 죽은 듯이 숨을 쉬다 눈이 번쩍 떠졌다."아, 맞다...! 내 모자! 모자 어딨지?"벌떡 일어난 이수가 주변을 살피던 중, 준호의 옆에 놓인 모자를 발견했다."아, 이거 준호가 떨어져 있던 걸 주워왔어요."지석이 말을 전하며 어깨로 준호를 툭 쳤다. 이어버드를 뺀 준호에게 지석이 턱짓으로 모자를 가리켰다. 준호는 이수를 힐끔 쳐다보고는 무표정으로 모자를 건네줬다. "아, 고마워요."준호는 이수와 눈을 한번 맞춘 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이어버드를 다시 귀에 꽂았다.뭐지… 이 어색한 설렘은? 굉장히 재밌는데?뒤에서 음흉한 눈으로 지켜보던 재은의 입가가 또다시 실룩댔다. 재은이 성준을 가볍게 치며 눈썹을 빠르게 움직여 두 사람을 가리켰다. 현준의 마음을 알고 있던 성준은 그만하라며 입을 벙긋거렸다.준호의 절제되고 차가운 태도에 이수는 머쓱해졌다. 이수는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바다에서 놀고 있는 현준을 바라봤다. 물 만난 강아지처럼 뛰어노는 현준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신났네… 귀여워. 그런데... 몸이…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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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화. 캠핑_ 뭔데, 저거

두 사람은 각 텐트에 커피를 배달해 주고는 돌아와 의자에 앉았다."저 봐, 저 봐! 뭐 있어, 저 둘. 봐봐- 하루 종일 붙어 있잖아. 언니, 이제 봐라, 내 촉이 맞았다는 걸 곧 알게 될 거야."엉큼한 미소를 지으며 재은이 소라를 툭 쳤다. 못마땅했던 소라는 혀를 끌끌 찼다."에이… 준호 씨랑 이어 주려 했는데...""할 일이 그렇게 없냐? 심심하면 혼자 드라마나 쓰지 말고 모스 문 나와서 무료 알바나 해.""알았어, 알았어!"소라의 핀잔에 재은이 멋쩍게 웃으며 커피를 호록 마셨다.그 사이 준호가 산책을 마치고 돌아왔다. 이어버드를 귀에서 빼며 현준과 이수의 맞은편 의자에 털썩 앉았다."커피 줄까? 혹시 몰라서 네 것도 내려놨어."현준이 준호에게 물었다."어, 난 아이스로."이수는 옆에 있던 아이스박스에서 얼음을 빈 컵에 가득 채워 현준에게 건넸다. 현준은 이수를 바라보며 가볍게 웃어 보인 뒤 뜨거운 커피를 부었다.책을 좋아하던 이수는 준호가 읽고 있던 책이 궁금해졌다. 친해질겸 그에게 물어봤다."책 좋아하나 봐요, 무슨 책인지 물어봐도 돼요?""아, 그냥 책. 특별한 건 아니라서."군더더기 없는 말투 때문인지 준호의 대답은 성의 없어 보였다. 길게 찢어진 그의 눈매도 한몫했다. '츤데레'가 아닌, 그냥 ‘츤츤’에 가까운 태도였다."준호, 스마일-"현준이 입꼬리를 당겨 고른 치아를 드러내 보이며 말했다. 이어 커피를 준호 앞에 내려놓았다."아, 미안. 웃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표정 변화가 없던 준호는 치열하게 살아가는 생계형 아르바이트생이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대학은 애초에 꿈꿀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어렸을 때부터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은 말.‘네 인생에 대학은 없다. 등록금 보태줄 돈 한 푼도 없으니까 바로 취업해! 그냥 지 엄마 따라 나가지 왜 남아서는.’그의 아버지는 나고 자랄 때부터, 결혼하고 이혼 후 준호 남매를 키우기까지 한평생 넉넉해 본 적이 없었다. 준호의 조부모는 그의 아버지를 거친 동네에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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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화. 캠핑_ 얼어 죽을 비밀 연애

어느덧 저녁 시간이 되었다. 정현이 먼저 일어나 텐트를 돌며 사람들을 불렀다. "아- 배고파. 형, 우리 밥 준비하죠!"성준과 정현이 달궈진 불판에 고기를 올리자 치익- 하는 소리가 고막을 자극했다. 이어 묵직한 고깃기름 냄새와 익어가는 육향이 코를 스치며 침샘을 폭발시켰다. 사람들이 하나 둘 불판에 모여 고기 한 점을 얻기 위해 머리를 조아렸다. 고기 한 점에 신이 난 사람들은 찌개를 준비하고 채소들과 곁들임 음식을 상에 차렸다.일행 중 최고 연장자인 소라는 요리에 젬병이었다. 안 도와주는 것이 오히려 돕는 일이었다. 소라는 인스턴트 밥을 여러 개 품에 안고 취사실로 향했다. 모두가 넉넉히 먹으려면 데워야 하는 밥 개수가 족히 열 개는 넘었다. 멍하니 서서 두 개씩 전자레인지로 돌리기 시작했다. 갓 지은 밥처럼 쌀의 고소한 단내가 취사실 공간에 퍼졌다. 기계처럼 반복 작업을 하던 소라는 그제야 쟁반도 없이 들고 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아…그녀는 허리춤에 손을 얹고 비스듬히 서서 머리를 긁적였다. 그때 취사실 문이 벌컥 열렸다. 들이치는 저녁노을 햇살을 등에 지고 현준이 나타났다. 커다란 은색 사각 쟁반을 팔에 낀 채 혀를 끌끌 찼다."아니, 남소라 씨. 쟁반 없이 어떻게 들고 오려고 그냥 갑니까아!""오, 남현준! 내가 코 찔찔이 시절부터 교육시킨 보람이 있네!"소라와 현준은 사촌 지간이었다. 소라는 온 집안에 첫째 자녀라 어른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특히 현준의 아버지, 곧 소라의 작은아버지와 유대가 깊었다. 두 가족은 서로 가까이 살아 왕래가 잦았다. 하지만 소라가 고등학생일 때 슬픈 소식이 집안을 덮쳤다. 바로 현준의 아버지가 암에 걸렸다는 소식이었다. 이어 몇 년의 투병 끝에 그녀가 스무 살 때 돌아가셨다. 소라의 인생 중 가장 큰 비극이었다. 작은아버지에게 받은 사랑이 많았던 소라는 현준과 그의 동생 은호를 성심껏 돌보았다. 그것만이 보은하는 길이라 여겼다. 어쩔 때는 친부모보다 현준과 은호를 우선으로 챙기곤 했다."야, 남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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