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닫고 난 뒤에도, 도진은 한동안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문 안쪽에서는 더 이상 소리가 나지 않았고, 복도는 다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조용해졌다.그러나 그 고요는 편안함과는 거리가 멀었다.숨을 고른다고 해서 사라질 기척이 아니었기 때문이다.도진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어둠 속에서 시선이 닿는 곳마다 궁의 벽과 기둥, 처마의 그림자가 모두 조금씩 달라 보였다.어제까지는 단순한 구조물이었고,그저 지켜야 할 공간이었을 뿐인 곳들이오늘은 마치 누군가의 시선을 숨기기 위한 장치처럼 느껴졌다. 그는 숨을 깊이 들이켰다.그리고 마음속으로 되뇌었다.지금부터는, 눈에 보이는 것만 믿어서는 안 된다.이수의 처소를 등지고 몇 걸음 물러났을 때, 도진은 다시 한 번 뒤를 돌아보았다.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그 안에는 더 이상 기척도 말소리도 없었다.그러나 그는 알고 있었다.그 안에서 이수는 결코 편히 쉬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세자의 의심은 말로 끝나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그것은 한 번 시작되면 사람을 시험하고,사람을 고립시키고, 마침내 사람을 무너뜨리는 방식으로 자라났다.도진은 이를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세자의 곁에서 오래 지켜본 사람이었기 때문이다.그가 발걸음을 옮길수록 자신이 서 있는 자리가 점점 더 위험한 곳으로 바뀌고 있다는 감각이 들었다.빈의 처소 근처를 도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의 기록에 남을 수 있고, 누군가의 입에 오를 수 있었다.그 순간, 멀리서 낮게 울리는 발소리가 들려왔다.도진은 즉시 몸을 낮추었다.기둥의 그림자 안으로 반 발짝 물러나 소리가 나는 방향을 주시했다.근위 둘이 조심스레 걸어오고 있었다.평소와 다르지 않은 순찰처럼 보였으나, 걸음의 속도와 간격이 미묘하게 달랐다.둘 다 말을 하지 않았고, 서로를 확인하는 눈빛만을 주고받고 있었다.도진은 그들의 움직임을 눈으로 좇았다.그 시선은 자연스러웠으나, 마음은 이미 결론을 향해 가고 있었다.세자의 명이 내려간 것이다.직접적인 명령일 수도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