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후, 퇴원을 한 은하가 회사에 복귀했다.평소처럼 커피잔을 한 손으로 감싼 채, 느릿하게 모니터를 킨 순간 팀장이 다가와 말을 건넸다.“강 사원, 괜찮아? 얼굴은 아직 좀 창백하네.”“이제 괜찮습니다.”팀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베인 쪽에서 강 사원 디자인 시안이랑 컨셉 정리본을 요청했어.”젠장할, 또 베인 파트너스다. “네? 제 시안을요?”“오늘 중으로 정리해서 보내자. 좀 급해. 이번 투자는 너한테 달려있어.”“그,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백이현 대표가 네 시안을 특히 긍정적으로 봤더라고.”백이현, 그는 이제 회사에서까지 은하의 일상을 흔들어 놓고 있었다. 때려치우고 싶다는 충동이 목 끝까지 올라왔지만, 역시나 자존심이 발목을 붙잡았다.거기다 이미 백이현 때문에 시말서까지 쓴 상태였으니까.“정리해서 오늘 안으로 보내겠습니다.”“부탁해. 너무 무리하진 말고.”은하는 다시 모니터를 바라보며 천천히 마우스를 움직였다.신경은 쓰였지만 손끝이 다시 되살아났다.파일을 열고, 색상 팔레트를 조정하고, 라인의 디테일을 정리해 나갔다.지금 은하가 할 수 있는 건 단 하나였다. 일로 감정을 덮는 것.***밤 10시. 사무실엔 대부분의 불이 꺼져 있었고, 디자인 팀 조명만이 희미하게 켜져 있었다. 은하는 책상 위에 놓인 커피 한 잔을 시간으로 식혀가며 여전히 모니터 앞에 앉아 있었다.자리를 비운 동안 밀린 일은 가득했고, 거기에 백이현에게 보낼 시안까지. 솔직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눈은 모니터를 보고 있었지만, 집중력은 한계를 넘긴 상태.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긴 숨을 내쉬는 그 순간, 타닥, 타닥.뒤쪽에서 들려오는 발소리에 등골이 서늘하게 굳었다.이 늦은 시간에 올 사람은 없었다. 팀장도, 디자이너들도 모두 퇴근한 지 한참이었고 불이 켜진 자리라고는 자신의 자리 뿐이었다.떨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입구 쪽에 서 있는 백이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하."은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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