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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فصول

제31화

신나정은 떠났다.새로운 신분 문서와 평생 써도 다 쓰지 못할 은표를 손에 넣은 그는 궁장 밖으로 완전히 사라졌다.그리고 이준의 삶에서도 건원전은 완전히 화려한 무덤이 되었다.고독한 군주가 되어버린 이준은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했고, 또 한편으로는 예전의 근면한 제왕으로 돌아간 듯했다.다만 더 침묵했고, 더 차가워졌을 뿐이었다.그는 매일 날이 밝기도 전에 일어나 조회에 참석했고, 깊은 밤까지 주접을 살폈으며 모든 일을 직접 챙기며 나라를 질서정연하게 다스렸다.천하가 태평하고 국력이 날로 융성해지니 대신들은 그를 경외했고, 백성들은 그를 따랐다.하지만 그의 얼굴에서는 더 이상 웃음을 볼 수 없었다.깊은 눈동자는 마치 메마른 우물처럼 어떠한 파문도 일지 않았다.그는 다시는 후궁에 발을 들이지 않았고, 후궁 간택 또한 입에 올리지 않았다.장락궁은 완전히 봉해져, 신나정이 떠나던 날의 모습 그대로 남겨 두었다.매일 전담 궁인들이 청소를 했지만, 누구도 그 안에 들어갈 수 없었다.그의 침전에는 한 폭의 초상화가 걸려 있었다.궁정 화가가 그린, 황후 예복을 입고 화려하게 꾸민 신나정의 모습이 아닌, 그가 기억만을 더듬어 손수 그린 그림이었다.소박한 삼베옷을 입은 그림 속 여인은 나무 비녀로 머리를 틀어 올린 채 활짝 핀 복사꽃 나무 아래 서 있었다.뒤돌아보며 옅게 웃고 있는 얼굴, 맑은 눈빛에는 세상 물정을 모르는 수줍음과 생기가 어려 있었다.그것은 그의 기억 속 가장 처음 만났던 그녀였다.서재를 조용히 쓸고 닦던 작은 궁녀, 그리고 그의 일생에서 유일하게 진정으로 사랑했지만, 제 손으로 잃고만... 신나정이었다.정무를 마친 깊은 밤이면 그는 홀로 초상화 앞에 서 있었는데 한 번 서면 밤을 꼬박 새우기 일쑤였다.그러다 가끔은 손끝으로 그림 속 여인의 뺨을 천천히 쓸며, 다정하면서도 고통스러운 눈빛으로 누구도 알아들을 수 없는 참회와 그리움을 중얼거렸다.그는 모든 정성을 태자 이정을 가르치는 데 쏟아부었다.그에게 직접 글을 가르치고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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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세월은 흐르는 물처럼 조용히 흘러갔다.어린 태자였던 이정은 어느새 장성하여 문무를 겸비한 사내가 되었다.어진 품성과 지혜를 갖춘 그는 조정에서 날로 명망을 쌓아 갔지만, 반면 이준은 눈에 띄게 늙어 갔다.오랜 근심과 과로가 이미 그의 몸을 완전히 갉아 먹고 있었던 것이다.쉰도 채 되지 않은 나이에 귀밑머리는 희어졌고, 얼굴은 수척해졌다.기침도 잦아져 때로는 피를 토하기까지 했는데 태의들조차 손을 쓸 수 없었다.그저 심병이라며, 약으로는 고칠 수 없다고 할 뿐이었다.또다시 추운 겨울이 찾아오고, 이준은 병석에 쓰러졌다.이번에는 병세가 위중해 거의 침상에서 일어날 수도 없었다.그는 생의 마지막이 머지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두려움은 없었고, 오히려 해방을 앞둔 사람처럼 평온했다.그는 이미 태자가 된 이정을 침상 곁으로 불러 마지막 유언을 남겼다.“정이야...”그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쇠약했다.“짐이... 떠난 뒤에는... 훗날 세상을 떠나거든, 능묘는 간소히 하고, 백성의 힘을 허비하지 말거라.”이준은 잠시 숨을 골랐다. 그리고 힘겹게 말을 이었다.“짐을... 화장하여라. 그리고... 큰 강과 들판, 산천에... 뿌려다오.”그 말을 들은 이정은 충격과 슬픔으로 고개를 번쩍 들었다.“아바마마! 아니 되옵니다! 아바마마께서는 한 나라의 임금이신데 어찌...”“끝까지... 들어라!”이준이 남은 힘을 다해 그의 말을 끊었다.그 눈빛은 단호하기 이를 데 없었다.“짐에게는... 그녀와... 같은 땅에 잠들... 면목도... 또 그녀의... 평온한 삶을... 방해할 자격도 없다.”“그녀는... 산과 물 사이에서... 자유롭고 평안하게... 살아야 한다.”이정은 이준의 눈에 담긴 끝없는 고통과 후회를 보며, 그 ‘그녀’가 누구를 가리키는지 단번에 깨달았다.그는 끝내 울음을 터뜨리며 깊이 머리를 조아렸다.이준은 떨리는 손을 뻗어 베개 곁에 두었던 퇴색한 부적 하나를 집어 들었다.가장자리가 닳아버린 평안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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