بيت / 로맨스 / 로맨스를 새로고침. / Chapter 11 -الفصل 20

جميع فصول : الفصل -الفصل 20

105 فصول

11화. 현준의 이야기

5년 전.현준은 어릴 적부터 붙어 지낸 베프 진우과 같은 고등학교에 배정받았다. 보통 그런 경우 기뻐해야 하지만, 현준은 그렇지 못했다. 현준은 그를 향한 다른 속 사정이 있었다. 아빠를 일찍 여읜 현준은 아빠의 부재를 크게 경험하진 않았다. 가족이 있었고, 살뜰히 챙겨주는 큰 댁이 있었다. 홀로 계신 엄마와 3살 어린 여동생을 위해 큰 말썽 없이 사춘기를 보냈다.평범한 삶이었지만 단 하나, 그를 지독하게 괴롭히던 것이 있었다. 진우를 향한 동경이었다. 중학교 시절, 현준과 진우는 동급생 중 키가 가장 컸고 체격도 우수했다. 잘생긴 현준의 외모는 여학생들에게, 시크한 분위기의 진우는 남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남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은 진우는 그야말로 완벽한 남자였다. 가족보다 친구가 먼저였던 시절, 현준은 진우와 매일 붙어 다녔다. 진우와 함께하면 언제나 즐거웠다. 행복했다. 무서울 것이 하나도 없었다.여자친구가 생긴 진우는 연애하느라 바빠졌다. 갑자기 친구를 뺏긴 현준은 묘한 질투심이 치솟아 올랐다.그런 시간들이 쌓여가다 보니, 어느 순간 혼란이 찾아왔다. 진우를 향한 감정을 정의 내리기 힘들었다. 정체성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었다. 자신의 감정에 의문과 의심을 더해 스스로를 괴롭혔다.진우를 가진 그의 여자친구가 미웠던 걸까,여자친구가 생겨 자신을 멀리하는 진우가 미웠던 걸까.계속되는 질문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어느새 여자친구와 헤어진 진우는 다시 현준에게 돌아왔다. 생각이 정리되지 않은 채 진우와 계속 친구로 지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차라리 진우와 다른 학교로 떨어졌다면 좋았을 것을.“남현! 너 3반? 아… 난 7반.”진우와 반이 갈렸다는 것에 현준은 다행이라 생각했다. 진우는 마음이 맞는 친구를 못 찾았는지 툭하면 현준을 찾아왔다. 가끔은 진우를 피하기 위해 쉬는 시간마다 교실을 빠져나왔다. 이어버드를 귀에 꽂고 외부의 소리는 차단한 채 정처 없이 걷곤 했다. 그때 발끝으로 미세한 떨림이 전해졌다. 순
اقرأ المزيد

12화. 보건쌤, 쉿!

보건실에 들어온 이수를 따라 현준의 시선이 움직였다.현준은 숨을 죽였다. 초침 소리조차 들리지 않은 정적이 흘렀다. 오로지 침상으로 향하는 이수의 발걸음 소리와 위태로운 숨소리뿐이었다. 이수는 현준의 옆 옆 침상에 들어가 누웠다. 힘없이 커튼을 치는 소리가 들렸다. “휴우… 사라지고 싶다…”이수는 한숨을 내쉬며 혼잣말을 나직이 내뱉었다. 잠시 잠잠하던 이수는 갑자기 훌쩍이기 시작했다. 터져 나오는 울음을 삼키며 끅끅대는 소리가 적막한 공간을 찢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홍이수는 단 한 번도 사람들 앞에서 울지 않았다고 했다. 표정도 큰 변화가 없어 잘 견뎌내는 줄 알았다. 작은 체구 안에 그 모든 걸 꾸역꾸역 쑤셔 넣었다고 생각하니 왠지 안쓰러웠다. 이수는 결국 울음을 삼키다 못해 터트리고 말았다. 두 손에 얼굴을 묻고 소화되지 못한 눈물을 쏟아냈다. 현준은 이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소리가 잠잠해질 때까지 한동안 움직이질 못했다. 현준은 얼마 전 재일이와 나눴던 대화가 문득 떠올랐다.“야, 정재일. 너 홍이수 안다고 그랬지?”“어. 내 친구가 같은 중학교였는데, 걔가 홍이수 좋아했었어.”“……그래?”“중학교 땐 인기 좀 있었대. 엉뚱하고 귀여운 캐릭터였나 봐. 약간 애니 캐릭터 같은. 그래서 여자애들도 좋아했대 더라.” 재일은 휴대폰 게임에 열을 올리며 대답했다. “그래? 지금이랑 전혀 다른데?”“지금 모습과는 거리가 있지. 왜, 관심 있냐?”재일이 갑자기 고개를 휙 돌려 현준을 음흉하게 쳐다봤다. 현준은 갑자기 민망해졌다.“꺼져. 관심은 무슨…”사람이 단 몇 개월 만에 이렇게 달라질 수 있을까? 재일에겐 관심 없다고 했지만, 현준은 내내 신경이 쓰였다. 복도에서 자신을 치고 날랐던 그 애는 분명 해맑았었다. 잠깐 읽은 표정이 다였지만, 얼굴에 그늘이 없었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온몸이 과녁이 되어 날아오는 화살을 오롯이 받아내는 건 누구라도 힘들었을 것이다. 홍이수는 지금 그걸 아슬아슬하게 버텨내는 중이었다. 현준은 그녈 향해
اقرأ المزيد

