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log in은하의 심장이 자꾸만 내려앉았다. 점심시간까지도 서연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한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하던 그들은 평소처럼 떠들썩한 분위기가 아니었다. 다들 서연이 걱정 뿐이었으니까.태하가 은하를 향해 물었다.“은하야. 아직도 연락 안 돼?”“응. 카톡도 안 읽고, 전화기도 꺼져 있어.”이현이 수저를 툭 내려놓으며 말했다.“어디 아픈 거 아니야?”은하는 그 말에 더욱 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불안한 마음으로 식사를 교실로 돌아가는 길, 복도에서 담임 선생님이 그들을 불러 세웠다.“얘들아, 잠깐만.”다들 발걸음을 멈췄다. 선생님의 표정은 어딘가 심각해 보였다.“너희 혹시, 어제 윤서연 본 적 있니?”태하가 가장 먼저 대답했다.“네. 어제 저희랑 같이 있었어요.”선생님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무겁게 말을 이어갔다.“…서연이가, 어제 집에 안 들어 왔다는데?”순간, 모두가 제자리에 얼어붙었다.민희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되물었다.“네? 집에 안 들어갔다고요…?”은하는 그 자리에 선 채로, 숨조차 쉬는 걸 잊어버린 것 같았다.머릿속에는 함께 영화를 보던 서연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무 걱정 없어 보였는데. 평소랑 똑같았는데.아니, 집이 아니면 도대체 어디로 간 건지.“서연이 할머니가 학교로 오고 계셔. 오시면 어제 있던 상황 좀 설명해줄래?”“…네.”모두가 긴장했다. 단순히 어딘가 아픈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예 귀가조차 하지 않았다니. 왜 이렇게 불안한 거지.***잠시 후 상담실로 모인 네 사람.그들 앞에는 손수건을 들고 울먹이는 서연이 할머니, 그리고 동행한 경찰관의 모습이 보였다. 붉어진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던 할머니의 입에서 목이 메인 듯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얘들아… 우리 서연이를 못 찾겠다.”그 한마디가 떨어지자 민희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고, 태하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은하는 손끝이 차가워지는 느낌이었다.이현 조차도 평소와는 다르게 유난히 말이 없었다. 그때, 경찰관 중 한 명이 조용히 노트
그때, 조용히 게시판을 가만히 바라보던 서연이 은하의 성적을 발견했다.“은하야…. 너 89등이야?”그 말에 은하도 놀란 눈치였다.‘89등? 진짜다.’순간, 믿기지 않아서 한 번 더 숫자를 확인했다. 작년엔 194등이었던 등수가 무려 100등 이상 상승한 것이다. 그 말에 머리를 쥐어 뜯던 민희가 넋을 잃었다.“말도 안돼! 나보다 은하가 훨씬 더 위라고?”이현의 표정은 누구보다 환했다.“오 강은하, 이번에 꽤 열심히 했나 보다?”“서연이도 공부 잘 하네.”태하의 말처럼 서연이의 등수는 29등이었고, 민희가 비틀거렸다. “하아, 내가 꼴찌구나… 내가….”은하는 그런 민희를 보며 작게 웃더니, 어깨에 조심스레 손을 올렸다.“기말고사 잘 보면 되지.”“씨이, 다음 기말 땐 내가 널 반드시 이기겠다!”성적에 대한 희비가 엇갈린 중간고사 성적 발표 날. 어떤 이는 기뻐했고, 어떤 이는 충격을 받았으며, 어떤 이는 다음 시험을 향한 새로운 다짐을 하고 있었다.***종례시간, 담임 선생님이 프린트를 한 장씩 나눠주며 말했다.“각자 현재 희망하는 대학과 학과를 적어 제출하도록.”민희는 종이를 받자마자 책상에 엎드렸다.“하, 이걸 어떻게 적어. 나 몰라!”이현은 태연하게 펜을 들고, 바로 칸을 채우기 시작했다. 그가 적은 건 바로 한국대 경영 학과. 아버지의 사업도 중요했지만, 은하와 함께 대학 생활을 하고 싶었기 때문.그건, 그가 공부를 하기로 결심한 가장 확실한 이유이기도 했다. 은하네 반 분위기 역시 마찬가지였다.태하는 펜을 손에 쥐고도 쉽게 적어 내려가지 못했다.1지망은 당연히 부모님의 바람대로 한국대 경영 학과를 적었지만, 2지망 란에서 펜이 멈췄다.‘한 번 적어만 볼까?’경찰대, 그의 머릿속에는 그 단어가 자꾸만 부유했다.은하는 한국대 디자인 학과, 그리고 서연이는 명희대 국문과를 적었다.정말로 대학 입시가 코앞까지 다가왔다는 사실에, 모두에기 긴장감이 더해진 순간이었다.***그날 저녁,이현이네 집에 모인
