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달콤하고 잔인한 나의 세계: Chapter 31 - Chapter 40

89 Chapters

31화

은성이 무미건조한 눈으로 말했다.“그걸 왜 저한테 물어봐요? 상대한테 물어봐야지.”“현남친이 아니면 전남친 아니야? 내가 이렇게 보여도 상도덕은 있거든.”살짝 드러난 하얀 어깨를 으쓱 올리는 모습이 꽤나 유혹적이었다. 왜 주변에 그렇게 남자가 많은지 알거 같았다.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잘 되길 빌게요. 지금은 시재마저 하죠.”“알았어. 되게 무섭네.”해나는 미련이 남는다는 듯 선우를 한번 더 끈적하게 훑고 돈을 세었다. 그러면서도 입술은 쉬지 않았다.“그런데 전남친 돈 많나보다. 스무살 밖에 안됐는데도 에스텔라를 타고.”“집이 부유해요.”“오오. 흥미가 더 당긴다. 아저씨가 생각나기도 하고.”해나는 아저씨가 누구인지 물어봐주길 바라는 눈치였지만 그래서 은성은 더욱 물어보지 않았다. 그러나 기어코 답은 이어졌다.“나 아주 어렸을 때 날 챙겨주던 아저씨가 있었거든.”평소와 다르게 그녀의 얼굴에는 그리움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그건 은성이 알바는 아니었다.“가보겠습니다.”그 말과 동시에 그녀는 미리 챙겨둔 가방을 가지고 편의점을 떠났다. 닫히는 문 소리를 들으면서 해나가 귀엽다는 듯 피식 웃었다.“그런 표정을 지으면서 잘 되길 빈다고?”아주 찰나였지만 은성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는 것을 해나는 놓치지 않았다. 은성이 나가자마자 선우의 차가 따라붙었다. 해나가 그 모습을 흥미롭다는 듯 응시했다.“한 사람은 쫓고, 한 사람은 밀어내는 관계라. 재밌네.”밀어내는 사람이 은성이라서 더 관심이 갔다. 분명 자신과 별 다르지 않은 형편인데도 그녀는 묘하게 도도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그 태도가 기분 나빴다. 자신이 전남친과 침대에서 뒹군다면 저 도도한 얼굴이 어떻게 일그러질까? 히죽 웃으면서 조끼를 입었다.*은성이 자리를 떠났건만 선우는 계속 불판 앞에 앉아있었다. 머리는 그녀를 쫓아 밖으로 나가야한다고 소리쳤지만 몸은 움직일 수가 없었다.“무슨 관계라는 걸 말할 수 없는 사이에서 그런 말 주제 넘어.”은성이 한 말에서 한걸음도 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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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화

치지직, 담배가 타들어가는 것처럼 마음도 타들어갔다. 깊게 연기를 들이마시면서 당시를 떠올렸다. 고3 1학기 중간 고사가 끝나고 그는 일타강사에게 과외를 받으러 갔었다. 그날 은성은 도희의 집에서 잤고 다음날 돌연 이별을 통보했다.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 선우는 헤어지지 않은 것처럼 행동했다. 하지만 그가 그렇게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대체 은성이 왜 갑자기 마음이 변해버린 것인지 계속 지켜봤다. 가장 높은 가능성은 다른 남자였다. 그녀를 좋아하는 남자들은 많았다. 가정부 딸이라고 무시하면서도 끈적한 눈빛을 보내는 그런 빌어먹을 인간들부터 예쁘고 단아한데다 성격도 좋은 모습에 설레여하는 인간들까지 다양했다. 그러나 그 어떤 남자도 은성에게 고백을 하지는 못했다. 고백이 이루어지기 전에 선우가 처리했으니까. 그러나 어디에나 예외는 있는 법이다. 선우의 눈을 피해서 은성에게 도달했을 누군가가 있을 수도 있었다. 그래서 눈에 불을 키고 그 남자의 존재를 찾았으나 보이지 않았다. 남자가 아니라면 대체 왜 은성은 자신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게 된걸까. 헤어질 때 그녀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를 하지 못하면서 사랑한다라.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사귄지 한달이 지났을 무렵부터 그녀는 사랑한다 말을 들려주었다. 그도 사랑한다고 답하고 싶었다. 하지만 답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사랑한다는 말을 들은 다음날이면 보상하듯 비싼 선물을 안겼다. 행동으로 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 어떤 비싼 선물도 은성의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보다 가치있지 않았다. 그걸 알아서 더 미안했다. “역시 그거인가…?”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못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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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화