13화. 반창고

대학 입학하고 얼마 안 되어 홍이수를 우연히 캠퍼스에서 마주쳤다. 이수가 떠난 자리에서 그 애의 안경을 주울 때, 길 위에 떨어진 벚꽃잎이 바람에 날려 손안으로 한 움큼 밀려 들어왔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벚꽃잎을 손에 쥐면, 사랑이 이뤄진다던데. 비록 이미 떨어진 꽃잎이라 할지라도, 내 손에 제 발로 들어온 이상 우린 운명이야. *** 쨍그랑—!! 현준을 몰래 훔쳐보다 눈이 마주친 순간이었다. 흠칫 놀란 이수는 들고 있던 컵을 단단한 시멘트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홍이수! 괜찮아?! 정신을 어디에 둔 거야?!” “아... 미안… 해요...” 당황한 이수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깨진 컵의 파편들을 줍기 위해 손을 뻗었다. 이수의 손이 파편에 닿기 직전, 현준은 재빨리 그녀의 손목을 낚아챘다. 그의 살갗이 닿은 곳에 홧홧한 열감이 올랐다. 이수의 시선이 자신의 손목을 잡고있는 그의 손위에 머물렀다. 사실은 남자와 손을 잡아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조심해, 다쳐. 컵은 내가 치울게.” 첫 알바에 생 초보니까, 실수할 수 있지. 평소라면 이수는 이렇게 다독였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창피했던 건, 그를 몰래 훔쳐보던 중에 눈이 맞은 것이었다. 쥐구멍이라도 있었으면 했다. 제멋대로 일그러진 표정을 감출 수만 있다면 뭐라도 괜찮았다. 차라리 아무렇지 않은 듯 미소 짓고 넘겼으면 됐는데. '남자'에 면역력이 없던 이수에겐 그런 능숙함이란 찾아볼 수 없었다. 현준이 파편들을 치우는 동안, 이수는 스태프 룸 한쪽에 비치되어 있던 빗자루를 가져왔다. 현준은 빗자루를 건네받으며 말했다.“저쪽에 가 있어. 파편들이 흩어져 있어서 아직 위험해.”그가 보니, 옆이 트인 이수의 하이킹 샌들은 좀 위험해 보였다. 이수는 자신의 실수를 대신 정리해 주는 현준에게 미안했다. “정말 미안…” “괜찮아, 신입 교육 때마다 늘 있는 일이야. 이수야, 너 정도면 잘하고 있는 거야.” 자신을 향해 웃는 현준의 얼굴을 보자,
اقرأ المزيد

