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나를 죽인 황제에게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Chapter 361 - Chapter 370

436 Chapters

361. 부름

밤이 깊어서야, 위지헌이 그 말을 꺼냈다."혼자."옥대 매듭 위에서 손이 멎어 있었다. 저녁 밥상에서부터, 내내."안 된다.""가야 해요."월령이 말했다."병중의 후궁이 청했는데 안 가면, 제가 후궁을 업신여긴 게 돼요. 가지를 다 친 게 저인데, 나무가 부르는데 안 가면요.""…그 방에서 무슨 일이 나면, 나는 그 문 안에 못 든다.""알아요. 그래서 그 방에 든 사람이, 저여야 해요."위지헌은 오래 답하지 않았다. 그러다 강무진을 불렀다."자녕궁 담 밖에 서라. 담 안에서 소리가 나면—""…어느 정도 소리입니까.""네가 듣고 안 되겠다 싶은 소리."강무진이 그 말을 곱씹는 얼굴로 물러났다.설련이 문가에 서 있었다. 월령이 그 아이를 보았다."…같이 갈래.""못 가요. 저는 그 방에서 나온 사람이라, 그 방이 저를 못 들여요."설련이 낮게 말했다."대신 하나만요. 그 방에서 차를 내면, 잔이 둘일 거예요. 마마님 잔은 늘 손잡이가 오른쪽으로 놓여요. 그 잔은 마셔도 돼요. 왼쪽이면—""왼쪽이면.""…마시지 마세요."*가마에 오르기 전, 방어멈이 월령의 소매를 잡았다."아씨.""어멈.""…봄이 젖 먹일 시각까지는 돌아오세요."그것이 방어멈이 하는 걱정이었다. 월령은 그 손을 한 번 쥐고 놓았다.*자녕궁은 조용했다.궁인들의 발소리가 낮았다. 그 낮은 발소리가 숙비를 대신 말했다. 이 처소의 주인은 아직 병풍 뒤에 있다고.월령은 안쪽 방으로 들었다. 병풍이 있었다. 그리고 병풍 앞에, 찻상이 하나 놓여 있었다. 잔이 둘이었다."…앉으시게."병풍 너머에서, 목소리가 왔다. 낮고 느렸다.월령이 앉았다. 병풍 너머의 그림자가 천천히 움직였다. 그러고는, 병풍이 한쪽으로 접혔다.*숙비였다.병자의 얼굴이었다. 야위었고, 입술에 핏기가 없었다. 그런데 눈이 야위지 않았다. 그 눈이 월령을 보았다. 물건을 읽는 눈으로."…비녀가, 어머니 손을 탔군."숙비가 말했다.월령의 손이 소매 안에서 접혔다. 첫마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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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2. 나쁜 병

"…잘 커요. 잘 큽니다."월령이 답했다."마마 염려… 덕분에요.""내 염려가 닿기나 하겠나. 병중의 늙은이가."숙비가 찻잔 뚜껑을 덮었다. 그것으로 다회는 끝이었다. 병풍이 도로 접혔다.월령은 일어섰다. 무릎이 저렸다. 저린 것을 들키지 않게, 천천히 일어섰다.*왕부 대문 앞에, 방어멈이 서 있었다."젖 시각 지났습니다. 한참 지났어요, 한참.""알아요, 어멈.""봄이는 울다 지쳐 잤고요. 유모 젖은 안 물어요, 아무리 들이대도. 어미 냄새가 아니라고, 그 쬐끄만 게 아는 거지 뭐예요. 아이고, 들어가세요. 들어가서 얼굴이나 보이세요."방어멈이 앞장서 걸었다. 걸으면서 잔소리를 했고, 잔소리를 하면서 월령의 소매를 한 번 쥐었다 놓았다. 그것으로 됐다는 뜻이었다.봄은 자고 있었다. 월령은 아이를 안지 않았다. 대신 요 옆에 앉아, 이불 끝을 조금 여며 주었다."어멈. 요즘 도성에 병 돈다는 말, 들었어요? 무슨 병이.""병이요?"방어멈이 눈을 가늘게 떴다."글쎄요, 아침에 은매가 약방 다녀오면서 뭐라 뭐라 하긴 했는데. 그런 소리를요. 저는 헛소리려니 하고 흘렸는데, 왜요, 아씨?"*은매는 부엌 뒤에서 무를 씻고 있었다."소, 소인이요?""네가 들었다는 말. 그대로, 빼지 말고.""약방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섰더라고요. 동쪽 마을에 열병이 돈다고, 애 있는 집은 미리 약을 지어 두라고. 그, 그런데요—"은매가 무를 꼭 쥐었다."소인이 그 약방에 몇 해를 다녔는데요, 그런 줄은 처음이에요. 처음 봤어요. 그리고 그 말을 제일 크게 하는 사람이… 손님이 아니고, 약방 주인이었어요. 주인이요.""어느 약방이야.""서문 밖, 회춘당이요.""잘 들었다."은매가 무를 놓았다가, 도로 집었다. 목에 뭔가 걸린 얼굴이었다."마마님. 소, 소인이 하나만 더요.""말해라.""그 약방 주인이 애 있는 집은 애를 밖에 내지 말라고 했거든요. 그런데 그 말을 하면서, 소인을… 소인을 봤어요. 소인이 왕부 사람인 걸 아는,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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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3. 북영으로