1시간 후, 은하와 태하의 등교 준비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이현은 여전히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결국 참지 못한 태하의 발길질에, 그제서야 힘겹게 상체를 일으켰다. 순간, 인상을 팍 쓰며 시간을 확인한 이현."어억?"정신이 번쩍 든 듯 황급히 집으로 달려가더니, 단 5분만에 교복을 갈아입고 모습을 드러냈다.“뭐냐? 백이현? 머리 안 감았냐?”“야! 왜 이렇게 늦게 깨워! 너 때문에 머리 못 감았잖아!”“뒷 대가리가 그게 뭐냐? 까치냐?”“지금 머리 감는 게 중요해? 당연히 우주 형님의 정성이 담긴 아침밥이지.”야무지게 아침 식사까지 마치고 학교로 향하는 세 사람. 새벽에 있던 일에 대해서는 누구도 꺼내들지 않았다. 그저 평소처럼 서로를 놀리고, 티격태격하며 걸어갈 뿐.학교에 다다를 무렵,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길가에는 몇몇 사람들이 멈춰 서서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었고, 세 사람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눈을 좁혔다.인도 위, 형사로 보이는 두 남성이 한 남성을 제압하고 있는 모습.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뭐야?”“경찰 같은데?”제압 당한 남성은 거칠게 저항하고 있었지만, 형사들은 단호하고 카리스마 넘쳤다.한 명은 남성의 팔을 뒤로 꺾으며 수갑을 채웠고, 다른 한 명은 손을 털어내며 무전기를 꺼내들었다. 긴박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흔들림이 없는 표정과 당당한 기세.그 모습을 지켜보던 태하가 작게 감탄했다.“언제 봐도 참 멋있는 직업이야.”“멋있긴 한데, 얼마나 힘드시겠냐?”“힘든 게 당연하지. 그래도. 사람을 지키는 일이잖아.”태하는 형사들이 용의자를 차에 태우는 모습까지 끈질기게 지켜보며 보며 덧붙였다.“되게 멋있지 않아? 뭔가 영화 같기도 하고.”“너 오늘 좀 이상하다? 꼭 경찰이라도 되겠다는 말처럼 들린다?”“부모님이 가만히 계시겠냐? 학교나 가자.”이현과 은하는 잠시 동안 시선을 주고받았다.태하는 물론 가볍게 웃으며 상황을 넘겼지만, 누구보다 진지했던 표정은 그들의 뇌리에 또렷하게
은하는 여전히 긴장한 듯하면서도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렸다.더 이상 가슴이 쿵쾅거리지 않았다. 손의 떨림까지도 금세 멈춘 것 같았다. 창밖에선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방 안의 분위기는 조금씩 가벼워지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 보던 우주가 이제야 안도한 듯 피식 웃었다.“이현아. 너는 도대체 그 나이에 에미넴을 어떻게 아는 거야?”“형님? 무슨 말씀이시죠? 진정한 소울은 나이와는 상관이 없습니다만.”소울은 개풀, 우주는 고개를 저으며 은하를 바라보았다.“은하야, 이제 좀 괜찮아?”“응.”요란한 천둥이 울리는 밤. 그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은하의 불안을 덮어주었다. 잠시 후, 이현이 방 한 켠에 놓인 라벤더 화분을 발견했다. 처음부터 잎이 무성한 게, 꽤나 신경을 써서 키운 모양이었다.“야! 이거 엄청 많이 자랐네?”“응. 향 좋아.”태하 역시 흐뭇한 표정으로 화분을 바라보았고, 우주가 장난스러운 농담을 던졌다.“얼른 키워서 차 끓여 먹자니까, 싫다던데? 은하가?”“…오빠.”“귀엽네 강은하. 형님은 좀 실망입니다.”