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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사랑의 궁극적인 목적: Chapter 241 - Chapter 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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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2화

은하가 강의실에 들어선 순간, 희정과 주영이 숙취가 가득한 얼굴로 다가와 괜스레 쭈뼛거렸다.“은하야, 괜찮아? 어제 별 일 없었지?”“아, 진짜 우리 과 선배들 왜 그러냐? 진짜 짜증 난다니까!”“난 괜찮아. 별 일 없었어. 너희도 잘 들어갔지?”“응. 머리 아파 죽겠다.”“어휴. 토할 것 같아.”그렇게 다시 평범한 일상이 시작되었다.오늘은 이현과 은하가 연인이 되고 처음으로 다툰 날이었다. 생각보다 날이 선 감정은 빠르게 정리되었고, 정신없는 강의 시간표에 맞춰 하루가 그냥 흘러가는 듯했다.하지만 해가 기울고, 마지막 전공 수업이 끝나던 순간 경영학과 선배 서너 명이 이현을 찾아왔다.그들의 표정은 누가 봐도 분노를 담고 있었다.“야, 백이현. 너 미쳤냐?”“뭐가요.”그들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이현을 몰아세웠다.“너 어제 디자인 3학년 선배한테 욕했다며? 그것도 길거리 한복판에서?”“아무리 한성그룹 아들이어도 그렇지, 존나 선 넘네.”“제정신이냐? 쪽팔려서 진짜.”순간적으로 벌어진 상황에 1학년 학생들은 빠르게 강의실을 떠났고, 이현은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주눅들 이유 자체가 없다고 생각했다.“선배님들, 그럼 술자리에서 남자친구 있는 후배한테 개수작이나 부리는 건 정상입니까?”“뭐?”“전 상황에 어울리는 말을 한 것 같은데요.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그대로 가방을 어깨에 둘러 매고 강의실을 떠나는 이현.선배들은 기가 차다는 듯 그를 노려봤지만 누구도 나서서 붙잡지 못했고, 이현 역시 신경 쓰지 않았다.***침대에 누워있던 은하는 룸메이트 수정이 다급히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에 깜짝 놀란 듯 몸을 일으켰다. “야, 대박. 백이현 방금 선배들한테 겁나 깨졌다는데?”생각지도 못한 말에 은하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뭐? 왜?”“어제 니네 과 선배한테 욕했다며? 무슨 일 있었어?”“어디야? 어딘데?”“몰라. 강의실로 선배들이 찾아왔다던데? 한 두명이 아니었대.”은하는 후드 집업을 걸치고 핸드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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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3화

정문이 가까워지자, 이현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머리카락이 흐트러질 정도로 뛰어 오고 있는 그의 모습에, 왠지 모르게 마음이 또 울컥했지만 꾹꾹 눌러 삼켰다.이현은 은하 앞에 떡하니 멈춰 서서는 씨익 웃었다. “강은하, 나 감동 먹었어.""뭐가.""그렇게 엉엉 울면서 나 구하러 온 거야? 전혀 믿음직스럽지 못한 모습인데?”괜히 울컥거렸다. 지금은 또 왜 이렇게 쪽팔린 건데.“씨이, 장난치지 마.”이현은 사람들이 보든지 말든지, 은하를 품 안에 꼬옥 끌어안았다. 숨이 막히도록. “귀여워 미치겠잖아. 누가 누굴 걱정하고, 누가 누굴 구해? 나 웃겨 죽겠네 진짜.”은하는 그대로 이현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훌쩍이는 숨소리가 또다시 터져 나왔다.“그러니까 전화를 받아야지! 사람 놀라게!”“나 전화 안 받으면, 또 오늘처럼 울면서 찾아올 거야? 이렇게 귀엽게?”“진짜 죽는다 너.”“지금은 죽어도 좋아. 근데 어떻게 구해줄지 되게 궁금하네.”“내가 괜한 걱정을 했지.”강은하가 위험에 빠진 자신을 구해주는 상상만으로도 배 근육이 당길정도로 웃겨 죽는 이현이었다.솜방망이 주먹질? 아니면 짧은 다리로 발길질? 