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나를 죽인 황제에게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Chapter 341 - Chapter 350

358 Chapters

341. 문이 열리는 날

월령이 흘린 거짓은, 노예원을 서두르게 했다.섭정왕비가 측실 말에 마음이 기울었다는 소식. 다만 남들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이야기를 맺고 싶어 한다는 소식. 노예원은, 그 조용한 자리를 서둘러 마련했다.월령이 흔들린다는 거짓을 믿은 노예원은,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서두르는 손일수록, 조심을 잊었다.*그 조용한 자리로, 노예원이 고른 곳이 있었다.궁 안에서 아무도 얼씬 않는 곳. 산 사람의 눈이 닿지 않아, 무슨 말을 나눠도 새지 않는 곳. 자녕궁이었다.노예원은, 숙비와 잇속이 맞을 때 손잡는 사람이었다. 병을 칭한 숙비가 닫아건 자녕궁 안쪽이, 두 여인에게는 가장 은밀한 자리가 되어 주었다. 귀신이 산다는 소문까지, 그 담을 더 높여 주었다.누구도 얼씬 않는 곳이라, 그 안쪽에서 명부가 굴러갔다. 향을 고르고, 이름을 적고, 다음 손을 내보내는 일이. 숙비가 병으로 문을 닫아건 그 안쪽이, 명부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방이었다.*그러나 그 담이, 이번에는 노예원을 가두었다.월령은, 그 자리에 나가지 않았다. 대신, 그 자리가 어디에 마련되는지만 알아냈다. 막실이 나른 종이가, 그 자리를 일러 주었다.거꾸로 흐르기 시작한 종이가, 이번에는 노예원의 걸음까지 실어 왔다. 저쪽이 참으로 믿은 거짓 한 줄이, 저쪽의 발을 이 문 앞으로 옮겨 놓았다.그리고 월령은, 그것을 황후에게 아뢰었다."…마마. 노예원이, 병을 칭한 숙비의 처소 안쪽을 몰래 드나들고 있습니다. 두 사람이, 그 닫힌 문 뒤에서 은밀히 만나고 있어요."*황후의 눈이, 서늘해졌다.병을 칭해 문을 닫은 후궁의 처소를, 종친의 여인이 몰래 드나드는 것은 예를 범한 큰일이었다. 병중이라던 처소에서 남몰래 사람을 만난다면, 그것만으로 자녕궁 안쪽을 열어 살필 명분이 됐다.월령이 노린 것이, 바로 그 명분이었다. 제 손으로는 열 수 없는 문을, 저쪽이 스스로 범하게 만들어 여는 것."…그 문을, 열어야겠구나."황후가 낮게 말했다."후궁의 처소를 함부로 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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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2. 닫힌 처소

자녕궁의 문이, 여러 해 만에 열렸다.먼지 앉은 문이 삐걱이며 열리고, 오래 갇혀 있던 공기가 쏟아져 나왔다. 죽은 사람의 처소 냄새였다. 그런데 그 냄새 사이에, 다른 것이 섞여 있었다.*향이었다.남쪽 절터에서 나던, 그 향. 초야의 소매에서, 노예원 조카의 몸에서 나던 그 향이. 자녕궁 안쪽 깊은 곳에서, 옅게 흘러나오고 있었다.죽은 처소에서, 산 향이 났다.죽은 사람의 처소에서 산 사람의 향이 난다는 것. 그것 하나만으로도, 이 방이 병중이라 닫혀만 있던 곳이 아니라는 증거였다.설련이, 그 향을 맡고 낮게 말했다."…맞아요, 마마님. 이 향이에요. 제가 여기서 배운, 그 향."*월령이, 그 안으로 들었다.위지헌은, 자녕궁의 경계 앞에서 멎었다. 내명부의 안쪽이라, 이번에도 그의 걸음은 닿지 않았다. 두 생에 걸쳐, 그가 늘 멈추던 그 자리였다."…혼자, 또 들어가는구나."위지헌이 낮게 말했다. 그 목소리에, 오래된 아픔이 스쳤다."이번엔, 혼자가 아니에요."월령이 그를 돌아보았다."부군이 여기 있고, 설련이 곁에 있고. 황후마마의 명이 제 뒤에 있어요. 전생과, 달라요."위지헌은 그 말에, 경계 위에서 걸음을 멈춘 채 그녀를 보냈다. 보내는 눈이, 오래 그녀의 등에 머물렀다.두 생에 걸쳐, 그는 이 경계 앞에서 늘 늦거나 멈췄다. 이번 생에도 걸음은 멈췄으나, 이번에는 그녀가 제 발로 걸어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는 걸음이었다. 끌려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자녕궁의 안쪽은, 겉과 달랐다.겉의 방들은 먼지가 두껍게 앉아 있었다. 그러나 안으로 들수록, 먼지가 얕아졌다. 누군가 드나든 자취였다. 병을 칭해 닫혔다는 처소가, 안으로 갈수록 산 사람의 손길을 드러냈다.월령은, 그 얕아지는 먼지를 따라 걸었다. 먼지가 얕아질수록, 심장이 낮게 뛰었다. 이 실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 이제 몇 걸음 남지 않았다.설련이 그 뒤를 바싹 따랐다. 자녕궁의 안쪽으로 드는 걸음이, 설련에게는 제 옛 그늘로 되돌아가는 걸음이었다.가장 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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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3. 자녕궁의 주인

