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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사랑의 궁극적인 목적: Chapter 141 - Chapter 150

172 Chapters

제141화

당황한 이현의 모든 동작이 멈춰버렸고, 태하 역시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는 듯 놀란 표정을 지었다.“아씨, 급박한 상황에서 뭐부터 써야 되냐?”“흠… 좀 어려운 문제네?”그들이 심각한 고민에 빠지자, 우주가 피식 웃으며 그나마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했다.“은하야. 일단 느낌이 좋지 않다! 그 순간, 주머니 속에서 핸드폰 버튼부터 와다다다닥 누르고.”“누르고?”“캡사이신 스프레이를 뿌려서 범인의 시야를 차단하고!”“차단하고?”“도망 치면서 경보기를 누르는 게 좋지 않을까?”입이 떡 벌어진 이현이 영혼 없는 박수를 쳤다.“와… 역시 형님이십니다. 이래서 연륜은 무시할 수 없나 봐요.”“가장 중요한 건 당황하지 않는 거겠지. 근데 그게 말이 쉽지…”“강은하 할 수 있다! 가즈아!”은하가 어이 없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그런 일이 안 생기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은데.”“당연하지! 그래도 이현이랑 태하가 착하네. 이런 것도 준비해주고. 은하야, 당분간은 품에 지니고 다녀. 알겠지?”“…알겠어. 고마워. 백이현, 그리고 정태하.”***다음날, 학교로 향하는 길목에서 이현이 은하의 주머니를 가볍게 건드렸다. “다 챙겼어? 어?”“응. 챙겼어.”이현은 챙겼다는 대답에도 그 앞을 굳이 막아 서고는, 은하의 양쪽 주머니 안에 자신의 손을 불쑥 넣었다.작은 호신 용품들이 들어 있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이내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있네. 됐음.”이현은 몰랐지만, 순식간에 그에게 안기듯 밀착된 상황에 은하의 볼이 살짝 발그레해졌다.그게 다가 아니었다. 심장이 두근두근 뛰어버렸다.'…뭐야. 갑자기 왜 이래.'정문을 통과한 태하의 눈에 은행나무가 보였다.분명 앙상한 가지만 남아있던 어느새 잎을 피우기 시작한 모습.“은하야, 잠깐만.”은하의 옷 소매를 잡고, 은행나무 쪽으로 천천히 이끄는 태하.세 사람은 그렇게 은행나무 아래에 서서 푸르른 잎을 올려다 보았다. “이거 봐. 벌써 잎이 피었어.”“그러게. 요즘은 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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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화

무거운 발걸음으로 1학년 교실로 향하는 길, 가희가 조심스레 물었다.“다들 좀 괜찮아졌어? 많이 힘들었겠다.”“아직 뭐… 한동안 힘들겠지.”“아직도 안 믿겨.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기냐고.”“그러게. 그래도 이현이가 나름 챙기고 있어.”“그럴 리가.”도대체 왜 오빠 이야기만 나오면 이렇게 틱틱거리는지. 외동이었던 태하는 그런 가희가 이해될 리 없었다.“사이좋게 좀 지내. 어차피 이현이 대학 가면 얼굴 보기도 힘들 텐 데.”“독립한다고 뛰쳐나갈 땐 언제고?”“…서운했어?”“아니? 어차피 집에 있어도 말 안 하는 건 똑같거든?”아무래도 서운했나 보다. 그런 티가 팍팍 나 버려 귀엽긴 했다.“이현이 이번 중간고사 7등 한 거 알지?”가희의 눈이 순식간에 동그래졌다.“엥? 그거 구라 아니었어?”“진짜야. 그러니까 너도 공부 열심히 해. 이현이 닮았으면 머리는 좋을 거 아니야.”“와 대박. 그게 구라가 아니었다니! 진짜라니!”“에휴, 얼른 들어가. 오빠는 간다.”등을 돌리려는 태하의 팔뚝을 가희가 덥석 붙잡았다.“오빠!”“응?”“오빠가 공부하라면 가희는 할거지롱!”“그… 그래. 열심히 해.”***학교 분위기는 여전했다.중간고사가 끝난 지 얼마나 지났다고, 학생들은 벌써부터 기말고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민희는 예전과는 달리 공부에 큰 관심이 없어 보였다. 점심을 먹는 민희의 모습이 평소와는 조금 달라 보이자, 은하는 걱정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괜찮아? 왜 이렇게 하루 종일 기운이 없어.”“응? 아니 그냥. 서연이 생각도 나고, 나… 수혁이랑도 헤어졌어.”“뭐? 갑자기 왜?”“내가 요즘 신경을 못써주긴 했잖아.”“그래도 그렇지. 하필 이렇게 힘든 시기에….”“내 말이. 그러니까 더 나쁜 놈이지. 연락 안된다고 엄청 뭐라고 하더라.”옆 자리에서 밥을 먹던 이현과 태하 역시 민희의 말에 혀를 내둘렀다.“이 시기에 챙겨 달라고 하는 게 맞냐? 인간이냐?”“진짜 인간 덜 됐네. 잘 헤어졌다. 정민희.” 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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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화

