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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버니, 그 품에 중독되다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181 - チャプター 190

257 チャプター

181장

준현이 눈을 가늘게 떴다. 날카롭고 무언가를 꿰뚫어 보려는 듯한 시선이었다. “지금 나를 거절하는 건가?”한쪽 눈썹을 치켜올린 그의 입가에는 언제나 상대를 궁지로 몰아넣던 비뚤어진 미소가 걸려 있었다.“네가 품고 있는 아이의 친아버지인 남자와 결혼하는 걸 거절하겠다고?”“아니요.”지아가 짧게 대답했다.“그럼?”“나는 정부가 되고 싶지 않아요.”지아는 단호하게 말했다. 목소리가 가늘게 떨리고 있었지만, 그 안에 담긴 의지만큼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특히 같은 집에서, 한 가족으로 사는 건 더 싫어요. 게다가 아주버님은 수현 오빠의 친형이잖아요.”준현의 입술 사이로 낮은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씁쓸하면서도 어딘가 조롱하는 듯한 웃음이었다.“그게 뭐가 잘못됐지?”그가 비꼬듯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큰 잘못이죠.”지아는 망설임 없이 받아쳤다.“어떤 여자라도 정부가 되고 싶어 하지는 않아요. 법적인 아내로서, 저는 그런 삶을 절대 용납할 수 없어요.”준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지아의 말을 곱씹으며 받아들이는 듯한 모습이었다.“맞아.”그가 가볍게 말했다.“그러니까 수현이 먼저 너를 정부로 삼기 전에, 네가 그 녀석과 이혼하는 게 낫겠지.”그의 얼굴에 다시 비뚤어진 미소가 새겨졌다.“잊은 건 아니지?”준현이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그 녀석의 내연녀도 임신했잖아.”지아는 두 손을 꽉 움켜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며 따끔한 통증이 느껴졌지만, 가슴을 짓누르는 답답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지아는 그냥 단 하나뿐인 사람이 되고 싶어요.”“좋아.”준현은 아무렇지도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면 내가 서영이랑 이혼할게.”지아가 화들짝 놀랐다. 두 눈이 충격으로 크게 뜨였다.“뭐라고요?”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졌다.“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맞아.”준현은 담담하게 대답했다.“난 서영이와 이혼할 거야. 조만간. 일주일 안이라고 생각하면 돼.”“이유가 뭔데요?”“네가 알 필요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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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장

종범은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 무언가를 내리치지도 않았다. 그저 전보다 더 오랫동안 준현을 바라볼 뿐이었다. 한 손을 천천히 움켜쥐었다가, 이내 다시 힘을 풀었다.“자네, 정말 대담하군.”마침내 종범이 입을 열었다. 거의 속삭임에 가까운 목소리였지만, 그 안에는 분명한 위협이 담겨 있었다.“감히 내 집에서 나를 그런 식으로 몰아붙이다니.”준현은 조금도 겁먹지 않은 채 그의 시선을 그대로 받아냈다.“몰아붙이는 게 아닙니다.”그가 태연하게 말했다.“제가 알고 있는 사실을 말씀드리는 것뿐이죠.”종범이 낮게 웃었다. 웃음이라고 하기에도 무색할 만큼 짧고 메마른 웃음이었다.“그렇다면…”종범이 걸음을 옮겨 가까이 다가왔다. 이제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한 뼘도 되지 않았다.“자네도 한 가지는 알아둬야 할 거다.”그가 얼굴을 살짝 앞으로 기울였다.“어둠 속에서 움직이는 사람은 자신의 어둠에 너무 밝은 빛이 비치는 걸 좋아하지 않는 법이지.”준현이 비뚤어진 미소를 지었다.“그리고 빛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은…”그가 차분하게 받아쳤다.“어둠을 들여다보는 걸 두려워하지 않습니다.”종범은 몇 초 동안 더 준현을 바라보다가 몸을 돌렸다.“아무래도…”그가 차갑게 말했다.“우리가 이야기를 나눠야 할 게 꽤 많은 것 같군.”“물론입니다.”준현은 조금도 변하지 않은 목소리로 대답했다.“그래서 제가 여기 온 겁니다.”종범은 입을 다물었다. 그는 결코 어리석은 남자가 아니었다.진준현이라는 이름은 단순한 진씨 가문 장남의 이름이 아니었다. 그 가문은 언제나 확실한 패를 손에 쥔 상태에서만 움직이는 것으로 유명했다.그런 준현이 불법 카지노에 대해 그토록 태연한 태도로 입에 올렸다는 건, 눈앞의 남자가 이미 증거를 손에 넣고 있다는 뜻이었다. 단순한 추측이 아니었다. 소문도 아니었다. 그리고 높은 확률로, 그 증거는 하나가 아닐 터였다.“하랑이에 관한 일인가?”마침내 종범이 물었다. 목소리는 한층 낮아져 있었고, 여전히 준현을 등진 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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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장