월령은, 그 자리에서 걸음을 멈췄다.등진 여인은, 서두르지 않았다. 천천히, 몸을 돌렸다.주름진 얼굴이었다. 늙은 후궁보다도, 초야보다도 오래 이 방을 지킨 얼굴. 그 얼굴을, 월령은 처음 보았다. 그런데도 그 눈은, 월령을 오래 알아 온 눈이었다.늙은 후궁을 잡고, 초야를 잡으면서도. 월령은 이 얼굴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 아래 사람들은 다, 이 손이 적은 이름을 받아 앞에 나갔던 것이다.월령이 여태 잡은 것은, 이 손이 내보낸 그림자들이었다. 명부를 쥔 손은 이 방 안에 앉아, 이름만 밖으로 내보내고 있었다.두 생에 걸쳐 월령이 좇은 붉은 실이, 다 이 손 끝에서 풀려 나왔다. 그러나 이 손조차, 제 위에 다른 주인을 두고 있었다. 명부를 쥔 자리는, 이 여인의 것이 아니었다.*"…당신이."월령이 낮게 말했다."'연'이군요.""'연'은, 이름이 아니라 했지."여인이 옅게 웃었다."그 이름을 쓰는 손이, 오래 이 방에 있었을 뿐이다. 늙은 후궁도, 초야도. 다 이 방에서 그 이름을 받아 갔지. 이름은 갈려도, 명부는 남는다."*"…당신은, 누구의 손이죠.""이름 없는 손이다."여인이 낮게 말했다."이 명부는 대를 이어 왔어. 앞의 손이 내게 넘겼고, 나도 다음 손에 넘긴다. 산 사람의 이름을 지우고, 대를 끊는 일을. 이 방의 주인이 바뀌어도, 명부는 그대로 남았다."월령의 손끝이 식었다. 이 여인 하나를 잡아도, 명부는 다음 손으로 넘어갈 것이었다. 사람을 잡는 것으로는, 이 일이 끝나지 않았다. 명부를 부리는 자리, 그 자리를 쥔 손을 잡아야 했다.이 여인은 붓을 든 손일 뿐, 그 붓을 쥐여 준 손이 따로 있었다. 월령이 끊어야 할 것은, 이 방이 아니라 이 방에 명부를 맡긴 자리였다.*"…왜, 우리예요."월령이 물었다. 목소리가 낮았으나, 물러서지 않았다."왜 어머니와 나와, 이 아이예요. 우리가 당신들에게, 무엇을 했다고."여인은, 그 물음에 오래 답하지 않았다. 다만, 낮게 되물었다."네 어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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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4. 물려받은 것