하지만 그러한 기대는 곧 산산이 부서졌다. 선우는 못볼꼴을 봤다는 듯 눈을 찌푸리더니 황급히 두 걸음 물러섰다. 그 모습이 꼭 오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사람 같았다. 그것만으로도 땅에 쳐박힌 기분이 들었것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서늘한 눈빛으로 압박했다.“그딴 더러운 치료를 받느니 죽는 게 낫죠.”“하, 너 재밌다?”해나는 당황했지만 그걸 들키지 않으려고 팔짱을 끼고 턱을 치켜들었다. 그런 그녀를 보면서 선우가 코웃음을 쳤다.“재밌어요? 그럼 더 재밌게 만들어 드릴게요. 그쪽이 어떻게 노는지 세상 사람들이 다 알게 만드는 건 어때요?”순식간에 해나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러나 이내 태연한 척 말했다.“내가 어떻데 노는지 네가 어떻게 알아?”이번에는 선우가 거리를 좁혔고 귓가에 속삭였다.“교수, 선배, 후배 남자가 참 많던데요. 그게 재밌는 거면 사람들이 알면 더 좋은 거잖아요. 안 그래요?”“야…!”교수, 선배, 후배의 존재를 선우가 어떻게 알았을까. 더 이상 아무렇지 않은 척 할 수 없을 정도로 해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는 곧바로 거리를 벌려 그 얼굴을 보며 비웃었다.“세상 사람들 다 알고 싶은 거 아니라면 좀 조용히 삽시다. 그리고 알바 시간 좀 늦지 마요.”선우는 냉랭하게 돌아서 근처에 있는 건물로 들어갔다. 그러나 해나는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온몸이 덜덜 떨렸다. 빨리 여기를 벗어나고 싶은데 다리에 힘이 풀려 그럴 수가 없었다. 지나가는 이들이 그런 자신을 이상하게 쳐다보는 게 느껴지는데도 그랬다.“한은성 얼굴이 일그러지는 꼴을 보고 싶었는데…”정작 일그러진 것은 자신의 얼굴이었다.*선우는 달리듯 건물 화장실로 들어갔다. 세정제가 나오는 버튼을 미친듯이 눌렀다. 그리고 피부가 벗겨질 정도로 손을 빡빡 문질렀다.“더러워…”그 빌어먹을 여자가 자신의 몸에 더러운 것을 묻혔다. 그로인해 스스로 마저도 오염된 기분이 들었다. 물로 한번 헹궈내고 나서도 그 더럽게 들러붙는 눈빛이 생각나서 두번이나 더 손을 씻어냈다. 그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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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화

