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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사랑의 궁극적인 목적: Chapter 151 - Chapter 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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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화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마주한 아침, 마지못해 끌려 나온 은하는 여전히 투덜거렸다. “나는 경찰대 안 갈 거라고.”“강은하! 너는 나랑 한국대 가야지.”“그러니까. 한국대는 체력 검정 없거든?”“상관없다요!”“맞다맞다요!”은하는 머리를 짚으며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제게 왜 이런 시련을 주시나요…?’“그래도 아침 일찍 나오니까 좀 상쾌하지 않냐?”“뭐래? 너 깨우는데 20분 걸렸거든?”“아, 나는 진짜 아침에 일어나는 게 제일 싫어. 눈이 아예 안 떠진다니까.”“그래도 고맙긴 함. 같이 나와준 게 어디냐.”“운동이야 뭐, 하면 좋은 거니까.”새로운 목표가 생긴 태하는 겨울방학 때보다 훨씬 더 진중했다. 오래달리기를 하면서도 숨을 헐떡이기보단 페이스를 유지하려 들었고, 팔굽혀 펴기를 할 때도 개수만 채우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자세를 잡으려 노력했다.이현과 은하는 비록 큰 도움이 되지는 못했지만, 함께 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 있었다,태하에게 아침 운동 시간은 이미 힘든 시간이 아닌, 즐거운 시간으로 기억되고 있었으니까.***어느덧 다가온 기말고사 기간.태하와 이현은 여전히 공부에 진심이었고, 은하도 차츰 그들과 함께하며 뒤늦게 재미를 붙여나갔다.하지만 단 한 사람, 민희만이 달라져 있었다.“정민희. 너 요즘 학원 안 다니냐?”“나 대학 안 가려고.”“그럼? 졸업하고 뭐 할 건데?”“사업!”“뭐래. 미쳤냐?”“백이현! 옷 가게도, 카페도, PC방도 다 사업이야. 꼭 너네 회사처럼 거대해야만 사업이냐?”“오키. 인정. 쏘리.”이현과 민희는 평소처럼 투닥거렸지만, 은하는 갑자기 학원까지 그만둔 민희가 걱정이었다.“부모님은? 뭐라시는대?”“서연이 일 때문에 그런가. 인생 길지 않다고, 하고 싶은 거 하라고 하셨어.”“와…. 부모님 진짜 멋지시다.”“그래서 일단, 바리스타 학원부터 다녀보려고.”“민희야, 너는 뭐든 잘 할 거야.”은하의 가슴 한켠이 먹먹해졌다.서연이 떠난 이후, 모두가 조금씩 변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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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화

은하와 이현, 둘 만이 집 안으로 들어서자 우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왜 둘이 와? 태하는?”“헬스장 갔어요. 금방 온다고 먼저 먹고 있으라고 했어요.”“에이, 어떻게 그래. 태하 오면 같이 먹자.”“형님은 진짜… 완벽한 가족주의라니까.”“그럼! 밥은 다 같이 먹어야 맛있지.”그렇게 오늘도 소소하지만, 따뜻한 하루가 흘러갔다. ***기말고사 성적은 큰 변동이 없었다. 어차피 더 중요한 건 수능이니까. 은하는 디자인 학부 대입 실기 시험을 준비하며, 학원에서도 본격적인 지도에 들어갔다. 원장님의 세심한 지도와 은하의 집중. 두 가지가 시너지 효과를 내며 실력은 눈에 띄게 늘었다.이현은 경영학과 진학을 목표로 보다 확실한 계획을 세웠고, 태하는 경찰대 입학을 위해 체력훈련을 이어가면서도 공부 또한 열심히었다.그리고 이제는 부모님께도 말씀을 드려야 하는 상황. 그래야 더 의미 있는 여름방학을 보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집안 분위기는 여전했다. 정갈한 식사 자리, 무게감 있는 공기, 그리고 부모님 특유의 단정한 태도.태하는 별 말 없이 식사를 마친 후, 아버지의 서재를 찾았다.서재 앞, 문을 두드리기 전 손끝이 살짝 떨렸다.하지만 망설이지 않았다. 원하는 길을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었다.