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교수님, 나의 교수님: Chapter 11 - Chapter 20

106 Chapters

11화. 기적이 남긴 흔적

쾅! 윤서희가 나간 문이 부서질 듯 닫힌 후에도,책상 밑의 공기는 여전히 터질 것처럼 부풀어 있었다. 서지완은 주저 없이 좁은 어둠 속으로 제 거대한 몸을 밀어 넣었다. 거칠어진 숨소리가 수아의 뺨을 날카롭게 스쳤다. 미쳐 도망칠 틈도 없었다. 서지완의 단단한 손이 수아의 뮛목을 강하게 거머쥐었고, 이내 뜨거운 입술이 그녀의 입안을 난폭하게 헤집었다. "읍..." 윤서희의 방문으로 극에 달했던 긴장감이 지독한 소유욕으로 뒤바뀐 키스였다. 서지완이 수아의 부드러운 혀를 감아올리며 그녀의 숨결을 남김없이 들이켰다. 평생 여자에게 무감했던 육체가오직 이 작은 여자애 한명에게만 미친 듯이 반응하고 있었다. 수아는 밀어내려 그의 단단한 어깨를 밀었지만, 책상벽과 그 사이에 갇혀 손가락 하나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머릿속이 하얗게 지워지며 지완의 체온에 체념하듯 젖어 들 무렵이었다.울컥, 갑자기 아랫배 깊은 곳에서부터 정체모를 거부감이 솟구쳐 올랐다. 위장을 뒤틀어 짜는 듯한 지독한 메스꺼움이었다. "읍! 우욱...... !" 수아가 지완의 가슴을 거칠게 밀어내며 고개를 돌렸다. 짐승처럼 몰아치던 지완이 붉어진 눈으로, 멈칫했다. 강수아는 책상 밑을 기어 나와 연구실 구석에 있는 작은 세면대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위액을 전부 쏟아낼 것 처럼 격하게 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우욱..... 욱....!" "강수아, 수아 씨? 왜 이럽니까? 어디 아픈 거야?" 지완이 당황한 얼굴로 다가와 그녀의 등 뒤를 쓸어내리려 손을 뻗었다. 하지만 수아는 그 손길마저 매섭게 쳐내며 싱크대를 붙잡고 헐떡였다. 속이 비어 있어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데도 헛구역질은 멈추지 않았다. 계속되는 괴로운 구역질로 수아의 얼굴은 창백하게 변했고,눈은 빨개지고, 눈물이 고였다. 지완이 당항하고 걱정스런 눈으로 그런 수아를 바라보았다. 연구실을 도망치듯 빠져 나온 강수아.. 제대로 된 식사를 못하고 힘들게 아르바이트를 한 탓인가 싶어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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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은밀한 덫

한 여사와의 숨 막히는 만남이 있은 후 , 수아는 정신이 반 쯤 나간 채 신촌의 한적한 카페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맞은 편에는 지완의 친동생이자, 이 모든 판을 뒤에서 짜고 있던 서지우가 특유의 능청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이키고 있었다. "형수님, 얼굴이 아주 종잇장 같네요. 우리 엄마, 무섭죠?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이미지의 여사님이시니까..." ".... 형수님이라니요. 장난치지 마세요. 그리고 여긴 왜 나오라고 하신 거예요?" 수아가 초음파 사진이 든 가방을 품에 꼭 안고 경계하며 물었다. 지우는 테이블 위로 상체를 스윽 내밀며 목소리를 낮추었다. 그의 눈빛이 평소의 장난기를 지우고 뱀처럼 영악하게 빛났다. "장난...아닌데.. 방금 전 우리 엄마 못 봤어요? 형수님 배 속에 든 그 아이, 우리 집안에서는 신이 내린 밧줄이나 다름없거든요. . 우리 형, 선천적으로 아이 갖기 힘든 몸인 거 몰랐죠?" ".....네에?" 수아의 눈이 커졌다. 완벽해 보이던 대학교수 서지완에게 그런 결함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리고 그렇게 대단한 집안의 아드님인 것도 몰랐다. "집안 노땅 어른들이 형 고자라고 후계 구도에서 빼버리려고 눈이 뒤집혀 있었어요, 심지어 형 연구소 쳐들어간 윤서희라는 계집은 형을 허수아비로 만들어서 가문을 통째로 삼키려는 천하의 나쁜 년이고...근데... 형이 평생 처음으로 반응한 여자가... 아이까지 한 번에 임신했다? 상황 끝난 거죠... 하하하." 지우가 웃으며 계약서 서류 한 장을 수아의 앞으로 밀어 놓았다. "정식으로 제안 할게요. 강수아 씨가 우리 가문의 안주인 자리로 들어오는 거예요. 그럼 이모님은 VIP 병동에서 치료받게 해 드릴수 있구요, 수아 씨 졸업할 때 까지 가문에서 전폭적인 신분 세탁과 재정 지원 보장합니다. 그리고.." "내가 왜 당신들의 후계자 전쟁에 인질로 들어가야 하죠? 난 이 아이..." " 안 낳겠다는 말을 하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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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여우탈을 쓴 길고양이