“도련님, 오늘 예약 잊지 않으셨죠?”“아… 네. 기억하고 있어요. 지금 출발할 거예요.” 통화를 마치고 그는 차에 올랐다. 오늘 트라우마 치료로 유명한 정신과 의사를 만나는 날이다. 환자가 밀려있어서 원래는 3개월 정도 기다려야했지만 유 실장이 손을 써서 오늘로 예약할 수 있었다. “멍청하게 잊고 있었네.” 정말 새까맣게 잊고 있었다. 유 실장도 이럴걸 예상하고 있어서 연락을 준 것이리라. 이상하게도 은성의 스케줄은 한번 보면 잊혀지지가 않았지만 그 외의 것들은 잘 잊어버렸다. 아니 어쩌면 잊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사랑한다’는 말을 할 수 있도록 치료를 받는다는 건 필수적으로 그날과 마주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그게 두려웠다. 아직도 계산대에 멍하니 서 있는 그녀를 응시했다. “나 겁쟁이지? 그래도 용기 낼게. 널 위해서.” 다시 은성의 단 하나뿐인 연인이 되고 싶었다. 시동을 걸고 차를 출발시켰다. 창밖의 풍경이 빠르게 바뀌어갔다. 지금 이 속도만큼 그녀에게 빨리 다다르기 바랐다. * 띠리링 띠리링.시끄럽게 울리는 알람을 끄고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더 자고 싶다.” 토요일 오전에 늦잠을 자면서 뒹굴거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오늘도 알바를 하러 가야했다. “하아… 일어나자. 일어나.” 무거운 몸을 일으키고 세수만 하고 옷만 갈아입었다. 빌라 앞을 나서는데 회색 SUV가 보였다. 선우의 차였다.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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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화

“…한시간 이후에 오는 건가요?”“아니. 오늘 못 온다고 해서 내가 갈거야.”통화가 끝나자마자 의자에 주저 앉았다. 상상 속 일이 현실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선우는 다른 사람을 만질 수 없잖아.”이제 괜찮아졌을지도 모르지. 너랑 선우가 헤어진 게 벌써 1년이나 지났어. 그 시간 동안 뭐가 달라졌는지 네가 어떻게 아는데? 스스로를 괴롭히는 생각들을 멈추려고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은성 씨 집에 가서 좀 푹 쉬어. 아픈데 미안해.”“아니예요. 사장님.”꾸벅 인사를 하고 편의점에서 나왔다. 시를 틀리는 것을 보고 사장은 은성이 아프다고 확신했다. 자질구레한 사정들을 설명하기도 싫어서 은성은 그렇다고 했다.터덜터덜 걸어가는데 뒤에서 익숙한 자동차 소리가 돌렸다.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니 선우의 차가 쫓아오고 있었다. 은성이 차를 향해 달려갔다.차 앞에 도착하기도 전에 운전석 문이 열렸다. 선우가 놀란 얼굴로 은성을 바라보았다.“무슨 일…”그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 은성이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냥 노려봤다면 그러려니 했겠지만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조금만 건드려도 터져버릴 거 같았다. 추궁하는 듯도 상처받은 듯도 했다.‘내가 뭘 잘못했지?’그녀가 저렇게 반응하는데는 분명히 이유가 있을 것이다. 자신이 또 무언가 잘못한 모양이다. 그런데 뭘 잘못한지 모르겠다.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건 계속 따라다니는 것을 거슬려하다가 오늘 폭발이 되었다는 거다.“아,앞으로는 따라다니지…”“어디 갔었어?”“응…?”“어디 갔었냐고.”쫓아다니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말을 해야한다는 생각을 못했다.‘날 걱정한건가?’그럴리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염치없이도 희망이 부풀었다.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정신과에 갔었어.”전혀 예상을 못했다는 듯 은성의 표정이 묘해졌다. 아직 이야기를 한적이 없으니 이런 반응이 당연할 것이다. 그는 긴장된 얼굴로 말을 이었다.“그 말… 하고 싶어서.”선우가 정확히 말하지 않았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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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화