‘똑똑-’“아버지, 잠시 시간 괜찮으세요?”“들어와.”서재는 오늘따라 유난히 무게감 있는 분위기가 감돌았다.널찍한 의자에 앉아있는 아버지의 모습 역시 흔들림이 없어 보였고.“드릴 말씀이 있어서요.”“앉아서 말해.”소파에 앉으면서도 다시 한번 숨을 들이마셨다. 처음으로 스스로의 선택을 말해야 하는 순간. 긴장이 밀려 들어왔지만, 지금이 앞으로의 인생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순간이 될 것이다.“아버지. 저, 경찰 대학교로 진학하려고 합니다.”“…경찰대? 이게 갑자기 무슨 소리냐?”아버지의 목소리에는 당혹스러움이 섞여 있었다.당연했다, 태하는 오랫동안 드베르의 후계자로 자라왔고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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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화

영웅놀이라는 단어에 태하는 열이 화르르 올랐지만, 이내 긴 숨을 내쉬며 마음을 가다듬었다.“아버지, 제가 정말 좋아하는 형이 있어요. 그 분은 그렇게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세상은 작은 변화로부터 달라지기도 한다고요.”“그 옆집 사는 의사 양반 말이냐? 아주 애를 배려놨군.”역시나였다. 아버지는 이미 자신에 대해 모든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건 이미 예상했던 일이었기에 태하에겐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아들의 꿈을 영웅 놀이라 폄하하시는 아버지가 하실 말씀은 아닌 것 같습니다.”“더 말하기 싫으니, 이만 나가라.”“네. 저도 제 뜻을 전했으니. 돌아가 보도록 하겠습니다.”그리고, 문을 나서기 직전 마지막으로 덧붙였다.“아, 그리고 아버지. 돈이 있다고, 힘이 있다고 그걸 권력처럼 휘두르는 실망스러운 어른이 부디 제 부모님은 아니길 바랍니다.”태하는 대답은 필요 없다는 듯 서재 문을 열고 자리를 떠났다.반항심이 아니었다. 정말로 아버지에게 바라는 솔직한 마음이었다. 우주랑 은하에게 그 어떤 피해도 주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앞으로 자신의 길을 향해 꿋꿋하게 걸어나갈 것이다.***조금은 가벼워진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온 태하는 곧장 이현의 방을 찾았다.이현 역시 그런 태하를 기다리고 있었는지 헐레벌떡 침대에서 일어났다.“어떻게 됐냐? 말씀 드렸어?”“응.”“뭐라셔?”“당연히 안된다고 하시지.”“후….”“근데 안되는 이유가… 위험해서 라고 하시더라?”이현의 눈이 느릿하게 껌뻑였다. 마치 반대의 이유가 예상 밖이라는 듯.단순히 가업을 이어받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반발이 아니라, 위험해서라는 말을 하셨다고?“뭐? 회장님이? 대박.”“아 몰라. 그래도 말씀 드리고 나니까 속이 다 후련하다.”“끝까지 반대하시면 어쩔 거야? 모든 지원 다 끊으시면?”“지금이 무슨 조선 시대냐? 그리고 만약 그러신다고 해도 상관 없어.”“진짜?”“어, 어차피 네 카드 있잖아.”태하는 그런 협박 따윈 상관 없다는 듯 단호했고, 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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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화

저녁 식사 자리에서 우주가 은하를 향해 물었다.“은하야, 곧 생일이잖아. 뭐 갖고 싶은 거 없어?”어릴 때부터 은하의 생일은 그저 지나가는 하루일 뿐이었다. 다른 아이들처럼 기대하고, 설레고, 케이크 앞에서 촛불을 끄는 순간을 기다린 적은 딱히 없었다.하나 변하지 않았던 건, 매년 오빠가 건네주던 선물들.초등학생 때는 작은 머리핀, 중학생 때는 책이나 태블릿, 그리고 고등학생이 된 후에는 향초와 예쁜 옷을 선물로 주곤 했다. 순간, 이현과 태하가 곧장 숟가락을 내려놓고 우주를 향해 소리쳤다.“형님! 강은하 생일이에요? 언제요?”"이틀 뒤."“아! 미리 좀 말씀해 주시지….”“미리 말 한 건데? 은하야, 괜찮으니까 말해봐.”은하는 잠시 생각하다 조용히 입을 열었다.