딸칵. 어제와 같은 무거운 철문이 열렸다. 지완은 서류 검토를 하던 만년필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강수아였다. 불과 하루 전, 이 책상 밑에 숨어 자기 손가락을 깨물며 숨을 헐떡이던, 그리고 키스 도중 구역질을 하며 도망쳤던 그 여자.. 하지만 오늘 강수아의 눈빛은 어딘지 달라져 있었다. 겁에 질려 떨던 시골 여대생의 모습은 감춘 것인지 사라진 것이지,더이상 보이지 않았다. 기묘하리만치 단단한 집념..? 같은 것만 서린 얼굴. 동생 지우의 잔인하고 달콤한 제안을 받아들인 눈동자.. "어제 제안하신 조교 자리, 제가 맡겠습니다." 수아는 지완의 책상 앞으로 당당하게 걸어와지우에게 받은 조교 임명 서류를 내려 놓았다. 서지완이 안경을 치켜 올리며 매서운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하루 만에 심경의 변화라도 생긴건가? 어제는 사적인 감정 섞기 싫다며 내 몸을 밀쳐내고, 구역질까지 하더니..." 그러고 보니 수척해진 수아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이 지완의 맘에 걸렸다. 지완의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에 은근한 거절의 상처가 묻어났다. 수아는 아랫배에 살짝 손을 올렸다가 내리며,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 지우가 가르쳐 준 대로,평생 차가운 이성으로만 살아온 이 남자의 독점욕을 자극해야 했다. "생각해 보니, 교수님 말씀이 맞더라구요. 저 같은 가난한 시골 교환학생이 서울에서 버티려면 든든한 빽도 필요하니까요. 어차피 갚아야 할 빚이라면, 교수님 밑에서 가장 비싼 대가를 치르며 갚는게 이득이겠죠." "강수아.." 서지완이 자리에서 벌떡 일었났다. 그의 거대한 체구가 수아의 시야를 압도했다. 지완이 책상을 돌아 나와 수아의 턱을 부드럽지만 강하게 쥐어 올렸다. "나를 이용하겠다는 건가?" "네.. 교수님도 이용해 주세요, 저를." 수아는 피하지 않고 지완의 강렬한 눈빛을 똑바로 마주 보았다. "대신... 조교 일하는 동안 제 사생활은 간섭하지 말아주세요, 그리고...... 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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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퍼져가는 독, 악성루머

