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단정한 대답. 군더더기는 없었다.현은 한 걸음 더 다가왔다.그 거리는 이제 공식적인 거리보다 조금 가까웠다.“경의 그 충성,”현이 낮게 말했다.“어디까지 믿어도 되겠는가.”그 질문은 사실상 시험이었다.도진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저하께서 허락하시는 데까지이옵니다.”현의 입가에 아주 미세한 웃음이 스쳤다.웃음이라기엔 너무 짧고, 너무 날카로웠다.“허락이라…”그는 잠시 고개를 돌렸다가다시 도진을 보았다.“도진.”그의 이름이 처음으로 호칭 없이 불렸다.“나는,”현의 목소리가 낮아졌다.“경이 나를 속이고 있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다.”그 말은 믿음처럼 들렸으나, 실상은 경고였다.“그러나,”그는 말을 이었다.“내 눈앞에서 빈을 둘러싼 일들이 너무 잦아지고 있다.”도진의 심장이 아주 느리게, 그러나 분명하게 한 번 뛰었다.“궁은,”현이 계속 말했다.“말보다 기척을 먼저 읽는 곳이다.”그는 도진을 똑바로 바라봤다.“경의 기척이 어디에 머무는지, 나는 알고 싶다.”도진은 그 시선을 받으며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너무 빠르지도, 너무 늦지도 않게.“저하.”그는 고개를 깊이 숙인 채 말했다.“제 기척은 항상 저하께서 계신 곳을 향해 있사옵니다. 그것이 제 자리이옵니다.”침전 안이 순간 완전히 조용해졌다.현은 그 모습을 내려다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나 그의 손은 옷자락 아래에서 천천히 말려들고 있었다.“일어나거라.”도진은 조용히 일어섰다.현은 한숨처럼 말했다.“오늘은 여기까지 하자.”그 말은 용서도, 신뢰의 회복도 아니었다.다만 결정을 미루는 선택이었다.“경은 물러가라.”“예, 저하.”도진은 다시 고개를 숙이고 뒤돌아섰다.문을 나서기 직전, 현의 목소리가 다시 그를 붙잡았다.“도진.”“예, 저하.”“빈은”현은 잠시 말을 멈췄다.그리고 그 뒤를 끝내 잇지 않았다.“…아니다. 물러가라.”도진은 더 묻지 않았다.묻는 순간, 그 질문 자체가 새로운 의심이 될 것을 알았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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