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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사랑의 궁극적인 목적: Chapter 261 - Chapter 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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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2화

싸늘한 눈빛이 곧장 이현에게 꽂혔고, 이현은 긴장된 마음에 돌처럼 굳어버렸다. “그동안 어디 있다가, 이제야 돌아온 거야?”“형님… 죄송합니다. 면목이 없습니다.”“누가 네 형님이래?”“….”싸늘한 시선이 이번에는 옆으로 흘렀다. “강은하, 너는 벨도 없이 벌써 용서라도 한 거야?”은하의 손끝이 살짝 떨렸다. 품에 안긴 별이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꽁알꽁알 옹알이를 내뱉고 있었다.“말 못 할 사정이 있었고, 나는 이제 백이현 없으면 안 돼. 아니… 사실 그동안도 그랬던 것 같아.”“난 모르겠다. 지 멋대로 떠났다가, 또 지 멋대로 돌아왔다가.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네?”“….”“은하 너도 그래. 죽네 사네 난리를 칠 땐 언제고…”“오빠…! 그런 말은 왜 해. 쓸데없이.”세 사람의 기류가 점점 단단하게 굳어갔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팽팽한 긴장이 거실을 채우고 있었다. 그 순간, 별이가 은하의 품 안에서 방긋 웃었다.작은 손으로 허공을 휘젓고, 옹알이를 내뱉으며 꺄르르 웃었다.“구구우! 우구!”그 귀여운 옹알이 소리와 웃음 소리에, 잠시 모두의 말문이 막혔다.그리고 눈치 없이 은하와 이현의 입꼬리가 히죽 올라갔다.그 찰나에 맞춰 세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던 설희가 끼어들었다.“자기야, 은하가 용서 했잖아. 그걸로 됐어.”우주는 여전히 한숨만을 내쉬었다.설희의 말에 딱히 반박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어깨엔 여전히 묵직한 감정이 내려앉아 있었다.1년도 아니고 무려 5년이다.그 5년동안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었는데. 아무렇지 않게 백이현과 함께 찾아온 동생도 이해가 안 됐지만, 아무도 제 마음을 몰라주는 것 같아 답답하기만 했다.“응? 서로 미워하는 것보다… 다 같이 별이 옆에서 웃는 게 낫지 않겠어?”은하가 별이를 꼭 끌어 안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현은 말없이 우주의 얼굴만을 바라보고 있었다.지금은 어떤 말보다, 그 한 사람의 대답만을 기다리는 눈빛이었다.아주 긴 정적이 흐른 뒤, 마침내 우주가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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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3화

며칠 뒤, 태하가 근무하는 파출소.여느 때처럼 잔잔했던 무전 채널에서 갑자기 다급한 신호음이 울려 퍼졌다.[본청에서 전파. 서부 3구역 내 성폭행 피해자 확인. 인근 경찰관 즉시 출동 요망.]짧고 명확한 지시였지만, 분명 긴박함이 담겨 있었다.태하는 순간적으로 무전을 손에 쥔 채 멈춰 섰다.‘또야? 연쇄 사건인가?’주위의 다른 순경들이 아직 상황 파악이 되지 않은 듯 웅성거리는 사이, 태하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총기 보관함으로 향했다.“112 상황실에 재확인 요청 넣고, CCTV 요청 걸어주세요. 전 출동합니다!”곧바로 벨트를 고정하고, 무전기와 총기를 허리에 꽂은 채 재빠르게 문을 나섰다. 경광등을 켜고 골목길을 미끄러지듯 빠져나간 순찰차 한 대.사이렌 소리와 함께, 태하는 서부 3구역 골목 입구에 도착했다.이미 다른 경찰차 한 대가 먼저 와 있었고, 골목 안쪽엔 희미한 울먹거림만이 남아 있었다. 한 여자가 힘없이 벽에 몸을 기댄 채 웅크리고 있었다. 다리가 풀린 듯 그대로 주저앉은 모습이었다. 