"들었어? 이번에 서지완 교수님 조교로 들여온 애... 지방대 교환학생이래" "대체 무슨 수로 그 까칠한 서 교수님 밑으로 들어간 거지? 얼굴로 꼬신거 아냐?" 한국대 본관 매점 앞. 학생들의 수군거림이 낙엽처럼 흩어졌다. 수아가 지완의 연구실 조교로 지정된 지 단 이틀 만에, 학교 커무니티에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은밀한 악성 루머가 퍼지기 시작했다. 는 자극적인 내용이었다. 이 소문의 발원지는 명백히 윤서희.. 그 여자였다. 윤서희는 자신의 대기업 사무실에서비서가 올린 보고서를 보며 얼음이 담긴 위스키 잔을 휘저었다. 책상 모니터 화면에는 수아가 지방 도시의 유흥가에서 홀복을 입고 찍힌 파파라치의 사진이보기 좋게 열려 있었다. "하.. 고작 이런 천박한 화류계 어린 계집애 때문에 서지완이 나한테 문을 걸어 잠그었단 말이지?" 윤서희의 고결한 얼굴 뒤, 삐뚤어진 욕망으로 잔혹한 살기가 드러났다. "이 사진, 학내 게시판이랑 대학에 전부 뿌려. 한국대, 자존심 강한 학생들이 도우미 출신 수석 교환학생을 어떻게 대하는지 구경해 보자고.. 서지완이 자기 손으로 그 계집을 쓰레기통에 버리도록 만들어버려.." 서희의 지시와 동시에, 인터넷은 순식간에 수아를 향한 마녀사냥이 시작되는 장으로 변해갔다. 다음 날 아침,수아가 전공 수업을 듣기 위해 강의실로 들어서자주변의 모든 공기가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학생들은 수아를 벌레보듯 무시하며 대놓고 침을 뱉거나 욕설을 중얼거렸다. 수아는 책상을 붙잡은 손을 떨며 입술을 깨물었다. 예상했지만, 막상 마주한 세상의 멸시는 날카로운 칼날처럼 가슴을 찔렀다. 하지만 윤서희가 간과한 것이 있었다. 이 판에는 서지완의 뒤를 지키는 또 다르 미친 놈, 서지우가 있다는 사실이었다. "윤 상무님. 남의 대학 청정 구역에 냄새나는 똥물을 너무 요란하게 뿌리시네..." 한국대 본관 뒤편 주차장. 윤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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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벼랑 끝의 폭주, 납치?

"서지완, 서지우..... 이 가소로운 새끼들이..." 윤서희는 상무실의 가죽 의자를 거칠게 걷어 찼다. 지우가 던지고 간 비자금 세탁 내역 서류들이바닥으로 지저분하게 흩어졌다. 평생 가문의 간판이자 최고의 신붓감으로 칭송받던 그녀였다. 고작 시골 과수원 구석에서 화류계 도우미나 하던강수아라는 천박한 여자애 하나 때문에 자기 인생 전체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었다. 공포는 순식간에 악독한 되기로 변했다. "내가 무너질 것 같아? 아니... 그 어린 계집만 없으면 돼... 그 기생충 같은 년만 청소하면 서지완도 결국 내 손을 잡야야만 할거야." 서희는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켜유흥가 음지에서 활동하는 해결사의 번호를 눌렀다. 단 한번도 더러운 일을 자기 손으로 해본 적 없던명문가 딸의 눈동자가 잔인하게 번득이고 있었다. "나야. 지금 당장 사람 풀어. 한국대 교환학생 강수아.. 그 계집애, 아무도 모르게 치워버려. 흔적도 남기지 말고." 강수아는 학교 근처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무거운 몸을 이끌고 다시 기숙사로 돌아가는 골목을 걷고 있었다. 최근 부쩍 심해진 입덧 때문에 제대로 먹지 못해 어지럼증이 밀려왔다. 시아는 자신의 아랫배를 조심스럽게 어루만졌다. 서지완의 아이가 자신의 안에서 자라고 있다는 사실은여전히 두려운 일이였지만. 동시에 이 험난한 서울땅에서 버텨야 할유일한 이유가 되어 주고 있기도 하였다. "조금만 참자, 아가야.. 내가 지켜 줄게.." 골목길의 가로등이 깜빡거리며 음산한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인적 없는 골목,등 뒤에서 서행하는 자동차 타이어 소리가 귀에 거슬리게 들려왔다. 수아가 쎄한 느낌에 본능적으로 배를 감싸고걸음을 빨리 하려는 순간, 끼이익 하는 날카로운 마찰음과 함께정체불명의 검은색 승합차가 그녀의 앞을 가로막아 섰다. 문이 거칠게 열리며 모자를 깊게 눌러 쓴,험악하고 덩치 큰 남자 두 명이 튀어나왔다. "강수아 씨 맞지? 잠시 같이 가 주어야 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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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눈을 뜬 맹수

