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정은 떠났다.새로운 신분 문서와 평생 써도 다 쓰지 못할 은표를 손에 넣은 그는 궁장 밖으로 완전히 사라졌다.그리고 이준의 삶에서도 건원전은 완전히 화려한 무덤이 되었다.고독한 군주가 되어버린 이준은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했고, 또 한편으로는 예전의 근면한 제왕으로 돌아간 듯했다.다만 더 침묵했고, 더 차가워졌을 뿐이었다.그는 매일 날이 밝기도 전에 일어나 조회에 참석했고, 깊은 밤까지 주접을 살폈으며 모든 일을 직접 챙기며 나라를 질서정연하게 다스렸다.천하가 태평하고 국력이 날로 융성해지니 대신들은 그를 경외했고, 백성들은 그를 따랐다.하지만 그의 얼굴에서는 더 이상 웃음을 볼 수 없었다.깊은 눈동자는 마치 메마른 우물처럼 어떠한 파문도 일지 않았다.그는 다시는 후궁에 발을 들이지 않았고, 후궁 간택 또한 입에 올리지 않았다.장락궁은 완전히 봉해져, 신나정이 떠나던 날의 모습 그대로 남겨 두었다.매일 전담 궁인들이 청소를 했지만, 누구도 그 안에 들어갈 수 없었다.그의 침전에는 한 폭의 초상화가 걸려 있었다.궁정 화가가 그린, 황후 예복을 입고 화려하게 꾸민 신나정의 모습이 아닌, 그가 기억만을 더듬어 손수 그린 그림이었다.소박한 삼베옷을 입은 그림 속 여인은 나무 비녀로 머리를 틀어 올린 채 활짝 핀 복사꽃 나무 아래 서 있었다.뒤돌아보며 옅게 웃고 있는 얼굴, 맑은 눈빛에는 세상 물정을 모르는 수줍음과 생기가 어려 있었다.그것은 그의 기억 속 가장 처음 만났던 그녀였다.서재를 조용히 쓸고 닦던 작은 궁녀, 그리고 그의 일생에서 유일하게 진정으로 사랑했지만, 제 손으로 잃고만... 신나정이었다.정무를 마친 깊은 밤이면 그는 홀로 초상화 앞에 서 있었는데 한 번 서면 밤을 꼬박 새우기 일쑤였다.그러다 가끔은 손끝으로 그림 속 여인의 뺨을 천천히 쓸며, 다정하면서도 고통스러운 눈빛으로 누구도 알아들을 수 없는 참회와 그리움을 중얼거렸다.그는 모든 정성을 태자 이정을 가르치는 데 쏟아부었다.그에게 직접 글을 가르치고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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