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교수님, 나의 교수님: Chapter 21 - Chapter 30

106 Chapters

21화. 친구라는 거울

"야, 서지완. 네 눈은 거짓말 못해. 넌 지금 그 어린 아가씨 걱정에 피가 마르고 있으면서 말투는 왜 그 모양인 거냐?"병원의 프라이빗 연구실.지완의 유일한 의대 동기이자 신경정신과 교수인 하도준이의사 가운을 걸친 채 혀를 차며 타박을 주고 있었다.지완은 피가 굳어 얼룰진 와이셔츠 소매를 걷어 붙인 채,도준이 건넨 소독약을 받아 주먹의 상처를 무덤덤하게 닦아내고 있었디.윤서희의 깡패들을 패댕이 칠 때 생긴 상처였다."..... 난 그저 내 가문의 핏줄을 보호하려는 것 뿐이다.""지랄하네. 가문의 핏줄? 선천적 불임 판정받고 평생 후계 구도 관심도 없던 새끼가 갑자기 효자라도 된 거야, 애국자가 되셨어?"도준은 지완의 멱살을 잡을 듯 다가와그의 안경 너머로 붉게 충혈된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도준은 지완이 누군가를 향해 이토록 격렬하게 분노하고,또 상처받은 얼굴을 하는 것을, 평생에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그 어린 아가씨가 네 계약 조건 때문에 자발적으로 조교실로 들어왔다고 해서 배신감 느끼는 거냐? 걔는 살려고 온 거야, 서지완. 네 가문의 그 무시무시한 힘 빌려서 이모 살리고, 배 속의 아기 지키려고 독해진 거라고. 어린 아가씨가...""......."지완의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도준의 날카로운 지적에 심장 한 구석이 찌르듯 아파왔다.도준은 지완의 어깨를 툭 치며 한숨을 쉬었다."말투라도 다정하게 해, 새끼야. 그 어린 아가씨가 기댈 곳이 어딨다고... 겉으론 얼음장처럼 굴면서 뒤로는 그 아가씨 고시원 계약 파기해 주고, 최고급 레지던스 가명으로 구해다 준거, 그 애 입원해 있는 동안 삼시 세끼 유기농 보양식을 병원식인 척 위장해서 넣은거... 그거 다... 네가 시킨 거잖아. 네가 인간이 아니라 기계라서 표현을 모르는 건 알겠는데... 그러다 그 어린 아가씨 딴 놈한태 빼앗긴다, 너..."도준의 경고에 지완의 머릿속으로 아까 병원 복도에서 수아를 껴안고 있던 그 새파랗게 젊은 사내의 얼굴이 떠
Read more

22화. 서툰 마음, 서툰 표현.

병실 안,수아는 지완이 두고 간 초음파 사진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그 때 병실 문이 열리고 영양사가 고급스러운 찬합을 들고 들어왔다.병원 최고급 VIP 식단이라고 청구서에는 적혀 있었지만,내용물은 수아가 평소 입덧 때문에 잘 못 먹고 유일하게 삼킬 수 있었던시골 가마솥 누룽지와 특제 전복죽이었다.'병원에서 이런 메뉴도 주나?' 합리적 의심..수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죽을 한 술 뜨는데,문밖에서 도준과 지완의 나지막한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수아는 자신도 모르게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였다."야, 서지완. 죽은 제대로 들어갔으니까 걱정마. 네가 새벽같이 노량진 수산시장 뒤져서 최고급 전복 사온거... 조리 캡틴한테 머리 조아리고 부탁해 완성된 식사라는거.. 강수아 씨는 꿈에도 모를 거다."".....시끄러워. 내 아이 가진 여자의 영양 상태 체크하는 건 당연한 의무야."지완의 목소리는 여전히 기계처럼 냉정했다.하지만 문틈으로 보인 그의 귀끝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수아는 숟가락을 든 채로 멍하니 서 있었다.자신을 철저히 계약 조교이자 씨받이로만 여기는 줄 알았던 남자가 ,뒤에서는 자신을 위해 새벽 시장을 뒤지고, 의사인 친구를 닥달하고 있었다.말투는 칼날 같은데, 그 칼날 뒤에 숨겨진 서툰 따뜻함이수아의 가슴에 이상한 파동을 일으켰다.수아는 가슴이 간질거리는 것을 느끼며 일부러 더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이 남자에게 마음을 들키면,정말로 이 남자의 가문에 영원히 종속되어 버릴 것만 같았다.그렇게 두 사람의 거리는 조금씩 좁혀지는 듯 했으나,운명은 그들에게 평온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다음 날, 수아의 휴대폰으로 온 고향 선배 한우혁의 급박한 연락이다시 한번 이 모든 것들을 뒤집어 엎어버리고 있었다.
Read more

