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나를 죽인 황제에게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Chapter 391 - Chapter 400

436 Chapters

391. 아들의 답

새벽에, 위명서는 창고 앞에 섰다.궤가 나간 창고였다. 비어 있었다. 찌그러진 매화 자물쇠가 문에 그대로 걸려 있었다. 그는 그것을 떼어 소매에 넣었다.내관이 마당 끝에서 그를 보았다. 무엇을 아뢰어야 할지 모르는 얼굴이었다."삼전하. 자녕궁에서 사람이 와 있습니다. 답을, 그, 기다리신다고요.""안다.""어찌 아뢸까요.""내가 간다. 그리 전해라."*자녕궁 병풍은 세워져 있지 않았다.숙비가 어제 그대로 앉아 있었다. 밤새 앉아 있었는지, 병자의 얼굴이 더 야위어 있었다. 위명서는 그 앞에 섰다."생각하였느냐.""예.""그래서."위명서가 소매에서 자물쇠를 꺼냈다. 찌그러진 매화. 어머니 앞에 놓았다. 탁자 위에. 손에 쥐여 주지 않고."이건 제가 부쉈습니다. 제 손으로."숙비가 그것을 보았다. 오래."어머니가 제 문양을 달아 주셨고, 저는 그 문양을 부수고 들어갔습니다. 들어가서… 봤습니다. 다 봤습니다. 보지 말라 하신 것을, 다.""그래서.""아니오."*방 안이 조용해졌다.숙비의 손끝이 탁자 위에서 멎었다. 아들이 그 말을 한 것은 처음이었다. 스무 해 동안."아니오, 라 하였느냐.""예. 그 아이를 궁으로 데려오지 않습니다. 어머니가 그다음에 무엇을 하시든, 그 앞을 제가 열어 드리지 않습니다.""그 여인의 편에 서겠다는 말이냐.""아닙니다."위명서가 말했다. 낮게, 그러나 흔들리지 않게."숙부 편도 그 여인 편도 아닙니다. 어머니 편도… 아니고요. 저는 제 자리에 섭니다. 삼황자 자리에. 거기 서서 제 이름으로 치른 값이 있으면 제가 갚고, 제 이름으로 진 빚이 있으면 제가 집니다. 다만 어머니 대신 남의 아이를 지우는 것은, 제 값도 제 빚도 아닙니다. 그건 아닙니다."*숙비는 오래 답하지 않았다.그러다, 웃었다. 옅게. 야윈 얼굴에, 그 웃음이 이번에는 조금 오래 갔다."네가 셈을 배웠구나.""어머니께서 가르치셨습니다.""그래. 내가 가르쳤지."숙비가 찌그러진 자물쇠를 집었다. 손끝이 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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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2. 병풍이 얇아지다

청화각에서 자녕궁까지는 회랑 하나였다.혜귀인 류담희가 그 회랑을 지났다. 소매에서 유자 향이 옅게 났다. 자녕궁 문 앞에 궁인이 하나 서 있었다. 예전엔 여섯이 섰던 자리였다.류담희가 걸음을 늦췄다. 늦추다가, 도로 걸었다. 스물둘의 얼굴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그 얼굴만 봐서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찻잔 뚜껑을 비뚤게 놓고 제 손으로 바로잡는 버릇처럼, 그녀는 지나가며 소매를 한 번 여몄다. 향이 그 문 안으로 들어가지 않게.*자녕궁 안은 조용했다.궁인 셋의 발소리가 낮았다. 낮아서, 이제는 그 발소리가 숙비를 대신 말하지 못했다. 말할 사람이 너무 적었다.숙비는 병풍 뒤에 있었다. 찻상은 그대로였다. 잔 둘. 왼쪽으로 놓인 뚜껑 꼭지."…마마. 진지를 좀.""두어라.""사흘째이십니다, 마마.""두라 하였다."궁인이 물러났다. 숙비는 소매 안의 찌그러진 자물쇠를 만졌다. 오래. 그러고는 손을 뺐다.*왕부에서는 밥상이 컸다.방어멈이 큰 상을 마당에 내다 놓았다. 안채 상으로는 모자랐다. 사람이 많았다.초비와 묵아가 장작을 패고 온 손으로 앉았다. 은매가 무나물을 놓았다. 서윤이 심가에서 건너와, 아란의 손을 잡고 들었다. 송란영이 그 뒤에 섰다. 처음 오는 집이었다. 유씨가 그 등을 밀었다."앉아라, 란영아. 남의 집 아니야. 뭘 서 있어."청아가 소반을 날랐다. 기윤이 그 소반을 받았다. 한 걸음 물러나지 않고. 방어멈이 그것을 보고 혀를 찼다. 혀를 차면서 웃었다.독고진겸이 상 한 귀퉁이에 앉았다. 별채 사람이 안채 마당 상에 앉은 것은 두 번째였다. 아란이 그 옆에 앉아, 직구로 물었다."아저씨는 누구야? 처음 보는데.""…셈하는 사람이오.""셈이 뭐야?""…값 매기는 거요. 얼마짜리인지.""당과도 값 매겨? 이것도?"독고진겸이 잠깐 말을 못 했다. 그러다 낮게 답했다."…당과는, 안 매기오. 그건."아란이 만족한 얼굴로 당과 하나를 그 앞에 놓았다. 독고진겸은 그것을 오래 보다가, 먹었다.허도겸이 늦게 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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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3. 어린 봄, 다시

