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아침, 유리는 낯선 봉투 하나를 식당 문 틈에서 발견했다.하얀 종이봉투, 가늘게 접힌 가장자리, 그 위에 적힌 짧은 문구.‘건물 계약 만료 안내’그 문장은 생각보다 조용하게, 그러나 깊숙이 들어왔다.계약 종료까지 남은 시간은 세 달.건물주는 리모델링을 이유로 재계약 없이 정리를 원한다는 내용이었다.유리는 종이를 조용히 접었다.식당 안은 여전히 평온했고, 주방엔 된장국 냄새가 은근히 배어 있었다.그러나 그녀의 심장 아래, 무언가 아주 작게 울리고 있었다.점심 장사를 마친 후 이현이 식당으로 왔다.유리는 말없이 봉투를 내밀었다.이현은 종이를 다 읽은 뒤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말이라도 먼저 들었으면…”“그럴 틈도 없이 그냥 도착했어요. 예고도 없이.”“어떻게 할까요?”유리는 고개를 숙였다.“아직 모르겠어요. 이 자리가… 그냥 장사만 하는 공간이 아니라서요.”그녀의 말은 묵직했다.식탁 하나하나, 숟가락, 나무 의자, 벽에 걸린 작은 액자까지. 모든 것이 그녀의 손끝에서, 그리고 그녀의 ‘하루들’ 위에 만들어진 것들이었다.그날 저녁, 이현은 유리를 근처 조용한 찻집으로 데려갔다.그곳엔 손님이 거의 없었고, 잔잔한 피아노 연주만이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다른 자리, 생각해본 적 있어요?”“없어요. 내가 이 공간과 천천히 호흡을 맞췄거든요.”“만약, 그 호흡을 옮겨갈 수 있다면?”유리는 조용히 고개를 흔들었다.“그건… 숨을 멈췄다가 다시 쉬는 거예요. 쉽지 않죠.”이현은 그녀의 손등 위에 손을 얹었다.“내가 같이 있어요. 호흡이 멎을 것 같으면, 내가 먼저 들이쉴게요.”그 말은 어떤 위로보다 깊게 가라앉았다.며칠 뒤, 유리는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주변 건물 매물들을 보기 시작했고, 장부를 다시 정리했으며, 주방 설비를 하나하나 사진으로 남겼다.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옮겨가기 위한 준비였다.그걸 보고 이현은 말없이 도와주었다.사진을 찍고, 계약서를 대신 검토하고, 하나씩 박스를 정리했다.“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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