23화. 아저씨 교수님의 열등감

"수아야! 너 퇴원했다면서 왜 연락을 안 해! 네 이모님 병원 알아냈어!"한국대 본관 301호 대강의실 앞. 전공 수업이 끝나고 나오는 수아의 앞을청바지 차림에 백팩을 메고 있는 한우혁이 가로막고 서 있었다.활기차고 건강한 20대 중반의 에너지를 풍기는누가봐도 풋풋한 젊은 청년이었다.우혁은 수아의 어깨를 덥석 잡으며 걱정스런 눈빛을 보냈다."우혁 오빠? 여긴 어떻게 알고....""나 이번 학기 농업생명공학 석사 과정 들어왔다고 했잖아. 네 강의 시가표 구하는 건 일도 아니지.. 윤서희라는 그 대기업 상무가 네 이모님 강제 이송시키려고 했던 병원. 내 대학원 지도교수님 인맥 동원해서 정지시켜 두었어. 그러니까 그 교수인지 나발인지 하는 놈한테 매달리지 마. 오빠가 다 해결해 줄 테니까..."우혁은 수아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으며 활짝 웃었다.시골에서 평생을 함께 자란 오빠만이 보여줄 수 있는,허물없이 막역한 관계의 친밀함이었다.동년배 특유의 편안함 속에서 수아는 오랜만에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그순간, 대강의실 문이 열리며 검은 수트 차림의 서지완이 걸어나왔다.지완은 수아가 우혁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고 밝게 웃는 모습을 정면으로 목격했다.새파랗게 젊고 싱그러운 대학원생 사내,그리고 그 곁으로 비로소 자기 나이대의 대학생처럼 웃는 강수아..스물둘과 서른다섯.13살이라는 나이 차이가 거대한 장벽처럼 지완의 가슴을 짓눌러 왔다.평생 학계와 가문에서 천재로 추앙받으며단 한 번도 개인적으로 일반인들에게는 열등감이라는 천박한 감정을전혀 느껴 본 적도 없던 서지완이었다.하지만 지금 자신의 눈앞에, 수아 곁에 선 젊은 우혁을 보며,지완은 자신이 수아에게 얼마나 나이 많고 지루한 '아저씨'인지를뼈저리게 실감하며 이성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Read more

24화. 유치한 교수님?

"거기까지 하지, 한우혁 학생."지완의 서늘한 목소리가 복도의 소음을 단숨에 집어 삼켰다.은테 안경 너머로 뿜어져 나오는 살벌한 레이저 눈빛에우혁과 수아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지완은 두 사람 사이를 가르며 수아의 손목을 강하게 낚아채 자신의 등 위로 숨겼다.질투심과 소유욕이 불러온 포식자의 노골적인 몸짓이었다."교수님? 이거 놓으세요!"수아가 반발하며 손을 빼려 했지만,지완의 악력은 수아의 손목을 으스러뜨릴 듯 단단했다.우혁 역시 미간을 찌푸리며 지완의 앞을 막아섰다."서지완 교수님 맞으시죠? 아무리 지도교수라 하셔도 학생의 사생활까지 통제하시는 건 월권이라 생각 됩니다만.. 수아는 제 고향 동생입니다.""고향 동생?"지완이 픽 하고 뒤틀린 실소를 터뜨렸다."한우혁 학생. 자네가 농업생명과학과의 전공 필수 이수 학점과 우리 가문의 장학금 혜택을 계속 받고 싶다면, 내 조교에게 함부로 손대지 않는 것이 좋을 거다. 강수아 조교는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오직 내 허락 하에만 움직이는 사람이니끼."지완은 교수의 권력과 가문의 위압감을 총동원해 우혁을 찍어 눌렀다.비열하고 유치하기 짝이 없는 짓이었지만,지금 서지완에게는 이 젊은 청년을 수아의 곁에서 치워버릴 수만 있다먼무슨 짓이든 할 기세였다.우혁의 얼굴이 모욕감으로 일그러졌다.지완은 수아의 반항을 무시한 채 그녀를 거칠게 이끌고 지하 주차장,자신의 고급세단으로 향했다.조수석에 수아를 거칠게 밀어 넣고 문을 잠근 지완은, 운전대를 잡은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왜 그렇게 유치하게 구세요? 우혁 오빠는 그냥 절 도와주려던 고향 오빠, 선배일 뿐이예요!"수아의 타박에 지완이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차를 세웠다.그리고는 수아의 상체 위로 무겁게 몸을 숙여오며 눈을 붉혔다."고향 선배? 그 놈 앞에서는 그렇게 잘 웃으면서. 왜... 왜 내 앞에서는 이모 치료비니 계약이니 하는 차가운 소리만 하는 거지? 잊지마, 강수아. 네 뱃속의 아기들도, 네 몸도, 네가
Read more