설련이 대문을 두드린 것은, 상이 다 물러난 뒤였다.청아가 문을 열었다.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엎어 둔 그릇을 바로 놓았다. 밥은 담지 않았다. 대신 더운물 한 대접을 그 자리에 놓고, 젖은 수건을 짜서 설련 쪽으로 밀어 놓았다."…늦었어. 미안."설련이 말했다."늦게 오는 사람 자리부터 놓는다고 했잖아요. 그러니까 언니 자리예요, 이거. 얼른 손부터 닦으세요, 땀범벅이잖아요."청아가 답했다. 설련이 대접을 두 손으로 쥐었다. 뜨거웠다. 데도 되는 온도였다. 설련은 데면서 쥐고 있었다. 담 밖에 하루 서 있던 손이었다. 소나기에 젖었다 마른 손.*"담 밖에서 뭘 봤느냐."월령이 물었다. 설련이 대접을 놓았다."아무것도요. 궁인 셋이 드나들고, 고모는 안 나오고. 사흘째 진지를 안 드신다고요.""그래서 서 있었어?""고모가 저를 자녕궁 찻상 뒤에 숨겨 줬어요. 어릴 적에요. 셈방이 무서워서 울면. 그 손이 지금 혼자 병풍 뒤에 있는 거예요."설련이 소매 안으로 손끝을 접었다."그런데 저는 그 손이 봄 아기씨 이름 적은 걸 알아요. 그래서 못 들어갔어요. 그런데… 돌아설 수도 없어서요.""그러니 서 있었구나.""…예.""다음에 또 서 있고 싶으면 서 있어라. 비는 피하고. 비는."설련이 고개를 들었다. 월령은 부채로 대접의 김을 흩고 있었다. 설련을 보지 않은 채로."마마님은 안 미우세요? 제가 고모 담 앞에 서 있는 게요.""미워할 만큼 한가하지가 않아서."설련의 입가가 아주 조금 풀렸다. 청아가 그것을 보고, 못 본 척 대접의 물을 갈아 왔다. 더 뜨거운 것으로.월령은 더 묻지 않았다. 설련의 젖은 소맷단을 보고, 제 마른 겉옷을 그 어깨에 얹었다. 청아가 그것을 보고, 부채질을 설련 쪽으로 돌렸다.*밤에, 위지헌이 궤를 다시 열었다.마른 꽃잎 봉지를 꺼냈다. 그러고는 그것을 월령의 손에 놓았다. 탁자에 놓지 않고, 손에."이건 네가 가져라.""부군 건데요, 이거.""네 손에서 온 거다."월령이 봉지를 쥐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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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4. 청