말 냄새가 먼저였다.위명서는 군막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매화 문양 소맷단에, 흙먼지가 앉아 있었다. 궁을 나선 지 반나절 만에 앉은 먼지였다. 그는 그것을 털지 않았다. 터는 손이 서투르게 보일 것을 알았다."삼전하."강무진이 군막 휘장을 들었다."왕야께서 안에서 기다리십니다. …그런데 밥부터 드시겠습니까, 아니면 바로 들어가시겠습니까. 어느 쪽인지, 그걸 좀.""바로.""예. 예, 알겠습니다. …그런데 밥은 식으면 안 되는데."강무진이 진지하게 말했다. 위명서는 그 진지함을 어떻게 받아야 할지 몰라, 잠깐 웃을 뻔했다.*군막 안은 어두웠다.위지헌은 지도 앞에 서 있었다. 검은 대창포에, 옥관. 돌아보지 않았다."황명을 받고 왔습니다, 숙부.""앉아라."위명서가 앉았다. 자리는 군용 걸상이었다. 궁에서 앉던 것보다 낮았다. 그는 그 낮음에 맞춰 허리를 세웠다."형님이, 너를 내 곁에 두라 하셨다.""…이유를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숙부.""물으면 답하마. …네가 먼저 알 것 같은데."위지헌이 그제야 돌아섰다. 위명서는 그 눈을 마주 보았다. 오래 보지 못했다. 예법은 완벽했다. 예법 뒤의 침묵이, 이번엔 저를 지켜 주지 않았다.*저녁상은 군막 밥이었다.보리가 섞인 밥에, 국 한 그릇, 장아찌. 위명서는 수저를 들었다. 궁에서 먹던 것과 달랐다. 거칠었다. 그런데 뜨거웠다."…군사들도 이것을 먹습니까.""똑같은 것을.""숙부께서도 그러하십니까.""내가 다른 걸 먹으면, 군사도 다른 게 먹고 싶어져."위명서는 밥을 마저 먹었다. 다 먹고 나서, 그릇을 내려놓았다. 정무가 그릇을 거둬 갔다. 입가에 거의 보이지 않는 미동이 있었다. 위명서는 그것을 보았으나, 무슨 뜻인지는 몰랐다."…저 사람은 지금, 웃은 것입니까.""정무는 웃지 않는다.""그렇다면 방금 그것은 무엇입니까.""그릇 비운 황자를 처음 봐서. 그거다."위지헌이 국을 마저 떴다. 위명서는 그 말을 어디에 놓아야 할지 몰랐다. 칭찬도 아니고, 놀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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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4. 셈방의 열쇠

