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두 사람은 한동안 말이 없었고 은하는 차창 밖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생각보다 더 차가우신 분이네. 그래도 이해는 돼.”이현은 운전대를 잡은 채 짧게 대답했다.“이해 안 해도 돼. 본인부터 가정에 무책임하셨던 사람인데 뭐.”그 말에 은하의 시선이 곧장 이현를 향했다.“백이현, 너 그렇게 말하면 안 돼.”운전중이었던 이현은 고개를 돌리진 않았지만, 평소와 다른 은하의 말투에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은하는 그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물론 너도 상처 받았겠지. 그래서 아버님께 어떤 마음을 갖고 있는지도 잘 알겠어. 근데, 그렇게 단정 짓지 마. 부모님 마음도 제대로 모르잖아.”“모르지. 그러니까 더 어렵고, 더 서운하지.”그의 목소리엔 씁쓸함이 묻어 있었다.한때는 아버지를 동경했었고, 그 기대가 무너진 뒤 남은 건 오래된 불신과 실망이었다.“나는 네가 적어도 인간 관계이 있어서는 정의부터 내리며 선 긋는 대신, 이해부터 하려는 사람이었으면 해. 나도 그럴 거야.”“강은하, 오늘 좀 어른 같네?”“원래 내가 더 성숙했거든?”“알겠어. 노력할게.”그날 밤, 이현은 처음으로 마음속에 묵혀 있던 ‘가족’이라는 단어를 꺼내 다시 한 번 들여다보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은하는 분명, 그 단어의 무게를 함께 들어줄 사람이었다.***며칠 후, 두 사람은 우주의 집을 찾았다.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은하는 눈 앞에 보이는 풍경에 입을 틀어 막았다.거실 테이블 위에는 그릇이 꽉 찰 정도로 푸짐한 잔칫상이 차려져 있었다.잡채, 갈비찜, 각종 전, 매콤한 해물탕까지. 마치 작은 명절 같았다.“오빠! 식당에서 만나자니까! 무슨 명절도 아니고 이게 다 뭐야! 괜히 설희 언니만 고생했겠네!”은하가 당황한 목소리로 외치자, 부엌에서 앞치마를 두른 우주가 능청스럽게 말했다.“이현이 집밥 좋아하잖아, 고기랑 국 있는 거.”설희도 웃으며 덧붙였다. “어차피 외식해도 조미료 들어가서 속 안 좋아.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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