"안 된다."위지헌이 말했다. 궁인이 아직 마당에 서 있는데."아이까지 오라는 청은, 청이 아니다. 그건.""알아요."월령이 답했다. 궁인을 보지 않고 위지헌을 보았다."그런데 안 데려가면요. 병중의 어른이 죽기 전에 한 번 안아 보겠다는 걸 정비가 거절한 게 돼요. 종친부가 그걸로 또 상소 쓰겠지요. 데려가면 그 손안이고요.""그러니 안 간다.""…셋째 길이 있어요."*궁인을 돌려보낸 뒤, 월령이 그 길을 말했다."황후마마요.""…황후.""곤원전 어른이 함께 가시면 자녕궁 다회가 아니라 황실 다회가 돼요. 봄이는 황후마마 곁에 있고, 숙비가 손을 내밀면 황후마마 손을 거쳐야 해요. 법도로 법도를 막는 거예요."위지헌이 그녀를 보았다. 잠자코 보았다."…황후가 응하시겠느냐. 그 처소에, 제 발로.""아뢰어 봐야지요. 그런데 마마는 대황자 이야기를 하셨어요. 저한테. 그 말을 하시는 분이, 안 오실 리가요."*곤원전은 반 시진 만에 답을 주었다.간다고. 황후가 직접 쓴 짧은 글이었다. '내가 안는다. 그 다음에 누가 안든.'월령이 그 글을 위지헌에게 건넸다. 그가 읽고, 접지 않고 탁자에 놓았다."…그럼 나는 담 밖이다. 이번엔 강무진 하나가 아니고.""몇이요.""북경군 한 초(哨)."월령이 잠깐 숨을 멈췄다."…그건, 후궁 처소 담 밖에 군을 세우는 거예요. 종친부가—""세운다."위지헌이 말했다. 짧았고, 흔들리지 않았다."형님이 뭐라 하시든, 종친부가 뭐라 쓰든. 내 딸이 그 담 안에 드는 날, 담 밖에 내 군이 선다. 그건 내가 정한다."월령은 더 말하지 않았다. 대신 그의 소매를 잡았다. 잠깐. 그가 무엇을 걸었는지 알았다. 조정에서 그를 치려는 사람들에게 이보다 좋은 구실은 없었다. 그는 그 구실을 제 손으로 주고 있었다.*설련이 마루 끝에 서 있었다."저도 가요.""…너는.""고모 다회에 조카가 안 가면 그게 더 이상해요. 그리고요, 그 방 잔이 어느 쪽으로 놓이는지, 저만 알아요. 마마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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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5. 첫 잔

자녕궁 담 밖에 북경군이 섰다.한 초. 창을 세우지 않고, 칼을 뽑지 않고, 다만 서 있었다. 검은 갑옷이 담을 따라 줄을 지었다. 궁 안 회랑에서 그것을 본 궁인들이 걸음을 멈췄다가, 도로 걸었다. 더 낮게.위지헌이 그 줄 앞에 말을 세웠다. 내리지 않았다. 담 안으로 가마 넷이 드는 것을 보았다. 황후. 월령. 청아와 봄. 설련.강무진이 말 곁에 섰다. 붕대는 풀었으나 왼팔을 아직 조금 굽히고 있었다."…왕야. 소리가 나면요.""들어간다.""어느 정도 소리를—""네가 안 되겠다 싶은 소리."강무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엔 되묻지 않았다.윤백이 말 뒤에 서 있었다. 손에 보자기가 없었다. 처음이었다. 위지헌이 그것을 보았다."…준비한 게 없느냐.""이번엔요. 뭘 준비해야 할지 몰라서."윤백이 답했다. 조금 상처받은 얼굴로. 강무진이 그 옆에서 아무 말도 안 했다.*안쪽 방에 병풍이 서 있지 않았다. 접힌 채 벽에 기대어 있을 뿐이었다.숙비가 병풍 없이 앉아 있었다. 찻상이 넷 앞에 놓였고, 잔이 다섯이었다. 황후 것, 월령 것, 설련 것, 숙비 것. 그리고 하나 더. 작은 잔. 아이 것이었다."…황후마마께서 몸소. 이 늙은이가 무슨 복으로."숙비가 말했다. 야윈 목소리가 곱게 다 맺혔다."병중이라 하기에 왔다."황후가 말했다. 낮고 짧았다."병중인 사람이 다회를 연다기에. 그것도 보러 왔고."숙비가 웃었다. 옅게. 두 여인이 서로를 보았다. 젊어서부터 한 사내를 사이에 둔 사이였다. 그 세월이 잔 다섯 사이에 놓였다.*궁인 셋이 차를 냈다. 그중 하나의 소매가 무향이었다. 향방 사람의 소매. 설련이 그 소매를 먼저 보고, 그다음에 잔을 보았다.월령 앞의 잔. 뚜껑 꼭지가 왼쪽이었다. 설련의 손끝이 소매 안으로 들어갔다.월령이 그 잔을 들었다. 들어서, 숙비 앞의 잔과 바꿔 놓았다. 뚜껑 꼭지가 오른쪽인 것을 제 앞에, 왼쪽인 것을 숙비 앞에."…마마 잔이 식은 듯하옵니다. 신첩의 것이 더 뜨겁사옵니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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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6. 두 시진