원장님의 연락을 받은 우주가 급히 미술 학원에 도착했다.시선은 곧장 테이블 위에 올려진 사진과 편지로 향했다. 찰나의 순간, 그의 얼굴에서 피가 빠져나갔다. “…이, 이게 다 뭐야.” 벌써부터 손이 덜덜덜 떨리고 있었다. 편지 내용을 읽어 내려가던 손은 이내 종이가 구겨질 만큼 힘이 들어갔다. 도착한 경찰 역시 원장님께 상황 설명을 들은 후, 편지에 남은 지문과 단서를 확인하기 위해 곧장 수거 했다.“보호자 님. 당분간 학생 혼자 다니는 건 위험할 수 있습니다. 특히 보낸 사람이 ‘삼촌’이라고 언급한 걸 보면, 가해자가 예전에도 연관이 있었던 사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누군지 알 것 같습니다. 예전에 유괴를 당했던 적이 있어요. 가해자는 얼마 전 출소했고요.”이제야 상황을 파악한 경찰의 동공이 흔들렸다.“아, 조사가 더 필요하겠군요.”“혹시, 은하가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은 따로 없을까요? 보호 인력 배치라던가.”“솔직히 말씀드리면, 공식적인 보호 조치는 피해자의 직접적인 신변 위협이 확인될 때 가능합니다. 현재 협박 편지 만으로는 위협 수준이 애매합니다.”우주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애매하다고요? 사진 속에 살해 당한 피해자 모습을 보셨잖아요.”“아직까지는 사진이 조작된 건지, 실제 상황인지도 확인해야 하고. 만약 진짜라면 가해자의 위치를 먼저 특정해야 합니다.”우주는 답답한 듯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디 있냐고. 아니, 있기는 해? “그럼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대체 뭔가요?”“우선 학원과 학교 주변 CCTV를 확보해 편지를 전달한 인물부터 특정하겠습니다. 그리고 보호자님께서는 혹시라도 은하 학생에게 다시 연락이 오거나, 수상한 낌새가 있으면 바로 신고해 주십시오.”“어쨌든 지금 당장은 경찰도 뭘 해주지 못한다는 의미네요?”“신변 보호를 요청하시면, 스마트 워치가 지급되긴 합니다.”“아…. 일단 그거라도 진행해주세요. 가능하면 최대한 빨리 부탁 드립니다.”경찰관은 곧장 무전을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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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화

