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맨스 / 야해빠진 킬러 아저씨 / Chapter 261 - Chapter 270

All Chapters of 야해빠진 킬러 아저씨: Chapter 261 - Chapter 270

335 Chapters

제261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아린은 취업사이트를 뒤지고 있었다.다음 달 카드값만 생각하면 아찔했고, 대출도 직장이 있어야 가능한 세상이니까. 그래, 이 정도면 쉴 만큼 쉬었지. 게다가 준일 오빠를 기다리는 낮 시간이 점점 더 무료해지잖아.아무리 살펴봐도 마음에 드는 직장이 없던 그때, 눈길을 사로잡는 문구 하나.- 피팅 모델 급구 / 주 3일 근무 / 고소득 보장 / 경력 무관.마치 자신을 위해 걸어둔 미끼 같았다. 세세한 조건이나 근무지는 모호하게 처리되어 있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상상력을 자극했다. 일단 사이트에 올라온 연락처로 전화를 걸었고, 이름과 나이를 물어본 상대는 곧바로 면접을 보자는 말을 전해왔다.그대로 준비를 마치고 주소지를 향했다. 건물은 생각보다 평범했다. 간판조차 희미하게 빛바랜 5층짜리 상가.계단을 오를수록 공기는 더 탁해졌고 복도는 좁았다.이윽고 면접 장소인 203호 앞에 도착했을 때.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떨리는 손끝으로 노크를 두드렸다.똑, 똑.문고리가 천천히 돌아갔다. 문이 열리며 드러난 건 말끔한 셔츠에 슬렉스를 입은 삼십 대 중 후반의 남자였다.인상은 서글서글했고, 수염을 기르고 안경을 쓴 모습이 멋 좀 부리는 사람인 것 같았다.“홍아린 씨?”“네.”남자는 미소를 지으며 문을 활짝 열었고, 안쪽에는 평범한 사무실 같은 공간이 보였다. 그렇게 면접이 시작됐고, 1:1로 진행되서 그런지 떨리긴 커녕 오히려 편안한 느낌마저 들었다.“스물셋이라고 하셨죠?”“네.”“전 포토그래퍼 김수혁입니다. 경력은 8년 정도 됐고요.”수혁이 책상 위에 놓인 얇은 서류철을 꺼내 펼쳤다.“공고에 올려둔 것처럼 피팅 모델을 구하고 있습니다. 전문 촬영이라기보단 이미지 샘플용이고, 조금은 자유로운 형식이에요.”서류철 안에는 길게 늘어진 계약 조건들이 적혀 있었지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성인 촬영 가능자 우대’라는 한 줄.“이, 이건 뭐죠?”“말 그대로입니다. 수위 높은 촬영이 가능하신 분들은 페이가
Read more

제262화

광고 촬영날, 수혁은 여러 이미지들을 노트북 화면에 띄우며 촬영 콘셉트를 차분하게 설명했다.“윤활제 광고라 제품 자체가 돋보여야 하지만, 쓰고 싶게 만드는 모델의 표정과 몸짓도 그만큼 중요합니다.”아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촬영 룸으로 향했다.수혁이 단정하게 개어진 새하얀 의상을 건네주었다. “준비하고 나오세요. 전 장비 좀 세팅하고 있을게요.”탈의실로 향해 의상부터 자세히 펼쳐보았다. 상의는 가운데 끈으로 가슴을 확실히 모아주는 타입의 브라로 나름 평범했다. 하지만 하의는 꽃자수가 더해진 시스루 망사 소재였다.팬티와 가터벨트는 일체형이었고, X자로 꼬인 줄이 배꼽 아래에서 허벅지까지 이어지는 디자인이 꽤나 야릇했다. 세트인 스타킹까지 확인하고 나니 목덜미가 뜨겁게 달아오르는 기분.“좀... 많이 야하네.”천천히 브라 끈을 맞추고, 가터벨트를 걸어 허리선에 고정시켰다. 마지막으로 스타킹을 끌어올리며 매무새를 다듬고는, 거울을 바라보았다. 젠장, 새하얀 란제리 덕분인지 이제야 제대로 눈에 들어왔다. 준일이 새겨놓은 격렬한 흔적들은 목선, 가슴 옆, 허벅지에 어슴푸레 번져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다.“어떡하지? 이 정도면 보정은 가능하겠지?”떨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조심스레 문을 열고 나가자, 수혁의 시선이 아린의 몸을 관통했다. 차갑지도, 대놓고 노골적이지도 않았지만 분명히 의상 사이의 자국까지 훑어내린 듯한 시선이었다.“의상은 잘 어울리는데, 흠.”아린은 순간 어깨가 움찔하며 가슴 언저리를 가리려 했지만, 수혁은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며 덧붙였다. “흔적까지 콘셉트에 녹여내죠. 오히려 자연스러워 보일 수도 있겠어요.”“죄송합니다. 미처 생각을 못 해서...”“한참 타오를때죠.”이런 민망한 말이 오고 갈 줄은 몰랐는데.허벅지 옆 레이스를 만지작거리며 카메라 앞에 서자 수혁은 카메라 셔터음을 몇 번 시험 삼아 울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테이블 위에 세팅된 제품 챙기시고요.”“아, 네.”테이블 쪽으로 다가가 제품을 집어 들었다
Read more