태하는 차량에서 내리자마자 무전기를 켜고 상황을 확인했다.“정태하 경위, 서부 3구역 도착. 피해자 확인. 의료 지원 요청 바람. 현장 보존 요청, 골목 입구 통제합니다.”그리곤 곧장 피해자에게 다가가며 목소리를 낮췄다.“괜찮으세요? 경찰입니다. 지금부터 안전하니까 진정하세요. 저희가 지켜드릴 겁니다.”여자는 눈에 초점을 잃은 채 작게 고개만 끄덕였다.셔츠는 찢어져 있었고, 손목엔 누군가가 움켜쥐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혹시 범인 얼굴은 보셨어요?”“마스크요… 흰색 마스크…”그 순간, 태하의 눈빛이 바짝 날카로워졌다.흰색 마스크리면 지난달, 그리고 2주 전 사건과 같은 진술이었다.‘확실하다. 같은 놈이다.’태하는 피해자를 구급차에 태운 뒤, 현장을 정리하며 마지막으로 골목 끝을 한 번 더 훑어봤다.문제는 지금 이곳은 은하의 집이 있는 블록, 바로 옆 골목이라는 것.“젠장.”곧장 핸드폰을 꺼내들고 이현에게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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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4화

냉장고를 한참이나 들여다보던 은하는 자신 있게 김치찌개를 끓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맛있는 냄새가 나지 않았다.소파에 앉아있던 이현은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고는 슬며시 고개를 돌렸다.“혹시 무슨 탕 끓이는 거야?”“탕 아니거든? 김치찌개거든?” “그렇다고 하기엔 맛있는 냄새가 전혀 안 나는데?”“있어봐 좀! 건강한 버전이야. 저염식.”잠시 후, 식탁 위에는 그럴싸한 밥상이 차려졌다.모양은 정말 괜찮았다. 붉은 국물에 정갈하게 완성된 계란 후라이. 딱 보기엔 포장마차에서 바로 나온 한상 차림이었다. 이현이 젓가락을 들어 조심스레 찌개 국물을 한 숟갈 떠 먹었다.그리고는 말없이 고개를 푹 숙였다.“왜? 맛없어?”“아니 아니, 한 번 먹어볼래?”고개를 갸웃거리며 찌개 한 수저를 뜨는 은하.입술을 움직이던 은하의 표정이 점점 굳어갔다.“…어라?”“어때?”“미안해.”이현은 그제야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수상하다 했어. 혹시 겉절이로 끓인 거 아니지?”“후라이나 먹어!”“오늘의 메인 디시는 후라이였구나?”장난스러운 이현의 말투에도 은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뭘 잘못 넣은 거지? 이상하네.”“혹시… 간장 있어? 참기름도 좀…”“으응….”이현은 그런 은하를 귀엽다는 듯 바라보았다. 눈에서는 어느새 꿀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강은하, 나 갑자기 그거 생각난다.”“뭐?”“너 얼마 전에 맹장 수술 했을 때, 복도에서 뽀옹~ 방구 뀐 거.”“야! 백이현! 그 얘기를 왜 해!”“나 그때, 웃음 참느냐고 진짜 죽는 줄 알았잖아.”은하가 숟가락을 들고 테이블을 내리칠 기세로 소리쳤다.“하지 말라고! 그때 생각은 진짜 하기도 싫어!”정말로 창피했는지 귀까지 새빨개져서는 이현에게 냅킨을 던졌다.이현은 그걸 손으로 슥 막아내더니, 참지 않고 킥킥거렸다.“근데 말이야, 그게 또 살았다는 증거잖아?”“뭐래 또! 그만 해라.”짜증난 듯 중얼거리면서도 입가엔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번지고 있었다.“세상에서 가장 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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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5화