“흠, 이현이가 등치에 비해 속은 좀 좁은 편이구나.”“아니거든요! 근데 형님, 저랑 태하 좀 재워주시죠.”“뭐?”갑작스러운 말에 우주와 태하는 황당한 듯 눈을 깜빡였지만, 이현은 너무나도 태연스러웠다.“강은하 너도 오늘은 우리랑 거실에서 자자.”“뭐…?”“은하는 소파에서 자고, 저랑 태하는 바닥에서 잘게요.”“….”“그럼 천둥은 계속 치는데, 여기서 혼자서 잘 거야? 같이 있으면 좀 낫잖아.”우주는 잠시 고민하더니,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알아서들 해라. 이불 꺼내줄테니까.”결국 거실에서 함께 남은 새벽을 보내기로 한 세 사람.은하는 소파에, 이현과 태하는 바닥에 이불을 깔고 누웠다. 태하가 팔을 쭉 뻗어 기지개를 켰다.“이거 좀 캠핑 느낌 난다.”“캠핑은 무슨, 그냥 쪽 잠 자는 거지.”은하는 두 사람을 내려다보며 미소 지었다. 천둥이 치는 밤, 하지만 혼자가 아닌 밤.얼
그날 저녁, 우주 역시 이현의 생일이라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정성스레 끓인 미역국을 식탁 위에 올렸다.“형님, 저 생일날 미역국 처음 먹어봐요.”“뭐라고? 설마.”“진짠데요? 야 정태하, 너는 먹은 적 있냐?”“몇 번.”“나보단 낫네.”순간, 은하는 국을 떠먹던 손을 멈추고 그를 바라보았다.생일날 먹는 미역국이 처음이라니. 별거 아닌 듯 내뱉은 말이 자꾸만 마음에 걸렸다. “맛있게 먹어. 백이현.”흠칫 놀란 이현, 은하의 얼굴은 평소처럼 담담했지만 그 속엔 어딘가 따뜻한 온기가 깃들어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이현의 생일은,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특별한 날로 기억되었다. ***그날 밤, 모두가 잠자리에 들려던 중. 느닷없이 쏟아지는 빗줄기가 창문을 때리기 시작했다. 침대에 누워있던 은하는 자연스럽게 창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창밖에는 어두운 밤하늘과 쏟아지는 빗줄기의 모습이 보였고, 소리는 점점 더 커졌다. 바람까지 더해지며 창문까지 흔들리는 모습.‘비가 많이 오네….’그저께부터 봄비가 추적추적 내리긴 했지만, 분명 예전과는 달랐다. 빗소리만 들어도 불안했던 과거와는 달리, 온종일 내리던 봄비에도 하루 종일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평범한 시간을 보냈고 말이다. 오늘 백이현의 생일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분명 자신이 준 선물을 받고 기뻐했다.이번에도 별 거 아니라는 듯 서서히 잠에 빠져든 은하. 하지만 평온했던 순간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번쩍-!방 안을 순간적으로 환하게 밝히는 섬광이 비치더니, 땅이 울릴 듯한 거대한 천둥소리가 들려왔다.콰아아앙-!순간, 은하의 눈이 크게 떠졌다.생각과는 달리, 숨이 막힐 듯한 공포가 가슴을 짓눌렀다. 어느새 귀에서는 먹먹한 이명이 들리고, 심장이 미친듯이 뛰어대기 시작했다. 실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트라우마 증상이었다.다행히도, 천둥 소리를 들은 우주가 은하의 방으로 뛰어 들어왔다.“은하야!”같은 시각, 이현과 태하 역시 천둥 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잠
아침부터 내린 봄비는 학교가 끝난 뒤에도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운동장을 지나는 길, 은하가 민희의 눈치를 슬슬 보기 시작했다.“우리 학원 가기 전에, 시내 좀 잠깐 들를까?”“응? 시내는 왜?”“백이현 생일 선물 사고 싶어서.”“대박, 오 강은하~ 드디어 챙겨주는 거야?”“그런 거 아니야. 그냥… 생일이니까.”“당연히 콜이지, 서연이도 같이 갈 거지?”“…으응.”그렇게 우산을 펼치고, 비 내리는 시내로 향한 세 사람.하지만 선물을 고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옷, 시계, 신발 모두 고가의 브랜드를 즐겨 입는 백이현.