14화. 그의 SNS

한가했던 시간이 끝나고 오후가 되자 손님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방학이라 그런지 목요일에도 모스 문은 금세 북적였다. 소라(*남소라: 모스 문 사장)가 마감을 하기 위해 모스 문에 도착했다. “현준아, 나 왔어. 이수 씨, 오늘 어땠어요? 내일이 트레이닝 마지막 날인데 할 만해요?” 이수는 멋쩍게 웃으며 대답했다. “바쁠 땐 정신없었지만, 그래도 곧 적응할 것 같아요.” “그래요. 처음에만 좀 외울 게 많아서 어렵지, 적응되면 이수 씨 잘 할 거야. 열심히 해줘서 고마워요! 오늘 둘 다 수고 많았고, 얼른 갈 준비해요.” 이수는 소라에게 가볍게 인사하고 스태프 룸으로 향했다. 스태프 룸의 커튼 너머로 소라가 현준에게 하는 말이 들렸다. “현준아, 당분간 네가 이수 씨랑 같은 날에 나와서 수고 좀 해줘. 아 참, 내일은 마감 타임인 거 알지? 이수 씨에게 마감하는 법 잘 알려주고. 오늘 수고했어.” 이수는 서둘러 자신의 물건을 챙기고 모스 문을 나섰다. 뭉그적대다가는 현준과 함께 퇴근하게 될 것이 뻔했다. 그와 단둘이 걷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불편했다. 반드시 체할 것이 분명했다. 앞만 보며 걸었다. 보폭을 크게 벌려 거리를 벌려놨다. 그때 희미하게 자신의 이름이 멀리서 들렸다. “홍이수!!!” 이수는 빠른 걸음으로 달리다시피 걸었다.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못 들은 척했다. 그가 달리기 시작했다. 그 소리에 이수의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이대로는 잡힐 것 같아 마음이 조급해졌다. 엉덩이가 실룩거릴 정도로 열심히 걸었다. 달리는 발소리가 어느새 바로 뒤까지 추격해왔다. 소리가 가까이 들릴수록 이수는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다다다다, 탁! 현준이 달려와 이수의 어깨를 잡았다. 깜짝 놀란 이수는 딸꾹질을 속으로 삼켰다. 남자와의 작은 스킨십에도 이수는 어깨를 들썩였다. 그의 온기가 어깨에 닿자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이수는 서투른 모습을 보이기 싫었다. 어색한 분위기를 깨뜨리고자 입을 열었다. 물론,
اقرأ المزيد

15화. 면역력 제로인 빙구

신입 교육의 마지막 날, 금요일이 되었다.이수는 일찍 일어나 평소 관심도 없던 옷차림에 신경을 썼다. 머리는 올백 포니테일로 묶고, 로우라이즈 스트레이트 데님에 너무 짧지 않은 크롭 티셔츠를 입었다. 전신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이 어색했다. 스타일링을 검색해보니 그게 ‘꾸안꾸’ 스타일이라더라.월요일부터 쉬지않고 일해 온 탓에 몸이 무거울 법도 했지만, 도리어 발걸음이 가벼웠다. 심지어 콧노래도 흘러나왔다."사장님, 안녕하세요.""어, 이수 씨 어서 와요-, 커피 한 잔 내려서 마시고 시작해요. 아! 어디... 이수 씨는 음료를 어떻게 타는지 한 번 볼까? 쉬운 걸로 할게, 긴장하지 말아요! 아이스 카라멜 마키아토로 가볼까? 레시피는 알죠-?""어…네……에...?"이수는 사장님의 돌발 질문에 등골이 오싹해졌다. 굳은 미소를 띄며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테스트인가? 떨어지면 어쩌지."알지, 한두 번 한다고 외워지지 않지! 바닐라 시럽 먼저 - 얼음 - 샷 - 그리고 시럽. 이 정도만 알려주면 할 수 있겠죠?""네!"눈을 동그랗게 뜬 이수는 씩씩하게 대답했다.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마키아토는 마블링이 중요해. 마키아토가 이탈리아어로 ‘얼룩진‘이란 뜻이거든. 일단 시각적으로 층이 생기게 하는 게 중요한데, 그러려면 에스프레소를 천천히 부어야 해. 맛이 레이어 되면서 층마다 다른 맛을 느낄 수 있게 돼. 그때, 맛의 재미가 쏠쏠하지. 사실은, 이탈리아식과 미국식이 다른데, 특정 손님을 제외하고는 다 이 레시피대로 하면 돼요. 할 수 있겠어요?"소라는 이수의 눈을 맞추며 미소를 지었다. 이지적으로 생긴 소라는 무표정일 때 퍽 차가운 분위기였다. 하지만 웃을 때면 긴장을 녹이는 온화함이 표정에 가득했다."맛있는 마키아토 부탁드립니다, 홍이수님.""네!"이수는 기억을 더듬으며 혼잣말로 레시피를 읊조렸다. 사장님이 알려준 방법대로 에스프레소를 천천히 부었다. 한두 번 한 경험으로는 멋진 레이어를 완성시키지 못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한 이수의 커피는
اقرأ المزيد

