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헌은 대답하지 않았다.그 침묵이 대답이었다.서윤은 한참 동안 그를 바라보았다.화가 나야 했다.소리를 질러야 했다.왜 그랬냐고, 왜 엄마를 그렇게 만들었냐고, 왜 내 인생을 돈과 서류 사이에 끼워 넣었냐고 물어야 했다.그런데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말보다 먼저, 몸이 그 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경찰이 봉투를 증거 봉투에 넣었다.녹음기와 메모도 촬영됐다. 서윤의 휴대폰에 남은 녹음 파일도 확인됐다.“한서윤 씨, 이후 진술이 필요합니다. 지금 바로 어려우시면 보호자나 변호인과 함께 출석하셔도 됩니다.”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윤재헌은 경찰에게 둘러싸인 채 꽃집 문 쪽으로 걸어갔다.나가기 직전, 그는 서윤을 돌아보았다.“한서윤 대표님.”서윤은 녹음기를 품에 안은 채 그를 보았다.윤재헌은 여전히 공손했다.“저는 경고했습니다.”서윤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네.”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그 경고도 녹음됐어요.”윤재헌의 얼굴에서 처음으로 온기가 사라졌다.딸랑.그가 나가자 낡은 문종이 울렸다.곧 경찰의 발소리도, 무전기 소리도, 젖은 구두 소리도 멀어졌다.꽃집 안에는 서윤과 태오만 남았다.오래된 먼지 냄새.마른 꽃잎 냄새.그리고 녹음기 안에서 멈춘 엄마의 목소리.서윤은 그제야 손끝에서 힘이 빠지는 걸 느꼈다.녹음기를 상자 안에 다시 넣으려 했지만, 손이 말을 듣지 않았다.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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