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빛이 꺼진 창들 사이로 간간이 남은 불빛들이 마치 숨처럼 깜박였고,그 사이를 시간이 아주 느리게 흘렀다.이수는 결국 창에서 물러났다.커튼을 완전히 닫지 못한 채, 반쯤 열린 상태로 방 안의 불을 낮췄다.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빛.그건 지금 그녀의 마음과 닮아 있었다.의자에 앉자 비로소 다리가 조금 풀렸다.방금 전까지 몸이 얼마나 긴장하고 있었는지 그제야 깨달았다.문득 휴대전화가 손에 쥐어졌다.화면은 아무 알림도 띄우지 않았지만, 그 침묵이 오히려 더 많은 말을 품고 있는 듯했다.그녀는 도진의 이름을 떠올렸다.입 밖으로 내지 않고, 마음속에서만. 그는 언제나 한 발 앞에 서 있었다.앞서 나가 부딪히고, 막고, 정리하고,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돌아서는 사람.하지만 오늘 밤의 도진은 조금 달라 보였다.단단했지만, 그 단단함 아래에 숨겨진 흔들림이 분명히 있었다.“무리하고 있어…”그녀는 작게 중얼거렸다.누구에게 들려줄 말도 아니었고, 스스로에게 확인하는 말에 가까웠다.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아주 조심스럽게 울렸다.크지도, 급하지도 않은 확실한 리듬. 이수는 숨을 고르고 일어섰다.“누구세요.”“저입니다.”도진의 목소리였다.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그 소리는 방금 전보다 조금 낮아져 있었다.이수는 잠시 망설이다 문을 열었다.체인도, 추가 잠금도 걸지 않은 채였다.문 앞에 선 도진은 아까보다조금 더 피곤해 보였다.어깨선이 아주 미세하게 내려가 있었고,눈빛에는 경계 대신 조심스러움이 담겨 있었다.“괜찮으십니까.”그의 첫마디는 언제나 같았다.상태를 묻는 말. 감정을 묻지 않는 질문.“네.”이수는 고개를 끄덕였다.“당신이 내려가 있는 걸 보고 있었습니다.”도진은 고개를 숙였다.그건 사과도, 변명도 아니었다.그저 자신이 거기 있었음을 인정하는 몸짓.“불편하게 해드린 건 아닙니까.”“불편한 건…”이수는 말을 고르다조용히 이어 말했다.“상황이죠. 당신이 아닙니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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