16화. 핵사이다 철벽남

이십 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여자 두 명이 모스 문 안으로 들어왔다. "어서 오세요-"웃으며 두 사람을 맞이한 뒤, 이수는 카운터에 섰다. 여자들은 수줍은 얼굴로 두리번거리며 누군가를 찾는 듯했다. 그때, 쪼그리고 앉아 재고 정리하던 현준이 일어나 미소로 인사했다."어, 또 오셨네요!"여자들은 현준의 얼굴을 보자, 그제야 방황하던 시선을 거두었다. 그를 향해 발그레해진 웃음을 지어 보였다."주문 도와드릴게요.""저희 플랫 화이트 하나랑 아이스 아메리카노 하나요."이수에게 주문을 하던 여자의 시선은 현준을 향해 있었다. "네, 결제 도와드리겠습니다."현준이 플랫 화이트에 들어갈 우유 거품을 촘촘하게 낼 동안 이수는 에스프레소 샷을 내리고 컵을 준비했다. 이수의 행동을 흘깃 쳐다 본 현준이 말했다."오, 우리 합이 잘 맞는데?"그의 말에 이수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갔다. 현준이 음료를 완성하는 동안 이수는 셀프 바에 물품 잔량을 확인하러 홀로 나갔다. 현준을 향한 여자의 집요한 시선이 느껴졌다. 앞서 들어온 두 여자 손님 중 한 명이었다. 그녀는 힐끔힐끔 그를 보며 몰래 사진까지 찍고 있었다.뭐야, 저건 도촬이잖아. 이수는 아무것도 못 본 척했지만 기분이 좋지 않았다. 여자의 무례함 때문인지, 질투인지 왜인지 모를. 여자들의 히히덕거리는 소리가 귀에 거슬렸다. 이수는 저도 모르게 현준을 바라봤다. 그의 영화로운 얼굴을 보자, 여자들의 호들갑이 납득이 됐다. 맞아, 누가 봐도 현준은... 멋있을 거야.씁쓸했다. 이수는 기분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할 일을 마치고 바(bar)로 돌아갔다. 생각에 빠진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직이 읊조렸다. "그래, 그렇지…" "뭐야, 이젠 혼잣말도 해? 여기, 음료 나왔어."현준은 이수가 귀엽다는듯 피식, 웃고는 화장실로 향했다. 속으로만 생각한다는 것을 실수로 내뱉었다. 적잖게 당황한 이수는 급히 음료를 내놨다."주문하신 플랫화이트, 아이스 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음료를 받으러 온 여자가
اقرأ المزيد

17화. 단골 호프집, finn

이수와 나란히 선 현준이 다정하게 물었다. “이수야, 우리 어디 갈까?”이수는 고개를 돌려 그와 눈을 맞췄다. 마주친 그의 눈은 맑은 달빛에 반짝였고, 입가가 부드럽게 올라가 있었다. “너 술 잘 마셔? 맥주 한잔할까?”“잘은 못하지만, 그런대로...”“좋아! 근처에 단골 호프집 있어. 큰길 쪽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돼. 가자.”하루 종일 산책을 기다렸던 강아지처럼 현준의 기분은 들떠 있었다. 현준은 슬링백 앞주머니에서 유선 이어폰을 꺼내들며 물었다.“너, 9291X의 선셋 노래 알아?”“아니, 몰라. 가수 이름이 숫자야? 특이하네.”이수는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였다. 현준은 휴대폰에 이어폰을 꽂은 뒤 한 쪽을 이수의 귀에 꽂아줬다. 흠칫 놀란 이수가 순간 걸음을 멈추자, 그는 당황하며 그녀의 눈치를 살폈다.“아, 이런 거 불편하댔지... 미안. 이번만 봐줘.”현준은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콧등에 얹었다. 내렸던 시선을 들어 올려 눈을 맞췄다. 다행히 이수는 화가 나 보이지 않았다. 이수는 시선을 피하며 수줍게 끄덕였다. 볼 언저리가 살짝 붉어진 모습이 오히려 귀여웠다.“이 노래야, 들어 봐. 지금 이 밤공기에 딱이야!”현준은 노래를 재생했다. 미소를 지으며 옆으로 까딱 고갯짓을 했다.“갈까?”이수의 속도에 맞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중저음의 목소리로 현준이 흥얼대기 시작했다. 이수는 처음 들어보는 노래였지만, 그의 목소리와 조화를 잘 이룬다고 생각했다.“난 사실 이 그룹 노래 중에 ‘오키나와’를 더 좋아해. 그것도 들어볼래?” “응, 그래.”노래가 시작되자 잔잔하게 부서지는 파도 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혔다. 몽글몽글한 무언가가 가슴속에서 피어나는 것 같았다. 이상하게 또 가슴이 간지럽네...“우와… 이미 시원해. 바다에 간 거 같아.”“그치? 난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오키나와 해변을 걷고 있는 것 같아. 나 근데 오키나와 한 번도 안 가봤다.”현준은 반 바퀴를 휙 돌아, 뒤로 걸으며 이수와 눈을 맞췄다.“넌 가봤어?”
اقرأ المزيد