“…딱히 없어.”“알았어. 그럼 오빠가 알아서 준비할게.”우주 역시 더는 묻지 않았지만 이현과 태하는 머릿속이 복잡했다.이틀 뒤면 시간이 얼마 없는데, 아씨. 이거 진짜 큰일이잖아.***은하의 생일날. 민희가 아침 일찍 선물을 들고 은하의 반을 찾아왔다. “야 강은하! 생일이라며! 서운하게 말도 안 하냐?”“말 안 해도 다 아네. 뭘.”“짜잔! 선물.”민희는 은하를 위해 런닝화를 준비했다.“아침마다 애들이랑 운동한다며? 이거 신고 해!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래!”“와. 예쁘다. 고마워 민희야!”은하는 활짝 웃었고, 민희는 평소답지 않은 분위기에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근데 백이현이랑 정태하가 안 보인다? 같이 등교한 거 아니야?”“그러게. 분명 같이 왔는데….”그때, 교실 뒷문에서 수상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뒷문이 활짝 열리더니 고깔 모자를 쓴 두 사람이 엉성하지만 나름 박자를 맞춘 춤을 추며 교실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생일 축하 노래까지 부르면서 말이다. 그리고 이현의 손에는 작은 케이크가 들려있었다.학생들은 순간 벙찐 표정을 지었고, 이내 교실 안이 떠들썩해졌다.“뭐야? 강은하 생일 인가 봐.”“대박. 전교 1등 정태하가 저런 요상한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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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화

다들 감탄을 하며 음식들을 집어 먹었고, 오늘은 은하 역시 기분이 꽤나 좋아 보이는 듯 했다. 설희가 은하를 향해 선물을 건넸다.“생일 축하해 은하야. 오늘은 누구보다 행복한 날로 기억되길 바라.”“고맙습니다. 설희 언니.”설희는 예쁜 베이지 색 지갑을 선물했다. 은하 역시 마음에 드는 듯 보였고.“너무 예뻐요.”“그래? 마음에 들어서 다행이야!”그때, 설희의 선물을 확인한 우주가 당황하기 시작했다. 흔들리는 눈동자, 머리를 긁적이는 손가락.“야, 김설희….”“왜 또!”“……하.”이 반응은 뭐지? 설마, 아니지?“뭐야? 설마 네 선물도 지갑?”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없이 상자를 건네는 우주의 모습에 상황을 눈치 챈 이현이 피식 웃었다.“오 뭐야 뭐야, 두 사람 텔레파시 뭐야 뭐야.”설희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은하를 바라보았다.“은하야! 선택해! 누구 지갑을 쓸 건지!”은하는 두 개의 지갑을 번갈아 바라보았다.색은 달랐지만 분명히 둘 다 예뻤다. 게다가 이걸 지금 이 자리에서 어떻게 선택해.“둘 다 쓸래요.”“응? 지갑을? 둘 다?” “네. 설희 언니가 주신 건 평소에 들고 다니고, 오빠가 준 건 중요하고 특별한 날에 쓸래요.”우주가 만족한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역시, 우리 은하가 설희보다 훨씬 낫다!”살짝 어색해질 뻔했던 분위기는 은하의 한 마디로 다시 화기애애하게 풀어졌다. 하지만 그렇게 풀어진 분위기는 은하의 질문에 빠르게 싸해졌다.“근데… 오빠랑 언니는 언제 결혼 할 거에요?”“….”우주가 들고 있던 물컵이 탁 하고 식탁 위에 내려졌다. 설희도 젓가락질을 멈추고는 괜히 입술만 깨물었다.“은, 은하야. 그게 무… 무슨.”설희의 시선이 우주에게 향했다.“왜 그렇게 당황해? 웃긴다 너.”우주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려 했지만, 귀 끝이 빨갛게 변하는 것 까지는 차마 감추지 못했다.“당황은 무슨? 아니거든?”“푸하하! 형님 귀 좀 봐! 곧 불 붙겠어요.”“엄청 빨개지셨네….”정말로 금방이라도 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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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화