왕부 별채에는 창이 하나뿐이었다.독고진겸은 그 창을 등지고 앉아 있었다. 앞에 놓인 종이에 숫자를 적어 내려가는 손이, 빨랐다. 사람 목숨에 값을 매기던 손이 이제는 그 값이 어디로 갔는지를 적고 있었다.설련은 문가에 서 있었다. 방 안에 자리가 비어 있었으나, 앉지 않았다."…앉아라."독고진겸이 종이에서 눈을 떼지 않고 말했다."서 있을게요.""다리 아프다. 서 있으면.""제 다리예요."독고진겸의 붓이 잠깐 멎었다. 그러고는 다시 움직였다.*허도겸이 그 종이를 받아 들었다.자로 잰 듯한 글씨로 옆에 옮겨 적으며, 중요한 숫자는 두 번 눌러썼다. 다 옮기고 나서, 그는 종이를 뒤집어 그림을 그렸다. 네모와 선."상단 본체는 청릉입니다. 여기, 창고가 셋. 셈방은 그 뒷방이고요. 값이 여기서 나가서, 이렇게—"선이 자녕궁으로 갔다가, 다시 다른 곳으로 꺾였다."이쪽으로도 갑니다. 이건, 그게, 제가 못 읽겠습니다. 읽을 게 없어서요.""어디로요? 이쪽이면.""모릅니다. 번호만 있습니다. 물표 번호만, 처소 이름은 없고요."월령이 그 선을 오래 보았다. 자녕궁이 아닌 곳으로 흐르는 돈이었다."독고 어른. 이 물표 번호, 아세요?"독고진겸이 그림을 넘겨다보았다. 오래 보았다."…이건 셈방에서 찍은 번호가 아니오. 아니야. 상단 밖에서 찍은 물표요, 이건.""상단 밖이면 어디요.""관부. 아니면 궁."허도겸이 그 말에 붓을 들었다가, 도로 놓았다."궁 물표라면 호부에서 찍습니다. 찾을 수는 있습니다. 그건 확인이 되는데, 다만—""다만.""찾으면요, 제가 찾았다는 것도 남습니다. 호부 장부에. 그게 좀…"월령은 그 말의 무게를 알았다. 허도겸은 자로 잰 사람이었다. 자로 잰 사람이 자를 놓고 하는 말이었다."찾아 주세요. 남는 건 제가 지울게요. 어떻게든."*"창고 열쇠는 두목이 쥐고 있소. 두목이."독고진겸이 말했다."두목 얼굴은 나도 뭐, 서너 번밖에… 그런데 열쇠가 하나가 아니거든. 셈방 열쇠는 내가 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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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값이 매겨진 이름

"…모릅니다."위명서가 답했다."어머니께서는 병중이십니다. 값이고 무엇이고, 매기실 기운조차 없으신 분입니다.""그럼 됐다."위지헌이 돌아섰다. 지도를 다시 폈다. 그것으로 그 밤의 말은 끝이었다.위명서는 군막을 나왔다. 밤공기가 찼다. 말 냄새가 아까보다 짙었다. 그는 제 소맷단의 먼지를 그제야 털었다. 털어도 다 떨어지지 않았다.*순찰은 사흘을 돌았다.군사 스물이 그를 따랐다. 아니, 그가 군사 스물을 따랐다. 군사들은 황자 앞에서 말을 아꼈다. 그런데 셋째 날 저녁, 불가에서 한 늙은 군사가 국을 뜨며 말했다."삼전하. 국 한 국자 더 드십니까요?""됐다.""드십쇼, 드십쇼. 내일은 강 건넙니다요. 배가 비면 발부터 젖습죠. 그건 열두 해 봐서 압니다."위명서는 국을 더 받았다. 뜨거웠다. 궁의 국은 이렇게 뜨겁게 나온 적이 없었다. 늘 알맞게 식혀서 왔다."…너는, 이름이 무엇이냐.""박가입니다요. 돌쇠라 부릅죠.""이 진영에는 오래 있었느냐.""열두 해입니다요. 흑령 놈들하고는 두 번 붙었습죠. 두 번 다 왕야께서 맨 앞에 서셨고요, 예."늙은 군사가 국자를 내려놓았다."…삼전하께서는 어디 서실 겁니까요."위명서는 답하지 못했다.늙은 군사는 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국자를 씻어 걸고, 제 자리로 돌아갔다. 황자에게 물어 놓고 답을 안 기다리는 사람을, 위명서는 처음 보았다.*강을 건너던 날, 배가 정말 비었다.발이 먼저 젖었다. 위명서는 젖은 신을 벗지 않았다. 벗으면 군사들이 보았다. 그 대신 젖은 채로 하루를 걸었다. 저녁에 신을 벗었을 때, 발뒤꿈치가 까져 있었다.박돌쇠가 말없이 헝겊 한 조각을 건넸다. 위명서는 그것을 받았다. 받고 나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늙은 군사는 그것도 괜찮다는 얼굴이었다.*사흘 만에 궁으로 돌아온 것은, 황명 때문이었다.경화제가 아들을 편전으로 불렀다. 물은 것은 하나였다. 북영 밥이 어떠하냐고."…뜨거웠습니다."위명서가 답했다.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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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6. 등잔 뒤