감정에 끌려다니고 싶지 않다. 완전히 끝내고 싶다. 그런데 방법을 모르겠다. 그때 갑자기 지난번 해나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미안. 하도 들러붙는 남자가 있어서. 좀 뒹굴었더니 이렇게 됐어. 재밌을 줄 알았는데, 별로 재미는 없더라. 이상하게 한번 자고 나면 식어.” 자고 나면 마음이 식는다고 했다. 그러고 보면 그런 이야기를 처음 듣는 게 아니다. 맥버거에서 일할 때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하아, 그러니까 자고서 한달만에 질려버린거네. 그렇지?”“그렇지. 남자들이 잊지 못하는 여자는 자지 않은 여자라는 말이 괜히 있겠어? 내 친구만 불쌍하게…” 여자도 남자도 자면 금새 서로에게 질려버린다. 은성의 발걸음을 멈췄다. 뒤따라오던 선우가 급하게 멈추느라 부딪혔다. 안 그래도 폭발한 감정을 더 상하게 할까 선우가 눈치를 봤다. “미안해…” 은성이 돌아서서 그를 뚫어져라 응시했다. 정말 자면 선우를 완전히 자신의 삶에서 지워낼 수 있는 걸까. 그도 자신을 놓아줄 수 있는 걸까. 해본적이 없어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시도해볼 가치는 있었다. 성큼 그에게 한발자국 가까워졌다. 선우는 멈칫했지만 피하지 않았다. 호흡이 닿을만큼 두 사람의 거리는 가까워졌다. “나랑 잘래?”“응?”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선우의 얼굴이 멍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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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화

그녀는 스스로 바지를 벗어냈다. 그녀가 이 관계를 원하고 있다는 그 신호가 가슴을 더 뛰게 만들었다. 거기에 응답하기라도 하듯 그가 바지와 팬티를 벗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그의 하체를 보고 은성이 멈칫했다. 두려움을 느끼는 것도 같았다. 그의 분신은 남달랐고 그것으로 인해 놀림을 받기도 했었다. 혹여 은성이 도망갈까 선우는 다시 키스를 해서 생각을 마비시켰다. ‘오늘은 절대 도망 못가.’ 은성의 팬티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약간 젖어있었지만 이정도로는 힘들었다. 먼저 안을 풀어줘야했다. 선우의 손이 바삐 움직였고 그 움직임 그대로 자극을 받아 은성이 신음했다. “으윽….!” 이전에 느껴본적 없는 생경한 쾌락이 몸을 감싸면서 젖어들었다. 이 순간을 선우는 놓치지 않았다. 갑자기 은성이 뭔가 깨달은 사람처럼 선우를 밀어냈다. “안돼. 콘돔이 없어.”“있어.” 씨익 선우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마치 이런 일이 벌어질줄 알고 미리 준비한 사람처럼 주머니에서 콘돔이 나왔다. 대체 어떻게 알고 준비했냐는 듯 은성의 표정이 혼란스러워졌다. 그가 빙그레 웃으며 귓가에 속삭였다. “우리 키스할 때부터 항상 주머니에 있었어. 준비가 안 되있어서 기회를 놓치면 안되잖아.”“너 정말…” 선우가 입술을 삼키는 바람에 말은 이어지지 않았다. 동시에 그는 은성의 팬티를 무릎까지 내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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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화

혹여 그를 다른 여자한테 빼앗길까봐 조바심이 났다. 그래서 몸을 앞세워 그와 관계를 가진 것이다. 유라 대신이 되는 것이 싫어서, 그 마음에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있는 채 몸만 닿는 관계가 되고 싶지 않아서 헤어진 것이 물거품이 되었다. 그런 선택을 한 스스로가 혐오스러워서 견딜수가 없었다.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은성의 손을 보고 선우가 긴장해서 물었다. “왜 그래? 맛이 없어?”“아니… 괜찮아.”“뭐 때문에 그러는데?” 선우가 어쩔줄 몰라하면서 눈치를 봤다. 예전에도 눈치를 봤지만 저정도까지는 아니었다.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그래서는 이 관계를 정리할 수 없다. 혼란스러운 감정 속에서 한가지 명확한 것이 있다면 이 관계가 일시적이라는 거였다. “다른 사람들이 우리 관계 몰랐으면 좋겠어.”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소리를 들은 것처럼 선우가 멍해졌다. 다른 사람이 우리 관계를 몰랐으면 좋겠다니 무슨 의미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전에 사귈 때도 비밀로 하지 않았다. 고용주의 아들, 고용인의 딸이라는 불편한 관계성을 가지고 있었지만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숨기지 않았다. 지금 은성은 본가에서 살고 있지도 않았다. 그런데 왜 둘의 관계를 숨겨야한다는 것일까.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러나 이내 흩어지는 정신줄을 부여잡고 물었다. “…모르기 바라는 이유가 있어?”“어떻게 될지 모르잖아. 지난번 같은 일 다시 반복하기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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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화

