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커요. 잘 큽니다."월령이 답했다."마마 염려… 덕분에요.""내 염려가 닿기나 하겠나. 병중의 늙은이가."숙비가 찻잔 뚜껑을 덮었다. 그것으로 다회는 끝이었다. 병풍이 도로 접혔다.월령은 일어섰다. 무릎이 저렸다. 저린 것을 들키지 않게, 천천히 일어섰다.*왕부 대문 앞에, 방어멈이 서 있었다."젖 시각 지났습니다. 한참 지났어요, 한참.""알아요, 어멈.""봄이는 울다 지쳐 잤고요. 유모 젖은 안 물어요, 아무리 들이대도. 어미 냄새가 아니라고, 그 쬐끄만 게 아는 거지 뭐예요. 아이고, 들어가세요. 들어가서 얼굴이나 보이세요."방어멈이 앞장서 걸었다. 걸으면서 잔소리를 했고, 잔소리를 하면서 월령의 소매를 한 번 쥐었다 놓았다. 그것으로 됐다는 뜻이었다.봄은 자고 있었다. 월령은 아이를 안지 않았다. 대신 요 옆에 앉아, 이불 끝을 조금 여며 주었다."어멈. 요즘 도성에 병 돈다는 말, 들었어요? 무슨 병이.""병이요?"방어멈이 눈을 가늘게 떴다."글쎄요, 아침에 은매가 약방 다녀오면서 뭐라 뭐라 하긴 했는데. 그런 소리를요. 저는 헛소리려니 하고 흘렸는데, 왜요, 아씨?"*은매는 부엌 뒤에서 무를 씻고 있었다."소, 소인이요?""네가 들었다는 말. 그대로, 빼지 말고.""약방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섰더라고요. 동쪽 마을에 열병이 돈다고, 애 있는 집은 미리 약을 지어 두라고. 그, 그런데요—"은매가 무를 꼭 쥐었다."소인이 그 약방에 몇 해를 다녔는데요, 그런 줄은 처음이에요. 처음 봤어요. 그리고 그 말을 제일 크게 하는 사람이… 손님이 아니고, 약방 주인이었어요. 주인이요.""어느 약방이야.""서문 밖, 회춘당이요.""잘 들었다."은매가 무를 놓았다가, 도로 집었다. 목에 뭔가 걸린 얼굴이었다."마마님. 소, 소인이 하나만 더요.""말해라.""그 약방 주인이 애 있는 집은 애를 밖에 내지 말라고 했거든요. 그런데 그 말을 하면서, 소인을… 소인을 봤어요. 소인이 왕부 사람인 걸 아는,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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