“일요일에 우리도 캠핑 가기로 했잖아.” 그날 아침 식사를 마친 뒤에도 여전히 다른 가족들과 함께 식탁에 앉아 있던 명희가 입을 열었다.그녀의 시선이 식탁에 둘러앉은 가족들을 한 사람씩 천천히 훑었다.“그런데 안타깝게도 서영이가 아직 파리에서 돌아오지 않았네.”수현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기다리기 싫다는 기색이 역력했다.“꼭 큰형수님이 있어야 해요? 일단 있는 사람들끼리 가면 되잖아요.”“마음이 편하지가 않잖아.”명희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이모 댁은 온 가족이 다 모여서 캠핑을 간다는데, 우리 가족만 빠진 사람이 있으면 되겠니? 어젯밤에도 서영이가 없다는 이유로 초대를 거절했잖아.”“당사자한테만 말 안 하면 되잖아요.”수현이 재빨리 대꾸했다. 목소리에는 짜증이 반쯤 섞여 있었다.명희는 잠시 입을 다문 채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그녀가 결정을 내리기도 전에 지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정말 가게 된다면…”지아가 희미하게 미소 지으며 부드럽게 말했다.“저는 못 갈 것 같아요. 몸이 좀 안 좋아서요.”준현이 짧게 그녀를 바라봤다. 평소보다 아주 잠깐 더 오래 머문 시선이었지만, 이내 아무런 표정도 읽히지 않는 얼굴로 다시 시선을 돌렸다.“저도 못 가요, 어머니.”지호가 말을 이었다.“오늘은 친정에 다녀오려고요.”도현이 아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잠시 그녀를 바라보던 그는 손을 뻗어 관자놀이에 내려온 지호의 잔머리를 귀 뒤로 넘겨주었다.“누구랑 가려고?”“혼자요, 여보.”지호가 조용히 대답했다.“내가 같이 갈게.”도현이 망설임 없이 말했다.“장인어른과 장모님께 인사드린 지도 오래됐으니까.”명희가 활짝 미소 지었다. 결혼한 지 4년이 지났지만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모습을 눈앞에서 보자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듯했다.“잘됐네.”그녀가 부드럽게 말했다.“네… 여보.”지호가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았다.식탁 건너편에서 수현의 손이 식탁보 위에서 주먹으로 꽉 쥐어졌다. 손마디가 하얗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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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장

