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은 어제의 밤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덮어버렸다.젖어 있던 거리도, 흐트러졌던 마음도 출근 시간의 소음 속에서 억지로 정리되는 것처럼 보였다.그러나 정리된 것은 없었다.이수는 엘리베이터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잠시 바라봤다.어제보다 달라진 것은 없었지만, 어제와 같은 얼굴이라고도 말할 수 없었다.사람의 마음이 바뀌면 표정은 그보다 한 박자 늦게 따라온다.회사에 도착하자 이미 몇 통의 메일이 와 있었다.출판 일정, 인터뷰 요청, 그리고, 현의 이름이 적힌 회의 요청 메일.이수는 마우스를 쥔 손을 잠시 멈췄다.거절할 이유도, 미룰 이유도 없었다.그래서 더 불편했다.오후 세 시, 가능하신지요.그 문장은 업무적인 예의로 포장되어 있었지만, 이수는 알고 있었다.이 만남이 업무로만 끝나지 않을 거라는 걸.도진은 체육관 한쪽에 서 있었다.샌드백을 친 것도 아니고, 러닝머신 위에 오른 것도 아니었다.그저 운동을 하다 말고 멍하니 앉아 있었다.몸은 충분히 단련되어 있었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요즘 들어 집중이 흐트러지는 순간이 잦아졌다.이유는 명확했다.이수.그녀와의 대화, 그녀가 남긴 말,그리고 말하지 않은 것들.도진은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가 다시 넣었다.연락하고 싶은 마음과 참아야 한다는 판단이 서로를 밀어내고 있었다.그때, 메시지가 도착했다.-오늘 오후에 잠깐 볼 수 있을까요.이수였다.도진은 이번에는 망설이지 않았다.-네. 시간 말씀 주세요.답장을 보내고 나서 그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선택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현은 회의실에 앉아 있었지만 자료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머릿속에는 어젯밤의 장면이 계속해서 재생되고 있었다.나란히 걷던 두 사람.짧은 거리. 그러나 그 사이에 흐르던 공기.현은 그 공기를 잘 알고 있었다.그건 관심이나 호기심이 아니라 서로를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였다.회의가 끝나자 그는 이수에게 전화를 걸었다.“오늘 회의 시간, 변동 없겠져?.”“네.”이수의 대답은 담담했다.“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