회의 내내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던 그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꽤 감각적인 접근이네요.”목소리는 담담했고 얼굴엔 어떠한 감정도 담기지 않았다.“소비자는 제품이 아니라 감정을 구매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오브가 그 감정에 도달하기 위해 어디까지 계산하고 접근했는지가 중요하다고 봅니다.”은하가 그의 말에 고개를 들었다.그건 칭찬도 비판도 아니었지만 꽤나 명확했다 그는 지금, 은하의 말을 파트너로서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현이 슬쩍 서류 한 장을 슬쩍 넘기며 말을 이었다.“브랜드 컨셉과 방향성은 충분히 납득 됐습니다. 그에 맞는 수치적 근거, 매출 예측과 유통망 시뮬레이션 자료. 이 부분은 공유가 가능하신가요?”오브 마케팅 팀장이 웃으며 대답했다.“예, 내일 오전까지 정리해서 공유 드리겠습니다.”“좋습니다. 투자를 후회할 일은 없겠군요.”회의는 자연스럽게 마무리됐고,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은하 역시 태블릿을 챙기며 나가려던 순간, 그 옆을 스쳐 지나가던 이현이 아주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강은하, 멋지다. 집에 가서 꽉 안아줄게.”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은하의 심장이 크게 두근거렸다.***그날 오후, 오브 사무실.책상 앞에서 자료를 정리하고 있던 은하의 자리를 향해 기획팀 박 실장이 다가왔다.그의 목소리는 낮고도 또렷했다.“강 사원, 혹시 백이현 대표랑 무슨 사이야?”“네?”“아니, 투자 확정 전에는 백 대표한테 보란 듯이 대들었다며? 그래서 시말서까지 쓰고?”박 실장은 오늘 오전 회의내내 두 사람을 유심히 살펴보았다.분명하게 느껴지는 기류가 있기는 한데, 확실하지는 않고. 그래서 참지 못하는 성격에 득달같이 은하의 자리까지 쫓아온 것.“아… 실장님… 그건…”“그런데도 콕 찝어서 네 디자인이 맘에 든다고 하고. 나이대도 비슷해 보이고. 혹시 아는 사이인가?”은하는 입을 다물었다.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뻔히 알면서도, 섣불리 대답할 수 없었다. 그때, 옆자리에서 파일을 정리하던 디자인팀 주임이 슬리슬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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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6화

은하는 심장이 쿵쾅거리면서도 최대한 진정하려 애를 썼다.책상 아래로 손을 가져가 조심스레 스마트폰의 녹음 버튼을 눌렀다. “다시 말씀해 주세요.”“뭐?”“녹음 중이니까 잘 들리게, 또박또박 다시 말씀해 주시라고요.”박 실장의 눈이 은하의 손에 들린 핸드폰으로 향하더니, 호기롭던 눈빛이 날카롭게 일그러졌다. 휙!재빨리 손을 뻗어 은하의 폰을 낚아채 바닥으로 집어던졌다.핸드폰이 회의실 벽을 강하게 들이받고 바닥에 나뒹굴었고, 화면이 산산조각 나며 부서졌다.“야, 너 미쳤어?!”은하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그제야 심장이 미친 듯이 뛰는 소리가 고막까지 울려댔다. 박 실장은 부르르 떨리는 손으로 은하의 셔츠 깃을 거칠게 움켜쥐었고, 얼굴을 더 가까이 들이밀었다.그의 숨결이 귀를 타고 스멀스멀 기분 나쁘게 파고들었다.“요즘 애들은 이래서 문제라니까? 왜? 회의실은 싫어? 호텔이 좋아?”끔찍했다. 가슴은 벌벌 떨렸지만 이를 악물고 대들기 시작했다. “이거 놓으세요. 실장님은 그런 방식으로 승진하셨나본데, 전 아닙니다.”“강 사원, 얌전한 척 하더니 아주 보통 내기가 아니었구나?”박 실장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씩씩거렸고, 멱살을 쥔 손에는 강하게 힘이 들어갔다. 투투둑.손아귀 힘에 뜯겨나간 셔츠 단추 두어개가 바닥으로 떨어졌다.그 순간이었다.쾅─!회의실 문이 거칠게 열리더니, 문고리가 벽에 부딪히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은하와 박 실장이 고개를 돌리자, 낮게 가라앉은 조명 아래는 백이현이 서 있었다.“그 손 놓지, 죽여버리기 전에.”낮고도 차가운 목소리, 단어 하나하나가 칼날처럼 깔렸다. 박 실장의 손이 움찔 떨리더니 은하의 멱살을 놓치며 뒤로 물러섰다. “대표님, 잠깐 오해가…”“오해? 여직원 멱살을 움켜쥔 게 지금 그게 오해라고? 그것도 텅 빈 사무실에서?”이현은 박 실장의 코 앞까지 다가가 발걸음을 멈췄다.그리고는 숨을 가쁘게 몰아쉬는 은하의 팔을 부드럽게 잡아당겨 자신의 등 뒤로 숨겼다. “내일도 너 따위가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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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7화