"지금 몇 시지..." 지완이 만년필을 내려놓으며 손목시게를 확인했다.밤 11시 45분.. 평소라면 벌써 기숙사에 도착했다고 보고의 문자가 오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11시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12시 데드라인인 기숙사 시간에 맞춰야 하기에 11시 30분이면 어김없이 도착 문자가 왔었다. 비록 서지우의 게략에 의해 강제로 맺어진 조교 계약이었지만, 지완은 수아를 늘 자신의 눈앞에 두기 위해동선 하나하나를 엄격하게 보고하도록 해 둔 상태였다. 단 한 번도 자기의 지시를 어긴 적 없던 수아의 연락이 두절 되었다.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소리샘으로 넘어간다는 기계적 안내음만 반복될 뿐이었다. 가슴 한 구석에 정체 모를 불안과 불길함이 업습해 왔다. 바로 그 때,연구실 문이 부서질 듯 열리며 서지우가 땀에 젖은 얼굴로 들이닥쳤다. "형! 큰 일 났어. 강수아씨 지금 어디있어? 정말 형이랑 안 있는 거야?" "강수아는 몇시간 전에 퇴근하고 지금 쯤 알바 끝나고 기숙사로들어가는 중일 텐데... 왜 그러지?" 지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지우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서지우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자신의휴대폰 화면을 지완의 코앞에 들이 밀었다. 화면에는 윤서희가 고용한 흥신소 차량의 대포폰 위치 추적 신호가 서대문구 외곽의 폐창고 지구를 가리키고 있었다. "윤서희 그 미친 년이 기어이 사고를 쳤어. 내가 비자금으로 협박을 하니까...이성을 잃고 사람을 시켜서 형수님은 납치했다고!! 방금 내 정보원이 차량 동선 확인했어!" 쿵. 지완의 심장이 휴대폰과 같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순간, 지완의 머릿속에는 평생을 지탱해 온 교양과 이성,학자로서의 모든 규율이 처참하게 터져 나갔다. 선천적 결함을 품고 차가운 기계처럼 살아왔던 그의 세계에처음으로 심장을 뛰게 만들고, 처음으로 이성적 욕망을 가르쳐 준 유일한 여자였다. 아무것도 모른 채 홀로 공포에 떨고 있을 강수아의 얼굴이 떠오르자 지완의 눈동자가 붉게 뒤집혔다. "서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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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구원

쿠우웅! 서대문구 외곽의 외단 폐창고.거대한 철문이 굉음과 함께 뜯겨 나가듯 열렸다. 매캐한 먼지 속에서 수트 상의를 벗어던진 서지완이모습을 드러냈다. 와이셔츠는 단추가 풀려 있었고,언제나 그를 지키던 은테 안경은 보이지 않았다. 가문의 경호원 수십명이 창고 주위를 순식간에 포위했다. "뭐야... 당신들! 누구.... 악!" 수아를 묶어두고 서희에게 보고할 사진을 찍던흥신소 사내들이 소스라치게 놀라 무기를 들었으나, 지완의 일말의 망설임도 자비도 없이 돌진했다. 평생 펜만 잡았던 학자의 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맹렬한 폭력성이었다. 사내의 가슴을 걷어차 벽으로 날려 버렸고, 각목을 휘두르는 다른 사내의 팔목을 비틀어 부러질 듯 꺾어바닥에 내동댕이 쳤다. "커흑....!" 창고 안은 순식간에 사내들의 비명과 신음으로 가득 찼다. 지완은 피가 터진 자신의 주먹을 보지도 않은 채, 오직 창고 구석 의자에 결박되어 있던 수아만을 바라보았다. 마취에서 겨우 깨어나 두려움에 떨고 있던 수아는피를 흘리며 걸어오는 지완의 보며 숨을 삼켰다. "교수님..." "강수아..." 지완이 무릎을 끓으며 수아의 포박을 풀어냈다. 단단한 두 손이 수아의 떨리는 뺨을 감싸 안았다. 언제나 서늘하던 남자의 눈에서 눈물이 맺힌 것이 보였다. 평생 느껴본 적 없는... 소중한 것을 잃을 뻔한 자의 지독한 공포였다. "늦어서 미안해. 내가 미련해서 널 이런 위험에 빠뜨렸어.." 지완은 수아를 부서질 듯 꽉 끌어안았다. 수아는 그의 품에서 느껴지는 익숙한 체온에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지완의 넓은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비로소 살아났다는 안도감이 온몸을 지배했다. 지완은 수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저 멀리서 다가오는 동생 지우에게 얼음처럼 차가운 명령을 내렸다. "서지우. 윤서희와 이 새끼들의 모든 배후까지 싹 다 가문 법으로 찢어버려. 합의나 선처는 없다." " 걱정마, 형. 뼈도 못 추리게 해줄 테니까.. 그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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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기적과 감격..