이현의 말이 맞았다. 그동안은 늘 무서워했고, 혼란스러워했고, 움츠러드는 게 습관이었다.하지만 지금같은 상황에 어떻게 아무렇지 않게 잘 지낼 수 있을까. 여전히 겁이 나고 최책감이 들긴 했지만, 전과는 달라진 게 있다면 자신 옆에 친구들이 있다는 것.“버티자 강은하. 우리랑 같이.”세 사람은 거실에 모여 서로를 다독이면서도, 마음 한구석에 묵직한 감정을 떨쳐낼 수 없었다. 윤서연. 떠나간 친구를 떠올리지 않을 수도 없었으니까.서로가 미안했고, 마음이 찢어질 듯 아픈 건 어쩔 수가 없는 현실이니까.“그래도 강은하, 많이 강해졌네?”“…응?”“그런 무서운 편지를 받고 쓰러지지도 않고, 숨도 잘 쉬고.”“….”태하 역시 이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정말이네. 엄청 놀랐을 텐데.”예전 같았으면 분명 편지를 받고 공황이 찾아와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끝까지 정신을 붙잡고 버티고 있었다.백이현 말처럼 자신이 정말로 강해졌다고? 그러기엔 지금도 두렵고, 혼란스러워 미치겠는데.잠시 후, 집으로 돌아온 우주의 손에는 지급 받은 스마트워치가 들려 있었다. 우주는 애써 침착한 표정을 유지하며, 은하의 손목에 스마트워치를 채워주었다.“위급 상황이 발생하면 버튼을 길게 누르면 돼. 그러면 경찰이 네 위치를 바로 파악하고 출동할 거야.”은하는 손목에 차인 워치를 말없이 내려다보았다.이 조그마한 기계 하나가 자신을 완전히 보호해줄 수 있을까.불안한 마음이 여전히 가라앉지 않았지만, 적어도 이건 조금 더 안전하게 버틸 수 있는 수단이었다.“그리고, 이현이랑 태하도 조심하는 게 좋겠어.”“네. 저희도 알고 있어요. 형님.”“너희까지 엮일 가능성이 있으니까 항상 주변 신경 쓰고 다니고, 밤 늦게 절대로 돌아다니지 말고.”“근데 형님, 그 놈이 은하를 어떻게 찾았을까요?”“요즘같은 세상에 사람 하나 찾기란 어렵지 않지. 강우주, 강은하. 이름만 있어도 가능한 세상이잖아.”“그럼 우리도 이상철이라는 그 역겨운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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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화

게시글이 업로드 되자, 이현은 박 비서에게 연락을 해 도움을 요청했다.“박 비서님. 부탁 하나만 할게요.”“네. 말씀하세요.”“회사랑 관련된 기자님들께 이 링크 좀 보내주세요.”“예?”“저희 학교 학생이 무참히 살해 당한 가슴 아픈 사건이에요. 좀 도와주세요.”“회, 회장님이 아시면….”박 비서의 말에 오히려 머리를 굴리기 시작하는 이현.만약 이 사건을 한성그룹이 공식적으로 주목하게 만든다면, 그 영향력은 아마 상상 이상일 것이다.“오히려 좋죠. 한성그룹에서 피해자 유가족을 위한 지원을 해주는 방법도 고려해 보시면 좋겠네요.”“흠… 일단 알겠습니다. 연락 드리겠습니다.”“네. 감사합니다.”태하 역시 최 비서에게 같은 부탁을 했다.익명의 커뮤니티 논쟁이 뉴스거리가 되는 일은 이미 너무나도 흔한 일이었다.결국 경찰과는 다른 방식으로 범인을 자극하기로 한 것.우주는 팔짱을 낀 채 태하와 이현을 지켜보았다. 태하는 실시간 반응을 체크했고, 이현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각종 SNS에 가계정을 만들어 게시글을 퍼 날랐다.그 모습을 바라보던 은하는 고마운 마음과 함께 불안함도 느꼈다.이들은 지금 자신을 위해, 그리고 서연이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하지만, 범인이 오히려 그 글들을 마주하고 이성을 더 잃는다면?“근데, 혹시… 이렇게 압박하다 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면 어떡해? 괜히 너희까지 위험해지면 어떡하냐고.”태하는 곧장 화면을 돌려 커뮤니티 반응을 보여주었다.수십 개의 댓글과 수많은 조회 수.자극적인 내용을 담은 게시글은 이미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었고, 많은 사람이 사건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다. [이게 사실이라면 너무 끔찍하다. 범인은 반드시 잡혀야 한다!][왜 이런 범죄가 반복되는 거야? 피해자는 평생 고통 속에 살아야 하는데.][망상에 사로잡혀서 사람을 해친 거라면, 더더욱 방치해선 안 되는 문제임.][경찰이 제대로 수사해야 한다. 무고한 사람이 또 다시 희생되면 안 돼.]“걱정하지 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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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화