다음 날 아침.회사 로비에 들어선 은하는 잠시 숨을 고른 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손끝이 살짝 떨렸지만 표정은 흐트러지지 않았다.“안녕하세요.”마주친 동료에게 인사를 건넸지만, 돌아오는 건 어색한 미소와 눈길을 피하는 눈빛이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몇몇 직원들이 눈치를 보며 은하를 먼저 들여보냈다.같은 칸에 타고도 조용히 휴대폰만 내려다보거나, 굳이 고개를 돌리는 모습이 너무나 티가 났다.'벌써 소문이 난 거구나.'사무실의 익숙했던 풍경마저 오늘따라 낯설게만 느껴졌다. 책상, 커피 향, 아침 회의 전의 소란스러움은 평소와 비슷했지만, 그 모든 것 위로 자신을 향한 수군거림이 얇은 안개처럼 깔려 있었다.“강은하 사원, 박 실장이랑 어제 회의실에서 무슨 일 있었다며?”“갑자기 퇴사하셨던데. 무슨 일이야 이게?”대놓고 물어보는 이들도 존재했다.하지만 은하는 아무 말 없이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켜고, 평소처럼 일정을 정리했다. 손끝이 조금 느려졌을 뿐 고개를 들지 않았다. 연이어 들려오는 질문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때,“강 사원.”낯익은 목소리에 은하가 고개를 들어보니, 디자인 팀 팀장이었다.표정은 무표정에 가까웠지만 그 속에는 미묘한 긴장이 숨어 있었다.“괜찮아?”은하는 아주 잠시 그 질문을 곱씹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괜찮습니다.”팀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를 떠났고, 사무실 직원들은 한참 동안 은하를 바라보며 수군거렸다.***같은 시각,베인파트너스 대표실.이현의 마음은 심난하기만 했다. 모니터엔 수치와 보고서가 쏟아지고 있었지만, 눈길은 이미 그곳에 머물러 있지 않았다. 손끝에 쥔 펜이 가만히 돌고 있었다. “회사 분위기는 안 봐도 비디오일 텐 데.”눈앞에 없는 은하의 얼굴이 자꾸만 떠올랐다.지금은 자신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만큼은 최대한 해야 했다.키보드 위로 올라간 손가락이 타이핑을 시작했다. 한참 뒤, 프린터에선 종이 몇 장이 출력 되어 나왔고 이현은 그 종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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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8화

두 사람은 무거운 대화는 이쯤에서 접어두고는, 도심 외곽에 위치한 조용한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은하는 손끝으로 메뉴판을 만지작거리면서도 슬쩍 이현의 표정을 확인했다.그 역시도 메뉴판을 펼쳐 들고 있었지만, 시선은 글자들을 훑지 못하고 있었다.“백이현.”“응?”“배고파서 오자고 한 거 맞지?”이현이 피식 웃더니, 턱을 괴고 은하를 바라보았다.“계약 얘긴 더 안 할 거야. 그러니까 밥 먹자.”“응, 배고파.”“파스타랑 샐러드, 스프 하나 시킬까?”“좋아.”음식을 기다리던 중, 이현의 입꼬리가 올라가더니 별이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얼마 전, 별이를 처음 만난 이후 이현은 별이에게 푹 빠져 있었다. “별이 또 보고 싶다. 볼살 완전 말랑말랑해. 손이랑 발도 어쩜 그렇게 조그맣지?”“진짜 예뻐, 나 완전 조카 바보 됐다니까.”“강은하.”“응?”“우리한테도 그런 날이 오겠지?”“….”은하는 입술을 달싹였지만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가슴 어딘가가 뜨겁게 저릿했다. '우리'라는 단어가, '그런 날'이라는 약속 없는 미래가 마음 안에 작은 파문을 일으켰다. “오겠지. 아니, 왔으면 좋겠다.”찰나의 순간 이현의 눈빛이 깊어졌다. 