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를 새로고침.의 모든 챕터: 챕터 41 - 챕터 50

105 챕터

41화. 지조 있는 남자

“와~~ 봐라 봐라, 이지은! 내가 뭐랬노! 와 씨~ 소~름!!”입구 쪽을 가리키며 정현이 소란스럽게 떠들었다. 그의 말에 지은이 몸을 홱 돌려 식당 입구 쪽을 바라봤다. 지은의 두 눈이 튀어나올 듯이 커지고 입이 떡 벌어졌다. 굳게 맞잡은 손에 준호의 시선이 꽂혔지만, 그는 못 본 척 바로 고개를 돌렸다."뭐야 뭐야, 너희 둘 진짜야?? 대애박.""니들 여 와 앉아 봐라~~ 어쩐지, 친구 사이치곤 너어무 애틋하다 싶었다!"정현이 식탁 머리 쪽으로 자리를 옮겨 앉았다. 자신의 옆자리를 쓱 뒤로 빼며 의자 쿠션을 손으로 팡팡 내리쳤다. 현준은 히죽히죽 웃으며 이수와 자리에 앉았다. "와… 남현준, 뒤로 호박씨를 제대로 까고 있었네… 나 지금 개 충격 받았어."오랫동안 봐 온 자신에게도 비밀로 부쳤다는 사실에 지은은 배신감을 느꼈다. 지은이 현준을 노려보며 검지로 식탁을 일정하게 탁탁 내리쳤다."시작부터 어떻게 된 건지 당장 이실직고해라!""음… 처음부터 얘기하자면 긴데, 간략하게 말하면, 내가 고등학교 때부터 이수를 마음에 두고 있었어."놀란 정현의 눈이 커졌다. 그는 보채듯이 이어서 물었다. "진짜가? 그럼 현준이 니가 고등학교 때부터 짝사랑한기가? 이수도 널 알았나?""아니, 이수는 날 기억도 못 했어. 아주 짧게 스쳤던 적이 있는데 그때 나만 빠졌었지. 아무튼, 이수가 일찍 전학을 가서 솔직히 우리의 인연이 거기까지인 줄 알았지. 그런데 우연히 대학 캠퍼스에서 다시 만난 거야! 그때 진짜 개 소름. 나는 그래서 우리의 인연이 다시 시작할 수 있겠다, 엄청 기대했거든? 그런데 그 이후로 단 한 번도 못 봤어. 심지어 내가 강의실 앞에서 기다렸는데도. 이건 의도적으로 피하지 않고서야 그럴 순 없는 거거든. 어떻게 그럴 수 있지?"현준은 고개를 돌려 의심의 눈초리로 이수를 쳐다봤다. 이수는 필사적으로 현준을 피해 다녔던 시간이 떠올라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차갑게 내려앉은 준호의 눈이 이수를 흘낏 훑었다. 신나게 떠들고 있는 남현준 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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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화. 뜻밖의 만남

"현준이랑 이수가 차 가지고 이쪽으로 와 줄래?""알았어, 누나."차를 세워둔 주차장은 식당에서 도보로 15분 거리. 현준과 이수는 손을 잡고 해맑게 웃으며 출발했다. 그들의 다정한 모습을 본 준호는 심장이 비틀리다 못해 찢기는 통증을 느꼈다. 너무 아팠다. 정현과 지은, 준호는 식당 앞에 비치된 의자에 털썩 앉았다. 한 손에는 다들 믹스 커피 한 잔씩 들려 있었다."준호, 니… 맞지?""뭐가요…?""어제 말했던 관심 있는 사람… 그거 이수잖아."정현의 말에 준호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커피 잔만 빙글빙글 돌리며 머뭇거렸다."그런데, 니 이수를 어제 처음 본 거 아니었어? 마음이 깊은 건 아니겠지?"정현이 어깨동무를 하며 준호의 어깨를 주물렀다. 이수에 대한 그의 감정이 깊지 않기를 바랐다. 짝사랑이 전공인 정현은 준호가 말하지 않아도 저릿한 아픔을 잘 알았다. "아니, 깊으면 뭐 어쩔 건데. 이수 이미 현준이 잘 만나고 있잖아. 준호야, 마음 접어."걱정하는 정현과 그를 단호하게 말리는 지은이었다. 준호의 마음을 잘 아는 정현은 매정한 지은을 팔꿈치로 쿡 찔렀다. "마음 누르는 거... 저, 잘합니다."준호도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이 연애를 공개하기로 한 이상 마음을 깨끗이 접어야 한다는 것을. 마음을 키워봤자 결국 상처받을 사람은 자신이라는 것 또한. 하지만 이미 시작된 감정을 지워내는 것은 쉽지 않았다. 반 년을 돌아 다시 만나게 된 인연이 꼭 필연 같다고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안 된다고 마음을 꾹꾹 누를수록 도리어 용수철처럼 튀어 올랐다. 자신의 뜻대로 살아본 적이 없던 준호는 좋아하는 마음 역시 원하는 대로 둘 수 없는 현실에 화가 났다. 취기로 풀린 그의 눈동자에 씁쓸함이 깊어졌다. 정현이 준호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혼잣말을 읊조렸다."하… 자슥, 안쓰럽네."***현준은 모두를 태우고 무사히 모스 문에 도착했다. 중간에 정현의 차멀미로 자리를 바꾸는 작은 소동이 있었지만 만족할 만한 여행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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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화. 요물 홍이수

