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 식사 예약해놨어요.”이현은 조용히 말했다.유리는 그 말을 듣고 살짝 고개를 갸웃했다.“또 어디에요? 저번처럼 산속에 있는 정적 깊은 곳인가요?”“아니요. 오늘은… 당신이 처음 국을 끓인 바로 그 자리예요.”유리는 눈을 조금 크게 떴다.“거기… 벌써 몇 년 전이에요.”“그러니까 더 늦기 전에, 기억을 꺼내놔야죠.”오래 전, 유리가 처음 식당을 시작했을 때 첫 메뉴로 끓였던 국은 ‘된장감자국’이었다.가장 단순하고, 가장 익숙한 재료.하지만 그 안에 유리의 긴장, 설렘, 두려움, 그리고 다짐이 몽글몽글 퍼져 있었다.그때는 몰랐지만,그 국을 먹고 처음 인사를 건넨 손님이 바로 이현이었다.“그 국, 솔직히 간이 약했어요. 그런데… 그 해 가을, 제일 기억에 남는 맛이었죠.”“왜죠?”“당신 손끝이 그 안에 그대로 담겨 있었으니까요.”식사 장소는 현재 식당의 뒷마당,예전 창고를 개조한 작은 공간이었다.이현은 며칠 전부터 직접 페인트칠을 하고,작은 테이블을 하나 들여놓고, 식탁보와 조명까지 준비해두었다.“조금 어색하죠?”그가 물었고, 유리는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이 조명, 내가 첫날 붙잡고 있던 그 불빛이랑 비슷해요.”테이블 위엔 그날 유리가 썼던 것과 똑같은 작은 흰 그릇에 된장감자국이 담겨 있었다.“이 국은 내가 끓였어요. 당신 레시피 흉내 내서.”유리는 조용히 숟가락을 들어 한 입 떠넣었다.잠시 뒤, 입가에 천천히 웃음이 번졌다.“이현 씨는 정말 묘한 사람이에요.”“왜요?”“요리는 익숙하지 않으면서도, 이상하게 마음은 잘 끓여내요.”국을 다 마신 후, 두 사람은 마주 앉은 채 긴 말 없이 시간을 공유했다.조명 아래, 유리의 손이 천천히 이현의 손 위에 얹어졌다.“내가 처음 국을 끓였을 땐 내가 뭘 담고 있는지도 몰랐어요. 그저 밥값을 해야 한다는 마음 하나로…”“그리고 지금은요?”“지금은… 당신이 내 국에 기대고 있다는 걸 알아요. 그래서 매번, 좀 더 진심으로 끓이게 돼요.”이현은 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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