문은, 주란이 닫았다.위명서가 닫지 못하고 서 있는 사이, 그녀가 손을 뻗어 문을 당겼다. 등잔은 문턱 밖에 남았다. 그 빛이 문살 틈으로만 들어왔다."…사흘 만이십니다, 삼전하.""북영에 있었다.""알아요. 소맷단에 흙이 앉았는데요, 뭘."주란이 그 소맷단을 잡았다. 털어 주려는 손이 아니었다. 잡아당기는 손이었다.위명서는 끌려갔다. 끌려가면서, 제가 끌려간다는 것을 알았다. 낮에 삼킨 것들이 그 손끝에서 풀렸다. 숙부의 물음, 아버지의 안 웃는 얼굴, 젖은 발, 늙은 군사의 국. 그리고 그 밑에 있는 이름 하나.*금침이 구겨졌다.주란의 둘째 비녀가 바닥에 떨어졌다. 달각. 그 소리가 방 안에 오래 남았다.위명서의 손이 거칠었다. 주란은 그 손을 받았다. 받다가, 한 번 밀었다. 손등으로. 위명서가 멎었다. 숨이 목 깊은 데서 끊겼다. 그는 기다렸다. 주란이 다시 당길 때까지.당겼다.숨이 눌렸다. 흐읍, 하고. 침상목이 낮게 울었다. 문살 틈의 등잔 빛이 두 사람의 그림자를 벽에 올렸다가, 흩었다.*끝난 뒤, 위명서는 천장을 보았다.옆에 사람이 있었다. 따뜻했다. 머릿결에서 다른 향이 났다. 그 향이 낯설어서, 그는 낯선 것으로 익숙한 것을 재었다. 이 향이 아닌 향. 이 머릿결이 아닌 머릿결. 이 방에 없는 사람.풀린 것은 몸뿐이었다. 그 밑의 것은 풀리지 않았다. 도리어 더 선명해졌다."…삼전하.""음.""뭘 세고 계세요?""세지 않는다.""세고 계세요. 눈이 그런걸요."주란이 몸을 일으켰다. 위명서보다 먼저였다. 늘 그랬다.세숫물이 식어 있었다. 주란은 그 식은 물에 손을 담갔다가, 얼굴을 씻었다. 위명서는 그 등을 보았다. 이 여인이 저를 보는 눈에는 늘 셈이 있었다. 제 자리, 제 안전, 그리고 그 셈 밑에 있는 다른 것. 그 다른 것이 무엇인지 그는 묻지 않았고, 주란도 말하지 않았다."…삼전하.""음.""북영에서는 뭘 드셨어요?""보리밥. 국.""뜨거웠어요?""…뜨거웠다."주란이 수건으로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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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7. 청릉의 뒷장부

호부 고방은 먹 냄새와 곰팡이 냄새가 반반이었다.허도겸은 등불을 낮게 들고 물표 대장을 넘겼다. 자로 잰 손이 한 장씩, 빠르지 않게. 번호를 찾는 데 두 시진이 걸렸다.찾았을 때, 그는 붓을 들지 않았다. 대신 그 줄을 오래 보았다.발급처 난에 적힌 것은 자녕궁이 아니었다.삼황자부.허도겸은 등불을 껐다. 어둠 속에서 잠시 서 있었다. 그러고는 대장을 제자리에 꽂았다. 자로 잰 사람이 자를 놓는 소리가, 고방에 작게 났다.*매화 자물쇠는 기윤이 열었다.열쇠로 연 것이 아니었다. 자물쇠째 떼어 왔다. 강무진이 그것을 보고 한참 말이 없다가 물었다."…아니, 자물쇠를 통째로. 떼어 오면 열었다는 걸 저쪽이 알 텐데.""압니다.""알면 안 되는 거 아니냐? 알리면.""알아야 움직입니다. 움직여야 잡히고."강무진은 그 말을 곱씹었다. 곱씹는 동안 기윤은 이미 창고 안쪽 문 뒤에서 장부를 꺼내고 있었다. 두 벌이었다. 같은 날짜에 다른 숫자가 적힌, 두 벌.윤백이 보자기를 펴 들었다. 언제 준비했는지 아무도 묻지 않았다.허도겸이 두 벌을 나란히 놓았다."앞장부가 상단 거고, 뒷장부가… 이게 진짜입니다. 앞장부는 값이 자녕궁으로 가는데요, 뒷장부는—""삼황자부로."월령이 먼저 말했다. 허도겸이 고개를 끄덕였다."예. 여기, 여기, 또 여기. 셋에 하나꼴입니다. 자녕궁으로 들어간 돈이 삼황자부 명의로 바뀌어서 도로 나가요. 노가로도, 염로로도.""아들 이름으로 세탁을 한 거네요.""세탁이라기보단, 그게."허도겸이 붓을 놓았다."묶어 둔 겁니다. 아들 이름에 돈을 묶어 두면요, 어미가 잡혀도 아들은 못 빠져나가거든요. 셈으로는 그렇습니다."*방 안이 조용해졌다.독고진겸이 창가에서 낮게 말했다."…누이는 늘 그랬소. 제 사람이면 다 셈에 넣어요. 오라비도 넣었고, 아들이라고 뭐."설련이 문가에서 그 말을 들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소매 안으로 손끝을 접었다.월령은 그 접힌 손을 보았다. 제 버릇이었다. 언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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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8. 상소

