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본가에 있는 사람이 차를 가지고 오면 그 정도 걸릴 터였다. 그 뒤로는 운전자만 바꾸면 되니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기찬은 웬만하면 도혁의 차를 운전하고 싶었다. 자신의 차에 누군가 태울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주 깨끗한 컨디션은 아니라서. 게다가 지금까지 주하가 도혁의 차를 타고 다녔다면 조금 비교될 것이 뻔했는데, 그게 왜인지 좀 신경이 쓰였다. 자신의 보스를 '애기'라고 부르는 사람을 태워도 되는 건지.
"더 마실 거예요?"
그러나 그 모든 것을 결정하는 건 역시 기찬도 도혁도 아니었다. 도혁의 질문에 주하가 고개를 저으면 모든 것이 끝이었다.
"음... 아니. 충분한 것 같아."
"네 차 좀 타자."기찬은 운명
도혁은 고민도 없이 홀린 듯, 바지 속으로 손을 넣었다. 주하를 생각하며 발기해 본 적은 수도 없이 많았지만 자위를 해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오늘은 이거라도 해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는 눈을 그대로 감은 채 주하와의 섹스를 생각했다. 그녀는 최근 그의 위에서 웃고 있을 때가 많았다. 심드렁하게 손을 흔들어대던 때와는 달리. 그와 섹스하는 걸 즐기는 얼굴이었다. 특히 도혁이 정신을 못 차릴 때면, 그녀는 장난스레 웃곤 했다. 도혁은 그 얼굴이 정말 좋았다. 순간적으로 서있던 페니스가 꿈틀 반응을 했다. 주하의 웃는 낯만 상상해도 이랬다. 그래서, 점점 더 누가 박느니 하는 문제는 사실 상관이 없었다. 물론 안 박고 싶다는 건 절대 아니지만."...하아..."오주하. 그 이름만 떠올려도 몸이 달았다. 미쳐도 단단히 미쳐선. 사실 미친 게 몸만은 아닌 것 같긴 했지만 그는 애써 모른 척했다. 그걸 다 인정하기에는 따라가기가 벅찼다. 왜냐하면 주하와 하는 모든 것이 전부 다 처음이어서.그는 결국 사정하지 않고 손을 뗐다. 갑자기 사정하고 싶은 기분이 사라지고 말았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주하에 대한 갈증을 이런 식으로 풀고 싶지 않았다. 도혁은 바지 속에서 손을 빼내고 심호흡을 했다. 차라리 잠들자고, 또 생각하면서.-"야, 누가 본채 좀 가 봐. 보스 아직 안 나오셨다.""주무시거나 신문 읽으시겠죠.""이 시간까지 안 나오실 분이 아닌데?"도혁의 부하들은 시계를 보며 심각하게 토론을 하고 있었다. 도혁은 보통 아침 6시, 늦어도 6시 반에는 일어나는 편이었다. 식사도 얼마나 꼬박꼬박 잘 챙겨 먹는지 식당에서 아침에 얼굴을 보는 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그러니까 도혁은 늦잠 같은 것은 잘 자지 않았다. 그들은 한참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다가 끝내 본채로 가지 않기로
도혁이 그러고 있을 때, 주하 또한 일상에 거의 집중을 못하고 있었다. 매일 자신을 데리러 오던 존재의 부재는 생각보다 너무 큰 것이었다. 별 말 주고받지 않던 문자도, 없으니 허전했다. 벌을 준다는 것도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주하는 그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집중이 안 되어서 멍하니 있거나 도혁과 있었던 일을 다시 생각해보기도 했지만, 이내 마음을 다 잡았다."주하야! 무슨 생각해?""어? 아니. 왜? 뭐 줄까?"누가 부르는 것도 못 듣고 멍하니 있던 주하는 어깨가 흔들리고 나서야 다급하게 말했다. 그녀는 결국 7시도 되지 않아 학교를 나섰다. 학교에 더 있어봤자 과제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집으로 가만히 걷고 있자니 또 도혁이 생각이 나서 주하는 한숨을 쉬었다. 못 이기는 척 연락할 생각도 없는 도혁을 보니 기특하면서도 기분이 이상했다. 