응급실 복도의 차가운 불빛 아래,지완의 피가 묻은 와이셔츠 차림으로 벽에 기대어 서 있었다. 초조하게 떨리는 주먹을 말아 쥐며,그는 제 가슴을 가득 채운 감정이 무엇이지 비로소 깨달았다. 죄책감도, 안쓰러움도 아니었다. 강수아가 없으면 자신의 삶은 다시 온기 없는 기계로 돌아갈 것이라는절박한 마음이었다. 마침내 나이 지긋한 의사가 불이 꺼진 방에서 차트를 보며 걸어 나왔다. "강수아 씨 보호자 되십니까?" "네 제가 보호자 입니다. 상태가 어떤가요? 어디 많이 다친 겁니까?" 지완이 의사의 양 어깨를 잡을 듯이 다가섰다. 의사는 지완의 절박한 얼굴을 보더니,굳어 있던 표정을 풀며 얕은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외상은 경미합니다. 마취제 성분도 해독이 잘 되었고... 다만.... 산모가 영양 상태가 너무 안좋고, 초기인데 큰 충격을 받은지라 유산 징후가 보였습니다. 천만다행으로 고비는 넘겨서, 산모와 아기... 모두 무사합니다." "....예?" 지완의 사고 회로가 일순간 멈춰 섰다. 의사의 말이 뇌를 거치지 않고 허공으로 흩어지는 기분이었다.산모? 아기? 유산?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아기라니?" "모르고 계셨습니까? 임신 7주에서 8주 정도 되어 가던데요.. 선천적으로 아기를 갖기 힘든 신체 조건이시라고 가문 기록에는 되어 있던데..... 이건 의학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기적입니다.. 지완 도련님 핏줄이 맞아요.. 산모가 아기를 지키려고 필사적으로 몸을 웅크린 덕에 화를 면했어요." 의사가 건넨 초음파 사진을 받아 든 지완의 손이형편없이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검은 배경 한가운데 아주작은 땅콩처럼 생긴 동그라미 두개가하얗고 작게 빛나고 있었다. 지완은 그 사진을 보며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선천적 불임이라는 판정을 받고평생 가문의 멸시와 억압을 견뎌왔던 자신이었다. 그런데 약 50여일 전 그 밤,오직 자신의 몸과 마음이 완벽하게 반응했던 어린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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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두 개의 심장, 의무라는 족쇄

