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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사랑의 궁극적인 목적: Chapter 161 - Chapter 170

172 Chapters

제161화

얼마 후 기다리던 여름방학이 찾아왔다. 그들의 방학은 여전했다.매일 아침 운동을 함께 했고, 태하와 이현은 수능 준비에 몰입했으며, 은하 역시 실기 시험 준비에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변화는 분명히 존재했다. 그것은 아주 작은 파동처럼 서서히 스며들고 있었다.은하는 예전처럼 두 사람을 보며 때때로 웃었지만, 그 안에서 가끔씩 낯선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태하가 조용히 자신을 챙겨줄 때, 이현이 장난스레 농담을 던질 때.이제는 그 평범했던 순간들이 단순히 친구로서의 것만은 아닌 것 같았다. 태하와 이현 역시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같은 마음이었다.이런 생각도 들었다.아마 이 여름이 끝나고 나면, 지금의 이 관계도 감정들도 더 이상 같은 모양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걸.***평소처럼 미술 학원으로 향한 은하의 눈에 새로운 얼굴이 보였다.고3 입시반, 강의실 한쪽에서 어색하게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 처음 보는 남학생. 하지만 별 관심이 없다는 듯 그림에 집중했다. 새로운 학생이 오는 일은 익숙했으니까.수업이 끝나고 뒷 정리를 하던 중, 그 학생이 쭈뼛쭈뼛 은하를 향해 다가왔다.“안녕.”“응 안녕.”“나는 서암고. 김현수.”“아, 응. 나는 강은하.”현수의 눈길이 은하의 교복을 조심스레 훑었다.“송화고 같은데, 맞지?”“응.”은하의 무뚝뚝한 대답에도 현수는 밝게 웃으며 한쪽 손을 내밀었다.“앞으로 잘 부탁해.”“…응. 반가워.”짧은 인사가 끝나고 짐을 챙겨 학원 밖을 나서려던 중, 현수가 또 다시 다가왔다.“은하야, 집으로 바로 가?”뭐지? 왜 이렇게 친한 척이 불편한 거지? “응.”“그렇구나. 내일 보자.”평소처럼 학원을 나서긴 했지만, 굳이 뒤돌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가 아직 그 자리에 서 있다는 것을. 불편한 생각은 아주 잠시였다. 금세 익숙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은하는 자연스럽게 이현을 향해 다가갔고, 이현 역시 환하게 웃으며 거리를 좁혔다.“오늘은 좀 일찍 끝났네?”“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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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화

은하가 식겁했다.설마 자신의 감정이 들킨걸까라는 생각에 소파에서 벌떡 일어섰다.“아니거든.”이현이 피식 웃으며 은하의 앞을 막아 섰다.그러더니 상체를 숙여, 얼굴까지 가까이 밀착 시켰다.“나랑 단 둘이 있는 게 그렇게 이상해?”목소리는 여전히 장난스러웠지만, 눈빛 만큼은 확실히… 장난이 아니었다.“그런 거 아니라니까!”이렇게 가까운 거리는 처음이었다. 숨결까지 고스란히 느껴지는 거리는 정말로 처음이었다.“기분 좋은데?”“뭐라고…?”은하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서려 했지만, 이현의 손이 곧장 뻗어와 허리를 휘감았다.가볍게, 하지만 확실하게. 은하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눈은 왜 이렇게 뚫어지게 바라보는데. “백이현, 장난 치지 마.”“장난처럼 보여? 무슨 장난?”숨이 멎을 것 같았다.분명 에어컨이 빵빵하게 돌아가고 있는 집 안인데도 불구하고 이상하리 만큼 더웠다. 이현은 은하의 허리를 더 강하게 붙잡아 끌어당겼다.“더워… 하지 마.”“덥다고? 지금 실내 온도 22도인데?”그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지금 이 더위는 결코 온도 때문이 아니었다. 거리도, 숨결도, 눈빛도. 모든 것이 딱 맞아 떨어져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담담한 척 말을 내뱉는 이현의 심장 역시 요동치고 있었다.은하의 작은 움직임 하나 하나가 이미 모든 감각을 뒤흔들고 있었다. 모든 것이 확실해졌다. 강은하는 지금 떨고 있다.자신을 대하는 모습이 분명 예전과는 달라졌다. 그것도 이렇게나 티가 날 정도로.그의 얼굴이 조금 더 가까워진 순간, 은하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그 반응은 이현의 이성을 단숨에 끊어버렸다.“강은하, 도망가고 싶으면 지금이 마지막이야.”더 이상 피할 곳이 없었다. 온몸은 돌처럼 굳은 듯 움직이지 않았고, 눈조차 뜰 수 없어 주먹만 꼭 움켜쥐었다.고스란히 전해지는 감정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너… 도망갈 생각 없구나.”모든 걸 확신한 후, 그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터질듯한 심장 박동에 은하가 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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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화