누가 그 남자에게 인내심이 없다고 했지? 주하는 자신이 생각해도 어이없는 생각을 하며 조용히 걸었다.사실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연락을 못하는 건 도혁이지 주하는 아니니까. 일방적으로 혼자 말해도 되고, 원한다면 답장을 하라는 말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건 훈육과 자존심 사이에 있는 무언가였다. 그녀는 걸으면서도 혹시 도혁이 근처에 있진 않을까 괜히 둘러보다가, 뭐 하는 짓인가 싶어서 후다닥 집으로 뛰어들어갔다. 그리고선 저녁으로 먹을 음식을 시켰다. 오랜만에 혼자만의 시간을 제대로 보내볼 생각이었다. 늘 학교가 아니면 도혁과 있었기에 혼자 시간을 보낸 날이 별로 없는 것 같아서. 하지만 뭘 해도 재미가 없었다. 시킨 음식도 맛이 없었고, 영화도 흥미가 생기질 않았다. 심부름을 핑계로 도혁을 불러볼까 싶은 생각만 자꾸 머릿속에 떠올랐다. 주하는 그냥 일찍 자기로 했다. 그녀는 그제야 핸드폰을 들고서 도혁에게 문자를 보냈다.[ 일찍 잘 거야. 수고해. ]침대에 누
[ 집에 와서 이제 잘 거야. 답장하지 마. ]새벽 1시, 결국 차키를 만지작거리고 있는데 그런 문자가 왔다. 먼저 연락하지 않는 게 벌이라더니 답장도 못하게 문자가 와서 도혁은 한참 동안 그 문자를 읽기만 해야 했다.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라고 하니까 다행인데 정말 손이 근질거렸다. 거창하게 할 말이 있는 건 아니었다. 그저 잘 자라고, 평소처럼 한마디 하고 싶은 것뿐. 하지만 그는 참았다. 늘 그녀의 말을 듣는 게 가장 쉬운 일이니까.다음 날, 토요일 아침부터 저기압인 도혁 때문에 기찬은 몸을 사리고 있었다. 도혁은 최근 들어 가끔 기분이 안 좋을 때가 있긴 했지만 그게 이렇게 오래가는 일은 드물었다. 평소엔 오히려 기분이 좋은 날이 더 많았고. 이렇게나 이성 문제인 게 티가 나는데 다들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게 의아할 지경이었다. 물론 그만큼이나 혼자인 기간이 길었던 도혁이고, 이성과 관련된 문제를 내보인 적은 아예 없었으니 이해를 못 할 바도 아니긴 했지만. 그냥 '기분이 안 좋으시네.'하고 의문을 가지지 않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기찬만 속이 답답해지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하루 종일 핸드폰을 들었다 놨다, 자신이 말을 걸어도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도혁을 보다가 기찬은 이내 보고를 포기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은 더 말해봐야 아무런 대답도 듣지 못할 것이 뻔했다.싸웠나? 싸울 일이 뭐가 있어. 간이고 쓸개고 다 내줄 기세던데. 혼난 모양이네.기찬은 그런 결론을 혼자 내렸다. 도혁이 주하에게 화를 내지는 않았을 것 같았다. 그가 화라곤 낼 줄 모르는 사람이라서 그런 건 아니었다. 오히려, 화를 내면 너무 무서운 사람이니까 그랬다. 주하한테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을 거라는 건 쉽게 짐작이 가능했다. 화나는 일이 있었다면 오히려 숨기려고 노력할 것이 뻔했다. 물론, 지금의
'봤어요? 어제 잘 어울리길래.'"누가 마음대로 이런 걸 보내라고 했어?"명품이니 뭐니 모르는 사람이 봐도 유명한 브랜드의 로고였다. 그녀는 쇼핑백을 열자마자 그게 어제 자신이 입어본 옷이라는 것을 알았다. 어제 입을 때만 해도 그런 옷인지 몰랐는데. 생각해 보면 그런 곳에서 명품이 아닌 옷을 입어볼 수 있는 게 말이 안 되는 것 같기도 했다. 아무리 그런 곳에 안 가봤어도, 그 정도는 생각했어야 했다.'마음에 안 들어요?'"그런 게 문제가 아니잖아."주하의 목소리가 제법 차갑게 나갔는지 도혁에게서 한동안 말이 없었다. 주하는 도혁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곧장 연결해서 쏘아붙였다."