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 되었다. 앤은 간단한 저녁을 준비했다. 앨리스를 위해서는 버터 파스타를, 자신을 위해서는 샐러드를. 식탁이 충분히 크지 않아서 둘은 침대에 앉아 식사를 했다. 앤은 딸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넓은 세상을 발견하기 위해 성을 떠난 공주에 대한 이야기였다. 앨리스는 이야기가 끝나기도 전에 잠이 들었고, 베개에 머리를 기대고 곰인형을 꼭 껴안았다.앤은 한참 동안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잠든 딸을 바라보았다. 거리는 고요했고, 커튼 사이로 가로등 불빛이 새어 들어왔으며, 작업실은 부드럽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황혼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뒤에 남겨두고 온 모든 것, 집, 가구, 소지품, 헛되이 보낸 세월들을 떠올렸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그립지 않았다. 마치 긴 사막을 건너 마침내 오아시스에 도착한 기분이었다. 물은 풍족하지 않았고, 그늘도 부족했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녀에게 필요한 전부였다.그녀는 일어나 창가로 가서 텅 빈 거리, 불 켜진 가로등, 이웃집 지붕들을 바라보았다. 어딘가 멀리, 알렉상드르는 집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그는 부엌 식탁 위의 편지, 쓰레기통 속 빈 약통, 버려진 집의 고요함을 발견했을 것이다. 그녀는 그의 분노와 충격을 상상했다. 그는 이런 일을 예상하지 못했다. 그는 그녀가 너무 약하고, 너무 의존적이고, 너무 상처받아서 감히 떠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는 틀렸다.그녀는 희미한 불빛 속에서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가면이 아니었다. 진심이 담긴, 깊은 미소였다.그녀는 앨리스 옆에 다시 누워 눈을 감고 평화롭게 잠에 들었다. 낯선 도시의 고요함이 이미 그녀의 고향처럼 느껴졌다.***문득 결심이 떠올랐다. 그녀는 기계적으로 자신의 이름 , 앤 바니에를 적다 가 멈칫했다. 펜이 서류 칸 위에서 멈칫한 채. 그 이름은 그녀의 것이 아니었다. 단 한 번도 그녀의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알렉상드르의 이름, 그녀를 괴롭히던 자의 이름, 결혼식 날부터 마치 노예의 사슬처럼 그녀를 옥죄어 온 이름이었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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