“어머니.”수현이 조수석에 앉아 있는 명희를 힐끗 바라보며 불렀다.명희가 짧게 고개를 돌렸다.“왜?”수현은 입술을 살짝 깨물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세 아들 중에서… 나만 문제아였나요?”명희는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제 말은…”수현이 시선은 계속 도로에 둔 채 말을 이었다.“큰 형님이나 작은 형님은 잘못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스캔들이나, 어머니가 화낼 만한 일 같은 거 말이에요. 아니면 어머니도 알고 있는데 모르는 척하면서 감춰준 건 아닐까요?”명희가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다물었다.“어머니?”수현이 그녀를 힐끗 바라보며 대답을 기다렸다.“내 아들 중에 문제아가 너뿐이라고 누가 그랬어?”마침내 명희가 대답했다.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어딘가 차가운 기색이 묻어났다.“난 그런 말을 한 적 없어. 네가 혼자 그렇게 결론 내린 거지.”“그럼… 큰 형님이랑 작은 형님도 잘못한 적이 있다는 건가요?”“난 걔들이 잘못한 적이 있다고 말한 적도 없어. 그렇다고 너를 다른 자식들보다 가장 말썽을 많이 부린 아들이라고 말한 적도, 그렇게 단정한 적도 없고.”명희가 무덤덤하게 대답했다.수현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어머니는 늘 형님들 앞에서 나만 혼냈으니까요. 그래서 나만 제일 못난 아들이라고 생각했어요.”명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수현의 말이 전부 틀렸기 때문은 아니었다.처음부터 수현은 가족 안에서 가장 쉽게 희생시킬 수 있는 아이였으니까.지아와 결혼시킨 것 역시 마찬가지였다. 처음부터 명희는 아버지의 유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해야 했던 일이었다.……지아는 자신의 방 안에서 천천히 이리저리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검은색 스포츠 브라와 레깅스를 입은 그녀는 임산부를 위한 가벼운 운동을 따라 하며 조심스럽게 몸을 움직였다.지아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아침부터 끊임없이 시끄럽게 울려대는 생각들을 진정시키려 애썼다.똑. 똑.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문이 열렸다.문가에는 준현이 서 있었다. 그의 손에는 물 한 잔과 엽산이 담긴 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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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장

서영은 이혼 소송 서류를 있는 힘껏 구겨 버렸다. 종이는 손아귀 안에서 심하게 구겨졌지만, 그것조차 더욱 세게 짓눌리는 듯한 그녀의 가슴이 느끼는 고통에는 비할 바가 아니었다.심장이 거칠게 뛰었다. 눈매가 가늘어졌고, 그 안에는 분노와 공포가 뒤섞여 있었다.“이 모든 게 그냥 꿈이라고 말해 줘.”서영은 목이 메인 채 나직하게 중얼거렸다.그녀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충혈된 눈과 흔들리는 시선, 그리고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무언가를 억지로 붙잡고 있는 듯 떨리는 입술이 거울 속에 고스란히 비쳤다.“준현 씨…”서영이 날카롭게 내뱉었다.이성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릴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서영은 몸을 돌려 방을 나선 뒤 준현의 서재를 향해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걸음마다 무겁게 소리가 울렸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상처까지 함께 끌고 가는 것 같았다.노크도 하지 않고 서영은 그대로 문을 밀어 열었다.준현은 자신의 책상 뒤에 앉아 있었다. 몸은 꼿꼿하게 세운 채 두 손을 가지런히 포개고 있었으며, 마치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차분하고 냉정한 눈빛에는 조금의 놀라움조차 드러나지 않았다. 언제나와 같은 무표정한 얼굴이었다.서영은 비틀린 쓴웃음을 지었다.“그러니까, 정말 이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던 거예요?”목소리는 살짝 떨렸지만 날카로웠다.“내가 파리에서 돌아오기를 일부러 기다린 거잖아요. 그리고 내가 반드시 올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 여기 이렇게 얌전히 앉아 있는 거죠?”준현은 막 시작된 이 소동이 벌써 지겹다는 듯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너무 자신만만하게 굴지 마. 나는 아직 끝내지 못한 회사 일을 정리하고 있었을 뿐이야. 내가 널 기다리고 있었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뭐지?”서영은 힘겹게 침을 삼켰다. 그리고 준현의 책상 바로 앞까지 다가가 멈춰 섰다. 차갑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를 꿰뚫어 보며 대답을 요구했다.“왜 나한테 이혼 소송을 건 거죠?”목소리가 떨리며 금방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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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장

