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지연은 잠들지 못했다.불을 끄고 누워 있었지만 눈은 감기지 않았고, 천장 위로 낮에 들었던 말들이 느리게 떠올랐다.'남편분이 많이 힘들어 보이셨어요.'그 문장은 동정처럼 포장돼 있었지만, 사실은 방향을 정해두고 던지는 말이었다.누가 불쌍한지, 누가 설명해야 하는지,이미 답이 정해진 질문.지연은 몸을 돌려 옆으로 누웠다.피곤함보다 경계가 먼저였다.자정이 조금 넘었을 때, 휴대폰이 진동했다.메시지였다.-지금 잠깐 얘기할 수 있어?-이번이 마지막이야.‘마지막’이라는 말은 언제나 상대의 마지막이 아니다.자기가 마지막이라고 정하고 싶은 순간에만 꺼내는 단어다.지연은 바로 답하지 않았다.대신 이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지금 연락 왔어. 마지막이라고.잠시 뒤, 전화가 걸려왔다.“받지 마.”이수의 목소리는 짧고 단정했다.“지금은 전환 단계야.”“전환?”“말로 안 되니까 행동으로 바꾸려는 순간.”지연은 그 말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했다.잠시 후, 초인종이 울렸다.예고 없는 소리였다.지연은 몸이 먼저 반응했다.어깨가 굳었고, 숨이 짧아졌다.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을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준혁은 늘 이렇게 왔다.‘얘기만 하자’는 얼굴로, 그러나 대화의 출구를 미리 닫아둔 채로.지연은 문을 열지 않았다.대신 현관 불을 켜고, 문 뒤에 서서 말했다.“지금은 안 돼.”문 너머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지연아.”“문 열어.”“이런 식으로 끝내고 싶어?”그 문장은 협상이 아니었다.죄책감을 던지는 말이었다.지연은 손에 힘을 줬다.“돌아가.”“지금 이건 기록 남길 거야.”잠시 침묵이 흘렀다.그리고, 문 너머에서 숨을 고르는 소리가 들렸다.“너,”그가 낮게 말했다.“진짜 나를 이렇게까지 만들 줄 몰랐다.”그 말은 자기 감정을 지연의 책임으로 옮기는 방식이었다.지연은 그 문장을 듣는 순간, 이상하게도 확신이 들었다.이 사람은 지금 관계를 붙잡으러 온 게 아니라, 자기 위치를 되찾으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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