제263화

예상하지 못한 말이었다. 아린의 허벅지가 순식간에 오므려졌다. 한순간에 호흡이 끊기듯 막혀버렸고 어찌나 부끄럽고 창피한지, 얼굴마저 달아올라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아, 민망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촬영하다 보면 자주 있는 일이라서요.”태연한 말투와 달리 허벅지 사이에 머물러있는 그 시선이 압박처럼 가슴을 죄었다. 내 팬티가 젖었다니, 심지어 그걸 다 들켜버렸다니.“작가님, 잠.. 잠깐만 쉬었다가 가면 안 될까요?”“네, 그러죠.”수혁이 카메라를 내려놓고 차가운 물병을 건네주었다. “감사합니다.”“지금까지 찍은 컷들, 한번 보실래요?”“네.”모니터 안에는 방금 전까지 포즈를 취하던 자신의 모습이 고스란히 프레임에 갇혀 있었다. 새하얀 란제리와 가터벨트, 그리고 색색의 성기 모양 제품들까지. 한 컷, 또 한 컷. 화면이 넘어갈 때마다 여전히 신기함 투성이었다.그러다 화면 속 자신의 다리가 살짝 벌어진 순간, 얇은 레이스 위로 둥그렇게 젖은 자국이 화면에 드러났다.“아...”민망함이 한꺼번에 몰려오며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숙였다. 차마 바라볼 수 없었다.“물이 많으신 분들은 패드를 대기도 해요. 제가 미리 알려드렸어야 했는데.”“몰, 몰랐어요... 죄송합니다.”“남자친구분은 엄청 좋으시겠어요.”“네?”수혁의 시선이 목덜미, 쇄골을 지나 가슴골에 꽂혔다. 분명한 정사의 흔적을 마치 한 번 더 확인 시켜주 듯, 그 노골적인 눈길에 손가락이 점점 꼬였다.“아린 씨, 저는 프로입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제품이 아린 씨 안에 들어간 생생한 장면을 찍고 싶어요. 어차피 팬티도 젖어버려서 더 이상 예쁜 컷이 안 나올 것 같기도 하고요.”가슴이 요동쳤다. 지금, 성기 모양의 제품을 구멍 안에 넣으라는 말이잖아. 이런 게 광고 촬영이 될 수가 있는 거야? “작가님, 그건 좀...”“대신, 페이는 두 배로 드리죠.”안 된다고, 싫다고 해야 하는데. 마음속으로 스스로를 다그쳐도, 두 배라는 페이와 그 강렬한 눈빛의 무게에 쉽사
Read more