이현과 태하는 익숙하다는 듯 초인종 대신 비밀번호를 누르고 은하의 집으로 들어섰다. 우주는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에 놀란 듯 했지만, 이내 이현과 태하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한숨을 내쉬었다.“얘들아? 초인종을 눌러야지! 놀랐잖아.”“에이, 가족끼리 무슨 초인종이에요.”“맞아요. 초인종 생략, 바로 입장 굿.”우주는 어이 없다는 듯 웃었고, 은하 역시 그들을 바라보았다.“아침부터 어쩐 일이야?”“이번 주말은 합숙 모드야.”“뭐?”“어차피 주말인데 뭐. 커뮤니티 반응이나 같이 살펴보고, 조심도 같이 해야지.”우주 역시 이번 만큼은 그들의 의견에 동의하기로 했다.“그래. 아무래도 이번 주말은 다 같이 있는 게 낫겠다.”“오빠, 굳이?”“응. 이현이랑 태하 둘이 두는 것도 불안해.”“형님, 작살 나는 격투기 실력으로 저희를 지켜주십쇼!”“…이현아, 전에는 싸움 잘한다더니?”“저는 일단, 표정으로 먼저 압도하는 스타일입니다.”“에휴….”***그날 오후, CCTV업체는 은하의 집을 방문해 사각지대 없이 카메라를 추가로 설치했고, 우주는 온종일 노트북으로 집 주변을 살펴보고 있었다. 태하와 이현은 계정들을 생성해 게시물을 열심히 퍼다 나르며 더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했다.특히, SNS에서 이미 유명한 계정들이 이 사건을 다시 언급할 수 있도록, 익명의 제보 메시지를 발송했다.그래야 이상철의 눈에 띄기도 훨씬 더 수월할 테니까.그러던 중, 우주의 옆으로 살금 살금 다가간 이현의 입이 쩍 벌어졌다. “우와, 요즘 CCTV 화질 장난 없네요?”“응, 진짜 휴대폰 카메라 같지?”“네. 근데 저랑 태하도 강은하 전담 CCTV라는 건 잊지 않아 주셨으면 해요.”“…그래.”잠시 후, '띵-동'갑작스러운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모두가 긴장했지만, 인터폰 화면을 확인한 우주가 곧바로 문을 열어주었다.방문자는 은하의 유괴사건 당시 수사를 맡았던 박 형사였다. 문이 열리자, 박 형사는 짧은 눈 인사를 건넸다.“우주 씨. 오랜만입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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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화

박 형사는 은하의 집을 나와 하루 종일 집 주변을 순찰했다.하지만 그 어떤 의심되는 사람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다음날도 마찬가지였다.그는 과연 어디로 숨어버린 걸까? 아니면 또 다른 어디에서 은하를 지켜보고 있는 걸까?그렇게 또 하루가 지나, 드디어 월요일 아침이 찾아왔다.우주는 학교를 보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한참을 고민했지만, 결국 세 사람을 학교에 데려다 주었다. 집에 혼자 두는 것도 어차피 불안했고, 차라리 어른들이 있는 학교 안이 더 낫다는 판단이었다.“은하야. 박 형사님께서 학교에서 멀지 않은 곳에 계신다고 하셨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다녀와. 알겠지?”“응. 오빠도 걱정하지 마. 나 괜찮아.”“형님 저희가 잘 지키겠습니다.”***우주는 무거운 마음으로 병원으로 향했다.소식을 들은 설희 역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결국 네 생각이 맞았네.”“그러게. 그토록 아니길 바랐건만.”“은하는 학교에 있어도 괜찮은 거야?”“언제까지 집에만 있을 수는 없으니까… 학교 근처 순찰도 강화됐고. 오히려 사람이 많은 곳이 더 나을 것 같아서.”“너 좀 달라졌다? 예전 같았음 전전긍긍 은하만 지키고 있었을 텐데?”“그러게… 은하도, 은하 친구들도 이 상황을 받아들이려고 애쓰는데. 나 혼자 걱정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거니까.”“은하가 진짜 친구들을 잘 만났네.”친구들도 친구들이었지만, 설희에게는 무엇보다 우주가 달라졌다는 사실이 가장 기뻤다.아무리 마음을 다잡아도, 우주는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점심시간에는 밤도 제대로 먹지 못했고, 커피만 연거푸 마시며 시계만 바라보았다. 결국 진료를 일찍 끝내고 은하를 데리러 가기로 마음 먹고는, 담당 간호사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 “4시 이후 예약 건은 전부 연기해주세요.”“네? 갑자기요?”“네. 중요한 일이 있어서요.”“알겠습니다 선생님. 예약 환자들께 연락 드릴게요.”“잘 좀 부탁드려요. 죄송합니다.”아직 시간은 2시. 4시면 여유 있게 은하를 데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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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화