18화. 돌아이

주방 형들과 인사를 마친 현준이 때마침 나온 음식과 물을 들고 자리로 돌아왔다."이수야, 음식 나왔어. 먹자."현준은 유자 치킨과 트러플 감자튀김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이수의 앞 접시에 치킨을 얹어주며 말했다."뜨거워, 데이지 않게 조심해.""응. 고마워."허니 유자 간장 치킨은 과연 핀의 베스트 메뉴다웠다. 첫 입을 베어먹는 순간, 치킨 육즙이 터져 나오며 소스가 마지막을 장식했다. 만족스러운 미소와 감탄이 연신 이수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이수야, 넌 어쩌다 모스 문에서 알바하게 된 거야?”"알바를 한 번도 안 해 봐서 궁금하기도 했고, 방학이니까? 넌?"“난, 바리스타가 꿈이야.”"그래서 바리스타 자격증을 딴 거구나.""어. 사실 소라 누나 영향도 컸지. 어렸을 땐 카페에서 일하면 멋있어 보이니까, 그래서 일을 시작한 건데 할수록 커피의 맛과 향에 빠졌어. 아, 소라 사장이 내 사촌 누나야."어쩐지, 두 사람 사이가 유독 가까워 보였다. 이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오늘의 커피'는 네가 블렌딩하는 거야?""맞아, 누나랑 내가 해. 오늘 한 건 내가 한 거야. 내가 담당일 땐 손님 반응을 더 유심히 보게 돼. 손님 반응이 좋으면 거기서 오는 희열이 있거든!"조도가 낮은 조명에도 현준의 눈이 보석처럼 빛났다. 커피 이야기를 할 때의 그의 목소리는 유난히 단단했고, 열정이 묻어 나왔다."다음에 내가 좋아하는 향으로 블렌딩해서 내려줄게. 평가해 줘."그와는 처음 술자리를 갖지만, 거리감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수는 현준과 대화를 자연스럽게 하는 자신의 모습에 적잖게 놀랐다.시간이 흘러 밤이 깊어지고 술은 어느새 네 잔째였다. 이수는 유난히 술에 약했다. 두 볼에 옅은 홍조가 올라왔다. 특히 오늘은 교육 마지막 날로 피로가 쌓인 탓도 있었다.취기가 오른 이수는 심장이 조금씩 빨리 뛰기 시작했다. 머릿속이 빙글빙글 도는 바람에 턱을 괴었다. 한숨을 푹 내쉬며 천천히 그의 얼굴을 살펴봤다.빠져들 것 같은 진한 초콜릿
اقرأ المزيد