방금 전까지 장난스럽던 공기가 단숨에 달라졌다. “오늘 밤부터 부단히 노력해야겠군.”“야!”“나도 별이처럼 딸이 좋은데. 딸만 셋이었으면 좋겠다.”“김칫국 마시지 마! 그리고 셋은 무슨 셋이야!”“아… 근데 좀 불안하려나? 어딜 가도 마음이 안 편할 것 같아. 차라리 아들이 낫나?”“미치겠네 진짜… 그만 해라.”은하는 한숨과 웃음을 섞으며 얼굴을 가렸고, 이현은 그런 은하를 보며 장난스럽게 웃었다.“밥 먹고 별이 보러 가야겠다. 안되겠어. 미래가 보고 싶어졌거든.”***결국 식사를 마치고, 별이에게 줄 선물을 한아름 들고 우주의 집을 찾았다.작은 옷, 인형, 아기용 책들까지. 선물 봉투 하나하나에 이현의 과잉된 기대와 은하의 묘한 떨림이 담겨 있었다.별이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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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9화

다음 날, 베인 파트너스 건물. 대표실 안으로 들어서자 넓고 세련된 공간이 두 사람을 맞이했다.그리고 그 안쪽, 굳게 닫힌 문 쪽으로 은하를 데려간 이현이 활짝 웃으며 문을 열었다. 안에는 깔끔하게 정리된 책상과 프린트기, 커피머신, 작은 소파가 아늑하게 놓여 있었다. “여긴 뭐야?”“네 작업 공간.”“뭐?”“계약상으로는 프리랜서라 외부 인력이지만, 사무실 필요할 땐 언제든 편하게 오면 돼. 나 없을 땐 박 비서님이 잘 챙겨주실 거야.”“회사에 소문나는 거 불편한데…”당연한 걱정이었다. 대표실 안에 떡하니 마련된 자신만을 위한 작업공간이라니.이런 특별 대우는 당연히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별의 별 소문을 끌어당길 텐데.하지만 이현은 대수롭지 않아 보였다.“결혼할 사이인데 뭐 어때, 정식 직원도 아니고.”“….”“왜? 내가 너무 앞서 간 거야?”“아, 아니. 그게 아니라…”은하의 얼굴과 귀가 점점 붉어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결혼이라는 단어가 꽤나 설렜던 모양이었다.“불타는 고구마 귀, 또 시작이네.”“…하.”***은하가 베인 파트너스에서 처음으로 맡은 업무는, 꽤나 알려진 대형 식품 회사의 리브랜딩 프로젝트였다.그중에서도 새롭게 바뀔 로고 디자인.생각보다 큰 프로젝트에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다. 집과 사무실을 오가며 밤낮없이 일에만 매달리던 어느 날, 사무실 책상에 앉아있던 은하가 갑자기 움찔하며 가방을 뒤적였다.“어? 어디 있지? 설마 놓고 온 거야?”하필이면 작업 중이던 로고 파일이 전부 담긴 USB를 놓고 온 것이다. 핸드폰을 꺼내 택시 앱을 켜 호출 버튼을 누르자, 어렵지 않게 택시가 잡혔다. 급한 마음에 헐레벌떡 집으로 향한 은하는 거실 책상 위에 놓인 USB를 발견하고 한숨을 내쉬었다.“정신을 어디다 두고 다니는 거야, 한심해서 진짜.”가방을 둘러메고 현관으로 향하던 순간, 은하의 발걸음이 뚝 멈췄다.현관문 틈을 비집고 들이닥친 손이 살짝 열린 문을 붙잡고 있었다.게다가 문틈 너머로 보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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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0화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태하는 의료진들에게 둘러싸인 채 수술실로 향했다. 스트레쳐에 달린 바퀴가 복도를 가로지르며 요란한 소리를 냈고, 뒤따르던 경찰관 몇 명이 급히 상황을 정리했다.은하는 그 모든 소음 속에서도 멍한 표정으로 서 있다가 수술실 문이 닫히자마자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맨발은 긁힌 자국과 작은 상처들로 얼룩져 있었다.하지만 어떤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다. 눈물은 고여 있지도 못한 채 뺨을 타고 줄줄 흘러내렸다.‘다 나 때문이야… 다 나 때문에 이렇게 됐어…’죄책감과 공포, 그리고 태하의 모습이 머릿속을 뒤덮었다.손등으로 거칠게 눈물을 닦아냈지만, 닦아낼 때마다 손가락에 묻은 피가 얼굴을 얼룩지게 만들었다.