“서영이는 어젯밤에 파리에서 돌아왔다고 들었는데, 왜 오늘 아침 식사에는 나오지 않은 거니?”명희가 장남에게 물었다. 그녀의 시선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준현에게 향해 있었다.식탁에 있던 가족들, 지아까지 모두 고개를 돌려 준현을 바라보았다. 모두가 그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어젯밤에 꽤 늦게 도착했어요. 아마 아직 자고 있을 겁니다.”준현이 짧게 대답했다. 목소리는 낮고 담담했다.“아마?”명희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아, 그러고 보니 거의 잊고 있었다. 장남은 이제 아내와 같은 방을 쓰지 않고 있었다.“엄마 돌아왔어, 아빠?”하랑이 순진하게 물으며 고개를 갸웃한 채 아버지를 바라보았다.준현은 시선을 어린 딸에게 옮겼다.“돌아왔어.”하랑의 얼굴에 곧바로 환한 미소가 번졌다. 소녀는 마치 엄마를 만날 순간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다시 신이 나서 식사를 이어 갔다.명희는 손녀를 바라보며 작고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천천히 먹으렴. 엄마는 이제 다시 떠나지 않을 거야.”하랑이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응, 할머니.”아침 식사가 끝나자 가족들은 하나둘 식탁을 떠나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다.그날은 일요일이었다. 누구도 집을 나설 일이 없었고, 회사에 갈 일도, 급한 일정도 없었다. 주말에도 병원에 가야 하는 술탄을 제외한다면.명희는 자신의 방에 있는 발코니에 편안하게 앉아 신문을 읽고 있었다. 세상이 이미 태블릿과 각종 전자기기 화면으로 옮겨간 뒤에도 여전히 고집스럽게 지키고 있는 오래된 습관이었다.콧날에는 독서용 돋보기안경이 가지런히 걸쳐져 있었다.“재벌가의 여성들…”신문을 읽던 명희의 목소리가 끊겼다.무거운 발소리가 가까워지는 것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곧 그녀의 앞에 기다란 그림자가 드리워졌고, 명희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어 올렸다.준현이 그녀의 곁에 서 있었다. 꼿꼿한 자세에는 위엄이 넘쳤으며, 두 손은 등 뒤에서 가지런히 맞잡고 있었다.“아들?”명희는 의아하면서도 경계하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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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장

“그러니까, 지금까지 내 아들을 속이고 있었던 거야?”명희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날카로웠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정확히 핵심을 찔렀고, 그녀의 시선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서영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그 안에는 이제 조금의 자비도 남아 있지 않았다.그동안 서영은 명희가 가장 아끼고 인정했던 유일한 며느리였다. 다른 며느리들 앞에서 서영이 잘못했을 때조차 그녀를 감싸 주었을 정도였다.하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명희가 가장 용납하지 못하는 것이 바로 거짓말과 배신이었으니까.“준현이만 속인 게 아니야.”명희가 턱을 굳게 다물며 말을 이었다.“우리 가족 모두를 속인 거야.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이 사실을 알기도 전에 이미 나까지 수치스럽게 만들었어.”서영은 목이 턱 막히는 듯 숨을 삼켰다. 왼손은 아직도 뜨겁고 얼얼한 뺨에 붙어 있었다. 방금 맞은 흔적은 아직 가시지 않았고, 마치 자신이 더 이상 부정할 수 없는 죄의 증표처럼 뺨에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문가에는 지호가 굳은 채 서 있었다. 감히 안으로 들어가지도 못한 채 그저 말없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는 증인이 되어 있었다. 심장은 지나칠 정도로 빠르게 뛰고 있었다.그녀의 손바닥이 반사적으로 조금씩 불러오기 시작한 배를 쓸어내렸다. 두려움에서 비롯된 본능적인 보호 행동이었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하랑이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작은 몸이 가늘게 떨렸고, 목소리마저 울음에 갈라졌다.“할머니… 엄마 왜 때려?”하랑이 여린 목소리로 외쳤다. 맑은 뺨 위로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서영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손톱이 자신의 손바닥을 파고들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아이 앞에서 무너지지 않기 위해 눈물도, 분노도, 그 모든 감정도 필사적으로 억눌렀다.명희가 하랑을 힐끗 바라보았다.하지만 이번에는 할머니의 다정한 눈빛이 아니었다. 남은 것은 실망한 한 어머니의 시선과, 어른들의 교활함 때문에 그 결과를 고스란히 짊어져야 하는 어린아이를 향한 안타까움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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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장