제264화

인아의 메일함에 새로운 메일이 도착했다.From: LUMINA KOREA PR팀Subject: [단독 제안] 강인아 님, 12월 호 커버 인터뷰 제안인아는 눈을 비볐다가 다시 모니터를 똑바로 봤다. LUMINA?루미나라면 패션/라이프스타일을 다루는 글로벌 매거진이다.근데, 고작 힐링 채널을 운영하는 내가 그런 유명한 잡지의 커버 인터뷰라니?처음엔 스팸이나 광고메일인 줄 알았다. 하지만 다급히 읽어본 메일엔 자세한 조건이 나열되어 있었다. - 12월 호 한국 특별판 단독 커버- 풀 페이지 화보 + 단독 인터뷰- 타이틀: “힐링의 아이콘, K-콘텐츠의 얼굴”스크롤을 내리는 손끝이 떨렸다. 이건 단순한 협찬이나 광고 제안과는 급이 달랐다. 대표적인 매거진의 표지를 장식하고 인터뷰까지 한다는 건, 확실한 셀럽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초대장이었다.내가 힐링의 아이콘이라니, 내가 K콘텐츠의 얼굴이라니.메일 하단부에 적힌 연락처에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수화음이 울리는 내내 심장이 얼마나 떨리는지, 핸드폰을 쥔 손마저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여보세요.”“안녕하세요. 이메일 보고 연락드렸습니다. 강인아입니다.”“어머! 세상에! 인아님, 반가워요. 저 너무 팬이에요!”수화기 너머, 목소리 톤이 보란 듯이 높아졌다. 마치 자신의 연락을 기다렸다는 듯한 그 반응이 더 믿기지 않았다.“아, 감사합니다.”“앗! 죄송해요. 너무 들떠서 제 소개를 잊었네요. 루미나 PR 팀 팀장, 최선경이라고 합니다. 보셔서 아시겠지만, 이번 건은 단순한 협찬이 아니라 글로벌 엠버서더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프로젝트예요."“그... 제가 아직 좀 얼떨떨해서요. 저한테 왜 이런 귀한 제안을....”“인아 씨 마스크가 너무 매력적이기도 하고, 요즘 힐링 채널이 다시금 뜨고 있기도 하고요. 그리고... 사실 제가 인아 씨 찐팬이라 힘을 좀 썼습니다. 하하.”“너무 감사해서 어쩌죠? 살다 보니 별일이 다 있네요, 너무 꿈같아요 팀장님.”전화기 너머로 웃음소리가 퍼졌
Read more

제265화

인아는 고개를 떨군 채 입술을 꼭 깨물었다. 아저씨의 말이 틀린 건 아니었지만, 자꾸만 현실적인 조언만 해대는 게 왜 이리도 서운한 건지. 조금은 축하해 줄 수도 있는 거잖아, 그동안 고생했다고 안아줄 수도 있는 거잖아.많은 걸 바란 건 아니었는데.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 “아저씨는 제가 유명해지는 게 싫은 거예요? 아니면... 우리 관계가 드러날까 봐 겁이 나는 거예요?”“둘 다.”결국 맺혀있던 눈물이 후두둑 떨어져내렸다.“저는요... 아저씨가 같이 기뻐해 주길 바랐어요.”호준이 그런 인아를 부드럽게 끌어안았다. 이 멍청한 기지배는 조금만 서운해도 훌쩍훌쩍. 골치가 아파 죽겠단 말이지.“루미나가 보통 매거진이야? 쪼끄만 게 대단하네.”“씨이.... 이제 와서요?”“그렇게 하고 싶으면 해. 말린다고 들어 먹을 기지배도 아니고.”인아가 호준의 등허리를 꼭 끌어안았다.“나요, 아무리 바빠지고 아무리 유명해져도 아저씨랑 꼭 붙어있을 거예요.”“예예, 그건 그때 가서 지켜볼게요.”“진짜거든요?”“씻고 올게. 섹스 하자.”호준이 욕실로 향한 사이, 인아는 드레스룸으로 총총총 뛰어가더니 무언가를 손에 들고 흔들어 댔다. 그건 바로, 아저씨의 성기에 씌울 러브링이었다. 실리콘 돌기가 가득 박힌 러브링은 요즘 인아가 가장 좋아하는 최애템이다.샤워를 마치고 나온 호준의 눈썹이 치켜올라갔다.“레어 아이템이네?”곧바로 다가와 무릎을 꿇은 인아는 완벽한 오랄로 성기를 세우더니, 불끈 솟아오른 기둥에 러브링을 끼워 넣었다. 실리콘 돌기가 제자리를 찾자, 기둥이 더 단단해지며 묵직한 압박감이 더해졌다.“됐다! 얼른 누워요 아자씨!”호준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인아의 말대로 움직였다.미친 기지배, 이걸 끼우면 시간이 배는 길어지는데. 대체 어쩌려고 까부는 건지.발가벗은 인아가 호준의 몸 위에 올라탔다. 그리고는 손으로 가슴을 짚으며 기둥을 눕힌 뒤, 골짜기를 앞뒤로 문지르며 리듬을 만들기 시작했다. “하아, 아저씨..
Read more