이수의 장난 어린 호통에 재희가 상열을 팔꿈치로 밀치며 앞으로 나왔다."어머, 이수야. 이 친구는 누구야~? 소개해 줘."재희가 눈을 반짝이며 물어봤다. "여긴 내 고등학교 동창이자, 대학 동문이자, 빠밤~ 내 첫 남자친구!"이수가 양손을 펼쳐 보이며 현준의 턱에 대고 꽃받침을 했다."아, 안녕하십니까, 이수 남자친구 남현준입니다!"잔뜩 긴장한 현준은 직각으로 몸을 접어 상열과 재희에게 인사를 했다. 현준의 맥박이 곳곳에서 터질 듯 뛰었다."어머, 어머, 우리 이수가 어떻게 이런 멋진 사람을 만났지?? 너~~무 반가워요!!""아니! 당신 무슨 말이야! 우리 이수가 얼마나 사랑스러운데! 요즘 잘나가는 아이돌, 한 트럭 데려와도 우리 이수에게는 한참 모자라!"예고 없이 찾아온 딸의 사내. 이 불청객 같은 존재를 향해 곧추세운 날 선 감정이 폭발했다. 뿔난 상열의 마음에 재희의 찬사가 제대로 기름을 부었다. 상열은 얼굴을 붉히며 성난 감정을 그대로 쏟아냈다. 남편의 낯선 반응에 재희는 한쪽 눈썹을 찌푸리며 상열을 위아래로 쏘아봤다. "근데 이렇게 근사하게 차려입고 어디 가는 거야?""얘는~! 오늘 엄마 아빠 결기잖아!(*결기:결혼 기념일) 결혼기념일, 뮤지컬 데이트! 잊어버릴 게 따로 있지. 저녁은 먹었어? 엄마가 집에 있었으면 우리 현준 씨 맛있는 저녁 한 끼 차려주는 건데~ 너무 아쉽네!""잠깐만!! 지금 너희 둘만 집에 들어가 있겠다고?? 재희야, 당장 뮤지컬 취소해!"상열은 펄쩍펄쩍 날뛰며 거듭 반대했다. 재희를 바라보며 어금니를 꽉 깨물고 미쳤냐고, 노망났느냐고 으르렁거렸다. 귓등으로도 듣지 않던 재희가 상열의 팔짱을 끼고 강제로 끌고 가며 말했다."그래~ 이수야 냉장고에 별거 없지만 반찬이랑 꺼내서 현준이랑 잘 챙겨 먹어! 우리는 많이 늦으니, 현준 씨 편히 있다 가요~ ! 간다, 이수!""안돼~! 이름이 뭐라고? 한준? 현준? 우리가 데려다줄 테니 당장 가요!"재희에게 끌려가면서도 끝까지 포기 못하는 상열은 멀어질수록 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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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화. 널 원해

