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집 부엌에 불이 먼저 들어왔다.한씨가 아궁이 앞에 앉아 있었다. 새벽이었다. 시비를 깨우지 않고, 제 손으로 불을 지폈다. 그 손이 서툴렀다. 오래 안 한 일이었다.심도현이 그 뒤에 섰다."…당신이 왜 거기.""차 끓이려고요.""시비가 할 것을.""제가 하고 싶어서요."한씨가 답했다. 돌아보지 않고. 심도현은 더 묻지 않았다. 아궁이 옆에 앉아, 장작을 하나 밀어 넣었다.*차는 식었다.끓여서 방에 들이고, 두 사람이 마주 앉고, 아무 말도 없는 사이에 식었다. 늘 그랬다. 이 부부의 차는 늘 식은 채로 상 위에 남았다. 심도현이 끝내 마시지 않아서.오늘도 식었다.심도현이 그 잔을 보았다. 오래 보았다. 그러고는 들었다.마셨다. 식은 차를, 끝까지.한씨의 손이 무릎 위에서 조금 움직였다. 남편의 옷깃으로 갈 손이었다. 가지 않았다."식었는데요, 그거.""아오.""다시 끓여 드릴까요?""…아니. 이게 좋소. 이대로."한씨가 남편을 보았다. 그러고는 제 잔을 들었다. 제 것도 식어 있었다. 마셨다."저, 서윤이가요.""음.""어젯밤에 제 방에 왔어요. 그 일 뒤로는 처음이에요.""뭐라 합디까.""아무 말도요. 문 앞에 서 있다가, 그냥 갔어요. 그게 다예요."심도현이 빈 잔을 내려놓았다."…나도 그 애 방 앞에 서 있다 왔소. 어젯밤에. 당신처럼.""들어가시지 그러셨어요.""당신이 안 들어간 까닭하고 같소."두 사람은 잠깐 서로를 보지 않았다. 식은 잔 둘이 상 위에 나란히 비어 있었다.*심가 마당에서는 잔당 처리가 끝나 가고 있었다.심부름꾼과 담 밖의 자, 둘 다 강무진이 국청으로 넘겼다. 궁에서 나온 돈, 이라는 진술만 남기고. 자녕궁이라는 이름은 이번에도 나오지 않았다."또 남의 손이에요. 또요."월령이 낮게 말했다."남의 손도, 손이 있어야 쓴다."위지헌이 답했다."오상궁 잡혔고, 상단 말랐고, 호위 잡혔다. 남은 건 값 안 드는 손뿐인데, 그것도 오늘 둘. 다음엔 셋 남고, 그다음엔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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