"…제가, 무엇을 물려받았다는 거예요."월령이 낮게 물었다.여인은, 그 물음에 곧장 답하지 않았다. 대신, 월령의 얼굴을 오래 보았다."네 어미의 눈을, 그대로 물려받았구나. 무언가를 본 눈을."*"말해 줘요. 어머니가 무엇을 봤는지.""내가 말해 주면, 그것은 물려받은 것이 아니지."여인이 옅게 웃었다."찾아라. 네 어미가, 그것을 어디에 숨겼는지. 두 생을 건너올 만큼 질긴 아이라면, 그만한 것은 스스로 찾아야지."월령은, 그 웃음 앞에서 이를 물었다. 여인은, 답을 쥔 채로 그 답을 미끼로 던지고 있었다.두 생에 걸쳐 월령을 지우려던 손이, 이제는 답 하나를 미끼로 월령을 부리려 했다. 잡히면서도, 여인은 마지막까지 저 쥔 것을 놓지 않았다.어머니가 본 것을 찾아 나서는 순간, 월령은 이 여인이 판 그림 안으로 한 발 들이는 것이었다. 여인은 그것까지 셈하고, 그 미끼를 던졌다.*그때, 자녕궁 밖에서 발소리가 들었다.황후의 명을 받은 궁인들이, 그 방까지 이르렀다. 봉인된 처소를 몰래 쓴 죄로, 그 늙은 여인을 데려가려는 걸음이었다.여인은, 발버둥 치지 않았다. 늙은 후궁이 그러했듯, 초야가 그러했듯. 이 방의 주인도, 잡히는 순간까지 고요했다. 도리어, 잡히는 것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얼굴이었다.이 방이 열릴 것도, 제가 끌려 나갈 것도. 여인은 이미 다 셈해 둔 얼굴이었다. 잡히는 것조차, 이 여인에게는 진 것이 아니었다.한 얼굴이 잡히면, 또 다른 얼굴이 그 자리를 이었다. 이 여인은 제가 잡혀도 방이 남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두렵지 않은 얼굴이었다.*끌려 나가면서, 여인이 월령을 돌아보았다."이 방은 비겠지. 그러나 명부는, 남는다. 이름은 얼마든지 다시 오르고, 방은 다른 곳에 또 차려진다."여인의 눈이, 잠깐 월령의 뒤쪽을 스쳤다. 봄이 자는, 왕부 쪽을.그 눈길 한 번에, 월령의 등이 곤두섰다. 이 여인은 잡혀 가면서도, 다음 표적을 눈으로 가리키고 있었다.봄은, 그 방에서 멀리 떨어진 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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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5. 자녕궁이 열린 뒤

자녕궁이 열리고, 그 안에서 산 사람이 나오자. 조정이 뒤집혔다.*닫혀 있던 자녕궁 안쪽에서, 늙은 여인 하나가 나왔다. 붉은 명부를 지켜 온 손이었다. 그리고 그 닫힌 처소를 밀회 자리로 빌려 쓴 종친의 손도 함께 드러났다. 노예원이었다.병을 칭한 후궁의 처소를 몰래 드나든 죄. 종친의 몸으로 예를 어긴 죄. 그 죄들이, 측실을 밀어넣으려던 노예원의 손을 통째로 묶었다.한 판을 이기려다, 판 전체를 잃은 셈이었다. 노예원은 측실은커녕, 제 몸 하나 건사하기 어려운 처지가 되었다.*그러나 그 처소의 주인은, 손끝 하나 묶이지 않았다.숙비였다.숙비는 병을 칭하고 자리에 누운 채, 낮게 아뢰었다. 제 처소 깊은 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병중이라 알지 못했노라고. 명부를 쥔 늙은 상궁이 제멋대로 한 일이라고.잡힌 것은 명부지기와 노예원이었고, 숙비는 그 뒤로 반 발 물러나 있었다. 황자의 생모라는 자리가, 그 반 발을 지켜 주었다.월령은, 그 반 발을 오래 보았다. 뿌리는 아직, 병풍 뒤에 앉아 있었다.*측실이라는 말은, 하루아침에 자취를 감췄다.후사를 걱정한다던 종친 부인들도, 입을 다물었다. 노예원의 조카를 밀던 손들이, 그 여인이 자녕궁과 이어진 것을 알고는 슬그머니 물러섰다. 안을 흔들려던 손이, 제 발로 밟은 문 하나에 걸려 넘어졌다.월령이 던진 '흔들린다'는 거짓 한 장이, 노예원을 그 문 앞까지 데려왔다. 서두르는 손은, 반드시 문 하나를 잘못 열었다.*그러나 월령은, 그 승리에 오래 기뻐하지 않았다.늙은 여인의 마지막 말이, 아직 등에 남아 있었다. 그 어린 것이 먼저 값을 물지도 모른다던, 그 말이.월령은, 봄의 곁을 더 촘촘히 둘렀다. 왕부의 눈을 늘리고, 드나드는 손을 다시 세고. 강무진과 기윤이, 그 어린 방 하나를 밤낮으로 지켰다. 방어멈은 봄의 미음 한 술까지, 제 손으로 살폈다.왕부의 모든 손이, 그 어린 하나를 향해 모였다. 전생에 아무도 지켜 주지 못한 아이가 아니었다. 이번 생의 봄에게는,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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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6. 친정으로