“은선아, 은선아!” 경희가 다급한 목소리로 은선을 불렀다. 그녀는 거의 달리다시피 발걸음을 재촉하며, 넓은 뒤뜰 정원에서 따뜻한 아침 햇살을 쬐며 지아와 느긋하게 산책하고 있던 은선에게 다가갔다.은선과 지아가 동시에 뒤를 돌아보았다. 정원을 가로질러 꽤 먼 거리를 달려온 듯 숨을 헐떡이며 다가오는 경희의 모습을 본 두 사람은 순간 걸음을 멈췄다.“천천히 오세요, 이모님.”지아가 부드럽게 말하며 걸음을 멈췄다. 아침 햇살이 눈부신 탓에 눈을 살짝 찡그린 그녀는 한 손으로 어느새 제법 불룩해진 배를 본능적으로 쓸어내렸다.“샌들부터 신으실래요, 사모님?”은선이 아까부터 들고 있던 샌들을 내밀며 물었다.지아가 작게 미소 지었다.“고마워요.”“별말씀을요.”은선은 대답한 뒤 다시 지아의 곁에 섰다.경희는 두 사람 앞에 도착하자마자 몸을 살짝 숙인 채 크게 숨을 들이마시며 흐트러진 호흡을 가다듬었다.“무슨 일인데?”은선이 호기심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큰 사모님이…”경희가 다급하게 대답하며 검지로 저택 뒤쪽을 가리켰다.“이 집을 나가신대. 다른 가정부들이 지금 짐 싸고 있어.”은선의 눈이 순식간에 커졌다.“정말? 나간다고? 왜? 쫓겨난 거야?”“큰 도련님이 사모님과 이혼하신대.”경희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녀 역시 그 소식이 아직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이었다.지아의 심장이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두 손은 저도 모르게 서로의 손가락을 꽉 움켜쥐었다.‘아주버님이 정말 그렇게 한 거야?’“이혼한다고?”복 은선이 깜짝 놀란 얼굴로 눈을 크게 떴다.“이유가 뭔데?”경희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나도 정확히는 몰라. 하지만 아마… 소율 아가씨가 죽은 일 때문이 아닐까 싶어. 큰 사모님의 부주의 때문에 그렇게 됐다는 이야기가 있었잖아.”“흠… 그럴 수도 있겠네.”은선이 낮게 중얼거린 뒤 지아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에는 지아를 향한 걱정이 가득했다.“사모님, 괜찮으세요? 햇볕 쬐는 거 계속하실래요?”지아는 희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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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장