아... 뭐지? 자신이 기대했던 상황과 다르게 흘러가는 전개로 이수는 잠시 멍해졌다. 눈만 여러 번 깜빡거리다 세차게 고개를 저은 뒤, 벌떡 일어나 그의 뒤를 쫓았다. "남현준! 너 거기 안 서!" 계단을 두 칸씩 뛰어올랐다. 더 이상 갈 곳이 없어 구석에서 헤실헤실 웃는 현준의 옷자락을 움켜잡았다. "헤헤헤, 요놈, 요놈. 너 여기가 우리 집이라는 걸 잊어버렸나 본데-" 현준이 더 이상 도망가지 못하도록 그를 꽉 안고는 개구진 표정으로 노려봤다. "홍이수… 지금 이거, 괜찮겠어?" "...어?" 순간 찰나의 정적이 흘렀고, 목울대로 긴장을 삼키는 소리가 그 적막함을 깨뜨렸다. "분명히 말하지만, 잡은 건 너야.” 현준은 단숨에 이수를 안아 올렸다. 얼굴에 열감이 오른 이수는 두 팔로 그의 목덜미를 감싸안았다. 빠르게 뛰던 심장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이수 방! 노크 절대 엄수! -_- 방문에 걸린 팻말이 현준이 가야 할 방향으로 안내했다. 현준은 글귀를 읽고 한 번 큭, 웃음을 터트리며 방 안으로 거침없이 직진했다. 이수의 집, 그녀의 공간에 둘만 있다는 사실에 현준의 아랫도리로 묵직하게 피가 쏠리기 시작했다. 침대 위에 이수를 조심스레 앉히고 그 옆에 얼굴을 마주 보며 앉았다. 불이 꺼진 방 안, 열린 문으로 어스름한 조명이 이수의 말간 얼굴을 비추었다. 그림자가 길게 드리운 얼굴이었지만, 이수는 안 예쁜 구석이 하나도 없었다. 눈, 코, 볼, 그리고 입술에 천천히 입을 맞추고 그윽하게 바라봤다. "이수야." 제 이름에서 현준의 묵직한 감정이 전해졌다. 이수는 그의 깊고 진한 초콜릿색 눈동자에 집중했다. "사랑해…" 고백 끝에 새어 나오는 그의 숨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나도…"이수는 시선을 내려 그의 코를 훑고 입술을 짧게 바라본 뒤, 다시 눈을 맞추고는 이어 말했다."네가 너무 좋아, 견딜 수 없이…" 이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현준은 그녀의 허리를 두르고 끌어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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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화. 달디단 이수

현준은 그대로 이수를 눕혔다. 그의 뜨거운 숨결이 목덜미에서 쇄골로, 어깨로 퍼졌다. 그는 그녀의 등으로 손을 밀어 넣어 브래지어 후크를 풀었다. 긴장한 이수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녀의 풍만한 가슴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가라앉기를 반복했다. 현준은 제 무릎 사이로 이수를 가두고 눈을 진득하게 바라봤다. 심장이 미친 듯이 요동쳤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밤마다 꿈에서 서로 뒤엉키는 그림을 여러 번 그렸었다. 그때 봤던 이수의 가슴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예뻤었다. 그리고 지금, 그는 그녀의 어깨 위에 위태롭게 걸려있는 얇은 브래지어 끈을 하나씩 내리고 있다. 현준은 살짝 벌어진 잇새로 떨리는 숨을 짧게 내쉬었다. 이수의 가슴이 오르내렸다. 천천히 브래지어를 그녀의 몸에서 떼어냈다. 시선이 이수의 눈에서 가슴으로 옮겨졌다. 뽀얗고 말간 가슴 끝에는 진분홍색 벚꽃 꽃봉오리가 솟아 있었다. 너무 아름다웠다. 꿈에서 봐오던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그의 중심부로 쏠렸던 열이 이제는 모두 얼굴로 몰렸다. 현준은 넋을 놓은 채 입안에 고이는 침을 가만히 넘겼다. 그는 시선을 가슴에 고정시킨 뒤 멍하니 바라봤다. 그때 그의 얼굴을 감싸는 따뜻한 온기에 정신이 돌아왔다. 이수는 얼굴이 발그레해진 채 손을 뻗어 그의 볼을 감싸고 눈을 맞췄다. "예쁘다... 홍이수." 현준은 그녀의 손바닥을 쥐고 자신의 입술에 갖다 대었다. 이수를 바라보며 체향을 훅 들이마셨다. 가슴을 만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왠지 자신의 더러운 손을 대면 안 될 것 같은 성스러움이 느껴졌다. 주저하는 현준의 마음을 안 건지 이수는 그의 손을 끌어다 자신의 가슴 위에 올렸다. 봉긋하게 솟은 가슴 끝이 자신의 손바닥에 찌르듯 감기자 현준은 떨리는 숨을 삼켰다. 경동맥이 터져 피가 솟구치는 것처럼 심장이 몹시 빠르게 뛰었다. 이러다 정말 심혈관이 터지는 것은 아닐지, 이대로 이수와 뜨거운 밤을 지내지 못한 채로 저세상 가는 건 아닐지. 여자의 가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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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화. 뜨거웠던 간밤의 꿈