괜스레 눈치가 보이던 은하는 말없이 주방으로 향했다.뭔가를 의식한 듯 등까지 돌리고는, 차마 그 누구도 바라보지 못한 채 물었다.“오늘은… 그냥 김치 볶음밥 해 먹을래?”“좋지.”가스레인지 위에 프라이팬을 올리며 태연한 척 요리를 시작했다.냉장고에서 김치를 꺼내던 순간 이현이 다가와 손에 들린 김치통을 빼앗았다.“내가 할게.”그러더니 손이 이내 도마 위로 향했다.서툰 칼질로 김치를 써는 모습에 은하가 중얼거렸다.“…조심해.”순간 이현이 고개를 살짝 돌렸다. 전과는 다르게 묘하게 깊어진 눈빛이었다.“왜? 다칠까 봐 걱정돼?”은하는 그 시선을 피하지 못하고 하마터면 고개를 끄덕일 뻔했다.“아니. 나한테 국물 튀지 않게 조심하라고.”“참나…”이현은 다시 도마를 내려다보며 칼질을 시작했지만, 그의 입가에는 은근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잠시 후, 막 김치가 볶아지기 시작할때 즈음. 태하의 장난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친구들? 단백질 보충해야 되니까 참치 좀 넣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저게 진짜. 지는 손 하나 까딱 안하고.”“니들이 저녁 안 시켜서 이렇게 된 거잖아.”“오키. 인정. 쉬어라.”은하는 애써 웃으며 참치캔을 꺼냈고, 이현은 참치캔마저 뺏어 들고는 뚜껑을 열어주었다. 별거 아닌 이 사소한 배려에도 은하의 심장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미치겠네. 왜 이래 진짜….’그렇게 엉성한 김치 볶음밥이 완성되었고, 식탁에 모여 식사를 하기 시작한 세 사람. 은하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말없이 볶음밥만 떠 먹고 있었다.이현과 태하가 장난스레 주고받는 말들도 귓가를 스치듯이 지나갔다.태하가 웃으며 물었다.“뭐냐? 니네 싸웠냐? 아까부터 왜들 이래 진짜?”“….”“조용히 밥이나 먹어라. 친구여.”“휴… 우주 형님이 계셨다면 후라이도 얹어주셨을 텐데.”누구도 웃지 못했다. 아니, 웃기는 했지만 영 서먹하고 부자연스러운 웃음이었다.***그날 밤, 침대 끝에 걸터앉은 은하는 자신도 모르게 가슴 위에 손을 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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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화

