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이 떠나고,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계절이 몇 번이나 바뀌었고, 감정이 몇 번을 무너지고 다시 쌓이고 나서야 은하는 제대로 웃을 수 있었다.졸업 후,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구두 디자이너로 근무를 시작했지만, 5년이라는 시간 중 절반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던 것 같다. 이제는 그의 이름을 떠올려도 눈물이 흐르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걸 잊은 건 아니었다. 라벤더와 관련된 건 쳐다도 보지 않았고, 한성그룹 관련 기사를 마주하면 심장이 차가워졌다.마음속에는 단 한번도 연애라는 감정을 품을 수도 없었다. 그가 남기고 간 상처는 생각보다 크고 깊었다. 태하는 어엿한 경찰이 되어 있었다.파출소 순찰 팀에서 근무하며 야근에도, 민원에도 지칠 때가 많았지만 그는 누구보다 일을, 직업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었다.우주는 그 사이 설희와 결혼을 했고, 은하에겐 예쁜 조카, 별이가 생겼다.민희 역시 결국 해냈다. 감성 주점 하나를 열고, 좋아하는 음악과 술을 한 잔에 담아 작은 골목에서 인기를 끌고 있었다. 그들 중 유일하게 결혼도 했지 딩크족의 길을 걷겠다고 선언했고, 감성 주점은 이미 태하와 은하의 아지트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현은 여전히 프라하에 있었다.프라하의 밤은 조용했다.5년 전, 눈앞이 캄캄했던 그날. 아버지의 목소리에 끌려왔던 이현은 이제 그 누구의 명령도 아닌, 스스로의 선택으로 모든 걸 움직이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거래 테이블 위에서는 사람들이 먼저 그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고, 국경 밖에서도 백이현이라는 이름은 더 이상 아버지 백상현의 그림자 아래에 있지 않았다.자신의 방식대로 꼼수를 써가며 필요할 땐 물러나고, 때로는 전면에 섰다.그 결과, 이제는 가족을 보호할 수 있을 만큼 강해졌고 스스로를 책임질 만큼 차가워졌다.그리고, 이제서야 한국으로 돌아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비행기 티켓은 이미 발권 되었고, 짐은 단출했다.챙긴 거라곤 고작 몇 벌의 옷과, 노트 하나. 그리고 지갑 속에 들어 있는 은하와 함께 찍은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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