황후가 오래 답하지 않았다.법도였다. 어길 수 있는 법도와 못 어기는 법도가 있었다. 이건 후자였다. 황후가 후궁 앞에서 황실 법도를 어기면, 그 말이 그날로 종친부에 갔다. 대황자 때처럼."…안게."황후가 말했다. 팔이 풀리지 않은 채로."안고, 돌려주게. 바로."숙비가 손을 내밀었다. 야윈 손. 그 손에 봄이 옮겨졌다. 연둣빛 저고리가 무향의 소매 위에 얹혔다.봄이 울지 않았다.*"…이 늙은이가 죽기 전에."숙비가 아이를 내려다보며 말했다."황실 어린것을 안아 보니, 여한이 없네. 그런데 마마. 법도가 하나 더 있지요. 궁 어른이 여아를 안으면, 그 아이를 제 처소 안쪽에 들여 잠깐 재우는 것. 액을 걷는다고요.""…그런 법도는—""있습니다. 선대 태후마마께서 하셨지요. 마마도 아시는."황후의 얼굴이 굳었다. 알았다. 있었다. 아무도 안 쓰는 법도가, 이 방에서 두 개째 나왔다."두 시진입니다, 마마. 병풍 뒤에서요."*숙비가 일어섰다.궁인 둘이 병풍을 세웠다. 접혀 있던 병풍이 도로 펴졌다. 그 뒤로 숙비가 봄을 안고 들었다. 궁인 하나가 병풍 앞에 섰다."…법도상, 아무도 못 드십니다."월령이 일어섰다. 설련이 일어섰다. 황후가 손을 들어 둘을 막았다. 황후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앉아라. 둘 다.""마마—""앉으라 하였다. 여기서 내가 법도를 어기면, 저 여인이 이긴다. 그 아이를 안은 채로."월령이 앉았다. 앉는 무릎이 저렸다. 저리는 것을 들키지 않게 앉았다. 설련은 앉지 않았다. 앉지 않고, 병풍 앞 궁인을 보았다.*첫 반 시진은 조용했다.병풍 뒤에서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아이 소리도, 여인 소리도. 청아가 빈 팔을 안고 있었다. 방금까지 무게가 있던 팔이었다. 그 팔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제 배 앞에 겹쳐 두었다.월령은 찻잔을 보았다. 식어 가는 차. 뚜껑 꼭지 오른쪽. 마시지 않았다.담 밖에서, 강무진이 담에 귀를 대고 있었다. 위지헌이 말 위에서 그를 보았다."…소리는.""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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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7. 병풍 뒤

설련이 궁인의 소매를 잡았다.잡아서, 찢었다. 무향의 소매가 어깨에서 갈렸다. 그 안에서 작은 향낭이 떨어졌다. 궁인이 그것을 주우려 몸을 숙였고, 설련은 그 틈으로 병풍을 밀었다.병풍이 넘어갔다."…아가씨!"궁인이 소리쳤다. 황후가 일어섰다. 월령도. 청아도. 넷이 동시에 병풍 뒤를 보았다.*숙비가 앉아 있었다.봄을 안고. 아이는 자고 있었다. 숨이 고르게 오르내렸다. 연둣빛 저고리 가슴이 오르고, 내리고. 숙비의 손이 그 등을 아주 천천히 두드리고 있었다. 아이 재우는 손이었다.아무 일도 없었다."…소란하구나."숙비가 고개를 들지 않고 말했다."애를 겨우 재웠는데."설련이 그 앞에 섰다. 넘어진 병풍을 밟고. 숨이 거칠었다."…고모님. 주세요.""두 시진이 안 됐다.""주세요, 고모님."숙비가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 조카를 보았다. 물건을 읽는 눈으로. 오래 읽었다. 그러고는 아이를 내밀었다.*설련이 봄을 받았다.가벼웠다. 따뜻했다. 자고 있었다. 설련은 아이를 안은 채 잠깐 서 있었다. 그러다 저고리 가슴께에 손이 갔다. 옷깃 안. 뭔가가 만져졌다.꺼냈다.붉은 실 한 오라기였다. 짧은. 저고리 안섶에 꿰여 있던 것. 설련이 그것을 손바닥에 놓았다. 손바닥이 떨렸다.숙비가 그것을 보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찻잔 뚜껑을 한 번 열었다가, 닫았다."…이건, 고모님.""액을 걷었지. 붉은 실은 액을 걷는 것이다. 몰랐느냐.""…알아요. 뭘 걷는지도요."설련이 봄을 안고 돌아섰다. 월령에게 갔다. 월령이 팔을 내밀었다. 그 팔에 봄이 옮겨졌다. 무게가 돌아왔다. 월령은 아이의 숨을 손바닥으로 확인했다. 오르고, 내리고.*"…가겠네. 숙비."황후가 말했다. 낮고 짧았다."법도는 다 지켰다. 안았고, 재웠고. 그러니 이제 우리가 간다.""예. 마마. 고맙습니다. 이 늙은이가."숙비가 고개를 숙였다. 다 숙였다. 그러고는 들었다."…설련아."설련이 걸음을 멈췄다."너는 남아라. 조카가 병중의 고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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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8. 남은 사람