아침부터 현준의 방문이 벌컥 열렸다. "남현준! 엄마가 밥 먹으래. 야, 양치는 하고 와라. 식탁에서 입냄새 공격하지 말고!" 세 살 어린 여동생, 은호였다. 현준과 은호는 여느 남매들처럼 가깝고도 먼 사이였다. 친절하고 다정할 때보단 티격 거릴 때가 대부분이었다. 은호가 중2병을 유난스럽게 겪은 후론 틈만 나면 현준을 물어뜯으려고 했다. 하지만 마음 깊은 곳의 생각이 달랐다. 현준은 은호에게 아빠 대신 집안의 중심을 잡아주는 기둥이었다. 다만 호르몬의 영향으로 현준이 다정하게 굴 때면 온몸에 닭살이 돋아 밀쳐내느라 바빴다. "남은호, 아무리 그래도 오빠한테 '야'가 뭐냐. 아침밥은 스킵." "잔말 말고 나와라. 엄마 아침부터 밥하느라고 고생했으니까. 10분 뒤에 나와." "알았어." 은호가 허락한 10분 안으로 현준은 발기된 자신의 물건을 가라앉혀야 했다. 아무 생각이나 떠올렸다. 하지만 진정시키기 위한 모든 노력은 결국 이수와 나눈 어젯밤으로 귀결시켰다. 제대로 미쳤구나. 현준은 이수와 사귀게 된 후로 항상 콘돔 한 개를 비상용으로 지갑에 넣고 다녔다. 언젠가 올 그날을 마음속에 늘 품고 다녔다. 드디어 어제, 현준은 자신의 준비성에 대해 속으로 폭풍 칭찬을 해대며 지갑에서 콘돔을 꺼내려 했다. 빨리 삽입하고 싶은 욕구에 마음이 급해졌다. 그런데 늘 같은 곳에 자리 잡고 있던 사각형의 콘돔 포장지가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지갑을 모두 벌려 바닥으로 탈탈 털어봐도 없었다. 분명 떨어뜨린 것이다. 캠핑 장을 보느라 평소보다 지갑을 자주 열고 영수증을 모으느라 두터워진 틈으로 빠진 것이다. 하, 씨. 젠장. 남현준, 이 등신 새끼!! 어쩔 수 없이 이수의 말캉한 허벅지 사이로 제 페니스를 밀어 넣어 사정해버렸다. 그녀의 가슴과 배에 난잡하게 흩뿌려진 자신의 뿌연 흔적을 보고 자괴감이 들었다. 이 짐승 같은 행동에도 자신을 보고 웃어주는 이수에 또 한 번 심장이 요동쳤다. 콘돔이 없었던 탓에 끝내 삽입을 이루지 못했던 현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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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화. 구제불능

캠핑 다음 날에도 준호는 어김없이 현장으로 출근했다. 여름휴가로 하루 이틀쯤은 더 쉬어도 될 법한데 준호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자신이 맡은 일에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져야 할 책임 그 이상으로 임했다. 특히 지금은 몸이 머리보다 바빠야 했다. 머릿속에 가득 들어찬 상념들을 떨쳐내야 했다. 출근하는 아침부터 준호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예민한 성격 탓에 주름 잡혀 있던 미간이 더 깊이 패었다. 예기치 못한 이수의 남자친구란 존재로 이틀 내내 묘한 배신감과 분노가 치솟았다. 가만히 있던 이수를 꿰찬 남현준이 싫었다. 인생의 실패란 경험한 적 없는 얼굴이었다. 사람들이 모두 제 편이라도 되는 듯 여유 있는 모습이 가소로웠다. "그거 인맥 없으면 바로 투입되기 어려운데… 멋지네."준호의 본업에 대해 '멋있다'라고 표현한 현준의 위선이 역겨웠다.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직업, 부모 잘 만나 좋은 대학 다니고 있는 제까짓 게 알 리가 있나. 설렁설렁 대학 다니며 사촌 누나 카페에서 손쉽게 돈 버는 주제에 이수까지 가져간 현준은 그야말로 양아치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재수 없는 새끼.어제저녁부터 먹은 것이 없던 탓에 신물이 올라왔다. 쓰린 속을 손바닥의 가장 두툼한 부분으로 꾹 눌렀다. 손으로 명치를 살살 문지르는 준호의 표정이 씁쓸했다. "준호야, 안색이 안 좋아 보인다."현장에 나와 있던 중섭이 말을 걸어왔다."괜찮아요. 그냥… 속이 좀 쓰리네.""그러게 하루 더 쉬지 뭐 하러 나왔어. 이 바닥 오래가려면 페이스 조절해야 돼. 넌 아직 쩌리니까, 오늘은 그만 들어가. 너 하나 없어도 티도 안 나."너털웃음을 터트린 중섭이 준호의 어깨를 툭 치며 일어났다. “형, 죄송해요. 오늘은 이만 가볼게요.”터덜터덜 지하철역을 향해 걸었다. 신선한 바깥공기를 마셨음에도 기분이 하나도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멈춰 선 걸음이 머릿속을 더 헤집어 놓았다. 지하철을 목전에 두고 유명한 대학 정문 앞에 몸이 굳었다. 현장에서 쓰이는 강력 접착제라도 발라놓은 것처럼 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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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화. 가을 축제