19화. 잘자

이수는 집에 돌아와 씻은 뒤, 침대에 누웠다. 머릿속에서 현준이 떠나가질 않았다. 돌아오는 길에 현준과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크크큭, 홍이수, 너 진짜… 하하하!'적막한 밤공기를 가르던 그의 웃음소리가 계속 귓가에 맴돌았다. 아오!! 홍이수! 제대로 미친 거냐고?!이수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썼다 걷어차기를 수십 번 반복하고서야 겨우 진정됐다. 누가 따라오는 줄 상상이나 했겠냐고… 너무 창피해... 그래도... 아까 평상에 함께 누워있었던 건… 너무 설렌다. *** "괜찮아? 계단 오를 수 있겠어?" 절뚝이던 이수는 결국 현준의 부축을 받았다. 두 사람은 슈퍼 평상에 앉아 잠시 쉬어 가기로 했다. “이수야, 피가 너무 많이 나. 슈퍼는 문을 닫았고, 혹시 근처에 편의점 있어? 가서 반창고 사 올게.” 수치심에 대답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고개를 떨군 이수는 손가락 끝으로 편의점 방향을 가리켰다. "... 저기서 우회전..." "알았어, 금방 다녀올게. 잠시만 쉬고 있어."이수는 평상에 걸터앉아 한숨을 푹 쉬었다. 상체를 기울여 누웠다. 팔을 얼굴에 올리고는 눈을 덮었다. 후우... 한심하다, 정말. 이수가 평상에 누워 술기운을 달랜 지 10분이 채 됐을까. 달려오는 발소리가 점차 가까워졌다. 곧이어 현준이 숨을 거칠게 내쉬며 이수 앞에 섰다. 그의 불규칙한 숨소리에 눈이 풀린 이수가 몸을 반쯤 일으켜 세웠다. "아팠겠다. 하이고, 이수야…" 현준이 한 쪽 무릎을 바닥에 대고 앉았다. 피가 줄줄 흐르는 이수의 상처를 거즈로 닦아냈다. 입바람을 조심스레 불며 연고를 펴 발랐다. 그의 걱정스런 시선이 오롯이 이수의 상처 위에 머물렀다. 맥박이 조금 빨라진 건 순전히 취기때문이라고 이수는 생각했다.현준은 이어서 반창고를 붙여주었다. 다정한 그의 손길에 이수의 두 뺨이 불그스레해졌다. "... 고마워." "다치지 마." "…응."부드러운 미소를 짓던 현준은 이수 옆에 털썩 앉은 뒤, 그
اقرأ المزيد

20화. 나올래?

아침이 밝았다.침대에 누워있던 현준은 이수의 인별 계정에 들어갔다. 그녀의 피드는 예상한 대로 화려하지 않았다. 읽고 있는 책들, 소소한 일상 사진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녀의 얼굴이 나온 사진은 찾아보기 힘들었다.책을 좋아하나 보네.그녀의 피드를 쭉 훑어보다, 중학교 때 사진 몇 장을 발견했다. 친구들과 함께 티 없이 웃고 있는 사진이었다. 현준은 이수의 사진을 확대했다. 해맑은 그녀의 얼굴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봄 햇살같이 무구한 미소를 보며 어젯밤 이수의 웃는 모습이 떠올랐다. 그 짧은 순간이 너무나 선명하게 머리에 각인됐다. 그의 입가가 호선을 그리며 올라갔다. “예쁘다.” 보고 싶은데…?현준은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한 뒤, 서둘러 침대에서 일어났다. 나갈 준비를 시작했다. 무슨 이유로 불러내지? 샤워를 하는 내내 고민했다. 결국 그는 어제 말한 커피를 맛 보여주는 걸로 명분을 삼았다.침대 위에 옷가지들을 늘어놓고 무엇을 입을지 고민을 했다. 한껏 멋 부렸다가 다시 벗기를 반복했다. 갑자기 불러내는 콘셉트인데 너무 꾸미고 가는 것이 왠지 부끄러웠다.결국 현준은 무릎 위로 올라오는 옅은 회색의 스웨트 쇼츠에 오버사이즈 흰 티셔츠를, 중청의 얇은 데님 셔츠와 모자로 심플하게 매치했다. 가느다란 비즈 목걸이와 시계를 차고, 양말을 올리고 스니커즈를 신었다.***오랜만에 누리는 멍 타임이었다. 이수는 한가롭게 소파에 늘어져있었다. 내려오는 눈꺼풀을 이기기 위해 여러 번 깜빡거리고는 고갯짓으로 잠을 쫓았다. 최근 읽기 시작한 책을 찾으러 방으로 들어섰다.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책과 안경을 들고 방을 나서려는 순간, 휴대폰 진동음이 길게 울렸다.화면 위에는 '남현준' 이름 세 자가 찍혀있었다. 놀란 이수는 휴대폰을 침대로 떨어뜨리듯 던졌다. 한 걸음 뒤로 물러선 뒤, 두 손을 가지런히 가슴에 올린 이수는 혼잣말로 속삭였다. "설마 정말 남현준?"휴대폰을 집어 들고 몇 초간 화면을 바라봤다. 심장 간질병이 또 찾아왔다. 가라앉히는 약 어디 없
اقرأ المزيد
السابق
123456
...
11
امسح الكود للقراءة على التطبيق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