25화. 족쇄

"여기 사인해라, 수아야. 그래야 네 이모를 윤서희, 그 미친 계집의 손아귀에서 합법적으로 빼내 올수 있어."성북동 안채.한 여사가 급박하게 내민 것은 다름 아닌 '혼인신고서' 서류였다.지방 요양병원에 계신 이모가,윤서희의 흥신소 놈들에게 강제 이송당할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에수아의 눈앞이 캄캄해졌다.손이 바들바들 떨리는 수아에게 지우가 볼펜을 쥐여주며 진지하게 거들었다."형수님, 우리 가문 법무팀이 윤서희의 법적 허점을 찌르고 의료 보호자 우선순위를 가로채려면, 형수님이 정식으로 우리 가문 사람이어야 해요. 이건 가문의 힘을 쓰기 위한 형식적이 방패이자 서류일 뿐이니까, 일단 적어요."이모를 구해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수아는 앞 뒤 가리지 않고 서류 맨 아래 '배우자'란 밑에 '강수아'라는 세글자를 또박또박 적어 넣었다.수아가 사인을 마치자마자 서지우는 서류를 낚아채 구청으로 번개같이 내달렸고,단 한 시간 만에 두 사람은 법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신혼부부가 되었다.같은 시각, 한국대 본원 VIP 병동 센터장실.지완은 지우가 찍어 보낸 가족관계증명서 사진에'배우자 : 강수아'세 글자가 선명하게 박힌 것을 보며자신의 가슴을 가득 채운 지독한 독점욕에 은밀하게 미소 지었다. 의무와 계약이라는 핑계로 시작된 족쇄였지만, 지완에게는 그녀를 자신의 세계에 영원히 묶어 둘가장 완벽하고도 합법적인 안전 감옥이 완성된 셈이었다.지완은 주먹의 상처를 무덤덤하게 치료하고 있었다. 곁에서 이송 작전을 총괄하던 의사 친구 도준이 혀를 차며 지완의 어깨를 쳤다."서지완. 너 진짜 미친 놈이었구나. 애를 태우며 밀당을 하더니 기어이 법적 족쇄부터 채워버려? 그 어린 아가씨가 네 계약 조건 때문에 사인했다고 해서 배신감 느끼지 마라. 그 아인 이모 살리려고 네 가문의 힘을 밀린 것 뿐이니끼.""......시끄럽다. 내 아내와 내 아이들을 보호하는 것은 남편으로서의 당연한 의무야. 그리고..... 그, 어린 아가씨라는 말 좀
Read more