"둘이요?"청아가 그 실을 보았다. 월령의 손바닥 위. 짧고 붉은 것 둘."하나는 설련 언니가 꺼낸 거고요. 이건…""꿰어 둔 거다. 못 찾게. 찾아도 하나만 찾게."월령이 실을 종이에 쌌다. 접지 않고 싸서, 소매에 넣었다.왕부 마당에서 방어멈이 그것을 들었다. 봄을 받아 안고, 저고리를 벗겼다. 연둣빛 저고리. 제가 고른 것. 방어멈이 그것을 들고 부엌으로 갔다.*아궁이에 불이 있었다.방어멈이 저고리를 그 안에 넣었다. 연둣빛이 갈색이 됐다가, 검어졌다가, 없어졌다. 방어멈은 그것을 끝까지 보았다. 부지깽이로 재를 한 번 뒤집었다."…아이고, 좋은 천이었는데."그 말뿐이었다. 봄은 청아 품에서 새 저고리를 입고 있었다. 흰 것. 방어멈이 안 고른 것.월령이 부엌 문가에 서 있었다."어멈.""예.""고맙다.""고맙긴 뭐가요. 천 한 벌 태운 걸 갖고. 아씨, 애 젖이나 물리세요. 오늘 두 시진을 남의 품에 있었잖아요, 그 쬐끄만 게."방어멈이 돌아섰다. 앞치마로 손을 닦았다. 손이 아니라 눈가였는지, 월령은 보지 않았다.*"…설련이는."위지헌이 마루에 앉아 있었다. 옥대를 풀지 않은 채."남았어요. 제 발로.""네가 두고 왔다.""…예."월령은 그 말을 피하지 않았다. 피할 수 없었다. 그 아이를 그 방에 두고 봄을 안고 나온 것은 저였다."그 아이가 그러라고 했어요. 저는 이 방에서 나온 사람이니까, 하룻밤은 도로 들어가도 된다고.""그 말을 믿었느냐.""믿은 게 아니라요. 봄이를 안고 있었어요. 두 손이 없었어요."위지헌이 그녀를 보았다. 그러고는 시선을 내렸다. 정말로 내린 시선이었다.*별채 문이 열렸다.독고진겸이 서 있었다. 얼굴이 하얬다. 이 집에 든 뒤로 목소리를 높인 적 없는 사람이 마루 앞에 와서 섰다."…내 딸을.""독고 어른.""내 딸을 그 방에 두고 왔소? 그 방에? 누이가 사람 이름 적는 그 방에?""…예."독고진겸의 손이 떨렸다. 셈을 매기던 손이었다. 딸 이름 앞에서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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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9. 곤원전의 밤