고 내관이 왕부에 든 것은, 아침 죽이 채 식기 전이었다.늙은 내관은 마루에 오르지 않았다. 마당에 선 채로, 봉함된 종이 한 장을 두 손으로 받쳐 들었다."…폐하께서 보시라 하셨습니다. 결재는, 아직입니다."위지헌이 그것을 받았다. 펴서 읽었다. 읽는 동안 얼굴이 변하지 않았다. 그런데 암위들이 먼저 숨을 낮췄다.*"…종친부 상소예요?"월령이 물었다."자녕궁이 냈다. 종친부가 올리고."위지헌이 종이를 탁자에 놓았다. 월령의 손에 쥐여 주지 않고, 탁자에.월령이 읽었다.도성에 열병이 돈다. 섭정왕부는 사람의 출입이 잦아 병이 들기 쉽다. 정비의 여아는 황실의 피이니, 병이 걷힐 때까지 궁 안 별당에 들여 태의로 하여금 돌보게 함이 마땅하다. 병중의 숙비가 황실 어른으로서 이를 청한다.곱게 쓴 글씨였다. 어디에도 칼이 없었다. 그래서 칼이었다.*"궁 안 별당이면.""자녕궁 옆이다."월령의 손끝이 접혔다. 접히다가, 멈췄다. 접히는 것도 들키고 싶지 않았다.전생이 그 종이 위에 있었다. 병을 핑계로 별궁에 든 날. 별궁에서 혼자 앓다가, 그 별궁이 형장으로 가는 첫 계단이었다는 것을 나중에 안 날. 이번엔 저가 아니라 봄이었다."…폐하께서, 보류하신 거예요?""보류다. 결재도 아니고, 각하도 아니고.""왜요.""종친부가 올린 걸 각하하면 종친부가 등을 돌려. 안 하면 자녕궁이 이기고. …그래서 보류다."*방어멈이 방에 들었다.봄을 안고 있었다. 젖을 먹이고 온 얼굴이었다. 방어멈은 상소를 보지 않았다. 볼 줄 몰라서가 아니라, 보지 않아서였다."아씨. 아씨, 애 데려간답니까? 누가.""…아직.""아직이라니, 그럼 안 데려간다는 소리네요. 예?"방어멈이 봄을 고쳐 안았다. 안는 팔에 힘이 들어갔다. 봄이 칭얼거렸다."아이고, 제가 이 집 밥을 삼십 년을 지었어요, 삼십 년을. 병 돈다고 애를 궁에 들이는 집은 못 봤습니다. 병이 돌면 문을 닫지, 어느 집이 애를 내보냅니까? 그것도 젖먹이를.""어멈.""이 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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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9. 어머니께 묻다