자녕궁의 여인이 잡힌 며칠 뒤, 월령은 친정으로 걸음을 했다.봄을 품에 안고, 어머니 유씨를 뵈러 가는 길이었다.봄볕이 좋은 날이었다. 그러나 월령의 걸음은, 봄볕만큼 가볍지 않았다.품 안의 봄은, 그런 어미의 마음도 모른 채 새근거렸다. 겉으로는, 외손녀를 외할머니에게 보이러 가는 걸음이었다. 속으로는, 물어볼 것이 하나 있었다.자녕궁의 여인이 남긴 말이, 며칠째 월령의 등에 얹혀 있었다. 네 어미가 무엇을 보았는지. 그 물음을 물어볼 사람은, 세상에 하나뿐이었다. 이번 생에 살아 있는, 어머니.전생에는 물어볼 수 없던 물음이었다. 물어볼 사람이 이미 죽고 없었으니까. 이번 생에는, 그 사람이 살아서 봄볕 아래 앉아 있었다.*유씨는, 외손녀를 받아 안고 오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어쩌면, 이렇게."유씨의 눈가가, 옅게 붉어졌다. 전생에 유씨는, 이 외손녀를 보지 못하고 죽었다. 딸이 형장으로 가는 것도 모른 채. 이번 생에는, 그 외손녀를 품에 안고 있었다.그 품이, 오래 비어 있던 품이었다. 두 생을 통틀어 처음으로, 유씨는 제 딸의 아이를 안아 보았다.방어멈이 곁에서, 눈물을 훔치며 잔소리를 얹었다."마님, 그 무거운 걸 계속 안고 계시면 팔 상해요. 이리 주세요.""놔둬라. 내 손녀, 내가 좀 안아 보자."두 늙은 여인이, 아기 하나를 두고 티격태격했다. 그 티격태격이, 방 안을 오래 따뜻하게 했다.월령은 그 온기를, 잠깐 그대로 두었다. 물으려는 말이 그 온기를 걷어 갈 것을 알았으니까. 그래서 조금만 더, 어머니가 웃는 얼굴을 두고 보았다.*그 다정한 자리에서, 월령이 낮게 입을 열었다."…어머니.""응.""여쭤볼 게, 하나 있어요."유씨가, 외손녀에게서 눈을 들었다. 딸의 목소리가, 조금 전과 달랐다. 나긋한 결 아래, 무언가 무거운 것이 실려 있었다.오래 딸을 봐 온 어머니였다. 그 목소리 하나에, 유씨는 딸이 예삿일로 온 것이 아님을 알아챘다.*"…자녕궁이라고. 어머니, 아세요?"그 이름 하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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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7. 어머니가 본 것

월령은, 어머니의 떨리는 손을 잡았다."…어머니. 저, 이제 다 감당할 수 있어요. 말씀해 주세요."유씨는, 오래 말을 고르지 못했다. 그러다, 낮게 입을 열었다.오래 감춰 둔 것을 꺼내는 사람의 얼굴이었다. 유씨는, 딸에게 이 이야기를 하는 날이 올 줄 몰랐다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아주 오래전이다. 네가 태어나기도 전에."유씨가 낮게 말했다."내가 젊었을 적에, 그 무렵의 자녕궁에 잠깐 든 적이 있었다. 친정 어른의 심부름으로, 물건 하나를 전하러 갔지."그때 유씨는, 자녕궁의 안쪽에서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았다.전할 물건을 들고 안쪽 방을 잘못 든 것이, 그 시작이었다. 그 방에서, 유씨는 두 여인이 명부를 사이에 두고 있는 것을 보았다.한쪽은 붓을 쥔 늙은 여인, 한쪽은 그 곁에서 산 사람의 이름을 짚어 주는 젊은 여인이었다. 유씨가 든 것도 모른 채, 아니, 알고도 모른 척한 채.*"…거기서, 명부를 하나 봤다."유씨의 목소리가 떨렸다."죽은 사람의 이름을 적은 것인 줄 알았지. 그런데 아니었어. 산 사람의 이름이더구나. 아직 살아 있는 사람들의 이름을, 붉은 실로 묶어 적어 둔 명부였다."월령의 손끝이 식었다.어머니의 젊은 날에 시작된 일이, 두 생을 건너 제 아이에게까지 닿아 있었다.붉은 실로 묶은 명부. 늙은 후궁도, 초야도 손에 쥐고 있던 그것이. 두 생을 건너 여태 이어져 온 그 명부의 시작이, 어머니의 젊은 날에 있었다.월령이 여태 좇아 온 붉은 실의 끝이, 이렇게 어머니의 기억 속으로 이어져 있었다. 명부는, 월령이 태어나기 전부터 이미 돌고 있었다.월령이 두 생을 산 것보다도, 그 명부가 더 오래 돌아온 셈이었다.*"그 명부를 쥔 여인의 얼굴을, 나는 잊지 못했다."유씨가 낮게 말했다."산 사람의 이름 위에 붉은 표를 치면서도, 손끝 하나 떨지 않더구나. 침방 궁녀 옷을 입었는데, 눈빛만은 궁녀의 것이 아니었어.""…그 여인이, 누구였어요."월령이 물었다.유씨가, 딸을 오래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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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8. 막으려 한 대