그날 오후.이현과 태하는 독서실로, 은하는 미술 학원으로 향했다.오늘 따라 그림에 영 집중이 되지 않았다. 연필을 들고 하얀 캔버스를 바라봤지만 머릿속은 온통 백이현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때, 은하를 향해 현수가 다가왔다.“오늘 왜 그래? 아무것도 못 그리네?”은하가 순간적으로 정신을 차리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아, 아니…. 그냥 이것저것 생각하느냐고.”대충 얼버무리며 연필을 다시 손에 쥐었지만, 현수는 그런 은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분명 평소랑은 다른 모습. 무언가 고민이 있는 것 같은 모습에 왜 이렇게 호기심이 고개를 내미는 걸까.“혹시, 오늘 학원 끝나고 뭐해?”“나? 그냥 집에 가는데?”“그래? 시간 괜찮으면… 나랑 시내에 있는 화방 구경 갈래?”은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럴만큼 친한 사이가 아닌데, 갑자기 왜 이러나 싶어서.“미안. 데리러 오기로 한 친구가 있어서.”“맨날 오는 그 남자애?”“응.”“엄청 친한가 봐. 매일 데리러 오고.”“응. 친해.”“남자친구야?”심장이 순간적으로 쿵 하고 내려앉았다.왜 이렇게 당황스럽지? 남자친구…? 나한테도 정말 남자친구라는 존재가 생긴 건가?“그… 그건 아닌데.”“그럼 됐어. 화방 구경은 다음에 가자.”수업이 끝나고, 은하는 미술 도구를 정리하면서도 섣불리 학원 밖을 나서지 못하고 한참을 캐비넷 앞을 서성거렸다. 밖에 나가면 분명 백이현이 있을 것이다. 언제나처럼 태연한 얼굴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한참을 마음의 준비를 하고 학원 밖을 나서던 순간, 멀리서 이현의 모습이 보였다.마음을 다잡고 이현에게로 발걸음을 옮기려던 중, 현수가 은하를 향해 헐레벌떡 뛰어왔다.“강은하.”“응? 현수야, 왜?”“조심히 가라고! 내일 또 보자.”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현의 미간이 구겨졌다.눈빛은 전보다 더 깊어져 있었고, 마치 은하를 꿰뚫어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현수가 밝게 손을 흔들며 멀어지자, 은하는 어색한 표정으로 이현을 바라보았다. “쟤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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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화

진심 어린 고백을 듣는 순간, 은하는 괜스레 마음이 간질거렸다.“그래서 그때부터 그렇게 잘 해준 거야?”“응, 너 아픈 거 보는 거. 그거 진짜 괴로웠거든.”“….”“너는? 너는 언제부턴데?”은하는 그와 함께 보낸 시간들을 천천히 떠올렸다.처음엔 지독히도 미웠다. 자신이 무너져 내리는 순간을 즐기는 줄 알았고, 그래서 엮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 이후 부터는 확실히 달라졌다. 매 순간 자신을 지켜줬고, 솔직하게 다가왔다. 그래서 마음을 연 순간은 언제부터지?영주에 손에 들린 화분에 대신 맞았을 때부터? 아니면, 드론 수련회에서 숙소 문을 두드렸을 때? 아니다. 어쩌면 그보다 훨씬 전인지도 몰랐다.진심으로 오빠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과 했을 때?모르겠다. 아무리 떠올려도 딱히 어느 순간이라고 특정할 수 없었다. “사실… 언제부터였는지는 잘 모르겠어.”그냥, 백이현이 자연스레 곁에서 걸어줬던 것처럼, 자신의 마음 역시도 자연스럽게 흘러간 게 아닐까.이현이 대답했다. “우리한테는 지금부터가 중요하니까.”은하는 더이상 망설이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부터는 떠오르는 대로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응. 지금은 그냥… 너 없으면 안 될 것 같아.”은하의 마음은 입 밖으로 꺼내 놓은 확신이 되었고, 이현 역시 똑같은 마음을 전했다.“우리 예쁘게 만나자. 매일 매일. 앞으로도 쭉.”“응.”따뜻한 바람이 불어왔다. 순간, 마치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은 듯한 기분이었다.그렇게 집 앞에 도착한 두 사람. 이현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근데 우리… 형님한테는 어떻게 말씀 드리지? 나 지금 뭔가… 굉장히 큰 죄를 지은 기분이야.”“뭐야? 설마 겁나는 거야?”“형님 격투기 엄청 잘하신다며.”은하는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됐어. 내가 말할게.”“야, 같이 말 해야지. 그건 아니지.”“됐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오~ 강은하 멋있는데? 그럼 이번에는 나, 네 뒤에 바짝 숨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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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화