그날 밤, 은하는 쉽게 잠자리에 들 수 없었다.하루종일 들떠있던 마음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현과 태하가 엉성한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던 순간, 교실에서 많은 친구들의 축하를 받았던 순간, 집에 돌아와서도 계속된 시끌 벅적한 생일 파티.너무나도 행복한 하루였다. 이런 생일도 이런 기분도 처음이었다.그러다 문득 이현이 준 앞치마를 꺼내 들었다."응?"다시 보니, 앞치마 가슴 쪽에 작은 각인이 새겨져 있었다.잔잔한 필체, 작지만 또렷하게 새겨진 글자.‘Kang Eunha's Time’‘이게 뭐야? 나의 시간…?’머릿속에는 문득 이현의 말이 떠올랐다.‘그림 그릴 때마다 내 생각하라고.’“뭐야. 백이현 답네….”왜 이런 선물을 줬을까? 그것도 각인까지 새겨서.은하는 저도 모르게 앞치마를 꼭 감싸안았다. 뺨과 귀가 이상하게도 붉게 달아올랐다.***태하와 은하의 반에 뜻밖의 방문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생글생글 웃으며 교실 문을 연 소녀.“태하 오빠앙!”익숙하지만 식은땀이 날 것 같은 목소리에 태하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역시나 평소처럼 활짝 웃고 있는 가희의 모습.“응? 가희야, 3학년 교실까진 어쩐 일이야?”가희는 활짝 웃으며 손에 든 종이 가방을 들어 보였다.“오빠 요즘 경찰대 준비하느냐고 운동 엄청 한다며? 자, 선물.”가희는 태하의 책상 위에 조심스럽게 종이 가방을 올려두었다.그리고 그 안을 들여다본 순간, 태하는 예상치 못한 것들을 발견했다. 각종 단백질 보충제, 영양제, 이온 음료 분말, 아대, 머리띠까지. 운동할 때 필요한 소품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이현과 티격태격하는 모습과는 달리, 태하에겐 한없이 살갑고 애교가 많은 가희.그 모습을 지켜보던 은하 역시 방긋 웃었다.‘가희는 마음이 참 예쁜 아이구나. 태하랑 잘 어울려.’하지만 태하의 표정은 생각보다 밝지 않았다.조용히 책상 위에 올려진 선물들을 내려다보는 눈빛에는 무언가 깊은 고민이 서려 있었다. “가희야. 신경 써 줘서 고마워. 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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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화

순간 모든 소리가 멎었다. 가희의 머릿속이 하얘졌다.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고? 그게 누구인데? 눈앞의 케이크마저 단 맛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뭐? 좋아 하는 사람?”“진작에 이야기 했어야 했는데, 네 마음이 이렇게 오랫동안 진심일 줄 몰랐어.”“됐고, 그게 누군데?”태하는 대답하지 않았다.하지만 가희는 스스로 답을 찾아가고 있었다.“오빠랑 친한 사람은 민희 언니랑 은하 언니밖에….”태하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그 작은 반응 만으로도 가희는 모든 걸 깨달아버렸다. 강은하다. 분명 은하 언니다.그동안 왜 몰랐을까. 그의 시선이 항상 누구를 향하고 있었는지, 왜 그런 것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을까.왜 오빠와 함께 은하 언니의 옆집에서 지내고 있는지, 왜 매일 아침 함께 등교를 하는 건지.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모든 게 이상했는데. 모든 퍼즐이 맞춰지자 심장이 철렁 내려 앉았다. “은하 언니야? 맞아? 응?”“…백가희.”가희가 답답하다는 듯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맞잖아. 딱 봐도 우리 오빠도 은하 언니 좋아하는 것 같은데, 둘 다 어쩌려고 이래? 친구라며?”“그건 내가 알아서 할 문제야.”모든 게 확실해 졌다. 백이현과 정태하, 둘 다 강은하를 좋아하고 있다. 그리고, 그 둘은 가장 친한 친구 사이다.“정말 그렇게 생각해? 지금 이게 맞다고?”“틀리대도 상관없어. 나랑 이현이가 친구 사이라는 건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테니까.”입이 다물렸다. 그의 눈빛은 이미 답을 정한 사람의 눈빛이었다. “이러려고… 한껏 기대하게 만들었구나.”“미안해. 정말 미안해 가희야. 