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불윤이 아니오."배중곤이 종친부 앞마당에서 원로들 사이에 앉아 전 같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곤원전에서 사람이 죽었소. 곤원전 궁녀 손에. 그 궁녀가 자녕궁 담을 두드리다 잡혔고. …이건, 이건 우리 종친부가 상소 쓰고 말고 할 일이 아니오."원로들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배중곤의 발이 반 발이 아니라 한 발, 이긴 쪽으로 옮겨 갔다."…그런데 배 대감. 자녕궁이 상소를 낼 때는 대감이 의를 맡으셨는데."젊은 원로 하나가 말하자 배중곤이 그를 보았다."그때는 병이 돈다기에. 늙은이가 소문에 속았다고 이미 말했소. 두 번 말하게 하지 마시오."젊은 원로가 입을 다물었다. 배중곤은 제 손등을 내려다보았는데, 이긴 쪽으로 옮긴 발이 늘 이렇게 남의 눈에 밟혔다.*편전에 경화제가 옥필을 굴리지 않고 앉아 있었다.앞에 놓인 것은 봄의 저고리에서 나온 붉은 실 둘, 청릉 장부와 삼황자부 궤 목록, 그리고 곤원전 뒤채에서 죽은 여인의 이름, 셋이었다.황후가 밤옷이 아니라 정장으로 그 곁에 앉아 있었다. 오래 이 자리에 앉지 않던 사람이었다."…내 처소요, 폐하."황후가 말했다."내 처소에서, 내 궁녀 손으로. 대황자 때 폐하께서 보류하셨지요. 그때 나는 아무 말도 안 했고. 이번엔 합니다."경화제가 아내를 잠자코 보고는, 고 내관을 불렀다.*황명은 셋이었다.자녕궁 봉쇄. 문을 닫고 궁인 셋 외에 드나드는 자 없이, 숙비는 병이 나을 때까지 '병중 요양'이었고, 나을 날은 적지 않았다.삼황자 위명서, 황명으로 북영 종군 정식 임명.곤원전 궁녀·오상궁 참, 사후 재가."…자녕태후."경화제가 낮게 말하자, 고 내관이 붓을 멈췄다."그 말이 종친부에서 나오거든, 짐이 아직 살아 있다고 전해라."*위명서가 북영에서 한 시진, 흙먼지 그대로 편전에 들었다.매화 소맷단에 붉은 것이 마르지 않은 채 있었다. 북영에서 내보낸 척후가 북문로 북쪽 끝 회암역 너머에서 흑령 척후와 부딪쳤고, 그가 처음 피를 본 날이 어제였다.경화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