제266화

다음날 아침, 인아는 눈을 뜨자마자 인상을 찌푸렸다.허벅지와 허리는 욱신거렸고, 아랫배는 조금만 움직여도 땡땡하게 당겨올 정도.“으으... 진짜 중요한 날인데...”이를 악물고 침실을 나선 순간, 식탁 위에는 호준이 챙겨놓은 영양제와 물 한 컵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힛, 이 아저씨가 진짜!”***청담동 LUMINA 본사.로비를 지나 미팅룸에 들어서자, 이미 기다리고 있던 PR팀 직원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인아는 긴장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최선경 팀장이 두 팔을 벌려 맞이했다.“어머 어머, 인아 씨! 진짜 실물이 훨씬 아름다워요!”“감사합니다, 팀장님. 저도 너무 반가워요.”책상 위에는 이미 준비된 12월 호 기획안과 화보 콘셉트 스케치가 놓여 있었고, 선경의 말이 자연스레 이어졌다.“커버 콘셉트는 힐링 아이콘답게 자연광을 활용하면서도, 인아 씨의 수수한 매력이 돋보이도록 그대로 표현할 예정이에요. 아, 그리고 의상이랑 메이크업 협찬은 전부 COHO 쪽에서 지원해 주시기로 했어요.”“네? 코호요?”“네, 브랜드 콘셉트 자체가 자연스러움이라. 인아 씨랑도 너무 딱인 거 있죠?”“세상에 팀장님, 저 지금 꿈꾸고 있는 거 아니죠?”선경이 활짝 웃으며 손바닥을 가볍게 마주쳤다.“꿈이라뇨. 다 인아 씨가 가진 분위기 덕분이죠. 진짜 매력적인 마스크라니까요.”인아는 기획안을 들여다보며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깜빡였다. 코호, 매번 쇼윈도 앞에서나 동경하던 브랜드였는데. 이제는 자신이 그 옷을 입고 화보를 찍는다고?벌써부터 연예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트렌드를 떠나 모두가 원하는 게 힐링이잖아요. 잘 부탁드립니다, 인아 씨.”“저 정말 열심히 준비할게요. 기대에 꼭 보답할 수 있도록요.”“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아 맞다, 궁금한 거 하나 여쭤봐도 될까요? 사실 이건 진짜 팬으로서 드리는 질문인데...”“그럼요.”“남자친구분은 혹시 뭐 하시는 분이세요? 실루엣이 장
Read more

제267화

오늘도 준일은 아린의 집에서 욕정을 풀어내고 있었다.다리가 쫙 벌어진 아린의 엉덩이를 받쳐 들고는, 자신의 물건이 넘나드는 그 모습에 시선을 고정했다.빨간 T팬티는 애액에 젖어 자주색으로 변해 있었고, 그 모습이 꼴려 입힌 채로 박아대던 중이었다.“넌 씨발, 진짜 왜 이렇게 맛있냐?”“흐으 가버릴 것 같아...! 하읏!”“표정 봐라, 돌겠네.”아린은 그 말에 눈을 감았다. 애인도 아닌 그저 섹스 파트너인 사이. 그저 감정 없이 밀고 당기는 사이일 수도 있겠지만, 지금의 두 사람은 완전히 엉켜 있었다.엉덩이 골 사이로 흘러내리는 끈적한 액체들, 수없이 박아대도 마르지 않는 그 보지가 주는 황홀함.움직임이 이어질수록, 고통과 쾌감이 구분되지 않았다.“하아, 너무 세...! 으윽, 하...”눈을 감은 아린은 박동에 맞춰 흔들리면서도 점점 다른 상상을 하기 시작했다. 지금 자신에게 무자비하게 박아대는 사람이, 혹시 준일 오빠가 아니라 김수혁 작가님이라면?왜 이런 상상을 하는 건지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날, 아무 일 없이 쵤영만 끝냈던 게 내심 아쉬웠던 걸까. 혼란과 쾌감이 뒤섞여버렸다. 하지만 욕망은 종종 의식보다 먼저 움직이니까. 이런 상상 정도는 해도 되는 거잖아?“오빠, 누워서 해줘, 뒤에서, 응?”자세가 바뀌는 순간, 알아서 엉덩이를 뒤로 밀며 비벼대는 덕에 성기가 미끄러지며 꽂혀버렸다.“하.... 이거야...”준일은 한 손으로는 새하얀 목덜미를, 다른 손으로는 탱글한 젖가슴을 움켜쥐었다.“존나 잘 들어가네.”“준일 오빠, 오빠앙....!”하염없이 준일을 부르면서도 여전히 머릿속에 떠오르는 김수혁 작가님. 성기 모양의 윤활제를 자신의 구멍에 넣어주던 그 손길과 눈빛은 분명 뜨거웠었다. 내가 자꾸 왜 이러는 거지?생각이 이어질수록 애액은 감당이 되지 않을 정도로 흘러나왔다.아 맞다, 팬티가 동그랗게 젖어버린 모습까지 들키고 말았지. 다음 촬영장에선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때도 작가님은 나의 그곳을
Read more

