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은 전화를 끊은 뒤에도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창밖에는 빛이 많았고, 그 빛들은 하나같이 자신과는 아무 상관이 없어 보였다.그는 책상 위에 놓인 얇은 파일 하나를 열었다.이수.이름 석 자 아래로정리된 기사, 일정, 평판,그리고 사람들.현은 그중 한 줄에 시선을 멈췄다.“가까운 지인: 도진(기업가)”지인이라는 단어는 참 편리했다.애매하고, 무해해 보이고, 그래서 얼마든지 다른 의미로 바꿀 수 있었다.현은 비서를 불렀다.“믿을만한 기자 한 명 알아봐.”“입이 무거워야 하겠죠?”“응”현의 대답은 짧았다.“요즘 문화면 말고, 사회면으로도 이야기 하나 던질 수 있는 사람.”비서는 더 묻지 않았다.그는 이미 대표가 어떤 표정을 지을 때 어떤 질문이 금기인지 알고 있었다.잠시 후, 다른 전화가 연결됐다.“오랜만입니다.”상대의 목소리는 필요 이상으로 반가웠다.“요즘도 사람들 이야기 잘 쓰시죠.”현의 말투는 대화라기보다 날씨를 묻는 것처럼 가벼웠다.“덕분에요. 대표님 쪽은”“소설 하나가 있더군요.”현이 말을 잘랐다.“너무 현실적이라 사람들이 헷갈린다는.”상대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웃으며 말했다.“아, 그 작품이요. 요즘 화제죠.”“그런데.”현은 의자를 천천히 밀며 몸을 기대었다.“그 리얼함이 어디서 왔을까, 궁금해지지 않습니까.”“무슨 말씀이신지…”“작가의 경험인지, 아니면 누군가의 이야기인지.”현의 말은 단정이 아니라 질문처럼 포장된 암시였다.상대는 곧바로 반응하지 않았다.그러나 침묵이 길어졌다는 것은 이미 관심이 생겼다는 뜻이었다.“사실 여부를 확인해보면 재밌을 수도 있겠네요.”현은 그 말에 작게 웃었다.“확인은 필요 없습니다.”그는 부드럽게 말했다.“그냥 의문이면 충분합니다.”전화는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현은 상대에게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았다.그저 의심이 자랄 토양만 남겼다.전화를 끊고 난 뒤, 현은 창가로 갔다.이번에는 도시를 내려다봤다.사람들은 각자의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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