뭐든 겁나게 사랑스러울 것 같았다.“맞다, 태하 오고 있대. 태하랑 저녁 먹자.”은하의 눈이 순식간에 반짝였다.“진짜? 어디래? 출발했대?”순식간에 달라진 표정에 이현은 한 손으로 머리를 쓱쓱 긁적거렸다.“나 기분 엄청 좋았는데… 갑자기 짜증이 확 올라오네?”“뭐가! 태하 맛있는 거 사주자.”짜증은 무슨, 은하의 꿀밤을 가볍게 톡 때리곤 자연스럽게 손을 맞잡았다.“그러려고 했거든?”그렇게 두 사람은 손을 마주 잡고 발걸음을 옮겼다.괜히 한 번씩 맞잡은 손에 힘을 더 주며, 서로의 온기와 사랑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순간이었다.“강은하 너, 울 땐 진짜 아귀처럼 못생겼거든? 근데 오늘은 진짜 귀여웠던 거 알아?”“더 말하면 죽는다.”“구하러 왔대용~ 구하러 왔대용~ 엉엉 울면서~ 구하러 왔대용~”머리가 지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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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4화

분위기가 싸늘하게 가라앉았다.“강은하. 뭔 그런 이야기까지 해.”“네가 아니라 내가 잘못 한 거니까.”변명도 방어도 없이 담담히 내뱉는 말에 이현은 입술을 꾹 다물었고, 지켜보던 태하 역시 마음이 불편했다.아오, 괜한 걸 물어봐서는. 이놈의 입이 문제지.“딱 봐도 그 선배라는 새끼가 걸리적 거렸구만 뭐.” 은하는 태하의 말에도 그저 씁쓸하게 웃었다.“백이현 입장에서는 충분히 화날 만 했지. 근데, 대학 생활이란 거. 진짜 어렵고 힘들다.”어쩌면 은하는 ‘대학 생활’이라는 말로 포장했지만, 사실은 인간관계고, 오해고, 자존심이고, 사랑이었을지도 모른다. 이현은 고개를 숙인 채 묵직한 한 숨을 내쉬었다.그 숨 끝에는 분명 미안함과 복잡한 감정이 함께 실려 있었고, 태하는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은하를 바라보았다.“힘든 거 맞지. 근데 은하야, 너 잘하고 있어. 진짜로.”이현 역시 다시 한번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맞아. 강은하. 아침엔 내가 진짜 감정 컨트롤이 잘 안 됐어. 너 잘못한 거 없어.”은하는 멍하니 두 사람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쿡, 웃음을 터뜨렸다. “에이, 괜히 분위기나 망쳐버렸네. 얼른 밥 먹자! 태하야. 많이 먹어.”식당 안에는 젓가락이 부딪히는 소리, 웃음기가 섞인 말소리가 다시금 들려오기 시작했다.서툴지만 진심 어린 마음들이 조심스럽게 서로를 감싸고 있었다.그렇게 아쉬운 저녁 식사는 끝이 났고, 태하는 언제나처럼 ‘또 보자’라는 쾌활한 인사와 함께 다시 기숙사로 돌아갔다.***가로등 불빛이 길게 드리워진 교정을 따라 걷던 이현은 은하를 기숙사 앞까지 데려다 주었다. 그리고 문 앞에서 잠깐 멈춘 발걸음.오늘 따라 말없이 머뭇대던 이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강은하. 오늘 아침엔… 내가 진짜 진짜 미안해.”“사과 그만해. 자꾸 나 미안해지게 이럴 거야?""진짜 미안해서 그래.""차라리 오늘을 기념일로 정하자.”“뭐?”“백이현이랑 강은하가 처음 싸운 날.”은하는 이현을 탓하지 않았고, 자신의 실수를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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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5화

이현은 아침 일찍 모든 사실을 접하고 본가를 찾았다. 이미 어머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여동생 가희도 학교에 간 듯 집 안은 너무나도 조용하기만 했다.똑똑.서재문을 두드리고 문고리를 돌리자 백회장, 아버지의 모습이 보였다.그리고 오랜만에 듣는, 너무도 낯선 톤의 목소리.“이야기는 들었겠지. 곧 이혼 기사가 나갈 거다.”“어머니는요?”“바람이나 핀 주제에, 어떻게 기어 들어와?”이현은 말없이 아버지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두 분의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건 이미 예전부터 알고 있었고, 어차피 이번에도 이미지 관리용 조언이나 던져질 줄 알았다. 