제268화

택시에 올라탄 희주는 핸드폰 화면만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회사 근처에 다다랐을 무렵, 준일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희주야. 어디야? 회사 근처로 오고 있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준일의 목소리가 평소와 달리 눈에 띄게 다급했다.뭐, 의견도 묻지 않고 무턱대고 찾아왔으니 그럴 수도 있겠지.“그냥, 근처에서 볼일이 좀 있어서. 이제 다 와가는데 오빠는 어디야?”“어? 나 회사 근처 아닌데? 나 정우네 동네에서 저녁 먹느냐고 그쪽으로 넘어왔어.”순식간에 희주의 속이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역시나 거짓말이었구나. 미처 말을 맞추지 못한 정우와 준일의 말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서정우 대리님이랑 통화해 봐.”“응?”“그리고 나서 다시 얘기해. 회사 앞 카페에서 기다릴게.”희주와의 전화를 끊고 톡을 보니, 정우에게서 온 부재중 전화와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 야! 너 어디야. 희주 씨한테 너 연락 안 된다고 DM왔어. 일단 우리 팀이 아니라 전산팀 회식이라고 둘러댔으니까 그렇게 알아.젠장, 이 메시지를 먼저 봤어야 했는데. 회사 근처로 오고 있다는 희주의 말에 부리나케 전화부터 거는 바람에 미처 확인하지 못하고 말았다.이제 어떡하지? 뭐라고 둘러대지? 한마디만 삐끗해도 모든 게 무너질 판이었다.결국 침대 위, 정액을 질질 흘리며 거친 숨을 몰아쉬는 아린을 그대로 내버려두고 급하게 옷가지를 챙겨 입었다. 샤워를 할 생각은커녕, 정사의 흔적들은 물티슈로 다급하게 닦아냈다.그 모습을 바라보던 아린이 물었다.“오빠, 왜 그래? 안 씻어?”“아씨, 나 아무래도 좆된 거 같다. 연락할게.”정신없이 차에 시동을 걸고 회사 근처로 향하면서도 끊임없이 머리를 굴렸다. 문제는 정확한 정답을 찾을 수 없다는 것. 거짓말을 덮으려면 더 큰 거짓말을 해야 하는데. 결국 불안함을 견디지 못해 희주에게 전화를 걸었다.쫄지말자, 태연하자.희주는 모른다. 앞으로도 몰라야 한다.“오빠 지금 가고 있거든? 어디야? 카페야?”“응.”“그, 희주야.
Read more

