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교 시간이 되고, 태하가 은하에게 다가가 말을 건넸다. “강은하.”이 이름을 부르기까지 얼마나 고민을 했는지. 얼마나 용기를 냈던지.“응?”“학교 끝나면, 보통 뭐 해?”예상 밖의 질문에 은하는 잠시 눈을 깜빡였다.“그건… 왜?”“그냥, 궁금해서.”“그냥 집에 가.”“오늘은 그냥 가지 말고, 나랑 가자.”은하는 걸음을 멈춰 태하를 똑바로 바라보았지만, 태하는 너무도 태연한 모습이었다. 속으로는 잔뜩 긴장했지만 말이다.“그냥 같이 걸으면서 얘기나 하자고.”이상하게 싫다는 말이 튀어나오지 않았다.태하는 쓰러진 자신을 안고 보건실로 달려갔었고, 이현과 불편한 신경전이 생겼을 때, 혹은 생길 것 같은 순간에 늘 제 편이었으니까.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짧게 대답했다.“그래.”태하가 피식 웃으며 가방을 어깨에 둘러맸다.처음으로 둘만의 시간을 가지게 된 두 사람. 운동장을 가로질러 걷던 중, 석양빛이 길게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러다 학교의 상징은 큰 은행나무 앞에 다다른 순간, 은하가 문득 발 걸음을 멈추었다.태하 역시 마찬가지였다.“왜 그래?”“이 학교에서는, 이 은행나무가 제일 예쁜 것 같아.”태하는 이해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은행나무를 천천히 올려다보았다.“이제 잎도 다 떨어지고, 가지만 남았는데? 뭐가?”정말이었다. 은행나무는 앙상한 가지들만 남아 차가운 바람을 고스란히 견디고 있었다. “그래도, 봄이 되면 또 다시 푸른 잎이 돋잖아. 반드시.”“반드시?”“응. 결국엔 푸르게, 노랗게 변할 거라는 걸 모두가 알고 있으니까.”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 거구나.2년이라는 시간 동안 매일같이 이 앞을 지나면서도 그냥 단순한 나무 그 자체로만 보아왔는데, 이제 막 전학 온 은하는 너무도 다른 생각을 품고 있었다.지금은 아무것도 없지만, 반드시 다시 푸르러질 것을 굳건히 믿고 있었다. 그 말이 낯설면서도 이상하게 마음 속 깊이 와 닿았다. 이런 감정은 태어나 처음이었다. 오늘부터 태하에게는, 앞으로도 매일같이 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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