하지만, 아버지의 입에서 나온 건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백이현. 이제 너도 어른이니까 알 건 알아야지.”“…뭘요?”“한성그룹은 지금까지 중동, 유럽 쪽의 무기 유통을 도와왔다. 물론 공식적인 루트는 아니었고.”충격이었다. 정확히 무슨 뜻인진 몰랐지만 무기 유통, 공식적인 루트가 아니었다는 말의 무게는 단연코 가벼운 쪽이 아니었다.“그게 지금… 무슨 말씀이세요? 무기라뇨? 어떤 무기요?”“불법 무기와 관련된 거래로, 회사 자금 상당수가 흘러갔단 소리지.”불법. 그 단어가 뇌리에 박혀 뇌수를 앗아가는 기분이었다.그동안 살가운 아들은 아니었지만, 자수성가로 큰 사업을 이뤄낸 아버지를 존경했었다. 그런데 역시나, 실력이 다가 아니었구나. 검은 손을 맞잡고 키워낸 사업이구나. “지금까지 그런 방식으로 회사를 키우셨다는 말씀이세요?”손까지 바르르 떨렸지만, 그보다 더 무서운 건 다음 말이었다.“네 엄마가 그걸 약점으로 건드리기 시작했어. 이혼 소장에 관련 자료 일부가 첨부됐고, 그 중 일부가 언론 쪽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하… 아버지.”“문제는 지금부터다. 그룹이 무너지면 전부 다 끝장이다. 너는 물론이거니 가희까지 위험해 질 거다.”“가희가 왜요! 대체 무슨 짓을 하신 건데요!”“이건 단순한 기업 스캔들이 아니니까. 무기 관련 정보가 얽혀 있는 건 목숨이 달린 문제니까.”지독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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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6화

공항으로 향하는 차 안, 이현은 결국 기약이라곤 없는 마지막 인사 같은 문자 한 통 만을 남겼다.[강은하, 나 휴학했어. 이렇게 헤어져서 미안하다. 그동안 너에게 했던 모든 말과 시간들은 진심이었어. 변명 같겠지만 그거 하나 만큼은 의심하지 말아줘. 잘 지내. 아프지말고.]언제 돌아오게 될 지, 돌아올 수 있을지 예상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기다려 달라는 말을 할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그렇게 떨리는 손으로 전송 버튼을 누른 뒤, 핸드폰 전원을 끈 채 박 비서에게 전해주었다. ***은하는 온종일 걱정만 하다, 새벽이 되어서야 힘겹게 잠이 들었다.기사가 뜬 이후부터 이현에게는 연락이 오지 않았다.강의가 끝나고도, 밥을 먹을 때도, 기숙사에 돌아와서도. 결국은 참지 못하고 수 십번 통화 버튼을 눌렀지만 아무런 연락이 닿지 않았다. 언제 잠이 들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아주 잠시 눈을 감고 일어났을 때, 이현에게 문자가 도착해 있었다.시야가 빠르게 흐려졌다, 머리보다 먼저 가슴이 알아버렸다.이건, 잠시 떨어지는 게 아니었다. 너무나도 분명한 이별이었다. 아무리 전화를 걸어도 그의 전화는 꺼져 있었다.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갑자기… 갑자기 왜….'손에 쥔 휴대폰을 부들부들 떨어대면서 태하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 연결음이 길게 울리는 동안에도 가슴이 미친 듯이 뛰었다.그리고, 모든 상황을 전해들은 태하 역시 적지 않게 당황했다. 자신에게는 아무런 연락조차 없었으니까.“은하야, 내가 알아볼게. 알아보고 연락 할 테니까 잠깐만 기다려줘. 응?”은하는 숨도 제대로 쉬지도 못한 채 울음을 쏟아냈다.“태하야… 꼭 무슨 일이 생긴 것만 같아. 제발, 제발 이현이 좀 찾아줘. 백이현 어디 있어? 태하야….”“일단 진정해. 진정부터 하고. 제발….”은하의 목소리는 너무도 절박했다. 그 마음이 휴대폰 너머로 전해져 태하의 온몸을 덮어버렸다.태하는 곧장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수십 번을 망설였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은 이 방법만이 유일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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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7화