월령은, 그 밤 위지헌에게 어머니의 말을 옮겼다.*"…어머니가 젊은 날 자녕궁에서, 그 명부를 봤대요. 산 사람 죽일 이름을 적는 명부를. 그리고 그 곁의 젊은 여인을—"월령이 낮게 말했다."여러 해 뒤에, 궁에서 다시 봤대요. 자녕궁의, 숙비였어요."위지헌은, 오래 말이 없었다. 숙비 독고연화. 위명서의 생모, 자녕궁의 주인. 그 여인이, 두 생을 건너온 그 명부의 손이었다.아니, 손이 아니라 자리였다. 명부를 쥔 늙은 상궁도, 향을 대던 초야도. 다 그 여인이 앉은 자리에서 흘러나온 이름이었다. 잡힌 것은 손이었고, 자리는 아직 병풍 뒤에 있었다.*"…숙비가, 왜 우리 대를 끊으려 할까요."월령이 물었다."…짐작 가는 게, 없지 않다."위지헌이 낮게 말했다."숙비에게는, 용상에 올리려는 아들이 있다. 위명서. 그 아이의 앞길을 막을 사람이, 이 나라에 몇 없지."*그 말에, 두 사람은 오래 침묵했다.위지헌은 황제의 아우였다. 황실의 피를 이었고, 북경군의 군심을 쥔 사람. 그가 심가와 맺어지면, 심가의 북문군까지 한 울타리에 들었다. 그 사이에서 난 아이는, 위명서 아닌 또 하나의 대(代)가 될 수 있었다.숙비가 두려워한 것이, 바로 그 대였다. 제 아들을 용상에 올리는 길에, 위지헌과 심가의 아이만 한 걸림돌이 없었다.오래 혼자 살아, 곁에 사람을 두지 않던 아우였다. 그 아우가 심가와 맺어지는 것을, 숙비는 두 생에 걸쳐 두려워했다. 두 군의 피가 한자리에서 대를 이으면, 위명서의 앞이 그만큼 좁아졌으니까.*"…그럼, 우리 봄이는."월령의 목소리가, 낮게 갈라졌다."위지헌의 피와, 심가의 군심을 함께 이은 아이예요. 숙비가 가장 두려워한 그 대를—""…그래서, 그 손이 봄을 겨눈 거지."위지헌의 눈이, 서늘하게 굳었다.*두 생에 걸쳐 두 사람을 갈라놓으려 한 까닭이, 이제야 온전히 드러났다.위지헌과 심가가 맺어져, 위명서의 자리를 위협할 대를 잇는 것. 그것이, 숙비가 두 생에 걸쳐 막으려 한 단 하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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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9. 봄의 백일