우주는 손목부터 낚아채 움켜쥐었다.관절을 비트는 동시에 모든 체중을 실어 뒤로 꺾어냈다.강한 힘이 실린 압박에 이상철의 얼굴이 일그러졌다.“크윽…!”칼을 쥔 손이 떨리기 시작하더니, 곧 힘없이 툭 하고 바닥으로 떨어졌다.주저 없이 반대쪽 팔꿈치로 놈의 얼굴을 강하게 내려 찍었다.순간적으로 중심을 잃은 상철이 뒤로 밀려났다. 등 뒤로 꺾어 붙잡은 손목은 물론, 무릎으로 등까지 단단히 누르고 나서야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이 미친 새끼, 내 동생이 얼마나 오랜 세월 고통 받았는 줄 알아?”“강우주!”상철은 바닥에 깔린 채 이를 악물며 몸부림쳤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저 씩씩 거리기만 할 뿐이었다.“이번에도 네 뜻대로 순순히 당해줄 거라 생각했어? 사는 게 그렇게 만만하디?”순간, 병원 보안요원들이 진료실 문을 열고 뛰어 들어왔다. “강 선생님! 괜찮으십니까?”우주의 눈 아래에서 흘러내리는 붉은 선을 보고는 모두가 흠칫했다.하지만 우주는 너무나 여유 있게 대답했다.“살인 사건 용의자입니다. 경찰부터 부르세요.”요원들은 즉시 수갑부터 채웠고, 보안팀은 서둘러 경찰에 신고했다.진료실 밖에서는 직원들과 환자들이 웅성거리며 소란이 벌어졌고, 설희 역시 황급히 달려왔다. “야! 강우주! 너 괜찮아? 피 좀 봐.”“됐어. 별 거 아니야.”“좀 보게. 손 좀 치워봐.”설희는 우주의 얼굴을 살피며 한숨을 내쉬었다.조금만 더 위쪽을 다쳤으면 정말 끔찍한 상황으로 치닫을 뻔했다.하지만 그보다 더 신경 쓰이는 건, 우주의 표정이었다. 어느 때보다 차갑고 냉정한, 흔들리지 않는 표정.피를 흘리면서도 오히려 만족스러운 눈빛을 띠며 웃기까지 하는 얼굴은 소름이 끼칠만큼 현실성이 없었다.“강우주, 이제 다 끝났어.”“응. 다 끝이야.”“응급처치로는 안 되겠어. 몇 바늘 꿰매야겠는데?”“어쩔 수 없지 뭐.”우주는 결국 다섯 바늘을 꿰맸다. 상처가 욱신거려왔지만, 이만하길 천만 다행인 위치였다. ***치료를 마치고는 곧장 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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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화