내가 산다고 한 적 있어? 왜 마음대로 샀냐고 묻는 거잖아."'...나도, 선물 하나쯤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줄 알았어요.'겨우 꺼낸 말에 서운함이 묻어있었다. 그 정도 사이도 안되는 거냐고 묻고 있는 거였다. 어쩌면 조금은 상처받은 것 같기도 한 목소리에 주하는 순간 움찔 떨었다. 그야말로 선물을 한 사람에게 다짜고짜 너무 화를 낸 것 같았다."선물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애기 마음대로 결정해서 하지 말라는 거야."도혁이 백화점 VIP든, 돈이 너무 많아서 주체가 안되든, 주하는 상관이 없었다. 그런 건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기로 마음먹고 이 관계를 유지하기로 생각했던 거니까. 하지만 그가 제멋대로 그 돈을 자신에게 쓰는 건 싫었다. 돈이라는 건 곧 권력과도 같은 거니까. 선물이라는 이유로 결정권을 잃고 싶지 않았다."나한텐 그렇게 하지 마. 선물은 받는 사람이 기분이 좋아야 하는 건데 이건 통보잖아."나와의 관계에서는 그럴 수 없는 거라고, 주하는 못 박았다.'..
"이제-"그만 구경하고 나가자고 하려는데, 도혁의 핸드폰이 울렸다. 진동으로 되어있었지만 둘밖에 없는 조용한 공간이라 핸드폰의 소리가 아주 잘 들렸던 탓이었다. 도혁은 '잠시만요.'하고 주하에게 양해를 구하고 핸드폰 화면을 확인했다."나가서 전화 좀 받고 올게요.""여기서 받아."주하는 물끄러미 그를 보며 말했다. 도혁은 순간 멈칫거렸다. 그녀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 그도 바로 알아차렸다. 아무것도 숨기지 말라는 거였다. 그건 기쁘면서도 조금은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그녀가 부담스럽다는 게 아니라, 실수를 할까 봐 부담이 되었다. 하지만 그는 아무 말하지 않고 전화를 받았다. 주하는 전화를 받자마자 그의 얼굴에 항상 걸려있던 웃음기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왜."'아, 대표님. 문제가 좀 생겼습니다.'"뭔데."주하는 '아니', '지금' 같은 말로 짧게 짧게 대답하는 도혁을 관찰했다. 그가 평소에 어떤 목소리로 대화하는지는, 사실 과 동기인 소정과 있을 때 충분히 알게 되었지만 이런 모습은 또 색달랐다. 그는 '알아서 해.'하고 말하다가도, 주하와 눈이 마주치자 그녀에게 살짝 웃어 보였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웃음이었다. 늘 그렇듯, 그녀를 방심시키려는 그런 웃음. 주하는 마주 웃지 못하고 커피잔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 괜히 여기서 전화를 받으라고 한 것 같기도 해서. 그는 언제나 저에게 얌전한 짐승인데 이럴 때만 맹수 같아 보이는 게 위험했으니까. 물론 잡아먹힐까 봐 위험하다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잡아먹고 싶어질 것 같아서 위험했다. 그녀는 자신이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게 정말 놀라웠다. 몇 번의 섹스가 이렇게 사람을 바꿔놓을 수 있는지도 몰랐고. 왜 얌전할 때가 아니라 저렇게 보일 때 더 덮치고 싶은지도 궁금했다."지
