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를 나설 때, 준혁은 시간을 확인하지 않았다.확인하지 않아도 되는 밤이라는 감각이 그를 느슨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이미 늦었고, 이미 돌아가지 않았고, 그래서 더 이상 시간을 세는 건 의미가 없었다.이수는 그보다 한 발 앞서 문을 열었다.나서는 동작이 자연스러웠고, 뒤돌아보지 않았다.뒤돌아보지 않는 사람은 앞으로 갈 준비가 된 사람처럼 보인다.준혁은 그 오해를 붙잡았다.밤공기는 차분했다.골목은 밝지 않았고, 사람도 많지 않았다.이수는 일부러 큰길로 가지 않았다.지름길도 피했다.이건 도망이 아니고, 유도였다.준혁은 그 선택을 문제 삼지 않았다.문제 삼는 순간, 지금의 이동을 설명해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여기,”이수가 멈춰 섰다.간판은 작았고, 불빛은 낮았다.밖에서 보면 무슨 곳인지 단번에 알기 어려운 장소.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공간. 그가 가장 좋아하는 유형의 자리였다.“괜찮아요?”준혁이 물었다.“잠깐이면요.”이수의 대답은 다시 한 번 조건이었다.그는 그 조건에 고개를 끄덕였다.조건을 받아들이는 건 이미 책임을 나누는 일이었다.안은 조용했다.테이블 간 간격이 넓었고, 음악은 낮게 깔려 있었다.이수는 구석 자리를 골랐다.벽 쪽, 뒤가 막힌 자리.사람은 뒤가 막힌 자리에 앉을 때 앞으로 더 쉽게 기운다.준혁은 그 사실을 본능적으로 느꼈다.그는 의자를 당겨 앉으며 이수를 보았다.아까보다 조금 더 가까웠다.“이런 데는,”그가 말했다.“설명 안 해도 되니까 좋네요.”이수는 잔을 받으며 아주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설명 안 해도 되는 곳은,”그녀가 말했다.“대신 오해는 빨라요.”그 말은 경고 같았지만, 그는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다.오해라는 단어는 아직 자기에게 해당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술이 나오고, 잔이 채워졌다.이수는 먼저 들지 않았다. 기다렸다.기다림은 상대에게 주도권을 넘긴다.준혁이 먼저 잔을 들었다.“이건,”그가 웃으며 말했다.“회사 사람들한테 말할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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