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던 어느 날 한낮이었다.따사로운 햇살이 마당을 채우고, 철 이른 매미 소리가 귀청을 때리던 나른한 날.안채 대청마루에서 인영이 다소곳이 앉아서 명주 저고리를 바느질하고 있었고.이씨 부인은 그 옆에 꼿꼿이 앉아 매서운 눈초리로 며느리를 살피며 작설차를 홀짝였다.인영은 영악한 요부답게.요 며칠 시어머니의 안색이 시커멓게 퀭해지고 숨소리가 수시로 거칠어지며 신경질적으로 변했음을 단번에 눈치채고 있었다.내면에 똬리를 튼 색귀의 본능은, 시어미의 그 신경질적인 패악질이 어디서 연유한 것인지 투명하게 꿰뚫고 있었다.늙은 암컷의 굶주림, 그것이 원인이었다.인영은 평소보다 훨씬 더 조신한 태도로, 목소리마저 꿀 바른 듯 낮추어 입을 열었다.“어머님……. 요즈음 안색이 많이 수척해 보이시옵니다.”“집안 살림을 걱정하시느라 잠자리가 불편하신 것은 아닌지요?”“홀로 밤을 지새우시는 어머님을 뵈오니 제 마음이 무척 아프옵니다.”다정하기 짝이 없는 물음에, 이씨 부인은 속으로 이빨을 갈았다.‘네 년이 짐승처럼 질러댄 교성을 들은 후부터…’‘내 잠자리가 지옥불에 타는 듯 고통스럽고 아랫도리가 쑤셔 불편해졌거늘’‘뱀 같은 혓바닥으로 능청을 떠느냐!’하지만 겉으로는 애써 표정을 다잡으며, 찻잔을 든 손을 바들바들 떨면서도 차갑고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수십 년 사내 구경 못한 늙은 과부의 안색이 수척해진들, 매일 밤 지아비의 사랑을 받아 얼굴에 꽃이 만발한 젊은 너만 하겠느냐.”“실없는 소리로 속 뒤집어 희롱하지 말고 바느질이나 하거라.”시어머니의 가시 돋친 핀잔에도 인영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오히려 화사한 미소를 지었다.“어찌 그리 섭섭한 말씀을 하시옵니까.”“어머님은 여전히 피부가 백옥같이 젊으십니다.”“함께 장터에 나가시면, 사내들은 어머님을 제 큰언니나, 수절하는 과부가 아닌 젊고 농염한 아낙으로 착각하여…”“연신 곁눈질하며 침을 흘릴 것이옵니다.”그 말은 이씨 부인의 꼬인 귀에.자신을 사내 구경도 못한 채 속으로만 발정 난 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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