마음 잘 추스르고, 예전처럼 좋은 오빠 동생 사이로 지냈으면 좋겠다. 이건 진심이야.”“됐어. 다 필요 없어. 셋이 한 번 잘해봐.”가희가 떨리는 손으로 가방을 챙겨 들더니, 아무런 망설임 없이 카페 문을 박차고 나갔다. 태하는 자리에 앉아 멀어지는 가희의 뒷모습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누군가를 혼자 좋아한다는 게 얼마나 힘들고 외로운 일인지 알았기에 걱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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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화

이현은 그런 가희의 마음을 모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욕을 먹을 일은 아닌 것 같은데. “그래서 내가 지금, 하필 정태하랑 친구인 걸 사과라도 해야 되냐?”“….”가희는 입을 다물었다. 울컥한 감정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태하 오빠가 오빠의 친구든 아니든. 그건 지금 중요하지 않았다.그럼, 태하 오빠가 만약 은하 언니를 좋아하지 않았더라면? 그럼 지금 이 상황이 조금은 달라졌을까? 그것 역시 자신 있게 확신할 수 없었다. 그래서 더 슬펐다. 그래서 더 비참했다.“마음 접어라. 태하도 물론 좋은 녀석이지만, 너도 나한테는 하나 뿐인 동생이야.”“이제 와서? 네가 뭔데?”“그래, 뭐 하나 해준 거 없는 못난 오빠지. 그래도 이건 울고 불고 고집 부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야. 너는 아직 1학년이고, 태하는 반 년만 지나면 졸업이잖아. 갈 길이 아예 다르다고.”누가 그걸 몰라? 그렇다고 해서 이 마음이 하루아침에 정리될 리 없는 거잖아. “그러니까, 더 상처 받기 전에 그만해.”순간 가희의 눈물샘이 다시 터졌다.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어깨를 들썩이며 울고, 또 울었다. 이현은 그런 동생을 가만히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가희의 마음이 생각보다 더 진심이라는 걸 깨달았지만, 그래도 어떡해. 현실은 너무도 가혹한 걸.***미술 학원 앞에서 착잡한 마음으로 기다리던 태하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은하는 알까? 지금 자신의 마음을 어지럽히는 이 복잡한 감정을.은하가 나오면 어떤 얼굴을 해야 할까? 오늘도 감정을 숨기고 친구로만 대하는 게 맞는 건가? 고민만 하던 순간, 미술학원 문이 열렸다.문을 나서는 은하와 눈이 마주쳤다. “태하야!”“끝났어?”“응. 근데 백이현은?”순간적으로 흠칫했지만, 이내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본가 갔어. 일이 좀 있어서.”“응? 무슨 일?”“일단 가면서 얘기 하자.”은하는 분위기가 뭔가 평소와 다르다는 걸 느꼈지만 굳이 묻지는 않았다. 그저 태하의 옆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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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화

은하는 내내 아무것도 몰랐다는 사실에 미안하다는 감정이 가장 먼저 몰려들었다.“미안해 태하야. 나 정말… 생각도 못 했어… 정말이야.”“알아. 부담 주려고 한 말 아니야. 어차피 너는… 나를 좋아하지 않으니까.”“….”태하는 어둑한 공원을 바라보며 덤덤하게 말을 이었다. “그냥 느껴졌어. 늘, 매번, 항상. 너한테 나는 친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걸.”태하의 말은 분명 진실인데, 틀린 말이 없는데. 이상하게도 아프게 느껴지는 건 미안함 때문일까.“정말 미안해. 미안해 태하야.”미안하다는 말 밖엔 할 수 있는 말이 딱히 없었다.태하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하더니, 남은 감정까지 남김 없이 쏟아내기로 결심했다.“음, 아마도 네가 처음 전학 오던 날, 그때부터였던 것 같아. 차가워 보이는데, 그 모습이 또 예뻐 보였어. 이상하지?”“….”