그날 저녁, 주하와 도혁은 저녁을 먹었다. 딱히 특별할 것은 없었지만 그래도 도혁은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식사 후에는 주하가 뭘 하러 갈지 물었다. 늘 용건만 간단히 하거나 섹스를 하러 가거나. 그 정도뿐이었는데."백화점 갈까요? 아니면 전시회는 어때요.""백화점에 가서 구경하자. 시간이 늦었으니까 전시회는 주말에 가고. 어때?"도혁이 그 말에 거절을 할 리가 없었다. 주말 약속까지 덩달아 생겼으니까 그저 일석이조라고 생각했다. 그는 편하게 백화점으로 차를 몰았다. 주하는 학교에서 쓸 문구류나 조금 구경할 생각이었다. 백화점으로 굳이 고른 건, 그냥 쾌적할 것 같아서였다. 저녁까지 먹어서 밖은 어둡기도 했고, 또 가까운 곳에 백화점이 있었으니까."주차는 저희가 하겠습니다. 몇 층으로 가실 예정이신가요?"그런데 이런 건 생각하지도 못했다. 주하는 백화점에 VIP만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따로 있다는 것도 오늘 처음 알게 되었다. 그녀는 대접을 태연하게 받고 있는 도혁을 보고 조금 뻘쭘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몇 층으로 가실 거예요?"그런데 직원이 도혁에게 질문한 것이, 주하에게 돌아왔다. 주하는 이런 분위기에 볼펜이 몇 층에 있냐고 물어볼 수가 없었다.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냥 구경하러 가자.'하고 말을 흐렸다. 여기저기 둘러보다 보면 볼펜 하나쯤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하지만 주하는 아무도 없는 어떤 방에 덩그러니 남겨졌다. 도혁과 함께. 편히 구경하라는 말을 들었지만, 뭘 구경해야 할지 알 수 없는 그런 방이었다. 그녀는 편하게 뱉은 '구경'이라는 게 이렇게 거창한 것인지도 처음 알았다."차로 드릴까요? 커피로 드릴까요?"이내 옷이 잔뜩 걸린 행거와 직원이 다시 들어와서, 주하는 도혁에게 무언가를 말할 타이밍을 놓쳤다. 주하는 안 고
"우리 좋았잖아."[ 아저씨나 좋았겠죠. ]굳이 따지자면 맞는 말이지만 조금 억울한 측면도 있었다. 섹스하자는 말에 거절한 건 주하니까, 같이 좋을 기회가 없었을 뿐이었다."어디야."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던 것이 무색하게도 태연하게 말이 나왔다. 마치 원래 알던 사람처럼. 그게 아무래도 이상하다고 생각했는지 전화기 너머의 사람이 또 한참 말이 없었다. 뒤에서 시끌시끌한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면 끊었는지 착각이 들었을 정도로.[ 알
오주하. 만 23세. 생일은 11월 17일. 현재 한서대학교 건축학과 5학년 2학기 재학 중. 9학기 중의 6학기는 과에서 1등. 전액 장학금. 졸업 후에 취업 예정. 가족은 부모님, 그리고 고등학생인 여동생 한 명. 가족들은 지방 거주. 그래서 서울에 혼자 자취 중이고, 위치는 학교 앞 원룸. 부모님은 평범한 회사원.별다를 것 없는 정보의 나열이었는데 읽는 내내 자꾸만 그녀의 얼굴이 떠올랐다. 감정이 끼어들 틈 같은 것은 없는 종이 한 장이었는데도, 심드렁하던 주하의 얼굴이 어른거리는 듯했다.
"성철아.""예, 형님."성철은 갑작스러운 부름에도 당황하지 않았다. 성철은 그저 씩씩하고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정리는 어떻게 되어가냐.""그... 게..."그러나 이어지는 질문에 성철은 당황해서 옆 사람을 보았다. 그는 무슨 정리냐고 묻지도 못하고, 무슨 대답이든 하긴 해야 해서 말꼬리를 길게 늘였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눈으로 SOS를 보냈다. 하지만 모인 이들 중에 그 누구도 '정리'라는 단어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다. 성철은 어쩔
"어때? 가족 때문에 빚이 좀 있긴 한데, 학교 선생님이야. 괜찮아."도대체 뭐가 어떻냐는 건지. 도혁은 술병을 빼앗아 자신이 따르고, 병은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그리곤 단숨에 한 잔을 다 마셨다. 술이 조금 들어가면 어제와 같은 상태가 될지도 몰랐다."지금까지와는 좀 다른 스타일로 준비를 해본 건데?"하지만 도혁의 옆에 앉은 사람은 그를 쳐다보지도 못하고 덜덜 떨고 있었다. 여기서 소개팅하겠다는 건 아니었기에 그는 그저 술잔을 내려놓으며 잠시 숨을 골랐다. 하룻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