결국 은하와 태하는 아무런 이유조차 알지 못한 채, 갑작스레 찾아온 이별을 강제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은하는 마치 영혼을 잃은 사람처럼 시간표에 맞춰 강의실을 오갔다.수업이 끝나면 기숙사 침대에 몸을 뉘었고, 그 어떤 것도 하지 않았다. 아무런 감정도, 목적도 없었다.룸메이트 수정은 그런 은하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몇 번이나 다가와 말을 걸었지만, 은하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다만 이현이 부모님의 이혼 기사, 그리고 갑작스러운 휴학 소식이 겹쳐지며 걷잡을 수 없는 소문들만이 무성하게 퍼져나갔다.태하는 매일 수업이 끝나면 은하를 찾아갔지만 볼 수 없는 날이 더 많았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우주 또한 참을 수 없는 분노에 휩싸였다.금요일 오후, 우주가 기숙사 앞으로 찾아왔다.문 앞에 선 그는 아무 말 없이 은하의 상태를 확인하곤 집으로 데려갔다.은하의 얼굴은 완전히 망가져 있었다.창백한 피부, 퀭한 눈, 말라버린 입술까지. 그 모든 것이 은하가 겪은 고통을 고스란히 증명하고 있었다.“은하야…”은하가 눈을 깜빡였다.눈물조차 말라 더 이상 울 수도 없다는 듯, 공허한 눈동자로 우주를 바라봤다. “오빠… 백이현이… 백이현이 사라졌어…”말끝은 점점 흐릿해졌고, 우주는 그대로 은하를 품에 안았다.우주에게도 이제는 백이현. 그 이름만 생각해도 주먹이 저절로 움켜쥐어졌다.***첫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강의실은 텅 비었고, 친구들은 각자의 고향으로 흩어졌다.은하는 매일 매일을 공허한 눈으로 흘려보냈다.책을 펼쳐도, TV를 틀어도, 길을 걸어도 머릿속에는 오직 하나. 문자 한 통, 말없이 떠나버린 백이현이라는 이름 하나만이 끝없이 반복되고 있었다.시간이 정지된 듯, 아니면 삶이 아예 뒤바뀌어 버린 듯 앙상하게 말라버린 팔다리엔 아무런 힘이 없어보였다.태하는 방학 내내 은하의 집을 자주 찾았다.우주와 함께 저녁을 먹고, 괜스레 웃긴 이야기로 분위기를 띄워보려 했지만, 은하의 웃음은 늘 식어버렸다. 그 어떤 것도 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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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8화

1년 뒤, 어느 뜨거운 여름날의 한복판.집 근처 작은 분식집에는 불어버린 김밥 몇 조각과 미지근한 콜라를 앞에 두고 태하와 은하가 마주 앉아있었다.은하는 멍하니 창밖만 바라보고 있었다. 시선은 멀었고, 감정은 닫혀 있었다. 태하는 그런 은하를 볼 때마다 마음이 먹먹했다.흘러내린 앞머리, 그림자 진 눈가, 사라진 생기.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또 울컥 치밀어오르자, 괜스레 콜라캔을 만지작거리며 스스로를 다그쳤다.‘안 돼. 이건 아니야.’은하는 여전히 백이현을 기다리고 있었다.1년이 지난 아직도, 매일 아침마다 그 자식이 남긴 마지막 메시지를 열어보며 눈물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날, 태하는 입대를 결정했다.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본 직후, 더는 흔들리지 않기 위해 자리를 비우기로 선택한 것.행정처에 입영 신청서를 올리며, 모니터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서류를 전송하고, 잠시 의자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그냥… 지금은 이 모든 마음에서 잠시 멀어지고 싶을 뿐이야.’***입대 하루 전,해질 무렵의 하늘은, 마치 장마가 올 듯 축축하게 내려앉아 있었다.태하와 은하는 집근처 공원으로 향했다.고등학생 시절, 처음 은하에게 마음을 고백했던 바로 그 벤치였다. 입대 소식을 들은 은하는 말없이 태하를 안아주었다.마치 고맙다는 듯, 미안하다는 듯. 