그때, 복도 끝에서 무겁게 울리는 구두 소리가 들려왔다.“강은하!”어딘가 절박하게 갈라진 목소리, 이현이었다.은하를 발견한 이현은 숨조차 돌리지 못한 채 곧장 달렸다. 넥타이조차 느슨하게 풀려 있었고 그의 이마에선 식은 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강은하, 괜찮아? 응? 태하는?”“흐흑… 태하 수술실 들어 갔어. 어떡해 태하… 흐흑… 다 나 때문이야.”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수술이라니, 대체 얼마나 다쳤길래.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은하를 챙겨야했다.자세를 낮춰 떨리는 몸을 와락 끌어안았다. 핏자국이고, 먼지고, 맨발이고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괜찮아. 너 몰라? 정태하 강한 녀석이잖아.”목소리는 단단했다. 하지만 마음은 아니었다. 은하의 울음에 함께 무너질 것 같은 마음을 꾸역꾸역 부여잡았다. “박 비서님, 신발 하나만 좀 부탁 드릴게요.”박비서는 한눈에 상황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서둘러 자리를 떴다.잠시 후 돌아온 그의 손에는 슬리퍼와 수건 한 장이 들려 있었다. 이현은 수건에 따뜻한 물을 적셔온 뒤, 은하의 얼굴과 손, 발을 정성스레 닦아준 뒤 슬리퍼를 신겨주었다. 상처로 엉망이 된 발을 바라보는데, 마음속 깊은 곳이 미어졌다.은하는 이현의 손길을 느끼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못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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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1화

병실은 다시 조용해졌다. 링거액이 똑, 똑 떨어지는 소리만이, 마치 그가 살아 있다는 것을 증명하듯 귓가를 때렸다.그러던 중, 병실문이 요란하게 열렸다. “정 경위!”“다들 엄청 걱정했잖아, 이 자식아!”“진짜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다고!”태하의 경찰서 동기들과 선배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경찰 제복을 반쯤 풀어헤친 채 당장이라도 울 듯이, 혹은 안도감이 스며든 얼굴로 병실 안을 가득 메웠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이현이 은하의 어깨를 감싸안았다.“이따 다시 올까? 너도 좀 쉬어야지.”주위를 둘러보니, 태하를 둘러싼 동료들은 이제야 농담을 주고받으며 병실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었다. 은하는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응… 그러자.”문을 열기 전, 한 번 더 고개를 돌려 태하를 바라봤다.침대에 누운 채, 동료들의 장난 섞인 핀잔을 힘겹게 웃으며 받아내고 있는 모습. 은하는 이제야 작게 웃으며, 이현과 함께 조용히 병실을 나섰다.“오늘은 우리 집으로 가자. 병원에서 더 가까우니까.”“응.”사실 거리는 별반 차이가 없었다. 그저 집에서 그 상황을 마주하고 놀랐을 은하를 위한 배려였다. ***집으로 들어선 이현은 곧장 부엌으로 향했다.따뜻한 물을 준비하고, 이내 은은하게 퍼지는 허브향이 주방을 메웠다. 은하는 천천히 그가 사는 공간을 둘러보았다. ‘…백이현 다운 집이네.’잠시 후, 은하에게 머그잔을 조심스럽게 건네는 이현의 표정이 잔뜩 가라앉아 있었다.“마셔.”“응. 고마워.”“범인은 잡혀서 다행이지만. 너, 왜 이렇게 말을 안 들어.”은하는 고개를 숙였고, 이현은 팔짱을 낀 채 한숨을 내쉬었다.“낮에도 절대 혼자 다니지 말라고 했잖아.”“…미안해.”“됐어. 나 진짜 너 때문에 심장 쫄려서 못 살겠다.”이현이 은하의 머리 위에 조심스럽게 손을 얹자, 은하는 눈을 감고 그 손길을 고스란히 받아들였다.머리 위로 떨어지는 따뜻한 손길과 향긋한 허브 차 향기. 모든 게 괜찮다고, 이제는 안전하다고 말해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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