그런 그늘 속에서도, 봄은 자랐다.자녕궁의 여인은 옥에 있었고, 어머니가 본 명부의 그림자는 아직 걷히지 않았다. 그러나 그 모든 그늘 아래에서도, 어린 것은 하루하루 살이 오르고 눈을 맞췄다.*봄이 태어난 지 백 날이 되던 날, 왕부에 작은 잔치가 열렸다.크게 벌이지는 않았다. 다만, 가까운 이들만 불렀다. 심가의 부모가 오고, 황후가 궁에서 옷감을 보내오고. 왕부의 사람들이, 그 어린 하나를 둘러쌌다.두 생을 통틀어, 이렇게 많은 손이 한 아이를 둘러싼 적이 없었다. 전생의 월령은 곁에 아무도 없이 죽었다. 이번 생의 봄은, 온 집의 손 안에서 백 날을 넘겼다.*청아가, 봄에게 입힐 배냇저고리를 안고 부엌을 오갔다.그 청아가 마당을 지날 때, 기윤이 마침 물지게를 지고 들어왔다. 두 사람이, 좁은 마당에서 스쳤다."…조심하시오."기윤이, 늘 하던 그 말을 했다."나리도요."청아가, 이번에는 물러서지 않고 마주 답했다. 그러고는, 얼굴을 붉히며 얼른 지나갔다.방어멈이 그 광경을 보고, 혀를 찼다."저것들, 언제 적부터 저러는지. 쯧."그러면서도, 그 입가에는 웃음이 걸려 있었다.왕부의 봄은, 그런 것들로 채워졌다. 얼굴을 붉히는 시비 하나, 물지게를 진 암위 하나, 혀를 차면서도 웃는 늙은 여인 하나. 큰 싸움 사이사이에, 그런 작은 봄이 함께 자랐다.지켜야 할 것이 많아진 봄이었다. 그리고 그 많음이, 도리어 든든했다.*심도윤과 유씨가, 외손녀를 사이에 두고 앉았다.전생에 없던 봄이었다. 어머니는 독에 죽고, 아버지는 국경에 있고, 딸은 형장으로 가던 그 봄. 이번 생에는, 세 사람이 한자리에 앉아 어린 것을 어르고 있었다.유씨는, 그 자리에서 잠깐 눈시울을 붉혔다. 붉은 명부에 적혔던 두려움도, 외손녀의 웃음 앞에서는 잠깐 옅어졌다.유씨는, 그 웃음을 오래 보았다. 제가 젊은 날 본 붉은 명부가 이 어린 웃음 하나를 지우려 여태 돌고 있다는 것. 그 생각에, 외손녀를 안은 손이 조금 더 꼭 여며졌다.*잔치가 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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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 끊어야 할 이름

봄의 백일이 지나고, 두 사람은 다음 걸음을 그렸다.*자녕궁의 여인은 잡혔다. 그러나 그 여인은, 잡히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방이 남고 명부가 남는 한, 이름은 얼마든지 다시 오른다 했으니까.그 여인을 끝내려면, 여인 하나가 아니라 그 명부 자체를 끊어야 했다. 뿌리를 두고 가지만 치면, 이름은 또 자랐다.늙은 후궁을 물리고, 초야를 잡고, 자녕궁의 여인까지 가뒀다. 그러나 그것은 다 가지였다. 뿌리는 아직 어디선가, 새 이름을 적고 있었다."…그 명부가, 어디서 나오는지. 그 뿌리를 찾아야 해요."월령이 낮게 말했다."어머니가 본 것이, 그 뿌리의 첫 자락이에요. 숙비. 자녕궁의 그 손이 왜 두 생에 걸쳐 우리 대를 끊으려 했는지. 그 뒤에 독고가가 어떻게 얽혀 있는지. 그걸 알아야, 끊어요."*그 무렵, 강무진이 소식 하나를 가지고 들었다."막실의 손자를, 찾았습니다."월령이 고개를 들었다."…살아 있느냐.""예. 자녕궁 여인의 사람들이 데리고 있었는데, 그 여인이 잡히며 지키던 손이 흩어졌습니다. 그 틈에, 데려왔습니다."월령은, 그 소식에 잠깐 눈을 감았다. 벌하지 않고 살린 손 하나가, 마침내 제 손자를 되찾았다.*막실은, 되찾은 손자를 끌어안고 오래 울었다."…마마님. 이 은혜를, 제가 어떻게—""됐다."월령이 낮게 말했다."네가 삼십 년 이 집의 밥을 지었으니, 이 집이 네 손자 하나를 되찾아 준 것뿐이다."막실은, 그날로 도로 왕부의 사람이 되었다. 이번에는, 겁이 아니라 마음으로.벌할 수 있는 것을 살리면, 그 살린 것이 도로 제 편이 되었다. 월령이 두 생을 건너 배운 것 하나가, 거기 있었다.벌보다 무거운 것이, 살림이었다.*그 밤, 월령과 위지헌은 자녕궁 쪽 하늘을 오래 보았다.여인은 옥에 갇혔으나, 아직 답을 쥐고 있었다. 어머니가 본 비밀의 나머지도, 그 명부의 뿌리도. 여인은 그것을 미끼로, 월령이 제 발로 찾아 나서기를 기다렸다.월령은, 그 미끼를 문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아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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