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칵. 어제와 같은 무거운 철문이 열렸다. 지완은 서류 검토를 하던 만년필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강수아였다. 불과 하루 전, 이 책상 밑에 숨어 자기 손가락을 깨물며 숨을 헐떡이던, 그리고 키스 도중 구역질을 하며 도망쳤던 그 여자.. 하지만 오늘 강수아의 눈빛은 어딘지 달라져 있었다. 겁에 질려 떨던 시골 여대생의 모습은 감춘 것인지 사라진 것이지,더이상 보이지 않았다. 기묘하리만치 단단한 집념..? 같은 것만 서린 얼굴. 동생 지우의 잔인하고 달콤한 제안을 받아들인 눈동자.. "어제 제안하신 조교 자리, 제가 맡겠습니다." 수아는 지완의 책상 앞으로 당당하게 걸어와지우에게 받은 조교 임명 서류를 내려 놓았다. 서지완이 안경을 치켜 올리며 매서운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하루 만에 심경의 변화라도 생긴건가? 어제는 사적인 감정 섞기 싫다며 내 몸을 밀쳐내고, 구역질까지 하더니..." 그러고 보니 수척해진 수아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이 지완의 맘에 걸렸다. 지완의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에 은근한 거절의 상처가 묻어났다. 수아는 아랫배에 살짝 손을 올렸다가 내리며,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 지우가 가르쳐 준 대로,평생 차가운 이성으로만 살아온 이 남자의 독점욕을 자극해야 했다. "생각해 보니, 교수님 말씀이 맞더라구요. 저 같은 가난한 시골 교환학생이 서울에서 버티려면 든든한 빽도 필요하니까요. 어차피 갚아야 할 빚이라면, 교수님 밑에서 가장 비싼 대가를 치르며 갚는게 이득이겠죠." "강수아.." 서지완이 자리에서 벌떡 일었났다. 그의 거대한 체구가 수아의 시야를 압도했다. 지완이 책상을 돌아 나와 수아의 턱을 부드럽지만 강하게 쥐어 올렸다. "나를 이용하겠다는 건가?" "네.. 교수님도 이용해 주세요, 저를." 수아는 피하지 않고 지완의 강렬한 눈빛을 똑바로 마주 보았다. "대신... 조교 일하는 동안 제 사생활은 간섭하지 말아주세요, 그리고...... 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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