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령은, 그 자리에서 걸음을 멈췄다.등진 여인은, 서두르지 않았다. 천천히, 몸을 돌렸다.주름진 얼굴이었다. 늙은 후궁보다도, 초야보다도 오래 이 방을 지킨 얼굴. 그 얼굴을, 월령은 처음 보았다. 그런데도 그 눈은, 월령을 오래 알아 온 눈이었다.늙은 후궁을 잡고, 초야를 잡으면서도. 월령은 이 얼굴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 아래 사람들은 다, 이 손이 적은 이름을 받아 앞에 나갔던 것이다.월령이 여태 잡은 것은, 이 손이 내보낸 그림자들이었다. 명부를 쥔 손은 이 방 안에 앉아, 이름만 밖으로 내보내고 있었다.두 생에 걸쳐 월령이 좇은 붉은 실이, 다 이 손 끝에서 풀려 나왔다. 그러나 이 손조차, 제 위에 다른 주인을 두고 있었다. 명부를 쥔 자리는, 이 여인의 것이 아니었다.*"…당신이."월령이 낮게 말했다."'연'이군요.""'연'은, 이름이 아니라 했지."여인이 옅게 웃었다."그 이름을 쓰는 손이, 오래 이 방에 있었을 뿐이다. 늙은 후궁도, 초야도. 다 이 방에서 그 이름을 받아 갔지. 이름은 갈려도, 명부는 남는다."*"…당신은, 누구의 손이죠.""이름 없는 손이다."여인이 낮게 말했다."이 명부는 대를 이어 왔어. 앞의 손이 내게 넘겼고, 나도 다음 손에 넘긴다. 산 사람의 이름을 지우고, 대를 끊는 일을. 이 방의 주인이 바뀌어도, 명부는 그대로 남았다."월령의 손끝이 식었다. 이 여인 하나를 잡아도, 명부는 다음 손으로 넘어갈 것이었다. 사람을 잡는 것으로는, 이 일이 끝나지 않았다. 명부를 부리는 자리, 그 자리를 쥔 손을 잡아야 했다.이 여인은 붓을 든 손일 뿐, 그 붓을 쥐여 준 손이 따로 있었다. 월령이 끊어야 할 것은, 이 방이 아니라 이 방에 명부를 맡긴 자리였다.*"…왜, 우리예요."월령이 물었다. 목소리가 낮았으나, 물러서지 않았다."왜 어머니와 나와, 이 아이예요. 우리가 당신들에게, 무엇을 했다고."여인은, 그 물음에 오래 답하지 않았다. 다만, 낮게 되물었다."네 어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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