식당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저녁 식사를 즐기는 네 사람.이현의 장난기가 돌아왔다.“형님, 이런 날은 한잔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우주의 주먹이 이현의 이마에 내리꽂혔다.“아야!”“까불어. 그나저나 민희는? 잘 지내?”“네. 부모님이 학교 앞으로 매일 데리러 오셨어요.”“아이고. 그동안 제대로 놀지도 못했겠구나?”“그래서 이제, 몰아서 좀 놀아볼까 합니다.”“곧,기말 아니야?”“아, 형님 진짜… 분위기 싸해지게….”유쾌한 대화들이 흘러갔지만, 은하는 아직도 우주의 얼굴을 힐끗힐끗 바라보았다.“오빠, 정말 안 아파? 괜찮아?”“하나도 안 아파. 그러니까 얼른 밥 먹어. 밥.”이현과 태하는 여전히 티격태격하며 장난을 쳤고, 은하는 우주의 앞접시에 잘 익은 고기를 올려두었다.우주의 입꼬리가 씰룩거렸다.'다 끝났어. 이제 정말 끝난 거야.'***학교 분위기가 들썩였다.모든 학생들이 하나같이 같은 화제를 이야기하고 있었다.뉴스와 커뮤니티를 통해 빠르게 퍼진 정보,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한 사람, 강은하.“와 드디어 범인 잡혔대. 미친.”“진짜 개XX아니냐?”“강은하도 진짜 긴 세월 힘들었겠다.”“서연이도 불쌍하지 뭐.”누군가는 분노했고, 누군가는 안타까워했다.하지만 그 누구도 무관심하지 않았다. 모든 사람이 비로소 사건의 시작과 끝을 알게 된 것이다.은하는 여전히 수많은 시선을 받으며 교실로 향했지만, 이상하게도 예전과는 다르게 느껴졌다.안도와 위로가 섞인 눈빛 같달까.이런 기분도 들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피해자가 아니라고.살아남았고, 이겨냈고, 곁에는 여전히 이현과 태하, 민희가 함께하고 있었으니까. ***수업이 끝난 후, 그들은 서연이가 있는 납골당을 찾았다. 은하는 눈앞에 놓인 사진을 바라보며 숨을 삼켰고, 이현은 준비해 온 꽃을 붙였다. “서연아. 이제 모든 게 끝났어. 그리고 나는… 살아남았어. 미안해. 정말 미안해.”이현이 말했다.“야. 윤서연. 너 강은하 하나도 안 미워하지?”태하가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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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화

태하의 눈매가 매섭게 돌변했다.“그럼 그냥 가만히 있어야 돼? 지금처럼 욕만 하고 있을 거야?”우주가 두 사람의 대화에 불쑥 끼어들었다.“이현아, 작은 변화로부터 달라지는 일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데. 태하 꿈, 멋있잖아.”“아, 형님!”은하도 잠시 머뭇거리더니 태하를 넌지시 바라보았다.“경찰, 잘 어울릴 것 같아….”태하의 순해진 동공이 은하의 눈을 향하던 순간, 이현의 입에서 현실적인 문제가 튀어나왔다. “정 회장님이 가만히 계시겠냐? 하나밖에 없는 자식 드베르 물려준다 어쩐다. 예전부터 난리셨는데?”태하 역시 그 문제를 모른 척할 수 없었다.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의 거리는 상당히 멀다는 걸. “그러니까. 그게 제일 큰 문제지.”“형 생각은 다른데?”모두의 시선이 우주에게로 향했다.“태하 아버지도 이현이 아버지도. 너희를 믿었으니까 독립까지 시켜 주셨겠지. 못 미더운 자식을 어떻게 독립을 시켜.”이현과 태하가 바로 반박에 나섰다.“형님. 아닙니다. 저희 부모님은 그냥 포기 하신 겁니다.”“맞아요. 믿어서가 아니라, 그냥 본인들 방식을 따르지 않으니까. 그러니까 내버려두고 지켜보시는 거죠.”“그래? 그럼 이번에 서연이 일에 직접 나서 도와주신 건?”“아닙니다. 기업 이미지나 올리려고 움직이신 겁니다.”“기업 이미지 올릴 방법이 얼마나 많은데. 니들이랑 관련된 학교가 아니었어도 그렇게까지 나서 주셨을까?”“…….”“무조건 자식이 물려 받는다는 건 옛날 얘기지. 요즘엔 오히려 더 조심스러운 부분이잖아. 그래서 능력 있는 전문 경영인을 앉히는 경우도 점점 늘고 있고.”“하긴…. 제가 물려 받으면 한성그룹은 진짜 나락 갈 수도….”이현은 장난스러웠지만, 태하의 표정은 심각했다.그동안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처음으로 다른 시선으로 고민하기 시작한 것. 어쩌면 정말, 선택의 여지라는 게 있는 걸까?“결국 선택은 너희들이 하는 거야. 그냥, 부모님이 생각보다 너희를 더 믿고 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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