벌컥!헐레벌떡 문을 열고 들어서는 이현의 모습은 평소처럼 느긋하고 여유로운 태도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다급히 헝클어진 머리를 쓸어 올리며 숨을 고르다가, 거실에서 팔짱을 낀 채 서 있는 우주와 눈이 마주쳤다.“형, 형님….”우주는 소파에 앉으면서도 날카로운 시선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았다.이제부터가 진짜였다.“앉아. 은하 너도.”두 사람이 나란히 소파에 자리를 잡았다. “언제부터야?”“저는 처음 본 날부터 좋아했는데요. 사귀기로 한 건 어제부터요. 아, 오늘인가.”실로 기가 막힌 대답에 우주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됐다. 됐고. 지금 이 상황, 태하도 알아?”“….”이현과 은하는 동시에 입을 다물었다. 그들에게도 우주 다음으로 태하가 가장 신경쓰였으니까.“아니구나.”골치가 슬슬 아파왔다.태하는 누구보다 이들과 친한 친구이자, 이현이만큼 은하를 지키고 싶어했던 든든한 존재였는데. 그런 태하가 이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과연 아무렇지 않을 수 있을까? 이 관계가 지속될 수 있을까?우주는 걱정이 몰려왔다.그때, 은하의 입이 조심스레 열렸다.“오빠. 사실 나도 태하 마음을 알게 된지 얼마 안됐어. 근데… 태하는 오히려 자기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앞으로도 좋은 친구가 되주겠냐며 되려 묻더라.”은하의 말에 우주가 당황한 표정으로 되물었다.“…뭐라고?”“그리고 나도 내 마음을… 태하 덕분에 알았어.”“그게 무슨 말이야?”“태하가 그랬거든. 내 마음이 향하는 대로 숨기지 말고 솔직해지라고. 자기는 다 괜찮다고….”이현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순간, 얼마 전 태하와 나누었던 대화가 불현듯 떠올랐다.아, 은하와 베프를 먹었다는 그 말. 그 뜻이 바로 이거였구나.우주 역시 생각지도 못했던 말에 순간 멍해졌다.그저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태하는 이미 은하에게 마음을 고백한 상태였고, 은하의 선택까지도 존중하겠다고 말한 것이다.“태하, 꽤 멋진 녀석이네.”“응. 그래서,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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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화

이현은 핸드폰부터 확인했지만, 별다른 연락은 없었다.“누구지? 우주 형님이면 알아서 들어오실 텐데?”무심히 중얼거리며 인터폰을 확인한 순간, 화면 속에 보이는 익숙한 얼굴들에 몸이 굳었다.분명, 태하의 부모님이었다. 등 뒤에서 수다를 떨던 은하와 태하, 민희 역시도 분위기가 달라졌음을 빠르게 감지했다.“왜? 누구야?”은하가 조심스럽게 물었지만, 이현의 시선은 태하를 향했다. “너네 부모님 오셨는데.”은하와 민희는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조용히 숨을 삼켰다.태하는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문 쪽을 바라보았다. 짙어진 눈빛 속에는 복잡한 감정들이 얽혀 있었다.“갑자기 무슨 일이시지….”문이 열리고, 갑작스레 태하의 부모님과 마주한 네 사람.이현이 먼저 넉살스럽게 인사를 건넸다.“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 드립니다. 잘 지내셨죠?”태하의 아버지는 별다른 대답 없이 집 안을 둘러보았고, 태하의 어머니는 그런 이현을 보며 부드럽게 웃었다.“그래. 이현아. 잘 지냈니?”“네. 근데 저희… 다 같이 떡볶이 좀 먹고 있었습니다.”은하와 민희가 멋쩍게 고개를 숙였다.“안녕하세요. 태하 친구 강은하라고 합니다.”“안녕하세요. 저는 정민희입니다.”“그래. 반갑구나.”무거운 공기가 거실을 감싸는 가운데, 태하가 부모님을 향해 다가갔다.“갑자기 연락도 없이 무슨 일이세요?”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어딘가 날이 서 있었다.어머니는 민망한 웃음을 지으면서도, 상냥한 목소리로 말했다.“얘들아, 미안한데 오늘은 태하랑 할 얘기가 좀 있어서.”“아. 네.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그럼 안녕히 계세요.”은하와 민희가 먼저 현관문을 열고 나섰다. 발걸음은 다급했고 누구도 뒤를 돌아보지 못했다. 이현이 역시 자리를 피해주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고, 부모님을 향해 짧게 고개를 숙였다.“그럼 편하게 말씀 나누세요.”“그래. 이현아. 고맙다.”거실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은 부모님과 태하.잠시 정적이 흘렀지만 태하가 먼저 입을 열었다.“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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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화

