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을 투닥 거리던 그때, 덜컥-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두 사람 모두 문 쪽을 바라보았고,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당연히 태하였다. 운동을 마쳤는지 땀이 살짝 맺힌 이마를 훔치며 방 안으로 들어서는 모습.그리고, 그의 손에 들려있는 약 봉지가 눈에 띄었다. 태하는 잠시 이현의 방 안에 있는 은하를 바라보았다.'뭐야, 쟤는 또 얼굴이 왜 저렇게 빨개'마음속으로만 내던 질문. 무심한 표정으로 들고 있던 약 봉지를 이현을 향해 흔들었다.“백이현, 약 먹어라.”“친구야. 감동이다. 나 오늘 감기약 배 터지게 먹겠잖아.”태하는 그저 물을 한 잔 따라 마시더니, 담담하게 말했다.“골골 거리는 거 보기 싫으니까.”태하의 말에 은하는 입을 꾹 다물며 웃음을 참았다.“나 학원 가야 하니까 쉬고 있어. 오늘은 데리러 오지 말고.”“백이현은 내가 볼 테니까, 은하 너는 걱정 말고 학원 다녀와.”“정태하. 느끼하게 굴지 말고 독서실로 꺼져라.”“나 오늘 집에서 공부할 거임.”“하지 마라. 진짜.”은하는 무거운 마음으로 미술 학원으로 향했다.아픈 사람을 두고 나오는 게 괜히 신경 쓰였지만, 그렇다고 중요한 시기에 학원을 빠질 수는 없었다. 그 사이, 이현은 감기약을 챙겨 먹은 뒤 금세 잠에 빠져들었다. 태하는 본인이 뱉은 말처럼 독서실 대신 집에 남았다.책을 펼쳐 놓고는 말소리 하나 없는 조용한 거실에서 문제를 풀며 집중하다가도, 중간중간 시선을 들어 이현의 방을 힐끗 바라보았다.‘한심한 자식, 열은 좀 내렸으려나….’한참을 그림을 그리던 은하가 잠시 손을 멈추고 시계를 바라보았다.벌써 저녁이 가까워진 하루,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지만 머릿속에는 여전히 백이현에 대한 걱정 뿐. 자리를 정리 하려던 순간, 현수가 은하에게 다가왔다.“은하야. 오늘 나랑 저녁 먹을래?”“아… 미안해. 오늘은 집에 일찍 가봐야 해서.”“맨날 거절이네.”“아, 그게…”“농담이야. 농담.”은하는 잠시 미안한 마음이 들긴 했지만, 지금은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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