그리고… 보내기 전 꼭 한 번은 안아줘야 할 사람이라는 듯.태하는 그대로 은하의 어깨에 이마를 기대면서도, 이 순간에서 불쑥 올라오는 감정을 참기 위해 입술을 꾹 깨물었다.“은하야. 잘 있을 수 있지? 걱정 안 해도 되지?”“으응. 몸 건강히 잘 다녀와. 휴가 나오면 보자.”“나는 너 믿어. 더한 것도 이겨낸 사람이잖아.”은하는 그런 태하의 마음이 고마워서,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미지근한 바람이 불었다.여름의 끝자락에서 한 사람은 입대를 준비했고, 또 한 사람은 다시 상처를 딛고 일어설 준비를 했다.***몇 개월 뒤, 차가운 바람이 느껴지기 시작한 캠퍼스에는 분주하게 움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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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9화

골목 안쪽의 작은 이자카야.군복을 입은 태하와 따뜻한 색 니트를 입은 은하의 모습은 어딘가 낯선 듯 하면서도 어울리는 풍경이었다.간단한 저녁과 함께 조심스레 술잔도 오갔다.맥주 한 잔, 소주 한 잔.서로의 근황과 친구들 이야기, 수업 얘기, 가끔은 군대 얘기까지. 그렇게 웃고 떠들며 밤이 깊어지던 순간, 은하의 눈가가 붉어지기 시작했다.“근데… 좀 이상해.”“…응?”이제 좀 괜찮다고 생각했거든? 백이현 없이도 잘 지내는 것 같았고, 하루하루 나름대로 열심히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오늘 너 보니까, 괜히 또… 생각나.”눈에서는 눈물이 후두둑 떨어져 내렸다.“왜 아무 말도 없이 떠나버렸을까? 전날까지만 해도 정말 평소랑 똑같았단 말이야….”태하의 마음이 무너졌다. 은하는 여전히 이현이 떠나던 날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다.“그 자식도 나름… 말 못할 사정이 있었겠지.”“그 어떤 사정이 있다고 해도 어떻게 나한테 이래… 어떻게….”태하는 눈 앞에서 우는 은하를 보면서도 애써 웃어보였다.“그러니까! 아직까지 연락 한 통 없는 건, 좀 서운하다. 그치?”“다… 모든 게 다 장난이었으면 좋겠어. 지금이라도 웃으면서 나타나면… 나 백이현… 다 용서해 줄 수 있을 것 같아.”“나도 그래… 나도.”이런 모습을 보려고 달려온 건 아니었는데. 이상하게도 백이현이 자꾸만 더 미워진다. 그날 밤, 태하는 술에 취한 은하를 조심스레 부축해 기숙사까지 데려다 주었다.그리곤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은하에게 건네주었다.“휴가 나오기 전에 편지 쓴 거야. 말로 하긴 민망할 것 같아서.”은하는 멍하니 편지 봉투를 바라봤다. “…태하야.”“기숙사 들어가서 읽어. 창피하니까.”“맛있는 것도 못 사주고, 울기만 하고… 미안해서 어쩌지.”“제대하고 많이 사줘. 네가 나보다 취업은 더 빨리 할 걸?”“당연하지. 나만 믿어.”태하는 아쉬운 발걸음을 돌린 채 어둠이 내려앉은 캠퍼스를 한참이나 거닐었다.오랜만에 마주한 은하를 보며 느낀 건, 단 하나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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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0화

이현이 떠나고,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계절이 몇 번이나 바뀌었고, 감정이 몇 번을 무너지고 다시 쌓이고 나서야 은하는 제대로 웃을 수 있었다.졸업 후,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구두 디자이너로 근무를 시작했지만, 5년이라는 시간 중 절반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던 것 같다. 이제는 그의 이름을 떠올려도 눈물이 흐르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걸 잊은 건 아니었다. 라벤더와 관련된 건 쳐다도 보지 않았고, 한성그룹 관련 기사를 마주하면 심장이 차가워졌다.마음속에는 단 한번도 연애라는 감정을 품을 수도 없었다. 그가 남기고 간 상처는 생각보다 크고 깊었다. 태하는 어엿한 경찰이 되어 있었다.