26화. 남편의 자격

신촌의 한적한 카페 앞.수아는 초조하게 발을 동동 구르며 고향 선배 우혁을 기다리고 있었다.윤서희의 협박 문자 때문에 손이 덜덜 떨렸다.그때 멀리서 우혁이 헉헉거리며 뛰어와 수아의 두 손을 따뜻하게 감싸 쥐었다."수아야! 오래 기다렸지? 내 지도교수님 인맥 동원해서 다른 병원 알아 두었어. 사설 구급차 불러서 당장 이모님 모셔 오자.""정말? 고마워, 오빠. 진짜 고마워....." 수아가 울컥 눈물을 흘리며 우혁의 팔을 붙잡았다.서울이라는 거대한 지옥 속에서유일하게 자기의 편이 되어준 고향 선배가 너무나 고마웠다.우혁이 수아의 어깨를 토닥이며 차로 이끌려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끼이이익!굉음과 함께 지완의 고급 세단이 카페 앞 인도 위까지 올라와인도 위에 반쯤 걸친 상태로 거칠게 멈추어 섰다.자동차 문이 부서질 듯 열리고,넥타이도 매지 않은 헝클어진 모습의 지완이 차에서 내렸다.그의 눈은 핏발이 서려 있어 전보다 훨씬 더 살벌해 보였다."강수아, 이리 와,"지완이 성큼성큼 다가와 수아의 손목을 사정없이 낚아챘다.우혁이 놀라서 지완의 팔을 가로막으며 소리쳤다."교수님! 또 왜 이러시는 겁니까? 수아 이모님이 위험하다고요! 당신 가문 싸움에 수아를 인질로 잡지 마십시오. 이모님은 제가 옮깁니다.""비켜, 한우혁 학생" 지완의 목소리에서 얼음장 같이 무서운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그는 주머니에서 구청 직인이 선명하게 찍힌 서류 한 장을 꺼내우혁의 눈앞에 가차 없이 집어 던졌다."자네가 알아본 그 하찮은 병원 특실? 필요 없어. 강수아의 이모님은 방금 내 친구 하도준 교수의 특수 구급대에 의해 서울 한국대 본원 최고급 VIP 병동으로 이송 완료되었어. 그리고! 한우혁 자네가 알아야 할 게 하나 더 있군."지완은 수아의 허리를 자신의 커다란 손으로 강하게 감싸 안아 품에 밀착시키며우혁을 무섭게 쏘아 보았다."자네가 고향 동생이라며 애틋하게 챙기는 강수아는, 구청에 정식으로 접수된 합법적인 나의 아내라는 거야
Read more

27화. 작전

"야, 서지욱. 살다살다 내가 가짜 응급 환자 이송 작전까지 짜야겠냐?" 늦은 밤, 한국대 본원 VIP 병동 센터장실. 도준은 머리를 쥐어 뜯으며 모니터 화면을 노려 보았다. 지완은 한술 더 떠 수트 재킷을 벗어 던지고 소매를 걷어붙인 채, 지방 요양병원의 도면과 이송 경로를 다시 체크하고 있었다. 그 곁에는 서지우가 다리를 꼬고 앉아 무선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킥킥거리고 있었다. "하, 형. 형수님 이모님이면 형한테는 장모님이나 다름없잖아? 작전명 [장모님 나르샤],어때? 괜찮지?" "서지우, 닥쳐라. 시간이 없다." 지완의 목소리는 잔뜩 날이 서 있었다. 윤서희가 코너에 몰려 무슨 짓을 더 저지를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수아의 유일한 약점인 이모님을 시골 요양병원에 그대로 둘 수는 없었다. 지완은 수아에게 이 사실을 알릴까도 했지만... 자신을 가문의 후계자만 바라는 기계로 오해하는 그녀가 또 다시 방어벽을 칠까 봐 두려웠다. 결국, 지완이 선택한 방식은 '수아 몰래 완벽하게 처리하기' 였다. "도준아, 엠블런스는 네 정형외과 특수 이송 차량으로 배치헤. 윤서희의 흥신소 놈들이 요양 병원 근처에서 잠복 중이야. 놈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철저히 일반 응급 환자 이송으로 위장해야 해." "알았다, 임마. 내 밑의 레지던트 두 명이랑 특수 구급대원들 이미 사복 입혀서 출발시켰어. 이송 목적지는 우리 병원 VIP 프라이빗 병동이야. 거긴 내 결재 없으면 윤서희가 아니라 그 할애비가 와도 출입 못 해." 도준이 혀를 차며 차트를 넘겼다. 지완은 그제야 조금 안도하듯 숨을 내쉬었지만, 여전히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서지우는 형의 그런 초조한 모습을 보며 은밀하게 미소 지었다. "형, 근데 형수님한테는 언제 말할 거야? 형수님 지금 고향 선배 한우혁인가 하는 대학원생 놈이랑 이모 병원 옮길 궁리 하던데? 오늘 밤에 둘이 만나서 상의하기로 했다더라구." 서지우의 정보원 보고서에 지완의 얼굴이 순식간에 시
Read more