“인형이랑 장난감, 책상, 그리고 책상 스탠드까지… 전부 제자리에 놔뒀어?”시윤이 하랑의 새 방을 정리하라고 지시했던 가정부 중 한 명에게 물었다.“네. 말씀하신 대로 빠짐없이 전부 깔끔하게 정리해 두었습니다.”가정부가 공손하게 대답했다.시윤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이제 가 봐.”그는 그렇게 말한 뒤 방 안으로 들어섰다. 문 앞에서 걸음을 멈춘 시윤은 방 안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하랑이 언제부터 이 방을 실제로 사용하게 될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모든 준비만큼은 완벽하게 해 두고 싶었다.“이 방을 마음에 들어 했으면 좋겠네.”시윤이 마치 직접 딸에게 말을 건네듯 나직하게 중얼거렸다.방의 벽에는 공주와 조랑말 그림이 장식되어 있었고, 전체적으로 분홍색이 기본색처럼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모든 것이 부드럽고 사랑스러우면서도 동심 가득한 분위기였다.시윤의 입꼬리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렸다.“아이를 위해 방을 준비한다는 게 이런 기분이구나.”그가 나직하게 말했다.“그것도 딸을 위한 방이라니.”하지만 그의 미소는 서서히 사라졌다.‘아버지로서 난 내 딸을 지켜 줘야 해.’시윤은 속으로 말을 이었다.‘아이가 너무 일찍 바깥세상에 휩쓸리게 해서는 안 돼.’그는 하랑이 서영의 어린 시절과 같은 삶을 살아가기를 원하지 않았다. 시윤이 알고 있던 서영은 어린 시절부터 연인을 계속 바꾸는 것을 좋아했던 사람이었다.……한편, 시윤이 거주하는 고급 아파트의 지하 주차장에는 준현의 차가 막 주차를 마친 참이었다. 상류층 사업가들이 주로 거주하는 고급 펜트하우스였다.차량의 시동이 꺼졌다.준현은 조수석에 조용히 앉아 있는 하랑을 힐끗 바라보았다. 그리고 시선을 뒷좌석으로 옮기자 그곳에는 아이의 가방과 작은 여행 가방이 놓여 있었다.“아빠가 하랑이를 내쫓으려는 건 아니야.”준현이 조용히 말했다.“그냥 하랑이가 친아빠와 바로 함께 지내면서 조금이라도 빨리 적응했으면 해서 그러는 거야.”그는 짧게 숨을 내쉰 뒤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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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장

“아…아빠?”시윤이 말을 더듬으며 되물었다. 그 한마디가 너무 무거워서 선뜻 입 밖으로 꺼내기조차 힘든 것처럼 목소리가 떨렸다.하랑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아저씨가 하랑이 아빠 맞죠? 아빠가 그랬어요. 아저씨가 하랑이 친아빠, 진짜 아빠라고.” 시윤의 시선이 작은 아이의 얼굴에서 준현에게로 옮겨 갔다. 그의 눈에는 수많은 의문이 담겨 있었다.“전에 말씀하셨던 대로입니다.”준현이 차분하게 말했다.“오늘 약속을 지켰습니다.”“버… 벌써…”시윤은 말을 잇지 못했다.“네. 나와 서영이는 이미 헤어졌습니다.”준현이 짧게 대답했다.“아직 이혼 소송이 시작된 건 아니지만, 그 사람은 오늘 아침 부모님 집으로 돌아갔습니다.”시윤의 입꼬리가 희미하게 올라갔다.너무 빨랐다.그것이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이었다. 어딘가 모든 일이 지나치게 쉽게 풀리는 느낌이었다. 마치 누군가 일부러 이 길을 터놓은 것처럼.이게 그저 준현의 운이 좋은 것인지, 아니면 종범이 그보다 더 큰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하지만 시윤은 곧 그 생각을 떨쳐 냈다.지금 그의 앞에 서 있는 한 사람에게 다시 시선을 집중했다. 시윤은 하랑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무릎을 꿇었다. 그의 얼굴에는 따뜻한 미소가 떠올랐다.“그래.”부드럽지만 단호한 목소리였다.“이제 내가 아빠야. 하랑이 친아빠.”시윤의 두 손이 하랑의 작은 어깨를 조심스럽게 감쌌다.“아빠로 받아줄 수 있지?”하랑은 몇 초 동안 시윤을 바라보았다. 울어서 얼굴은 아직 부어 있었고, 눈가에는 미처 가시지 않은 눈물 때문에 붉은 기색이 남아 있었다.“아빠가 하랑이한테 잘해 주고, 하랑이를 사랑해 준다면…”하랑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하랑이도 좋아요.”시윤의 얼굴에 작은 미소가 번졌다. 그는 하랑을 품에 끌어안았다.“물론이지. 아빠가 하랑이 많이 사랑해 줄게. 아빠는 절대로 하랑이한테 화내지 않을 거야.”시윤이 조용히 약속했다.하랑은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이번에는 히스테릭하게 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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