파출소 순찰 팀에서 근무하며 야근에도, 민원에도 지칠 때가 많았지만 그는 누구보다 일을, 직업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었다.우주는 그 사이 설희와 결혼을 했고, 은하에겐 예쁜 조카, 별이가 생겼다.민희 역시 결국 해냈다. 감성 주점 하나를 열고, 좋아하는 음악과 술을 한 잔에 담아 작은 골목에서 인기를 끌고 있었다. 그들 중 유일하게 결혼도 했지 딩크족의 길을 걷겠다고 선언했고, 감성 주점은 이미 태하와 은하의 아지트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현은 여전히 프라하에 있었다.프라하의 밤은 조용했다.5년 전, 눈앞이 캄캄했던 그날. 아버지의 목소리에 끌려왔던 이현은 이제 그 누구의 명령도 아닌, 스스로의 선택으로 모든 걸 움직이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거래 테이블 위에서는 사람들이 먼저 그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고, 국경 밖에서도 백이현이라는 이름은 더 이상 아버지 백상현의 그림자 아래에 있지 않았다.자신의 방식대로 꼼수를 써가며 필요할 땐 물러나고, 때로는 전면에 섰다.그 결과, 이제는 가족을 보호할 수 있을 만큼 강해졌고 스스로를 책임질 만큼 차가워졌다.그리고, 이제서야 한국으로 돌아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비행기 티켓은 이미 발권 되었고, 짐은 단출했다.챙긴 거라곤 고작 몇 벌의 옷과, 노트 하나. 그리고 지갑 속에 들어 있는 은하와 함께 찍은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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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1화

그때. 골목 어귀에서 낯익은 목소리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강은하~ 오늘 완전 얼큰해졌네?”“아니거드은~ 나 하나도 안 취했거든~”민희와 은하가 어깨를 맞대고, 술에 거하게 취한 듯 집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은하는 이미 코끝이 빨갰고, 민희는 은하의 어깨를 꼭 끌어안고 장난스레 몸을 흔들었다.“그래? 그럼 우리 백이현 욕이나 좀 할까?”“하지 마! 그 이름은 입에도 올리지 마!”그 광경을 바라보던 이현은 천천히 시선을 거두었다. 손이 주먹처럼 움켜쥐어졌다가, 이내 힘없이 풀어졌다.박 비서가 조심스레 물었다.“…가보시겠습니까?”이현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냥… 회사로 갑시다.”***며칠 뒤, 오브(AUBE) 본사 디자인실.커피 향이 은은하게 퍼지기 시작한 오전 9시. 은하는 평소처럼 노트북 앞에 앉아 새 시즌 스케치를 정리하고 있었다.하지만 전날 마신 술 때문인지 오늘 따라 유독 집중이 되지 않았다. 팀장은 이른 시간부터 거울을 들여다보며 머리를 정리했고, 실무진들 사이에서도 평소와는 다른 속삭임이 오갔다.'또 뭔데 저렇게들 바빠? 아, 머리 아파 죽겠네.' 관자놀이를 지그시 누르던 순간, 사무실 유리문이 열리며 검은 코트 차림의 남자 하나가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은하의 고개가 곧장 그쪽으로 향했다. ‘백, 백이현…?’말이 되질 않았다. 처음엔 무언가를 잘못 본 듯, 혹은 아직도 술이 덜 깼다는 듯 눈을 비볐다. 하지만 너무나도 익숙한 얼굴이었다. 차갑고 단단한 표정으로 팀장과 악수를 나누는 그 사람은 분명... 백이현 이었다. “베인 파트너스(VEIN Partners) 대표, 백이현입니다. 오브(AUBE)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 자세히 듣고 싶어서 직접 왔습니다.”뭐? 어디 대표? 성장 가능성? 이게 다 무슨 소리야?5년 전, 어떠한 말도 없이 떠나버린 남자가 자신의 세상 속으로 다시 발을 들인 순간이었다.믿을 수 없었다. 꿈만 같았다. 손은 물론 온몸이 벌벌 떨렸다.마음을 다잡아야했다. 어차피 끝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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