28화. 질투의 밤, 친구의 팩폭

한국대 본관 4층, 불이 꺼진 교수 연구실 안.오직 책상 위의 스탠드 조명만이 지완의 날선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지완은 밤새 수아를 자신의 레지던스에 가두어 두듯 내려다 놓고 온 참이었다.수아가 자신의 곁에서 우혁의 이름을 꺼낼 때마다 가슴이 뒤틀려 폭발할 것 같아서,결국 도망치듯 연구실로 돌아와 독한 위스키를 들이키고 있었다.딸칵.문이 열리고 도준이 피곤한 얼굴로 들어와 지완의 맞은편 의자에 털썩 앉았다.도준은 지완이 비워낸 위스키 병을 보며 혀를 차더니,,자신의 잔을 채워 단숨에 마셨다."서지완. 너 오늘 한우혁인가 하는 대학원생한테 한 짓. 아주 가관이더라? 대학교수가 학생 상대로 권력 남용에 가문의 뒷 힘 자랑까지. 아주 유치해서 눈을 뜨고 볼 수가 있어야지...""........ 난 그저... 내 아이를 가진 산모를 보호하기 위해, 방해 요소를 차단했을 뿐이야."지완은 여전히 안경을 만지며 차갑게 방어벽을 쳤다.도준은 일그러진 실소를 터뜨리며 지완의 책상을 쾅! 내리쳤다."산모 보호? 방해 요소 차단? 야, 이 미련한 새끼야! 넌 지금 그 한우혁이라는 놈한테 미친듯이 질투하고 있는 거야! 그 놈이 젊고, 수아 씨랑 과거를 공유하고, 수아 씨가 너보다 그 놈을 더 편하게 대하니까 눈이 뒤집힌 거라고!""도준아..." "내 말 똑바로 들어. 넌 평생 가문에서 기계처럼 완벽할 것만 강요받아서, 네 심장이 내는 소리를 들을 줄 몰라. 넌 지금 강수아 씨를 '의무'나 '책임'으로 묶어두고 있다고 착각하지? 아니야. 넌 그냥 그 어린 아가씨한테 미치도록 반한거야. 사랑에 눈이 멀어서 이성적이고 차갑던 서지완 교수가 어린 아가씨의 선배 놈한테 열등감 폭발하고 있는 아저씨가 된 거라고!"도준의 폭탄 같은 발언이 적막한 연구실 안을 깅타했다.질투, 열등감, 그리고 ....... 사랑.단 한 번도 자신의 인생 사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단어들이도준의 입을 통해 쏟아지자,지완은 숨을 쉴 수 없는 충격을 받았다.위
Read more