제269화

“지금이라도 솔직하게 말해. 어디 갔다 왔어?”입안이 바짝 말랐다. 진실은 이미 선택지가 아니었다. 섹스 파트너와 섹스를 했다는 게 유일한 진실인데, 그 무거운 진실을 어떻게 털어놓을 수 있을까.“그냥 결혼 날짜도 다가오고... 마음이 좀 싱숭생숭해서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어.”“싱숭생숭? 오빠한텐 결혼이 그런 의미야?”“다들 그런다고 하더라. 그냥 자연스러운 감정이잖아.”“혼자만의 시간을 좀 많이 갖던데? 회식도 잦고 귀가고 늦고. 그렇게 심난해 할 거면 나랑 결혼은 왜 해?”“그만해 진짜. 그런 거 아니니까.”“자꾸만 말이 앞뒤가 다르네.”“그만하고 가자. 제발 좀.”짧은 문장들이 서로의 숨 위에 부딪혔다. 희주는 결국 아무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섰고, 준일 역시 그 뒤를 따르며 어깨에 손을 둘렀다.“화났어?”“됐어.”감정은 이미 상해버린 채, 그대로 준일의 차에 올라탔다. 문제는 밀폐된 공간 안에 들어서니 무언가 이상한 냄새가 코끝을 찌르기 시작했다는 것. 말라붙은 땀 냄새 같기도 하고, 누군가의 체취와 향수가 섞인 냄새 같기도 했다. 확실한 건 너무도 이질적인 냄새였다.“여자랑 있었네.”“또 무슨 소리야.”희주가 정신없이 준일의 벨트를 풀어냈다. 더 이상 말로는 어떤 것도 믿을 수 없었다. 직접 확인해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고, 준일이 그런 희주의 손을 다급히 붙잡았다.“지금 뭐 하는 거야!”“확인.”이대로 있다간 들키는 건 일도 아니었다. 급박한 마음에 샤워도 채 하지 못하고 나왔으니까. 그래서 거칠게 희주의 손을 떼어냈다.“서희주! 그만 좀 하라고!”짧은 고함이 차 안을 울리는 순간 희주의 손이 멈췄다. 이해도, 분노도 아닌 무표정이 더 섬뜩한 순간이었다. “우리 결혼, 다시 생각해 보자.”“너 지금 뭐라고 했어? 어?”“난 지금 오빠가 바람을 피운 거라고 확신하거든. 그래서 내 미래를 맡길 수 없다는 판단이 들어버렸고.”“상상의 나래를 어디까지 펼치는 건데?”“상상의 나래? 지금 오빠한
Read more

제270화

준일에게 갑작스러운 통보를 받은 아린은 멍하니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난 잘못한 게 없는데, 분명 조심하고 또 조심했는데, 심지어 오빠를 위해 내 공간까지 전부 다 바쳤는데. 그런데 고작 이딴 식으로, 자기 멋대로 관계를 끝내버린다고?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어 올랐다. 여자친구가 눈치를 챘다? 결혼까지 파투 날 위기다? 그 말은, 아직 완벽하게 걸린 건 아니라는 뜻. “그렇다면 완벽하게 끝내줘야지.”준일의 SNS를 타고 들어가 희주와 함께 찍은 게시물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희주의 아이디가 태그 된 게시물들이 얼마나 많던지. 물론 전부터 봐왔던 게시물이었지만 이렇게 예쁜 여자친구를 두고 바람이라니. 푸하. 곧장 DM 창을 켜서 손가락을 빠르게 움직였다.- 서희주 씨. DM확인하시면 연락 부탁드립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답장이 도착했다.- 누구시죠?- 오빠랑 싸우신 것 같던데, 진실이 알고 싶으신가요?- 뭐라고요?- 010-XXXX-XXXX. 전화 주세요. 전부 다 말씀드릴게요.메시지를 보내고도 손끝이 식지 않았다. “강준일. 네 멋대로 끝내려면 최소한 예의는 갖췄어야지.”집착은 이미 분노로 변해 있었다. 한때는 집 안에 스스로를 가둔 채, 그 남자만을 기다리던 여자였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새로운 일도 시작했고, 이제는 그 월급쟁이 자식보다 훨씬 더 잘 나갈 텐데. 이런 개무시를 당하고도 참을 이유는 전혀 없었다.그리고, 요즘은 준일 오빠 생각보다 작가님 생각이 더 많이 나는 걸?한참을 부들거리던 중, 핸드폰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 당연히 서희주겠지.“여보세요.”“서희주입니다. 준일 오빠랑은 무슨 사이시죠?”“오빠가 제 얘기는 안 했나 보네요. 오빠랑 저는 직장에서 처음 만났고, 퇴사를 하고 난 뒤에 고백했어요. 물론 제가요.”“네? 고, 고백이요?”“네, 그냥 그러고 싶었어요.”“그러니까 지금, 오빠랑 사귀기라도 했다는 말이신가요?”예상한 반응이었다.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지만 궁금증
Read more
PREV
1
...
2526272829
...
34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