“근데 은하야, 내 마음이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 우리 사이가 변하지는 않을 거야. 앞으로도 나랑 계속 친구 해 줄 거지?”태하는 어느새 은하를 바라보며 아무렇지 않게 웃고 있었다. 이렇게 말하면 모든 게 괜찮아질 거라고 믿는 듯이.은하가 애써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그럼. 당연하지.”친구, 변하지 않는 관계.그의 말이 맞다고 믿고 싶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잃고 싶지 않았다. 은하의 대답에 태하가 살짝 웃었다.“그럼 됐어. 그리고… 너도 이제 네 마음 가는대로 편하게 해.”은하가 화들짝 놀라며 움찔거렸다.“응…?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앞으로는 마음이 향하는 대로 숨기지 말고 솔직해지라고. 나는 정말 괜찮으니까.”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릿속에는 왜 백이현. 그 이름이 또렷하게 떠오르는 걸까. 이 상황에, 하필이면 태하에게 사과를 하고 있는 이 순간에 말이다. 스스로도 알지 못했던 감정이 터져 나오려는 것처럼 자꾸만 그 이름이 머릿속에서 유영했다.혼란스러웠다. 동시에 그 감정이 두려웠다. 그때, 태하가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만 가자, 우주 형님 기다리시겠어.”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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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화

이현의 얼굴에는 미소가 걸려있긴 했지만, 그 미소 엔에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정의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물론 그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었다.그동안 오랜 시간 아파했던 은하였기에 언제나 감정을 숨겨 두기에 급급했고, 그저 친구로만 곁을 지켰다.마음에 대한 확신은 있었지만 한 순간도 섣불리 움직이지 못했었다. 순간, 태하가 실소를 터뜨렸다."미친 새끼네.""뭐?""좋으면 좋은 거지, 벌써부터 감정 소모라는 단어를 갖다 붙이고 지랄이야."이현의 입술이 삐죽 튀어나왔다. 멋있다는 칭찬이라도 바랐던 모양이었다.“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건데?”“강은하 마음이 가장 중요하지 뭐. 서두르지도 보채지도 않을 거야.”“그러다 놓친다. 다른 남자가 확 채간다.”“그게 설마 너는 아니겠지?”태하가 어깨를 으쓱거렸다.“난 은하랑 관계 정리 끝났는데?”“뭐?”“오늘 베프 먹었다! 왜!”이현이 황당하다는 두 눈을 크게 떴다.“뭐? 이게 지금 그럴 문제냐?”“차였는데 어떡해 그럼. 아무튼 나는 그렇게 쇼부 봤으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다음날 아침, 등교 시간에 맞춰 이현과 태하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은하의 집을 찾았다. 식탁 위에 올려진 식빵에 잼을 발라 먹으며 장난을 치는 두 사람.그들에겐 어젯밤의 대화도, 실타래처럼 얽힌 감정도 전혀 없는 것처럼 보였다.“아, 형님. 딸기잼 밖에 없나요? 버뤄는요?”“제발 그냥 좀 '감사합니다' 하고 쳐 먹을 순 없냐?”“오키. 잘못 인정.”방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두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준비 다 했냐?”이현이 가볍게 인사하며 빵을 크게 베어 먹었고, 태하는 말없이 은하를 바라보았다. 은하는 순간 제 자리에 멈춰 섰다.어제의 대화 때문일까. 이상하게도 오늘은 두 사람의 모습이 어딘가 다르게 느껴졌다. 게다가 오늘 아침엔 운동 가자는 말도 딱히 없었고. 불편해서 혼자 다녀온 건가?은하의 표정을 알아 차린 태하가 이내 장난을 건넸다.“은하야. 너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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