29화. 의무라는 과보호

"이걸 다 먹기 전까진 연구실 문 안 열어 줄거야."지완의 연구실 책상 위에는 수아가 주문한 적도 없는유기농 딸기와 신선한 샌드위치가 정갈하게 차려져 있었다.지완은 안경을 치켜 올리며 서류를 검토하는 척 했지만, 시선은 정직하게 수아의 야윈 뺨을 향하고 있었다.친구 도준의 팩폭 이후, 지완은 자신의 감정을 '의무'라는 껍데기로 포장해더욱 뻔뻔하고 세밀하게 수아를 옥죄기로 결심한 것 같았다."교수님, 저 아침 먹었어요. 그리고.... 조교 업무 하러 온 거지 사육당하러 온 거 아닙니다."수아가 기가 찬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하지만 지완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찻잔을 내려 놓았다."내 아이를 가진 산모의 영양 상태는 나의 전적인 책임이지 의무야. 어제처럼 어지럼증으로 쓰러지기라도 하면 내 연구 일정에 차질이 생기기도 하고.그러니 잔말 말고 다 비워요."말투는 여전히 무뚝뚝하고 차가웠다.하지만 샌드위치 테두리가 수아의 약한 치아를 배려해 부드러운 부분만 남기고전부 깔끔하게 잘려 나간 것을 본 순간,수아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 앉았다.겉으로는 '의무'를 운운하며 얼음장같이 구는데.손길은 지독하리만치 섬세하고 다정했다."그리고 오늘부터 전공 과제 보고서는 내 연구실에서 내 감독 하에 작성합니다. 혼자 도서관 구석에서 끙끙대다 스트레스 받으면 태교에 안 좋으니까.""교수님. 그건 명백한 권력 남용.....""권력 남용 맞아요. 그러니까 내 조교답게 순순히 따르도록."지완은 능글맞으면서도 단호하게 수아의 도망칠 구멍을 완벽하게 차단했다.자신의 감정을 자각한 아저씨의 집착은 이토록 숨막히고 잔인하도록 달콤했다...."서지완 교수님, 이건 정말 너무하십니다. 제가 왜 이번 국책 프로젝트 공동 연구원 명단에서 제외되어야 함니까?"대학원 연구동 복도, 한우혁이 잔뜩 독이 오른 얼굴로 지완의 앞을 가로막았다.지완은 수트 주머니에 한 손을 넣은 채,우혁을 내려다보는 눈빛에 한 치의 동요도 담지 않았다."한우혁 학
Read more

30화. 처음 느낀 품

"이유가 무엇이든, 자네는 이번 학기 내내 내 연구실 층 근처에 얼씬도 못 할 거다. 과제 재 이수 명령을 내렸으니 밤새 도서관구석에서 데이터나 다시 뽑도록."지완은 우혁을 완벽하게 고립시키고서야 돌아섰다.마침 연구실 복도를 지나가다 이 광경을 목격한 수아가 기가 막힌 얼굴로 지완을 쏘아 보았다."어떻게 교수라는 분이 이렇게 치졸하게 구세요? 우혁 오빠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수아의 타박에 지완은 오히려 수아의 가방을 빼앗아 자신의 손에 들며 뻔뻔하게 대꾸했다."내 눈에 밟히는 짓을 한 것이 잘못이지. 그리고 내 앞에서 다른 놈을 오빠라고 부르는 그 말 좀 그만해. 들을 때마다 귀가 썩는 것 같으니까."지완은 유치하기 짝이 없는 질투를 숨기지도 않은 채 수아를 자신의 차로 데리고 갔다.서로가 서로에게 의무라는 핑계로 칼날을 겨누고 있았지만,그 칼날은 이미 서로를 향한 독점욕으로 시퍼렇게 날이 서 있었다....결국 한 여사의 강권과 지완의 완전한 동조 속에 강수아는 성북동의 거대한 대저택으로 들어오게 되었다.웅장한 대문을 통과할 때만 해도 수아는 숨이 막히는 압박감에배를 꼭 감싸 쥐었다.드라마에서나 보던 명문 가문의 안주인이자신을 얼마나 멸시하고 감시할지,또 힘들게 괴롭힐지 두려웠기 때문이었다.방에 짐을 풀기도 전에, 한 여사가 수아의 방으로 들어왔다.그녀의 손에는 화려한 보석 대신 포근하고 부드러움 수면 양말과임산부용 유기농 튼살 방지 크림을 들고 있었다."바닥이 차다. 얼른 이거부터 신으렴. 초기에는 발이 따뜻해야 배가 덜 아프단다."한 여사는 가문의 안주인이라는 위엄을 잠시 내려놓은 채,침대 끝에 앉아 수아의 차가운 발에 직접 양말을 신겨 주었다.평생 시골에서 결혼도 안하고 과수원을 하며 자신을 키워준 이모는 속정은 깊었지만,투박하고 무뚝뚝한 사람이었다.아파도 "약 먹고 일해라"하며 약봉지만 내밀던 이모의 방식에 익숙했던 수아에게,이토록 섬세하게 다정한 손길은 태어나 처음이었다."....
Read more
PREV
123456
...
11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