어느덧 시간이 흘러 9월 중순에 들어섰다. 가을을 알리는 입추가 지난 지 한참이었지만 낮 기온은 내려갈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그래도 아침저녁으로 느껴지는 쌀쌀한 기온 차는 제법 가을다웠다. 토요일 아침의 하늘은 쾌청했다. 이수는 일어날 때부터 들떠 있었다. 비단 날씨 때문만은 아니었다. 오늘은 오랜만에 현준을 보는 날이기 때문이었다. 지난 몇 주간 현준은 학교 가을 축제인 대동제 준비로 바빴다. 그 탓에 날씨 좋은 날에도 데이트는 커녕 해가 진 뒤에나 잠시 보는 얼굴로 만족해야 했다. 심지어 주에 단 한 번 같이 일하는 금요일, 어제 역시 현준은 축제 때문에 일을 뺄 수밖에 없었다. "나에게서 남현준을 앗아간 대동제! 재미없기만 해 봐라."이수는 두 주먹을 움켜쥐며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하지만 평소보다 더 수려할 현준을 생각하니 광대가 좀처럼 내려올 줄을 몰랐다. 심지어 풍선에 바람 빠지는 소리까지 내며 수줍게 웃었다."잠깐만! 현준이 커피 내릴 때 전완근, 엄청 섹시한데… 여자애들이 또 반하는 거 아냐?? 아… 그건 싫은데. 얼른 가서 임자 있는 남자라는 걸 보여줘야지."이수는 서둘러 나갈 준비를 시작했다. 오랜만에 보는 만큼 이수는 예뻐 보이고 싶었다. 콧노래를 부르며 샤워를 했다. 습기가 가득 찬 밀폐된 공간에 기분 좋은 선율이 울렸다. 거울 앞에 앉아 머리를 말리던 이수의 입꼬리가 보기 좋게 휘었다. 특히 이틀 전 새로 한 머리를 현준에게 보여준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렸다.이수는 많지도 않은 옷가지들을 죄다 꺼내어 상하의를 맞춰 보았다. 휴대폰에서 축제 스타일링을 검색해 보다가, 결국 코듀로이 미니스커트에 크롭 티를 입고 혹시 모를 저녁 추위를 대비해 크롭 체크 플란넬 셔츠를 걸쳤다. 거울 앞에 앉아 옅게 화장을 하고는 머리를 다시 만지작거렸다. 짧아진 앞머리가 낯설게 느껴졌다. 초등학교 이후 내내 길었던 앞머리를 가볍게 자르고 길게 자란 머리에 굵은 웨이브를 넣었다. 굽슬거리는 머리칼이 움직일 때마다 목덜미와 뺨을 자꾸만 간지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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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화. 가을 축제_커플 인증