차가 출발하는 모습이 보이자, 이현은 기다렸다는 듯 집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야! 뭐라셔? 갑자기 왜 오신 거야?”“…경찰대. 허락 하셨어.”“대박. 진짜야? 와… 회장님 진짜 반전 매력 뭐냐.”“그러게….”“심지어 넌 외동이잖아. 앞으로 드베르는 어떻게 되는 거냐?”“뭐, 두 분이 알아서 잘 하시겠지.”생각지도 못한 기분 좋은 소식에 이현의 표정이 사뭇 밝았다.물론 태하가 가장 많은 마음 고생을 했겠지만, 이현 역시도 그 마음을 알았기에 얼마나 신경이 쓰였는지.“진짜 잘됐다. 축하한다. 정태하.”잠자리에 들기 전, 태하는 부모님께 문자 메시지를 남겼다.[감사합니다. 쉽지 않은 결정이셨다는 거 잘 압니다. 저를 믿으시는 마음에서 내리신 결정이라는 것도요. 실망 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그리고 잠시 상상했다. 멋진 경찰이 된 미래의 모습을.그날, 이현도 태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깊은 잠을 잤다. ***기분 좋은 토요일.이현은 아침부터 들뜬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평소와 다르게 부지런히 준비를 마치고 거울 앞에 서서는, 무심히 머리를 정돈하며 차림새를 확인했다.“완벽하군.”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이현.그가 이렇게까지 신이 난 이유는 단 하나였다. 은하와 데이트를 하기로 한 날이었기 때문. “어디로~ 가야~ 잘했다고~ 소문이 날까~”그때, 핸드폰이 짧게 진동했다.[나 준비 다 했어.][응. 나와. 나도 지금 나갈게.]햇볕이 반짝이는 오후.하늘은 맑았고 바람은 적당히 불어 기분 좋게 따뜻했다. 그야말로 데이트하기 딱 좋은 날씨.가벼운 셔츠 차림으로 집 앞에서 은하가 나오기만을 기다렸다.태연한 듯 서 있었지만, 현관문을 열리는 순간 그 태연함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가벼운 베이지톤 원피스를 입은 모습도 인형같았지만, 살짝 묶은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렸다.햇살 아래 비치는 모든 모습이 유난히 빛나 보였다. 가슴이 괜히 두근거렸다.“오~ 오늘은 왜 이렇게 예뻐? 어제는 분명 못생겼었는데?”“맨날 말만 많아, 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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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화

