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됐어요...?"서지안의 목소리가, 팽팽하게 긴장됐다. 법무팀장이 통화를 마치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굳어 있던 그의 얼굴에 마침내 옅은 미소가 번졌다."…이겼습니다, 회장님."서지안의 눈이, 크게 뜨였다."정식 감정 결과, 유언장의 필적을 고(故) 장주련 여사 본인의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소견이 나왔습니다. 결정적이었던 건, 역시 그 표식이었어요."그가, 서류를 펼쳐 보였다."어머님이 직접 쓰신 모든 문서에는 예외 없이 그 갈고리 표식이 있었는데, 유독 이 유언장에만 없었죠. 감정인은 그 점을 '작성자의 오랜 습관과 명백히 배치되는 부자연스러운 정황'으로 짚었습니다. 게다가 잉크 성분 분석에서도, 종이의 추정 연대와 잉크가 산화된 정도 사이에 미묘한 시차가 발견됐고요.""…그럼.""네. 이 유언장은, 15년 전에 작성된 진본이 아니라… 비교적 최근에, 인위적으로 낡게 만든 위조본일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재판부의 심증도, 완전히 이쪽으로 기울었습니다."서지안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눈꺼풀 안쪽이, 뜨겁게 차올랐다.15년 전, 어머니는 알고 있었을까. 자신이 무심코 남긴 그 작은 갈고리 하나가, 훗날 딸을 지켜 줄 마지막 방패가 되리라는 것을. 죽은 자의 서명이, 산 자의 거짓을 무너뜨리는 순간이었다."엄마…"작게 새어 나온 그 한마디에, 15년의 그리움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곁에 서 있던 강도현이, 그녀의 어깨에 가만히 손을 얹었다."어머님이, 끝까지 널 지켜 주셨네.""…네. 정말, 그러네요."서지안이 눈물을 훔치고, 다시 고개를 들었다. 이 한 판은, 어머니와 함께 이긴 것이나 다름없었다.***같은 시각, 서영애의 집무실.보고를 받은 서영애의 얼굴이, 얼음처럼 굳어 있었다."…갈고리 표식."15년을 완벽하다 믿었던 그 종이 한 장이, 죽은 언니가 남긴 작은 습관 하나에 무너졌다. 종이도, 잉크도, 세월마저 완벽하게 위조했건만. 그 사소한 표식까지는, 도저히 알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Last Updated : 2026-07-03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