늘 부족함 없이, 원하는 건 모두 가질 수 있는 환경에서 자란 그였기에, 선물은 모두에게 고민이었다. 가장 먼저 고른 건, 민희였다.이현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는 캐릭터 모양의 핑크색 키링. 커다란 눈망울을 가진, 귀엽고 유치한 캐릭터 키링이었다.“난 이거.”“에?”지켜보던 은하와 서연이 동시에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민희는 이미 결정이 끝난 듯 했다.“선물은 주는 사람 마음 인 거야.”서연은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나름 현명한 대답을 내놓았다.“그, 그럼 케이크는 내가 사 갈게.”“굿! 그게 좋겠다!”은하는 결국 한참을 고민하긴 했지만 아무것도 고르지 못했다.아무리 살펴봐도 어울리는 게 없어 보여서. 아니, 마음에 들지 않을까 망설이기만 하다 학원 갈 시간이 다 돼버려서.***그날 밤, 답답한 마음에 침대에 누워 천장만 바라보았다. ‘선물은 어떡하지?’그러다 불현듯 무언가 생각난 듯, 책상 서랍을 뒤적거렸다,잠시 후 손에 들린 건, 문득문믁 드는 생각을 편하게 적어 내려간 작은 노트 하나. 노트 안에는 소소한 감정들이 담긴 글귀와,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 소중하게 끼워져 있었다. 어떤 날엔 외로웠고, 어떤 날엔 아팠고, 어떤 날엔 조금 괜찮았고. 이후로는 친구들과 함께여서 행복한 시간들. 그리고, 백이현과 함께한 순간들이 의외로 많이 담겨 있다는 것.은하는 그의 모습이 담긴 사진
조심스럽게 은하를 안아들고 보건실로 향해 걸음을 옮기는 태하. 팔에 안긴 몸은 생각보다 가벼웠고, 숨소리는 여전히 불안정했다. 민희 역시 걱정스러운 얼굴로 뒤를 따르며 은하의 핸드폰을 꽉 쥐고 있었다.보건실로 향하자마자 은하를 조심스레 침대 위에 내려 놓았다.놀란 보건 선생님이 급히 다가와 은하의 상태를 살폈고, 담임 선생님 역시 소식을 듣고 보건실로 달려왔다.“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큰 소리에 갑자기 놀란 듯 하더니… 가방에서 약을 꺼내 먹었어요.”“약? 무슨 약?”민희는 서둘러 은하의 가방을 뒤적여 은하가 먹었던
뒷문에서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태하가 은하를 향해 다가왔다. “괜찮아? 보건실 데려다 줘?”목소리엔 왠지 모를 걱정이 담겨 있었고, 눈빛에는 분명한 진심이 서려 있었다. 이현은 그 장면을 바라보면서, 느릿하게 입술을 깨물었다.그리고는 피식 웃었다. 그 웃음 뒤에 감춰진 감정은 어디까지가 장난이고, 어디까지가 흥미인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아니… 나… 먼저 가봐야겠어. 담임 선생님께 말 좀 전해줘.”그 말과 함께, 은하는 가방을 들고 자리를 피하려는 듯 행동을 취했다. 하지만 태하는 쉽게 수긍하지 않는 표정이었다.“은하야
다음날도 어김없이 시작된 학교생활.우주는 한결같이 동생 은하의 등교를 챙겼고, 교문을 지나던 은하는 커다란 은행나무를 보며 생각했다. ‘이틀이나 잘 해왔잖아. 이대로만 하면 돼.’ 다행히 은하의 생각대로 오늘은 별일 없이 무난한 시간이 끝나가는 듯 했다. 수업이 끝나고 청소 시간이 되자, 각자 맡은 구역을 청소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은하는 이번 주, 교실 청소 담당이었다.표정 없이 칠판을 닦고 있던 은하가 잠시 손을 멈추고 손에 묻은 분필 가루를 털어냈다.그리고 그 순간, ‘쾅—!’누군가 철제로 된 청소 도
차가운 공기가 뺨을 스치는 어느 가을날, 희뿌연 햇살이 나뭇가지 사이로 조용히 내려앉았다. 은하는 옷장에 걸린 새 교복을 바라보았다. 단정하게 걸려 있는 교복은 마치 새로운 시작을 속삭이는 듯했지만, 은하에게는 그저 낯설고 무거운 천 조각에 불과했다. 고등학교 입학 후 벌써 세 번째 전학. 이제는 익숙해야 할 것 같은데도, 여전히 이 순간은 낯설었다. 그리고 이 지긋지긋한 고등학교 생활은 아직도 1년도 넘게 남아있었다.학교를 옮길 때마다 별다른 감정은 들지 않았다. 친구들과 헤어지는 것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