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다면서, 눈은 왜 이렇게 말짱하냐."위지헌이 낮게 물었다."무서운 거랑, 못 하는 거랑은 다르니까요."월령이 옅게 웃었다. 그러나 그 웃음은, 오래가지 않았다.*잡은 것은 명부지기와 노예원뿐이었다.정작 그 명부를 부린 손은, 병풍 뒤에 앉아 병을 칭했다. 늙은 상궁이 제멋대로 한 일이라고, 숙비는 반 발 물러나 있었다. 그 반 발을, 황자의 생모라는 자리가 지켜 주었다.명부지기를 아무리 신문해도, 나오는 답은 '위에서 시킨 일'까지였다. 그 위가 숙비라는 것을 다들 알면서도, 아무도 손대지 못했다. 후궁의, 그것도 황자를 낳은 어미의 처소였으니까.두 생에 걸쳐 이 집안을 지운 손이, 병 하나로 온 조정의 손이 닿지 않는 자리에 앉아 있었다. 아프다는 말 한마디가, 세상 어떤 담보다 두꺼웠다."…숙비를, 어떻게 끌어내죠."월령이 낮게 말했다."후궁의 처소를 또 뒤질 명분은 없어요. 숙비가 시켰다는 증거가 없으면, 도리어 우리가 후궁을 모함한 죄를 써요."위지헌의 눈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칼로 벨 수 있는 적이 아니었다. 병풍 뒤에 앉아, 남의 손만 내미는 적이었다.위지헌이 여태 벤 적은, 다 칼이나 군령으로 앞에 선 적이었다. 그러나 이 적은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 얼굴 없는 적을 어떻게 베느냐가, 두 사람 앞에 놓인 물음이었다.월령은 그 물음에, 다른 길로 답하려 했다."…전생에도 그랬어요."월령이 낮게 말했다."저는 끝까지, 저를 죽인 손이 누구 손인지 몰랐어요. 위명서가 명을 내렸지만, 그 뒤에 누가 있었는지는. 이번 생엔, 그 뒤를 봐요."*그때, 설련이 들었다."마마님. 그 명부는, 이름만 적힌 게 아니에요."월령이 고개를 들었다."…무슨 말이냐.""이름마다, 값이 매겨져요."설련이 낮게 말했다."사람 하나를 지우는 데 드는 값. 향이며, 사람이며, 입막음이며. 그 값이 어디서 나와 어디로 흘렀는지가, 다 독고가 상단 셈방 장부에 잡혀요."*월령의 손끝이, 멎었다.명부는 이름을 적고, 상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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