교정에선 댄스 동아리의 공연이 한창이었다. 중학교 때 노래방에서 친구들과 벌였던 댄스 배틀은 그들에 비하면 개그 수준이었다. 이수는 공연을 보며 정신 놓고 춤추던 자신의 어릴 적 모습이 떠올라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한차례 공연이 끝나고 사회자가 댄스팀을 불러 모아 인터뷰를 진행해 나갔다. "자, 여기 리더가 누구죠?" 거칠게 숨을 내몰던 한 남자가 수줍게 손을 들었다. 언뜻 봐도 이수보다 선배였다. "와… 너무 잘생겼다. 그렇죠, 여러분~?" 관중석에서 ‘네에~~’란 외침이 탄성과 함께 여자들 사이에서 터져 나왔다. "자! 여자친구 있습니까?" "없습니다." "아니, 왜? 이 외모로 없으면 우린 그마저도 소망을 잃게 되잖아~"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곳곳에선 '잘생겼어요~'란 환호가 흘러나왔다. 역시 대한민국은 동방 예의지국이 맞았다. 이수도 사회자의 멘트를 듣고 머금고 있던 샹그리아를 뿜을 뻔했다. "댄스에 미쳐서 여친 사귈 시간이 없었나? 같은 팀 안에선 뭐 없었어요??" "에이, 이 친구들은 그냥 동료, 동료! 전우 같은 존재죠. 제가 숫기가 없어서…" 댄스팀 리더는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숫기가 없는데 이 큰 무대에서 춤을 그렇게 잘 춰? 아깐 춤도 엄청 섹시하게 추더구만!" 사회자는 '이렇게, 이렇게'라며 몸으로 어설픈 웨이브를 따라 했다. 남자는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히며 주먹으로 입을 가리고 큼큼- 거렸다. "알겠어요, 이 형이 오늘 자기 여친 만들어 줄게! 나한테 이상형을 말해 봐. 부끄러우면 귓속말로." 남자는 머뭇거리다 손으로 입을 가리고 사회자 귀에 속삭였다. 사회자는 눈빛을 반짝거리며 무대 앞 모인 사람들을 쭉 둘러봤다. "자, 형이 쫙 스캔해 보니까 있어, 있어. 몇 있어. 내가 추려서 3명을 뽑을 테니까 거기서 잘 해 봐요. 자, 제가 가서 ‘애기야 가자’ 하는 분은 저와 무대로 이동하시면 됩니다~!" 첫 번째 후보가 사회자 손에 이끌려 나갔다. 이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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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화. 은밀한 동방

"키스해! 키스해! 키스해!"사람들은 두 사람의 로맨스를 두 눈으로 꼭 봐야겠는지 난리 법석이었다. 현준은 관중들의 반응을 무척 즐겼다. 이수를 자신의 여자친구로 도장 찍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기 때문이었다. 이수와 눈을 맞추며 입매를 보기 좋게 휘었다. 그녀의 뺨을 감싸고 나직이 속삭였다."괜찮지? 한다."현준은 고개를 기울여 이수의 입술을 한 입에 넣고 진득하게 삼켰다. 순간 제 혀를 안으로 밀어 넣을까 진심으로 고민했다. 진한 입맞춤이야말로 사람들 가십거리로 안성맞춤이었고 그것만큼 확실한 꼬리표는 없을 테니까. 홍이수는 남현준 거. 하지만, 부끄럼쟁이 홍이수가 두고두고 원망할지도 모르니, 지금은 가볍게 끝내는 걸로. 쪽- 소리가 조용히 퍼졌다. 관중들은 사실 안중에도 없었다. 이수와 노골적으로 시선을 맞추던 저 리더 놈에게만 들려도 성공이었다. 현준은 이수의 입술을 반짝이게 만드는 자신의 타액을 엄지를 쓸었다. 그리고는 한번 더 가볍게 입맞춤을 했다. 환호성이 어찌나 큰지, 초대 가수가 온다 할지라도 이보다 크지는 않았을 것이다. 교정이 떠나가라 울려 대는 함성 탓에 지나가던 사람들도 몰려올 정도였다. "이수 씨 남자친구, 아주 화끈하네~!! 좋습니다! 짝 있는 분들은 염장 그만 지르고 얼른 내려가시구요~" 현준은 환호하는 관중에게 맞잡은 손을 들어 보였고, 댄스팀 리더에게 한쪽 입꼬리를 올려 턱짓으로 인사를 했다. 이수의 손을 잡고 큰 보폭으로 빠르게 무대에서 내려왔다. 현준의 표정이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았다. 불규칙한 호흡을 고르는 듯 숨을 억누르는 것 같았다. 아까 무대에서만 해도 기분이 괜찮아 보였는데 아니었나 보다. 이수는 숨죽이며 말없이 그를 쫓아갔다. "홍이수. 하아… 내가 늦지 않게 도착해서 다행이었지, 만약 저 사람이 널 찍었다면 어쩌려고 했어." 한 손은 허리춤에 다른 손으로는 머리를 쓸어 넘기며 현준이 서늘한 한숨을 푹 내 쉬었다. "그럴 리 없어. 난 분명 남자친구 있다고 말했어." "네가 남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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