위명서는 왕부 대문을 두드리지 않았다.북영으로 돌아가는 길에 말을 세웠을 뿐이었다. 대문 앞에서. 문은 열려 있었고, 마당에서 시비 하나가 빨래를 널다가 그를 보고 굳었다."…삼전하."월령이 마루에서 내려섰다. 청아가 빨래를 든 채 물러났다. 물러나면서, 문 쪽으로 반 발 더 갔다. 기윤이 있을 자리였다."지나는 길이오.""예. 지나시는 길에 잠깐 드세요. 잠깐이면 돼요."월령이 나긋하게 말했다. 한 뼘도 안 내주는 나긋함으로.*마루에 앉은 위명서 앞에, 월령이 장부 두 벌을 놓았다.접지 않았다. 펴 둔 채, 탁자에."이게 뭐요.""청릉 상단 장부요. 두 벌이에요."위명서가 장부를 보았다. 처음엔 숫자만 보았다. 그다음에 이름을 보았다. 그 이름이 제 것이라는 것을 아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그의 얼굴이 변하지 않았다. 감추는 데 능한 얼굴이었다. 그런데 매화 소맷단을 쥔 손이, 하얬다."…이걸, 왜 내게.""삼전하 이름이니까요.""위조요.""그럴 수도 있지요. 그러니까 삼전하께서 직접 보세요. 저는 못 하잖아요, 삼황자부에 제가 들 수는 없으니."*위명서는 월령을 보았다.오래 보았다. 어머니를 말하는 눈보다, 이 여인을 보는 눈이 늘 오래 머물렀다. 지금도 그랬다. 그런데 그 눈에 다른 것이 섞여 있었다. 이 여인이 저를 이용하는지, 저를 살리는지. 그 둘이 같은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그는 처음으로 생각했다."…숙모는.""예.""나를 미워하지 않소?""미워해요."월령이 답했다. 나긋하게."그런데요, 삼전하는 아직 아무것도 안 하셨거든요. 안 한 사람 미워할 만큼 제가 한가하질 못해서."위명서가 일어섰다. 장부는 들지 않았다. 들지 않고, 대문을 나섰다. 말에 오르기 전에 한 번 돌아보았다. 월령은 마루에 그대로 서 있었다.*자녕궁의 발소리는 낮았다.위명서는 그 낮은 발소리를 어릴 적부터 알았다. 어머니가 아플 때 더 낮아지는 발소리. 그러나 오늘은, 그 발소리가 무엇을 감추는지를 생각하며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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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0. 도망치는 돈

청릉 강가에 배가 한 척 매여 있었다.새벽 안개 속에서, 사람 넷이 창고에서 궤짝을 날랐다. 급한 손이었다. 궤짝 하나가 미끄러져 강물에 반쯤 잠겼다. 욕설이 낮게 났다.지붕 위에서 기윤이 그것을 보고 있었다. 자물쇠를 떼어 온 지 사흘째였다. 저쪽이 움직였다.강무진이 지붕 아래에서 낮게 물었다."…지금이냐.""뜰 때.""뜨면 늦지. 안 늦느냐?""지금 치면 창고로 도로 듭니다. 강 위엔 숨을 데 없고."강무진이 그 말을 곱씹었다. 곱씹는 동안, 배가 떴다.*배는 멀리 못 갔다.강 아래쪽에 윤백이 있었다. 윤백은 배를 막지 않았다. 대신 강을 가로질러 밧줄 하나를 걸어 두었다. 새벽 안개 속에서 그 밧줄이 보이지 않았고, 뱃머리가 그것을 받았다. 배가 옆으로 돌았다."밧줄. 언제 걸었어."강무진이 강가를 달리며 물었다."어젯밤에요. 기윤이 말해 줘서.""기윤은 대체 언제 말을—"강무진이 말을 끝내지 못했다. 배에서 사람 하나가 물로 뛰어들었다. 궤짝을 안고. 강무진이 뒤따라 뛰어들었다. 안개 속에서 물소리가 두 번 났다.*궤짝을 안은 사내는 늙지 않았다.마흔쯤. 상단 사람의 옷에, 상단 사람이 아닌 손이었다. 굳은살이 칼 쥐는 자리에 있었다. 강무진이 그 허리띠를 잡았다. 뒷덜미가 아니라, 허리띠."이거 놓으시오. 놓으라니까. 나는 심부름꾼이오, 심부름꾼.""심부름꾼이 궤짝을 안고 강에 뜁니까? 그건 처음 봅니다.""…어디까지 잡을 셈이오, 이거.""제가 물 밖으로 나갈 정도로."강무진이 진지하게 답했다. 사내는 그 진지함을 어떻게 받아야 할지 몰라, 저항을 멈췄다.*기윤이 배 위에서 나머지 셋을 눌렀다.셋 다 상단 손이었다. 굳은살이 주판 자리에 있었다. 기윤은 그들을 묶지 않았다. 묶지 않아도 도망갈 사람들이 아니었다. 도망갈 사람은 하나뿐이었고, 그 하나는 지금 강무진의 손에 허리띠를 잡혀 있었다.궤짝은 여섯이었다. 강물에 잠긴 것 하나까지 일곱.윤백이 그것을 하나씩 세었다. 세면서, 이미 보자기를 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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