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이는 어젯밤에 파리에서 돌아왔다고 들었는데, 왜 오늘 아침 식사에는 나오지 않은 거니?”명희가 장남에게 물었다. 그녀의 시선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준현에게 향해 있었다.식탁에 있던 가족들, 지아까지 모두 고개를 돌려 준현을 바라보았다. 모두가 그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어젯밤에 꽤 늦게 도착했어요. 아마 아직 자고 있을 겁니다.”준현이 짧게 대답했다. 목소리는 낮고 담담했다.“아마?”명희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아, 그러고 보니 거의 잊고 있었다. 장남은 이제 아내와 같은 방을 쓰지 않고 있었다.“엄마 돌아왔어, 아빠?”하랑이 순진하게 물으며 고개를 갸웃한 채 아버지를 바라보았다.준현은 시선을 어린 딸에게 옮겼다.“돌아왔어.”하랑의 얼굴에 곧바로 환한 미소가 번졌다. 소녀는 마치 엄마를 만날 순간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다시 신이 나서 식사를 이어 갔다.명희는 손녀를 바라보며 작고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천천히 먹으렴. 엄마는 이제 다시 떠나지 않을 거야.”하랑이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응, 할머니.”아침 식사가 끝나자 가족들은 하나둘 식탁을 떠나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다.그날은 일요일이었다. 누구도 집을 나설 일이 없었고, 회사에 갈 일도, 급한 일정도 없었다. 주말에도 병원에 가야 하는 술탄을 제외한다면.명희는 자신의 방에 있는 발코니에 편안하게 앉아 신문을 읽고 있었다. 세상이 이미 태블릿과 각종 전자기기 화면으로 옮겨간 뒤에도 여전히 고집스럽게 지키고 있는 오래된 습관이었다.콧날에는 독서용 돋보기안경이 가지런히 걸쳐져 있었다.“재벌가의 여성들…”신문을 읽던 명희의 목소리가 끊겼다.무거운 발소리가 가까워지는 것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곧 그녀의 앞에 기다란 그림자가 드리워졌고, 명희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어 올렸다.준현이 그녀의 곁에 서 있었다. 꼿꼿한 자세에는 위엄이 넘쳤으며, 두 손은 등 뒤에서 가지런히 맞잡고 있었다.“아들?”명희는 의아하면서도 경계하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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