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는 정말로 한 시간 안에 도착했고, 두 사람은 거실에 나란히 앉아 치킨 박스를 열고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단비가 가희의 표정을 조심스레 살피며 물었다.“무슨 일 있어? 할 말 있다며.”“그게…”“뭔데 그래? 무슨 일 있어?”“나… 남자 친구 생겼어.”이제야 단비의 표정이 밝아졌다. 무슨 안 좋은 일이 생겼을까 걱정하긴 했는데, 오히려 좋은 소식이잖아?“뭐? 대박! 언제? 누구? 우리 학교야?”“응, ROTC 3학년 공성찬 선배.”그 순간, 단비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눈에 띄게 사라졌다.“…공, 공성찬 선배?”“응, 알아?”단비는 잠깐 멈칫하더니, 이내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맥주 캔을 집어 들었다.“그 선배 완전 엄친아로 유명하잖아. 잘생기고, 운동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고.”“그래? 그건 미처 몰랐네.”“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더니, 와~ 백가희 능력 있네.”단비의 말은 친구 사이에 충분히 오고 갈 수 있는 장난처럼 들렸지만, 그 안에 담긴 온도는 조금 따가웠다. “그렇게까지 말할 일은 아닌 것 같은데.”“농담이야, 괜히 발끈 하긴.”단비는 웃고 있었고, 가희는 웃지 않았다. 그리고 그 웃음의 간격 사이로 작은 틈이 생겼다. 하지만 분위기는 생각보다 금세 풀렸다. “그래서? 어떤데? 당연히 연애 초반이라 불타겠지?”“아직은 잘 모르겠어. 뭔가… 나만 끙끙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헐~ 설마 어장관리 아니냐? 이미 잡은 물고기라는 거지.”“그러게, 인기 많은 선배라고 하니까 괜히 더 그런 것 같기도 하고.”“괜히 끙끙 앓지 말고, 혼자 앞서가지 마.”“응, 앞으로는 그래야 할까 봐.”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마음은 어느새 한참을 달려가 있었다.단비가 돌아간 뒤, 가희는 또다시 혼자 남았다. 치킨은 반도 못 먹었고 차가웠던 맥주캔은 따뜻하게 식어 있었다. 핸드폰을 들어 화면을 켜보니, 성찬에게선 메시지 한 통 와있지 않았다. 그대로 담요를 머리끝까지 올린 채 억지로 잠을 청했다. ***몇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