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밖에서 기척이 완전히 사라졌을 때, 처소 안에는 더 깊은 정적이 내려앉았다.이수는 숨을 고르고 있었다.잠깐의 일인 듯했지만, 손끝에는 아직도 긴장이 남아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상궁이 조심스레 물었다.“마마… 방금 그 목소리, 분명 이 몸의 목소리를 흉내낸 것이옵니다.”이수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고 있다. 그래서 더 두렵지.”누군가가 상궁의 얼굴과 목소리까지 흉내낼 정도라면,단순한 호기심이나 장난이 아니었다.그건 ‘빈의 처소’라는 공간 자체를 조심스럽게 두드려보는 첫 번째 시험에 가까웠다.“마마께서 직접 문을 여셨더라면…”상궁의 목소리가 떨렸다.“무슨 일을 당하셨을지 알 수 없사옵니다.”“그래서 문을 열지 않은 것이다.”이수는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하게 말했다.“내가 직접 눈으로 보기 전에는 아무것도 사실이 아니다.이 궁은… 눈으로 본 것마저도 사실이 아닐 때가 많지만.”그 말에는 스스로를 향한 쓴웃음이 섞여 있었다.그때, 문 밖에서 낮게 울리는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마마, 도진이옵니다.”방 안의 공기가 순간 움직였다.상궁이 먼저 이수를 돌아봤다.이수의 눈빛이 아주 잠깐 흔들렸다가 곧 다시 가라앉았다.“열어라.”문이 서서히 열렸다.달빛이 복도 끝에서부터 길게 미끄러져 들어왔고, 그 빛의 끝에 도진이 서 있었다.그의 모습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다만 어깨에 걸친 옷자락이 약간 흐트러져 있었고,부상 탓인지 한쪽 다리를 디디는 각도가 아주 미세하게 굳어 있었다.하지만 이수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그의 표정이었다.조용하지만, 날이 서 있었다.“마마.”그가 깊게 고개를 숙였다.상궁이 조심스레 물러서며 자리를 비켰다.이수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밖이… 어수선한가 보구나.”“예, 마마.”도진의 목소리는 낮고 단정했다.“방금 이곳으로 누군가 접근하였습니다.상궁의 목소리를 흉내 내어, 문을 열라 했사옵니다.”“나도 들었다.”이수는 담담하게 말했다.“문을 열지 않은 건, 문 밖의 기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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