곤원전 뒤채 창에, 등불이 하나 켜져 있었다.명부지기가 그 등불 아래 앉아 있었다. 손이 무릎 위에 포개져 있었다. 쥘 것이 없는 손. 다회 소식은 낮에 들었다. 황후가 가고, 정비가 가고, 아이가 갔다고. 아이가 무사히 나왔다고."…그럼 마마님이 오시겠군. 내일쯤."늙은 여인이 혼자 말했다. 궁녀가 문가에서 그것을 들었다."첫 장 이야기를 하려고요. 그건 하루에 다 못 해. 사흘은 걸릴 게야. 그러니 내일부터."궁녀가 고개를 숙였다. 젊은 궁녀였다. 곤원전 소속. 다회 이후 황후가 뒤채에 붙인 셋 중 하나."…할머님. 손자분 소식은요.""없지. 없어. 그러니 이제 내 것이 아무것도 없어서, 다 말할 참이야. 마마님한테. 자네한테는 아니고."늙은 여인이 웃었다. 궁녀는 웃지 않았다. 문가에 선 채로, 회랑 끝을 한 번 보았다.*그 무렵 왕부에서, 월령이 등불을 껐다.봄이 잤다. 위지헌이 옥대를 풀었다. 그 손이 매듭 위에서 잠깐 멎었다가 풀었다."…내일 곤원전에 가요. 명부지기한테요. 첫 장 이야기를 마저 들어야 해요. 설련이도 데려오고.""같이 간다.""부군은 곤원전 뒤채엔 못 드세요.""뒤채 문 앞까지."월령이 옅게 웃었다. 그 웃음이 어둠 속에서 그에게 닿았다.*곤원전 뒤채에 차가 들어왔다.늦은 시각이었다. 명부지기가 잔을 받았다. 젊은 궁녀의 손에서. 곤원전 옷. 곤원전 향. 늙은 여인은 그 향을 맡았다. 국화 향이 옅게. 황후전 궁녀들이 쓰는 것."…고맙네. 밤에 차를.""마마께서 따뜻한 것 드시라 하셨습니다."명부지기가 잔을 들었다. 뚜껑 꼭지가 오른쪽이었다. 늙은 여인이 그것을 보고 웃었다."오른쪽이군. 그 방 사람들은 왼쪽으로 놓지. 자네는 그 방 사람이 아니야. 곤원전이지.""…예, 할머님.""곤원전 차는 국화를 좀 띄우지. 마마가 그걸 좋아하셔서. 자네도 그거 알지?""…압니다."궁녀의 목소리가 아주 조금 늦었다. 늙은 여인은 그 늦음을 듣지 못했다. 듣기엔 너무 늙었고, 너무 오래 옥에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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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 베다

궁녀는 새벽에 잡혔다.자녕궁 담 밖 회랑 뒤 협도였다. 초비가 지붕에서 보았고, 묵아가 실을 던졌고, 기윤이 내려섰다. 젊은 궁녀는 담 안으로 들지 못했다. 담 안에서 문이 안 열렸다. 숙비는 문을 열어 주지 않았다."…마마. 마마, 제가—"궁녀가 담을 두드렸다. 담 안은 조용했다. 낮은 발소리조차 없었다.기윤이 그 허리띠를 잡았다. 뒷덜미가 아니라 허리띠. 궁녀가 담을 보며 끌려갔다. 담은 끝까지 열리지 않았다.*곤원전에서 온 기별이 왕부에 닿은 것은 그보다 먼저였다.월령이 그것을 새벽에 들었다. 새벽 젖을 물리고 봄을 다시 재우던 때. 늙은 상궁의 글씨. 명부지기가 죽었다. 차를 마시고. 곤원전 궁녀 손으로.월령은 그 글을 두 번 읽었다. 두 번째에도 같은 글자였다.첫 장 이야기는 없었다. 하나씩, 천천히 듣기로 한 답이 없었다. 늙은 여인이 팔 것이 없어져서 그냥 주려던 답이, 잔 하나에 없어졌다.위지헌이 그 글을 받아 들었다. 읽었다. 그러고는 옥대를 맸다. 풀었던 것을."…형님께 간다.""저도요.""너는 봄 곁에.""아니요. 저도 가요. 그 여인이 저한테 주려던 걸 누가 가져갔는지, 제가 봐야 해요."*새벽에 자녕궁으로 보낸 기윤이 빈손으로 돌아왔다. 문이 안에서 안 열렸다고. 설련이 제 손으로 안 연 문이었다.편전에 경화제가 없었다.병상이 아니라, 아직은 새벽이라. 위지헌은 기다리지 않았다. 월령이 소매의 종이를 고 내관에게 건넸다. 붉은 실 둘. 위지헌이 고 내관에게 한마디를 남기고 돌아섰다."곤원전 궁녀 하나와, 옥의 오상궁. 오늘 참한다. 형님께는 그리 아뢰어라.""…전하. 황명이 아직.""황후전에서 사람을 독살한 손이다. 황자 생모 손발이든 뭐든, 그건 대역이다. 황명은 뒤에 받는다."고 내관이 옥필을 들지 않았다. 대신 고개를 숙였다. 깊이.*형장은 궁 밖 남쪽이었다.월령이 그 자리에 섰다. 위지헌의 반 걸음 뒤. 청아가 그 곁에. 봄은 방어멈에게.오상궁이 먼저 끌려 나왔다. 옥에서 달포. 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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