[일주일 동안 참다가 메모 남깁니다. 밤마다 소음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습니다. 제발 숙면을 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최대한 격식을 갖춰서 썼지만 꾹꾹 눌러서 쓴 글씨에서 분노가 느껴졌다. 소음 문제로 온 것이 맞았지만 방금 전 소리를 지른 게 문제가 아니었다. 일주일 동안 매일 관계를 가졌다. 최소 두번 많으면 네번까지 가졌고 어제는 새벽까지도 이어졌다. 소리를 안 낸다고 최대한 참았다. 일주일동안 별 말이 없어서 안들리는 줄 알았다. 그런데 참고 있었던 거다. 수치심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왜 그래?” 은성의 심상치 않은 반응을 보고 선우가 일어나서 메모를 봤다. 약간 민망한듯한 표정이 되었지만 이내 뭐가 좋은지 빙그레 웃었다. 그것이 화를 폭발시켰다. “뭐가 재밌다고 웃어!”“미안해.” 그가 입술을 감추어 물고 은성의 눈치를 봤다. 눈치 보를 그를 보면 그녀의 화가 누그러졌다. 그러나 이번에는 해당하지 않았다. 은성은 소리라도 마음껏 지르고 싶었으나 소음 문제로 이웃에게 메모를 받은 터라 그러지도 못했다. 억눌린 소리로 말했다. “이게 다 너 때문이야…! 대체 왜 미친놈처럼 들러붙어서는!”“밖에서는 붙어 있지 못하잖아…. 집에서만 볼 수 있으니까…” 자신이 과했다는 것은 그도 알았다. 특히 어제는 고삐 풀린 말처럼 도무지 제어가 안됐다. 물론 선우에게도 이유는 있었다. 첫 입맞춤부터 아니 사귀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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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화

“또 오세요.” 친절하게 손님에게 인사했지만 속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제발 가지마세요!’ 그도 그럴 것이 도희가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편의점 식음대에서 앉아있었다. 알바 시작하고 2시간동안 손님이 계속 있어서 피할 수 있었지만 이젠 더 이상 그럴 수도 없었다. 은성은 도희가 좋아하는 딸기맛 소다를 사서 앞에 놓았다. “뇌물 안 받아요.”“미안해. 일부러 말 안한 건 아니야.” 은성은 간단하게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말했다. 도희가 음료수를 따서 한모금 마시고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끝낼 마음으로 시작한 거라 나한테 이야기 안 했다는 거지?”“안 한게 아니라 못 한거야.” 믿지 않는다는 듯 썩은 미소를 한번 짓고는 도희가 말을 이었다. “요새 좀 이상하다 싶었어. 언니가 집에 계속 일찍 들어가는 것도 그렇고.” 은성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쉴 때 주로 도희와 시간을 많이 보냈지만 선우와 사귄 이후로는 그럴 수가 없었다. 학교나 편의점이 끝날 때가 되면 귀신처럼 연락이 왔다. [집에 몇시쯤 와?] [보고 싶어.] [데리러갈까?] 빨리 끝내기 위해서 선우와 될 수 있으면 많은 시간들을 보내려고 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들키는 건 결국 시간 문제였던 것이다. 딸기 소다를 몇모금 더 마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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