2주 후 검진에서수아의 배속에는 두개의 심장이 뛰고 있음이 발견 되었다. 하나도 감격스러운데.. 쌍둥이라니.....그러나 기쁨도 잠시.. "이 아이들은 우리 가문의 후계자들 이다. 그러니 당연히 내가 책임진다." 서지완의 목소리는 병실의 에어컨보다 서늘했다. 초음파 사진을 거머 쥔 그의 손가락에는 힘이 들어가 있었지만, 수아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차가운 벽이 세워져 있었다. 지완은 서지우를 통해수아가 제 발로 조교실에 걸어 들어오게 된 진짜 이유를 들었다. 어머니의 재정적 지원과 가문의 방패를 얻기 위한 정략적 결탁.... '나를 향한 감정 따윈 단 한 줌도 없었던 건가' 지완은 가슴 한 구석이 도려내지는 듯한 불쾌한 통증을 느꼈지만, 이내 냉정하게 감정을 억눌었다. 평생을 기계처럼 살아온 그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은 낯설었고, 지금 자기 가슴을 지독하게 쥐어짜는 감정은 그저 '핏줄에 대한 의무와 책임'일 뿐이라고 스스로를 속였다. 수아 역시 입술을 깨물며 지완의 시선을 ㅍ했다. 지완이 피 묻은 주먹으로 자신을 구하러 왔을 때 쿵쾅거렸던 심장은, 그의 차가운 목소리 앞에 순식간에 얼어 붙어 바럈다. '그럼 그렇지. 나를 걱정해서가 아니라 대가 끊길 뻔한 가문의 아이가 걱정되어서 온 거였어.' 수아는 서지완이 베푸는 과보호가온전히 배 속의 아이들을 향한 '의무'라고 확신했다. 동정표를 거절하며 화류계 출신이라는 약점을 잡히고 싶지 않았다. "착각하지 마세요, 교수님. 전 아기들을 빌미로 가문의 안주인 자리 차지할 생각, 추호도 없으니까요. 계약대로 이모의 치료비와 제 졸업만 보장해 준다면, 저는... 조용히 아기만 낳아드리고 떠날 거예요." "떠난다고..?" 서지완이 수아의 턱을 거칠게 쥐어 올렸다. 겉으로는 냉정해 보였지만,그녀의 입에서 는 말이 나오자 그의 이성이 사정없이 흔들렸다. "내 허락없이 이 가문에서 나갈 수 있을 것 같나? 넌 내 눈 앞에서, 내 집에서 숨 쉬고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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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인질과 새 구원자

병실 문이 열리며 서지완의 어머니,한 여사가 위엄있는 걸음으로 들어섰다.그녀는 수아의 손을 잡으며 부드럽지만 거역할 수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몸이 회복되는 대로 성북동 본가로 들어오거라. 가문의 아이를 더이상 위험하게 둘 수가 없구나."그것은 제안이 아닌 명령이었다.지완은 한 여사의 뜻에 동조라도하듯 묵묵히 서 있을 뿐이었다,수아는 숨이 막히는 압박감 속에 결국 바람을 쐬겠다는 핑계로 병원 옥상 정원으로 향했다.하지만 그곳에서 수아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잔혹한 현실의 덫이었다.수아의 스마트폰이 울렸다.발신인은 윤서희...윤서희의 악에 받친 목소리에 수아는 심장이 얼어 붙었다.이모는 그녀의 유일한 구원이자 목숨보다 소중한 혈육이었다.지완에게 도움을 요청하려 했지만, 자신을 '계약상대'로만 보는 지완이또다시 가문의 힘으로 이모를 통제하려 들까 봐 두려웠다."어떡해, 이모........ "수아가 옥상 벤치에 주저앉아 눈물을 터뜨리며 몸을 떨고 있을 때였다."환자분, 여기서 그렇게 울면 배 속의 아기가 슬퍼할 텐데요.."낮고 다정한, 지완의 서늘한 목소리와는 전혀 다른 햇살 같은 목소리가수아의 머리 위에서 들려왔다.수아가 놀라 고개를 들자,하얀 의사 가운을 입은 키가 크고 선한 인상의 남자가따듯한 미소를 지으며 손수건을 건네고 있었다.서지완의 유일한 대학 동기이자,이 병원의 신경정신과 과장인 '하도준' 교수였다.도준은 지완에게 수아의 소식을 듣고 걱정되어 올라 왔던 참이었다.그는 울고 있는 수아의 눈을 다정하게 맞춰주며떨리는 그녀의 손을 감싸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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