네 컷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출력 되자 이현의 입이 귀에 걸렸다.“예쁘다. 물론 너 말고 나.”“…죽을래?”“지갑에 꼭 넣고 다녀라. ”“…응.”둘이 찍은 첫 번째 사진은 설렘과 장난스러움이 가득한 또 하나의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그리고 부스 안을 나서는 은하는 이미 귀까지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강은하 귀는 진짜 솔직하다니까. 우주 형님도 그러시더니.”“조용히 해라.”두 사람은 한참을 투닥거리며 놀이공원으로 향했다. 화려한 불빛과 수많은 사람들의 환호성이 두 사람을 반겼다. “어디부터 가고 싶어?”은하는 잠시 고민하다가, 멀리 보이는 사격 게임장을 가리켰다.“저거부터 하자.”“뭐? 사격? 안 어울리게 뭐야.”“궁금해. 빨리 가보자.”그렇게 사격 게임장으로 향한 두 사람. 이현이 자신만만하게 내기를 제안했다.“우리 내기 할래?”“좋아.”“이긴 사람이 원하는 거 하나 들어주기.”“응. 무조건.”그동안 숨기고 있던 승부욕을 불태우며 게임이 시작됐다. 이현은 능숙하게 총을 조준하며 맞추는 반면, 은하는 서툴렀지만 점점 감을 잡아갔다."뭐냐? 생각보다 잘 하는데?""다시 해. 다음 판이 진짜 내기야.""풉."결과는 간발의 차로 이현의 승리. 어쩌면 그건 처음부터 정해진 결과였다.은하는 어이없다는 듯 멍한 표정을 지었다.“말도 안돼. 고작 2점 차이라니.”“그래도 처음 치고는 꽤 잘하던데?”“하… 그래서 원하는 게 뭔데?”“일단 킵!”한참을 손을 꼭 잡고 돌아다니며 놀이기구까지 야무지게 탔다.회전목마부터 범퍼카, 바이킹까지 신나게 웃고 즐기는 시간은 어느덧 흘러 저녁으로 향하고 있었다. 슬슬 배가 고파 질때쯤, 은하의 배에서 작게 ‘꼬르륵’ 소리가 났다.“배고프신가 봅니다. 은하양.” “씨이….”곧장 은하의 손을 붙잡고 향한 곳은 당연히 푸드존.“뭐 먹을래?”은하는 한참 고민하다가 손가락으로 메뉴판을 가리켰다.“핫도그.”“오키. 커플 세트 가즈아.”이것 저것 음식들을 들고 벤치에 나란히 앉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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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화

관람차는 어느덧 꼭대기에 도착하고 있었다.이현이 몸을 기울이자 순간적으로 긴장해버린 은하. 그리고 낮게 울리는 그의 목소리.“진짠지 아닌지, 한 번 해볼까?”장난일까, 아니면 진심일까. 눈빛은 농담처럼 보이면서도, 어딘가 깊숙한 곳에서 묻어 나는 진심.“사격 게임 내가 이겼잖아. 원하는 거 지금 막 생겼는데.”찰나의 순간. 이현이 손끝으로 은하의 턱을 살짝 들어 올렸다.은하는 숨을 멈춘 채 눈을 깜빡이며 그를 바라보았다.바깥에서는 화려한 놀이 공원의 불빛이 반짝이고 있었지만, 이 작은 공간 안에서의 두 사람은 서로의 눈동자만 바라보고 있다.그리고 두 사람의 입술이 맞닿았다.모든 소리가 사라졌다.바깥의 불빛도, 멀리서 들려오던 음악도 모두 희미해졌다.오직 서로의 숨소리만이 공간을 가득 채워낸 짧지만 깊은 입맞춤이었다. 부드럽게 입술을 움직이던 이현이 이내 몸을 물리며 속삭였다.“이제 우리, 절대 안 헤어진다.”은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붉어진 얼굴로 손가락만 만지작거릴 뿐이었다. 관람차는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지만, 그들의 감정은 여전히 꼭대기에 머물러 있었다.이현이 장난스럽게 양손을 들어 은하의 뺨을 감싸 쥐었다.“엄청 뜨거운데? 엄청 설렜나 본데?"“아, 아니거든!”관람차 문이 열리고, 이현은 은하의 손을 꼭 붙잡았다.“앞으로도 너랑 꼭 붙어 다닐 거야. 아, 입술도 가끔…”“…야!”***늦은 시간, 밤 공기는 한결 선선해졌고, 어딘가 몽글몽글한 분위기가 두 사람을 감싸고 있었다.현관 문이 열리고, 거실에서는 저녁 식사를 마친 우주와 태하가 나란히 소파에 앉아 티비를 보고 있었다.태하가 먼저 그들을 향해 물었다.“이제 오냐?”“다녀왔습니다~”우주 역시 은하를 향해 물었다.“데이트는 어땠어? 첫 데이트 아니야?”“….”은하는 어물쩡 거리며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고, 이현은 그런 은하가 귀엽다는 듯 히죽 웃더니, 대신 대답했다.“사진도 찍고 놀이공원도 갔다 왔어요. 소나기마저 완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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